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표지

The promise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연재 주기
G씨
작품등록일 :
2016.11.18 16:16
최근연재일 :
2019.05.26 00:33
연재수 :
141 회
조회수 :
10,304
추천수 :
8
글자수 :
765,462

작성
18.12.23 01:03
조회
23
추천
0
글자
11쪽

(114화) 레오나 마오티.《1》

DUMMY

※보기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마오티 가문.


원래는 카르뎀의 영주 가문이었으나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가문. 의학에 뛰어나 카르뎀의 의료 마법 및 기술에 커다란 발전을 가져다 준 가문이기에, 비록 더 이상 영주 가문이 아니라 해도 많은 재력과 나름의 명예를 계속 이어갔다. 그 덕에 나는 의식주는 물론 교육도, 여가도, 그 어떤 것도 모자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 생활에 만족했다.


나와 여동생인 레이라는 집안 어른들의 교육을 받아 의사의 꿈을 펼쳤다.

"내가 뛰어난 의사가 되서 귀족들이 나 없이는 건강하게 못 살게 되면 아무도 망한 가문의 딸이라고 놀리지 않을거야!"

레이라는 밝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썩 좋지 않은 마음가짐으로 의사를 꿈꾸던 그 아이에게 옳은 마음가짐을 가르쳐야 했을까. 하지만 난 그저 웃어 넘기기만 했다. 솔직히 레이라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쇠퇴한 가문의 자식이라고 비웃는 사람들은 우리를 부러워하거나 우리에게 기대를 품는 사람들에 비하면 소수였으니까. 하지만 그 비웃음 하나하나가 어린 여동생에게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겼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 아이를 꾸중하지 않았다. 무엇을 노리고 의사가 되든, 결국 의사가 되어 환자들을 살린다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한테 민폐끼치는 행동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우으으... 오웩-"

"헛구역질이 심하네. 열도 나고... 한여름에 이게 뭐야? 덥다는 이유로 발가벗고 찬물 담긴 욕조에 얼음 둥둥 띄워놓고 목욕하기라도 했어?"

"아니거드으은... 오웩-"

언제부턴가 레이라는 심하게 앓았다. 사흘도 안되서 나을 때도 있었고 한 달이 지나야 겨우 나을 때도 있었다. 팔다리가 부어오르기고 하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기도 하고, 고열에 시달리거나 정신을 잃을 때도 있었다. 나는 알지 못하는 병의 증상이었다. 가끔 레이라를 불러 이런저런 검사를 하는 걸 보면 부모님은 그 증상을 아는 것 같았지만 레이라의 병은 낫지 않았다.

"왜지... 왜 안 낫지..."

"상, 오웩- 상관없엇! 나는 마오티 가문의 딸이니까! 이 정도쯤, 오에에엑...!"

"큰소리 내지마, 바보야. 마오티 가문이라서 더 문제거든? 아니, 무슨 의사 가문 딸이 제 몸 간수를 못해서 이런 병에 걸려?"

"병 아니거든!"

"네가 그렇게 우겨봤자 약 먹어야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동생아. 우웩, 토하고 바로 뭔가를 먹어야 한다니 최악. 오늘 사탕은 무슨 맛?"

"으엉... 딸기맛이랑 초코맛으로 가져다 줘..."

"하나만 먹어. 딸기맛 가져온다."

"하나로 없앨 수 있는 쓴맛이 아닌데, 오웩-"

"그럼 낫기나 해라, 병자야."

그렇게 말하며 방 밖으로 나왔다. 계속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병 걸린 거 아닌데..."라고 궁시렁거리는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레이라는 언제 나아요? 대체 무슨 병이길래..."

"안심하렴, 레오나. 마침 실험재료가 손에 더 들어왔으니, 이제 레이라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을거란다. 체내에 남은 독성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 분명 완치를 한다 해도 몸이 허약해지겠지. 그래도 바깥에 나가 산책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거란다."

"그러면 다행이지만..."


어머니의 말대로 레이라는 점점 회복되었다. 결국 완치는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고열에 시달리며 누워만 있는 생활에서는 벗어났다. 분명 그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어째선지 레이라가 회복할수록 집안에서 소외되는 기분이 들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부모님의 '일'은 점점 늘어났고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레이라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는데 나는 어째선지 소외감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품어온 부모님의 '일'에 대한 의문. 신경쓰지 마라. 부모님은 그렇게 말했지만 자랄수록 의문은 점점 커지고 결국 나는 저질렀다. 집안 어른들이 일을 하는 지하에 발을 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건... 그곳에서 들은 건...



피.

피. 피. 피. 골격.

뼈. 근육. 장기. 살아있는 사람들의.

펄떡대는 심장. 잘려나간 혀. 척출. 척출. 척출.

전기충격. 비명. 비명.

살려줘. 구해줘. 죽여줘. 하지마.

엄마. 아빠. 여보.

죽어가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구가 제거되었지만 어째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비명. 신음. 애원. 절망. 공포. 고통. 체념. 광기.


광기. 광기. 광기. 광기. 광기. 광기. 광기.

내... 가족들의...



아냐.

저건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아냐

저건 우리 고모, 고모부가 아냐

저건 우리 사촌오빠, 언니들이 아냐

내 가족은 저런 괴물이 아냐...!


제발... 누가 좀...

아니라고 해줘...


제발...!!!!




"언니, 밥 안 먹어...? 영양실조 걸려. 이게 몇일째야... 물은 마시는거지, 응?"

"..."

방 밖에서 레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가족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라, 이 집이 미쳤어. 우리 가족이 미쳤어.'

'그 사람들은 가족을 부르고 있었어. 괴로워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머니가... 아버지가...!'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지? 상냥하고 멋있었던 부모님은 어디 간거야?'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신고해야 돼. 사람들을 구해야 된다고. 난 의사 지망생이야.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고통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어!!'

'하지만... 신고하면 분명 사형이야. 분명 모두가 죽을거라고. 난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아!!'

'어떻게 해야... 어떻게...!'



"언니."

"!"

"음... 무슨 고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는 잘 이겨낼 수 있을거야. 언니는 언제나 옳았잖아. 이번에도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거야."

"..."

"언니가 냉정하게 상황을 해결하려 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전혀 이해할 수 없어. 그야 언니는 잘잘못을 엄격하게 따지잖아. 가족이든 친구든 엄격하게. 난 그렇게는 못해.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게 옳다는 건 알고 있어. 모두가 언니가 옳다고 할거야, 그치? 언니는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해왔어. 고민 때문에 괴로워도 걱정하지마. 그 고민을 통해 결정한 언니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을테니까."


'그래... 난 그랬어. 레이라가 동네 아이들과 싸웠을 때도, 화가 났다고는 해도 도를 넘은 폭력을 행사한 레이라를 혼냈어. 레이라가 억울하다며 울어도 나는 그랬어. 레이라가 우는 건 마음이 아팠지만 난 옳은 일을 한거였어. 아이들이 레이라를 먼저 놀렸다지만 그래도 가위를 집어들면 안되는 거였잖아. 난 여동생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했어.'

'그래...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나는...'

눈가가 뜨거웠다. 코끝이 아려왔다. 울음소리가 방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술을 물고 소리를 삼켰다.


'나는, 가족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해.'




"원장은 왜 그런 년을 받아들인거야!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 정도 나이 처먹었으면 제 앞가림은 할 수 있을 거 아냐!! 아니, 어리다고 해도 안돼. 그 년은 악귀의 딸이라고!! 놔! 야이씨, 여기 놨던 식칼 어디 갔어!!"

"이 놈이 미쳤나! 야! 누가 얘 좀 밖으로 끌고 가! 이 자식 진짜 일낸다, 이러다가!!"

"어흐엉... 흐으윽..."

"울지마..."

"너는 괜찮아? 네 친구도..."

"몰라... 생각하고 싶지 않아..."

"쿤 할아버지 손주들도 죽었다고 들었어."

"뭐?! 그 쌍둥이 재작년에 루스턴 들어가지 않았어?! 12살짜리 아이들을 죽였다고?!!"

"뭐가 놀라워? 킬티 아줌마 막내딸은 4살이었는데."

"짐승만도 못한 놈들... 쿤 할아버지 실성하시고 2주만에 돌아가셨잖아. 딸도 사위도 예전에 사고로 죽고 남은 건 손주들밖에 없었는데... 그 똑똑했던 할아버지가 완전 미쳐가지고..."

"아, 나 알아. 루스턴 교복 입은 어린애들은 전부 손주들로 보는 것 같더라. 할아버지가 갑자기 자기한테

달려들었다고, 내 동생이 울면서 집에 왔는데... 사정을 아니까 그 할아버지한테 화낼 수가 없더라..."

"내 동생이 그 년의 애비애미한테 살해당했어!! 시신이 어떤 상태였는지 알아?! 알아보지 못했어!! 얼굴이 완전 박살났었다고! 그런데 그 증오스러운 주황색 머리카락을 봐야 돼, 내가?! 걔가 얼마나 예쁘고 귀여웠는데...!! 얼마나 잘 웃고 상냥했는데...!!!!"

"아니, 이해가 안되네. 원장 제정신인가?"

"잘은 모르겠는데 돈 많은 남자가 맡겼나봐. 생활비에 보태라면서 돈자루를 원장에게 줬대."

"하! 생활비 말이지~ 원장 눈 돌아가는 거 봤거든, 내가? 그 늙은이는 지가 그 돈을 꿀꺽할거야. 그래, 그 돈 많은 남자는 마오티랑 무슨 관계인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 년만 안 죽은 걸 보면 딱 감이 오지, 안 그래? 그 년이 돈 많은 자식 하나 꼬셔서 지 목숨만 부지한거야. 사람도 죽이는 년놈들이 그런 걸 못하겠어? 같이 자기라도 한 거 아니야?"


나를 향한 비난과 적의에 둘러싸여 시달리는 매일. 하지만 나는 그 폭력에 저항하지 않았다. 비록 한순간이었지만, 나는 가족을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의 죄를 묵인하려 했다. 나 또한 죄인이다.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얻어맞은 뺨이 부어도, 머리카락이 뜯겨나가도. 나를 증오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이니까. 그것이 내 나름의 속죄였다.


그러니까,


"가자. 가서 치료하고, 그 다음에 머리부터 염색하자."


레오라크 씨의 호의는 고마웠지만


"싫어요"

"뭐?"

"염색 같은 거 하지 않을거고, 당신을 따라가지도 않을겁니다."

"뭔 헛소리야! 맞는 게 좋은거냐?!"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당해야 하는거니까..."

"..."


"그들의 가족을"

("내 동생이 그 년의 애비애미한테 살해당했어!! ")


"그들의 친구를"

("너는 괜찮아? 네 친구도..."

"몰라...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들의 마음을"

("남은 건 손주들밖에 없었는데... 그 똑똑했던 할아버지가 완전 미쳐가지고...")


"짓밟고, 찢어놓고... 무책임하게 죽어버린 내 가족을 대신하여 그들의 분노를 받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타인을 증오하는 것으로 그들이 아픔을 잊는다면, 그들의 증오를 받는 건 내가 해야할 일입니다. 난... 마오티니까..."

"헛소리.."

"!"

그가 이를 갈며 분노했다.

"넌 레오나다! 네 아비, 레온하르트가 아냐! 네가 증오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이유 따위 없다!! 아냐?!"

"..."



("그 년은 악귀의 딸이라고!!")

그래, 당신들의 소중한 사람을 죽인 건 내 부모야.


("그 증오스러운 주황색 머리카락을 봐야 돼, 내가?!")

그래, 당신들의 소중한 사람을 죽인 건 내 가족이야.


"..."



내가 아니야


깨닫고 보니, 나는 울고 있었다.


작가의말

엉엉


p.s. 조금 이르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he promis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1 조금 미래의 이야기. 19.05.26 0 0 7쪽
140 (135화) 에필로그 2. 19.05.19 0 0 16쪽
139 (134화) 에필로그 1. 19.05.11 0 0 17쪽
138 (133화) 있다. 19.05.05 0 0 13쪽
137 (132화) 없는가. 19.04.28 0 0 14쪽
136 (131화) 함께 할 수. 19.04.21 1 0 13쪽
135 (130화) 우리는. 19.04.14 2 0 13쪽
134 (129화) 평화로운 미래에. 19.04.07 2 0 14쪽
133 (128화)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자. 19.03.31 3 0 12쪽
132 (127화) 생떼나 부리는 남자. 19.03.24 4 0 12쪽
131 (126화) 붕괴. 19.03.17 6 0 13쪽
130 (125화) 커플 망해라. 19.03.10 7 0 13쪽
129 (124화) 더는 잃고 싶지 않았던 그녀. 19.03.03 8 0 14쪽
128 (123화) 사랑을 하는 그들 앞에. 19.02.24 6 0 11쪽
127 (122화) '지닌 쳰'. 19.02.17 4 0 13쪽
126 (121화) 강해진 그. 19.02.09 4 0 12쪽
125 (120화) 그를 닮은 그. 19.02.03 5 0 13쪽
124 (119화) 그, 혹은 그들. 19.01.27 6 0 13쪽
123 (118화) 잭. 《2》 19.01.20 8 0 11쪽
122 (117화) 레오나 마오티. 《4》 / 잭.《1》 19.01.13 7 0 13쪽
121 (116화) 레오나 마오티. 《3》 19.01.07 7 0 13쪽
120 (115화) 레오나 마오티.《2》 18.12.30 18 0 11쪽
» (114화) 레오나 마오티.《1》 18.12.23 4 0 11쪽
118 (113화) 돌아온 여자, 돌아오지 못하는 남자. 18.12.16 8 0 14쪽
117 (112화) 그들은 마음을 내뱉는다. 18.12.09 16 0 11쪽
116 (111화) 그 날의 진실. 18.12.02 7 0 12쪽
115 (110화) 소중한 사람. 18.11.25 19 0 11쪽
114 (109화) 그의 론. 18.11.18 18 0 12쪽
113 (108화) 붕괴의 증거. 18.11.11 19 0 12쪽
112 (107화) 목소리. 18.11.04 24 0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씨'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