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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mise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연재 주기
G씨
작품등록일 :
2016.11.18 16:16
최근연재일 :
2019.05.19 00:49
연재수 :
140 회
조회수 :
10,250
추천수 :
8
글자수 :
762,303

작성
19.03.31 01:28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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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128화)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자.

DUMMY

존경받는 영주가 되고 싶다던가,

위인으로 남을 영주가 되고 싶다던가,

사실 뚜렷한 목표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악한 영주로만 남지 않는다면 나는 상관없었다.

내 곁에는 숙부님도 계시고, 에네미 아줌마도 있고,

나를 도와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저 그들의 의견을 적당히 수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을 설렁설렁하는 무책임한 영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어렸고, 무지했다.

내가 뭔가를 강경하게 밀어붙였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다.

그랬기에 내가 한 것은 그저, 멍청한 나를 위해 힘써주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배려하는 것 뿐.



"에에에~ 위에서 더 보고 싶은데~"

"아직 업무가 남아있단다. 이해해주렴, 라스."



내가 어린아이로 남기를 바라는 그들을 위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최대한 밝게.

내 나름대로 그들을 배려하는 것 뿐.



"어라? 숙부님, 안 돌아가세요?"



사실은, 숙부님. 입학식이 끝날 때까지 계속 곁에 있어주길 바랐습니다.

그 날 후로는 방학이 되어야 만날 수 있는데, 더 함께 있어주길 바랐습니다.

당신은 제가 영주지만 아이로 있기를 바라셨으니, 제가 어리광을 부렸다면 곤란해하기는 해도 제가 원하는대로 해주셨겠죠.

하지만 제가 영주보다 아이이기를 택한 이상, 당신이 제 숙부이기보다 영주대리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리광에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저도 복잡한 생각 같은 거 던져버리고 어리광을 부린 적은 있습니다. 당신에게 타아단에 가입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낸 것이 그것입니다.

그 당시 영주들 중, 타아단에 속하고 있던 건 쥴리아 누나 뿐이었죠. 저는 솔직히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주는 영지에서 가장 높은 사람. 그 사람이 만일 전투 중에 죽기라도 한다면 영지에는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심지어 쥴리아 누나에게는 후계자도 없는데, 영주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타아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 마음이 울렁거렸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그리고 타아단에 들어가고자 스테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첫만남은 최악이었죠. 초면에 디*터라니.

나의 스승이자 훗날 제가 사랑하게 될 여성한테 뭔 말을 지껄인건지.

자신을 몰라보는 저를 보고 그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하지만 제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5년 후니까요.


축축한 밤의 숲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 추운 밤공기를 낡은 민소매 원피스 하나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에는 기름기가 좔좔 흐르지, 피부는 보기 좋게 새하얀 게 아니라 시체처럼 창백했고 때가 끼어있었습니다. 옷도 오랫동안 안 갈아입어서 꾀죄죄했고요.


그런데도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를 본 순간, 나는 매료되었습니다. 네, 처음에는 그저 외모 때문에 반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할수록, 그녀에게 빠져들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닮았거든요.


루키 형의 밝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환하게 웃을 때, 세상이 밝아졌습니다.

쥴리아 누나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언동에서 그것이 묻어나왔습니다.

제스프 형과 도나 누나의 상냥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모진 환경에서도 꺾이지 않았습니다.

알렉스의 어른스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넓은 마음이 정말 좋았습니다.

하리노의 연약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티를 안 내더라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오티 선생님의 티를 안 내는 자상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틱틱대도 그것이 보였습니다.

에네미 아줌마와 슈위크 선생님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절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숙부님과 하페곤 단장님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따스했습니다.





스테이 선생님의 모든 걸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그걸 몰랐습니다.




제가 알아채지 못한 탓에 제가 사랑한 그녀의 모든 것이 하나를 제외하고 전부 망가졌습니다.


그녀는 이제 밝지 않습니다. 그녀는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직도 아파합니다.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상냥하지 않습니다. 타인을 배려할 여유 따위, 그녀에게는 없습니다.

그녀는 이제 어른스럽지 않습니다.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연약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연약함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렸습니다.

그녀는 이제 자상하지 않습니다. 타인도, 자신도, 상처입히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강하지 않습니다. 연약함을 지탱하던 강함은 무너졌습니다.

그녀는 이제 부드럽지 않습니다. 그녀가 내뿜는 가시가 그녀를 상처입히고 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나 망가져있을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방도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늦게나마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지키면, 늦게라도 지키면,

조금씩이라도, 조금씩이라도,

좋아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테이..."


그래도, 아주 절망적인 매순간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던 그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녀가 기다리던 말 한마디를




"오랜만이야."





오랜만이야, 약속을 지키러 왔어.







스테이의 공격이 멈추자, 라스는 놀라서 커진 눈으로 멍하니 스테이를 올려다봤다. 스테이는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는 라스를 계속 몰아붙이며 뒤로 넘어진 라스의 몸 위로 올라타고는 형체조차 알 수 없는 너클나이프를 치켜들었는데, 라스의 말을 듣자 그 자세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스테이...?"

"..."


툭-..

스테이가 치켜올린 팔이 힘없이 떨궈졌다. 스테이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여전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라스는 다시 스테이를 불렀다. 희망을 가슴에 품고, 떨리는 목소리로.

"스, 스테이...?"

"...어디 갔어요?"

"어?"

"어디다가... 어디다가 두고 온 건데..."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라스가 입은 옷의 오른쪽 소매를 콱 쥐었다. 천 말고는 잡히는 게 없었다. 라스에게는 오른팔이 없었으니까.

"정신을 어따 두고 다니길래... 잃어버려도 이런 걸 잃어버려...?!"

"아..."


라스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주르륵 눈물이 쏟아졌다.


'오랜만이야'


그거였다. 그게 키워드였다. 이제껏 스테이를 희망고문해왔던 그 말을 스테이는 여전히 붙잡고 있었다.


미련? 아니면 신뢰?

어느 쪽인지 라스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실이 고맙고도 미안해서 가슴이 아려왔다.

겨우 돌아온 그녀가 처음 한 말에는, 라스를 향한 염려와 애정이 담겨있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인인가.


라스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막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얼간이처럼 헤헤헤 웃었다.

"그게 말이야~ 내가 지각을 해버려서... 하지만 수중에 빗자루도 없고... 마차나 타고 갈까 했는데 돈이 없어서 교통비를 못 내~ 그래서... 교통비로 돈 대신 내고 왔어!"

"이런 미친...! 그딴 걸 말이라고 해요?!"

"하지만 안 그래도 너무 늦어버려서~ 더 이상 늦고 싶지 않았는걸? 그리고... 스테이."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스테이의 뺨을 라스가 하나 남은 팔로 쓰다듬었다.


"난 이제 당신의 학생이 아냐. 나 여기에 내 선생님 구하러 온 거 아냐."

"...?"

"이제, 말투 바꾸지마. 이제, 눈 가리지마. 제대로 보여줘. 제대로 들려줘. 이제 시험은 끝. 그렇잖아?"

"...!!"

그 말에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입술을 깨물어 겨우 억누른 스테이는 소매로 벅벅 얼굴을 문질러 눈물을 닦았다.

"시험 하나 보는데 10년이나 걸리는 멍청이가 폼이나 잡네요. 이제 존대가 더 익숙한데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그러게 후딱 올 것이지."

"아하하...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착각하지 마시죠? 제가 말투를 곱게 바꾼 것은 제 아이들 때문입니다. 뭐든 당신 때문일 것 같습니까? 자의식 과잉입니다. 우습기만 하군요."

"우와... 독설이 심해... 정중한 독설이 너무 심해... 마음에 상처..."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라스는 장난식으로 훌쩍이는 시늉을 할 뿐, 계속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스테이도 싱긋 웃었다. 그 둘은 서로를 껴안았다. 서로의 체온이 전해졌고, 그들은 잠시 그 온기를 즐겼다.


"이제 일어나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감격의 재회나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긴, 아직 끝난 게 아니지."

라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들을 보고 있는 아레스를 보았다. 허망함, 놀람, 당황 등 여러 감정이 아레스의 눈에 담겨있었지만 그 중에 스테이가 돌아온 것에 대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감정들이 너무 커서 그 기쁨이 티가 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기쁘지 않은 것인지. 어느 쪽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레스가 물리쳐야할 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므로.


"..."

아레스는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벽에 처박힌 채로 스테이를 보았다. 스테이는 돌아왔다. 이제 비명을 지르며 날뛰지 않았다. 그건 분명, 스테이를 사랑하는 아레스에게는 좋은 일일텐데.


기쁘지 않아.

하나도 기쁘지 않아.

왜냐면... 그래.


나는 공주님이 나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길 바랐으니까.

함께 비상할 수 없다면 함께 추락하길 바랐으니까.

그 감정을 자각하자 아레스의 가슴에서 다시 '다른 아레스'의 싹이 자라났다. 아레스는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인간성을 포기한 아레스에게 '그'의 존재는 아주 불쾌하고 거슬리는 것이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아레스.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떨어져... 공주님에게서..."

"징한 것...!"

데네브가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소리쳤다.

"어머니를 저 꼴로 만들어놓고 아직도 공주님 타령이냐?! 봐라! 네놈이 사랑한다고 지껄이는 여성에게 한 짓거리를!! 어머니는 이제 우리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시고! 인식도 못하시고! 이름도 불러주지,"

"데네브."

"않으신다!! ........?"

환청이라기엔 너무도 또렷하게 들리는 그리운 목소리에 데네브의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어, 어머니이이?!?!!!"

"아오, 뭔 목소리가 데시벨이..."

벨즈가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막았지만,

"엑?! 엄마?!"

"어머니!!"

"아오..."

비슷한 데시벨의 목소리가 두 개 더 늘어날 뿐이었다.

"오랜만이예요. 내 예쁜 아들딸들. 이 못난 어미가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동안에도, 잘 자라주었네요. 튜나, 동생들을 잘 돌봐주어 고맙습니다. 데네브, 여전히 강인하게 있어주어 고마워요. 그리고 레이븐, 아직도 많이 어린 당신이 전장에 나온 것은 슬픕니다만, 당신의 강함이 인정받았다는 뜻이겠죠."

삼남매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기서 실컷 감동의 재회를 해놓고 당신들에게는 짧게 말하다니 미안합니다만, 그래도 적을 앞에 두고 느긋하게 할만한 게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러니 모든 걸 끝내고, 5년의 회포를 풉시다."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응! 엄마!!"



"..."

스테이가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자 아레스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미안하지만, 공주님.

그렇게 두지 않아.


작가의말

집에... 모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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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35화) 에필로그 2. 19.05.19 0 0 16쪽
139 (134화) 에필로그 1. 19.05.11 0 0 17쪽
138 (133화) 있다. 19.05.05 0 0 13쪽
137 (132화) 없는가. 19.04.28 0 0 14쪽
136 (131화) 함께 할 수. 19.04.21 0 0 13쪽
135 (130화) 우리는. 19.04.14 1 0 13쪽
134 (129화) 평화로운 미래에. 19.04.07 1 0 14쪽
» (128화)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자. 19.03.31 3 0 12쪽
132 (127화) 생떼나 부리는 남자. 19.03.24 4 0 12쪽
131 (126화) 붕괴. 19.03.17 6 0 13쪽
130 (125화) 커플 망해라. 19.03.10 6 0 13쪽
129 (124화) 더는 잃고 싶지 않았던 그녀. 19.03.03 8 0 14쪽
128 (123화) 사랑을 하는 그들 앞에. 19.02.24 4 0 11쪽
127 (122화) '지닌 쳰'. 19.02.17 3 0 13쪽
126 (121화) 강해진 그. 19.02.09 4 0 12쪽
125 (120화) 그를 닮은 그. 19.02.03 4 0 13쪽
124 (119화) 그, 혹은 그들. 19.01.27 6 0 13쪽
123 (118화) 잭. 《2》 19.01.20 7 0 11쪽
122 (117화) 레오나 마오티. 《4》 / 잭.《1》 19.01.13 6 0 13쪽
121 (116화) 레오나 마오티. 《3》 19.01.07 7 0 13쪽
120 (115화) 레오나 마오티.《2》 18.12.30 17 0 11쪽
119 (114화) 레오나 마오티.《1》 18.12.23 3 0 11쪽
118 (113화) 돌아온 여자, 돌아오지 못하는 남자. 18.12.16 7 0 14쪽
117 (112화) 그들은 마음을 내뱉는다. 18.12.09 16 0 11쪽
116 (111화) 그 날의 진실. 18.12.02 7 0 12쪽
115 (110화) 소중한 사람. 18.11.25 19 0 11쪽
114 (109화) 그의 론. 18.11.18 18 0 12쪽
113 (108화) 붕괴의 증거. 18.11.11 18 0 12쪽
112 (107화) 목소리. 18.11.04 24 0 12쪽
111 (106화) 기분 참 그렇네. 18.10.28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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