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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mise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연재 주기
G씨
작품등록일 :
2016.11.18 16:16
최근연재일 :
2019.05.26 00:33
연재수 :
141 회
조회수 :
10,306
추천수 :
8
글자수 :
765,462

작성
18.12.09 00:01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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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112화) 그들은 마음을 내뱉는다.

DUMMY

처음에는 그냥 미안한 사람이었다. 이성을 잃고 그녀의 마력을 빼앗아, 기력을 잃고 쓰러지게 해버렸으니까. 그 다음에는 고마운 사람이었다. 나 때문에 험한 꼴을 보았는데도 나를 원망하지 않아줬으니까. 그 다음에는 다시 미안한 사람이었다. 자상한 그녀의 소꿉친구와 그 가족이 죽은 원인이 나였으니까. 그 다음에는 다시 또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줬으니까.


미안하고도 고마운 사람.

또 미안하고도 고마운 사람.


가벼우면서도 진중한 사람.

유쾌하면서도 자상한 사람.

무력하면서도 강인한 사람.


빛나고 또 빛나는 사람.


당신의 작은 눈은 나도 보지 못한 내 미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컸고, 당신의 마른 몸은 나를 끌어안아줄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당신의 작고 얇은 손은 나에게 희망을 건네줄 수 있을 정도로 컸고, 당신의 가슴은 다른 이들을 향한 한없이 커다란 애정과 믿음을 모두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컸지만,


당신의 강함은 나 따위로 인해 부숴질 정도로 약했다.



퍼억! 지닌이 프레드를 쳐버리자 그는 힘없이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싸울 기력조차 잃은 짐승에게 상대할 가치는 없지요... 계속 그렇게 누워있으면 나중에 도축해줄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후후후..."

"..."


도나 씨 말 들을 걸. 그냥 무시할 걸.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내 죄를 모른채로 살아갈 걸.

그랬다면,

그랬다면,

나를 향한 당신의 밝음을, 쾌활함을, 자상함을, 강인함을, 믿음을

내 이 빌어먹을 송곳니가 죄다 씹어 없애버렸다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텐데.


쩌적-!

결계에 금이 가자 도나는 경악했다.

'안돼!! 카르뎀이 엉망이 될거야!!!'

만들어낸 강화제를 던지고 던졌지만 결국 금방 다 떨어졌고, 새 것을 만드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지닌이 이번에는 도나를 향해 말했다.

"결계가 깨지면 걷지도 못하는 당신은 금방 잡혀버리겠죠... 아, 그러고보니 당신의 언니가 비행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약을 발명했죠...? 하지만 당신이 그걸 휠체어 바퀴에 일일이 뿌리는 동안 시체인형들이 기다려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죠..."

"크읏!"

"어째서 여기에 온 겁니까...? 이제까지처럼 피난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언니를 뒤로 하고 자신의 안위만 챙겼던 것처럼... 당신은 확실히 유능한 마법제약사지만 그저 그 뿐... 전투기술은 커녕 걷지도 못해, 경험도 없어... 낄 때, 안 낄 때를 구분 못하고 나서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쨍!! 결국 결계에 성인남자 키만한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을 통해 시체인형들이 도나를 향해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

"!!"

"당신의 언니도 어쩌면 당신을 방해물로 여겼을지도 모르죠... 실력이 없으면 주제라도 알아야지... 안녕히, 슈위크 선생님..."


푹!!!


커다래진 분홍빛 눈동자에 검붉은 핏방울이 흩날렸다. 시체인형이 커다란 검을 들고 달려들어, 도나를 베어죽이려던 그 순간,

프레드가 그것에 달려들어 맹고슈로 시체인형의 목을 찔렀다.

"프, 레드..."

"조금이라도 결계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 당장 결계 수복을 도와!!! 엉성해도 좋아! 구멍을 메꿔!! 더 이상의 침입을 허락하지 마!!!"

프레드가 외치자 적은 수지만 그래도 병사들이 마력을 더하고 더해 결계를 수복했다. 지닌은 마치 대장이라도 된 것처럼 외친 프레드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이건 뭐..."

"안됐네. 내가 절망에 휩싸여 싸울 의사조차 잃는 걸 바랐다면 유감이지만, 당신은 란 씨에 대해 지껄여서는 안됬어. 뭣도 모르면서 지껄이면 안되는 거였다고."

프레드가 도나를 보호하듯 그녀의 앞에 서며 말했다.

"당신이 란 씨의 뭘 알아. 물론 나도 잘은 몰라. 하지만 그녀가 아주 상냥한 사람이라는 거 하나만은 알아. 그거 하나만은 확실하게 알아. 그러니까 절대로, 그녀는 도나 씨를 방해물로 여기지 않아. 그런 식으로 여기지 않아. 그건 도나 씨가 자신의 친동생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 아니야."


("내가 마인이라는 걸 모르고 유다가 내 앞에서 마인을 욕해대도! 내가 유다네 가족이 쫓겨다니게 되는 이유를 제공했다고 해도!

만약 나와 그 놈이 만나지 않았으면, 아는 사이가 아니었으면, 그녀석이 마인이랑 엮이는 바람에 쫓겨다니는 일이 없었을거라고 해도... 나는!! 나는... 없던 일로 하고 싶지 않아.")


란 씨는 그렇게 말했어.

자신의 존재가 상대에게 짐이 되었다고 해도, 고통을 주었다고 해도,

없던 일로 하고 싶지 않아. 자신을 계속 소중하게 여겨주기를 바라.


"사람이 상냥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는 공감이야. 상냥한 사람은 모두 다른 사람을 자신처럼 여기고 자신처럼 대우하지. 그러니 란 씨는 도나 씨가 방해된다고 여기지 않아. 짐이라고 여기지 않아."


유다가 자신을 그렇게 여기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그녀도 다른 사람을 그렇게 여기지 않아.


"뭣도 모르는 주제에 란 씨를 들먹이며 도나 씨를 아프게 하지 마. 뭣도 모르는 주제에 슈위크 자매에게 상처 주지 마! 네 말대로 난 란 씨를 죽이고 도나 씨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줬어. 어쩌면 그래, 난 짐승인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짐승도, 은혜를 알아.

짐승도, 도리를 알아.


프레드가 맹고슈를 든 왼손을 앞으로 들었다.

"짐승도, 정을 알아."

"젠장! 완벽히 수복되지는 않아!! 이대로면 시체인형이!!"

"그렇다면 깨지지 않은 곳의 강화를 부탁해도 될까요?"


타앗!! 빠르게 땅을 박차고 달리며 프레드는 결계 안에 들어온 시체인형들을 하나둘씩 쓰러트렸다. 결계 안에 남아있던, 셋밖에 되지 않던 시체인형들이 모두 쓰러지자 결계 밖으로 나가 결계에 생긴 구멍 앞에 섰다.

"마력으로 메울 수 없다면, 몸뚱이로 메워야지 뭐."

"프레드!!"

"도나 씨! 싸움은 아직 안 끝났어! 필사적으로 막을테니까 도나 씨는 약을 만드는 거에 집중해줘!!"

"!"

"도나 씨..."

도나에게는 그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에 물기가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

"비난은 나중으로 미뤄줘. 그 대신, 모든 게 끝나면 5년의 이자도 다 합쳐서 받을테니까. 그래도 일단은 말해둘게."


미안해.




잠겨 있는 문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스테이는 그저 말없이 서있었다. 이제껏 그녀가 진리라고 믿어왔던 모든 것이 부정된 기분이었다. 믿어왔던 이의 잔혹하고 차가운 모습. 그것이, 그 모습이, 그에게 너무도 잘 어울렸다.

지금까지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오히려 위화감이 들 정도로.


"..."

'확인하고 싶어. 뭐가 뭔지... 어디서부터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확인을 하려면 우선 이 방을 나가야 할거야.'


("스테이... 당황스러운 건 알아. 하지만 난...!")


간절한 눈빛, 절박한 목소리.

그 남자를 만나면 뭔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뇌를 휘젓는 것 같은 기억의 폭풍이 다시 자신을 덮치더라도 그 남자를 만나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문이 잠겨있잖아... 내가 이 문을 부술 수도 없고...'


지직-

"윽?!"

'또 머리가...?!'


그녀의 뇌에 흘러들어온 정보. 몸체는 황금색으로 빛나고, 남색, 하늘색, 하얀색 보석이 박혀있는 보라색 칼날의 너클 나이프를 손에 쥔 여인이 적들과 싸우는 모습.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펑퍼짐한 옷자락을 휘날리며, 동료들과 함께 싸우는 여인의 모습.


스테이의 눈이 커졌다. 비록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가려져있다 해도 그녀는 절대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게 자신이라는 것을.

그녀는 문 손잡이에서 자신의 오른손을 떼어내어 들여다보았다.

"...형체을 갖추어라, 너클 나이프."

그녀가 조용히 읊조리자 그녀의 손에 무기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고, 탁하고 어두운 색과 기분 나쁠 정도로 불완전한 형태만을 가지고 있었다.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알 수 있어. 이건... 내 손에 쥐어진 이건, [그것]보다 약해. 그 무기보다 약해. 하지만,'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에는 어느샌가 과거의 것과 같은 생기와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스테이는 그 눈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문을 보았다.


"부술 수, 있어."

부수고 싶어


쾅!!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피어오른 뿌연 먼지연기. 연기가 사라졌을 때, 이미 스테이는 방 안에 없었다.




탁탁탁탁탁-

씩씩거리며 빠르게 걷는 레이라와 그녀보다 느린 속도로 레이라의 뒤를 따라 걷는 로나.

"젠장! 그 년놈들 어딨는거야?!"

"진정하라고 몇번을 말해야 돼? 그렇게 흥분하다가 또 아지트 부숴먹으려고?"

"크윽...!"


로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네. 제스프 윈트, 뭔 짓거리를 해준거야. 이래서 레이라 앞에서는 윈트 가문이나 레오나 마오티 이야기는 안 꺼내려고 하는데, 돌아가시겠네. 이렇게 흥분하면 곤란해. 행동을 읽기 힘들어진다고. 애초부터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녀석이었는데...'


"우선 계속 걷자. 걷다 보면 누군가를 만나겠지. 적이든 아군이든."

"걸어...? 그래, 걷는 거겠지."

"레이라?"


레이라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로나를 마주봤다.

"로나, 너 솔직히 말해 봐. 싸울 생각 있기는 해?"

"그게 무슨..."

"하리노 페르바가 화살을 쏴대도 반격할 생각을 안 하더구만. 막기만 하면 다야? 그 년놈들은 다 죽을 때까지 우릴 계속 방해할 거야. 모르는 건 아닐텐데?"


로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몸이 뻣뻣하게 굳은 걸 티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망했네... 이 녀석 진짜 열받았나봐. 하여간 이해도 안 되는 거에 화내고 그 불똥을 나한테 튀기네... 어쩌지? 아니라고 발뺌해? 아니, 그래봤자 안 믿을거야...'


하아... 로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레이라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네 말이 맞아. 하리노 페르바를 죽일 생각은 없었어. 그냥 다 부질없이 느껴지더라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이래서 뭐가 남나... 그 녀석이 날려대는 공격 전부 막아서 사기를 꺾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나는


"이제...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는건지 나도 모르겠고,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이제 더는.



"하... 킥! 끼힛! 꺄하하하하!!!"


미친듯이 웃어대는 레이라를 보고 로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알고 있었어, 젠장. 뭔 말을 해도 이 녀석의 신경을 건드리게 될 거라는 것쯤은... 폭파시키려나? 하지만 제법 가까이 있으니 그 방법은 썩 좋지 않아. 그건 전문가가 더 잘 알겠지. 그럼 그냥 후려치려나? 그래, 차라리 그래라. 그러면 맞아주기는 할테니까. 배신죄로 죽어주진 못하지만...'

로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곧 날아올 공격에 대한 각오를 마쳤다.


어.


따뜻해.


어.


뜨거워...?


"아, 악...?!!"


펑!!!!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붉은 액체가 공중에 흩뿌려졌다.


작가의말

왠지 배가 아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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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조금 미래의 이야기. 19.05.26 0 0 7쪽
140 (135화) 에필로그 2. 19.05.19 0 0 16쪽
139 (134화) 에필로그 1. 19.05.11 0 0 17쪽
138 (133화) 있다. 19.05.05 0 0 13쪽
137 (132화) 없는가. 19.04.28 0 0 14쪽
136 (131화) 함께 할 수. 19.04.21 1 0 13쪽
135 (130화) 우리는. 19.04.14 2 0 13쪽
134 (129화) 평화로운 미래에. 19.04.07 2 0 14쪽
133 (128화)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자. 19.03.31 3 0 12쪽
132 (127화) 생떼나 부리는 남자. 19.03.24 4 0 12쪽
131 (126화) 붕괴. 19.03.17 6 0 13쪽
130 (125화) 커플 망해라. 19.03.10 7 0 13쪽
129 (124화) 더는 잃고 싶지 않았던 그녀. 19.03.03 8 0 14쪽
128 (123화) 사랑을 하는 그들 앞에. 19.02.24 6 0 11쪽
127 (122화) '지닌 쳰'. 19.02.17 4 0 13쪽
126 (121화) 강해진 그. 19.02.09 4 0 12쪽
125 (120화) 그를 닮은 그. 19.02.03 5 0 13쪽
124 (119화) 그, 혹은 그들. 19.01.27 6 0 13쪽
123 (118화) 잭. 《2》 19.01.20 8 0 11쪽
122 (117화) 레오나 마오티. 《4》 / 잭.《1》 19.01.13 7 0 13쪽
121 (116화) 레오나 마오티. 《3》 19.01.07 7 0 13쪽
120 (115화) 레오나 마오티.《2》 18.12.30 18 0 11쪽
119 (114화) 레오나 마오티.《1》 18.12.23 4 0 11쪽
118 (113화) 돌아온 여자, 돌아오지 못하는 남자. 18.12.16 8 0 14쪽
» (112화) 그들은 마음을 내뱉는다. 18.12.09 17 0 11쪽
116 (111화) 그 날의 진실. 18.12.02 8 0 12쪽
115 (110화) 소중한 사람. 18.11.25 19 0 11쪽
114 (109화) 그의 론. 18.11.18 18 0 12쪽
113 (108화) 붕괴의 증거. 18.11.11 19 0 12쪽
112 (107화) 목소리. 18.11.04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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