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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mise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연재 주기
G씨
작품등록일 :
2016.11.18 16:16
최근연재일 :
2019.05.19 00:49
연재수 :
140 회
조회수 :
10,193
추천수 :
8
글자수 :
762,303

작성
18.11.18 01:32
조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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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109화) 그의 론.

DUMMY

탁탁탁탁-

선두를 달리는 튜나와 조금 뒤에서 따라 달리는 벨즈. 그들은 앞에서 느껴지는 기척을 감지하고 거의 동시에 발을 멈추었다.


"다행이네. 그나마 정상인 녀석을 만났어. 뭐... 실력이 안된다는 걸 알아도 아레스라면 환영이지만."

"안타깝게도 저희는 라스트 보스를 쓰러트리는 멋진 주인공은 될 수 없나보군요."


그들의 앞에 말없이 서있는 플러피. 빛을 보지 못하는 그의 눈으로는 불가능할 터인데, 그의 눈은 마치 벨즈와 튜나를 담고 있는 것처럼 그 둘을 똑바르게 향하고 있었다. 플러피가 주먹을 쥔 손을 앞으로 내밀고 한쪽 발을 뒤로 빼 전투자세를 잡자 튜나와 벨즈도 각각 너클나이프와 바이킹 소드를 강하게 쥐었다.


"...시작하기 전에 질문 하나 해도 괜찮나."

"...?"

"어떻게 환영을 부쉈지? 환영은 분명 그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보여주었을텐데, 어떻게 그대들의 가장 커다란 소망을 그 손으로 부술 수 있었지?"

'...난 벨즈가 부숴준건데.'

왠지 민망해서 대답을 못하는 튜나 대신 벨즈가 입을 열었다.

"꿈은 실현시킬 수 있어야 가치가 있는거지, 애초에 불가능한 소망 따위 망상에 불가합니다. 망상에 만족하고 그것에 빠져 망가질 거라면 차라리 마약을 하지, 환영마법 같은 거에 왜 당합니까?"

"그런가... 부럽군. 난 도저히 부술 수가 없던데."

당장이라도 흩어져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플러피는 중얼거렸다.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그 희망은 이제 내 손에 닿지 않는데도. 난 그 때와 달라진 게 없어. 주인의 잘못된 명령에 저항할 생각도 하지 않고 저항할 노력도 하지 않아. 두 다리로 서고, 눈높이가 높아지고, 이제 목줄에 묶여 우리에 갇힌 채 싸구려 음식만 먹는 생활 따위 하지 않지만,"


나는 여전히 투견이야.

주인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저기, 그래서 싸울거야, 말거야? 당신이 그런 말을 늘어놓아도 소용이 없어, 알잖아? 말만으로는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어. 주인의 투견으로 살고 싶지 않다면, 그 빌어먹을 주인놈의 손모가지 정도는 물어뜯으라고. 그러면 자연스레 주인의 소유가 아니게 될테니까."

"후, 후후후... 그래, 그대의 말이 맞지. 하지만 아나? 주인을 문 투견의 앞날 따위 정해져있어. 말했잖나.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 그걸 포기할 수 있으면 차라리 편할텐데. 아름다운 발음과 의미를 가진 희망은 칼날이 되어 내 가슴을 베어내고 소금이 되어 그 상처에 비벼진다. 하지만 그 끔찍한 고문도구들이 언젠가... 그 칼이 내 호신도구가, 그 소금이 내 양식이 될 날을.


살아있으면 만나게 될지도 모를 미래를.


플러피가 벨즈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포기할 수 없어!"

'실전 경험이 많은 고양이를 먼저 쓰러트려야 해. 남자를 노리는 척 하면서...'

벨즈의 코앞까지 다가온 그는 바로 방향을 틀어 튜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벨즈를 공격하는 줄 알고 벨즈의 앞에 달려들려던 튜나는 갑자기 자신에게 엄습해오는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좋아. 성공이다!'



"당신뿐이겠습니까."


서걱-

'어...?'

플러피의 주먹이, 팔에 붙어있는 채라면 절대 가능하지 않은 거리까지 날아가자 플러피는 당황하여 자신의 왼손목을 붙잡고 뒤로 물러났다. 다섯 손가락도, 넓고 커다란 손바닥도 없어진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어떻게...!'

당황한 건 플러피만이 아니었다. 튜나도 커다래진 눈으로 벨즈를 보았다.

'아무리 성에서 훈련을 해왔다고는 해도 실전은 처음일텐데, 움직임을 읽고 반격까지 한거야? 천재야?'

"아뇨, 튜나 씨. 제가 읽은 건 그의 움직임이 아닙니다."

"!"

언제나 감겨있던 벨즈의 눈이 뜨여 있었다. 그의 어머니와 같은 하늘색 눈동자 위에 하얀색으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다행히 성공했군요. 사용한 적이 별로 없어서 솔직히 자신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숨기는, 겉과 다른 본심을 읽는 건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니거든요."

'특히 내가 마지막으로 읽은 본심으로 인해,'



그 얼굴이 아닌데.



'내 론을 쓰는 것이 더 싫어졌다.'

"하지만 힘 빠지기 전에 빨리 끝내는 게 좋지요. 라스트보스에 다다르는 동료들의 수는 많아야 좋잖습니까?"

벨즈는 피가 묻은 바이킹 소드를 그에게 겨눴다.

"멍청한 시도 하실까봐 헛고생 마시라고 미리 말씀드리죠. 제가 당신의 생각을 읽는다면, 생각없이 달려들면 된다고... 그런 머저리 같은 짓거리 안 하는 게 좋을겁니다. 당신이 자신의 뇌의 기능을 완전히 멈추지 않는 이상 제 론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뭐, 믿기지 않는다면 시도해 보시던가."

'어라... 얘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

튜나는 조소를 짓는 벨즈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일단 사과하지, 페이크로스. 죽진 않았겠지?"

"네... 살아있긴 합니다..."

쥴리아가 반쯤 이성을 잃고 일으킨 폭발(+레이라의 폭발)로 인해 그들이 서있던 바닥이 무너져, 알렉스와 쥴리아는 그 밑층으로 떨어졌다.

"윽, 큭...! 계단에 떨어졌나보군요. 허리가..."

"..."

자신의 몸 위에 있던 돌들을 치우고 몸을 일으킨 쥴리아는 힘들어하는 알렉스의 목소리를 듣고 먼지투성이가 된 자신의 머리카락을 소심하게 매만졌다.

"으... ?"

계단의 모서리가 척추를 가격하는 바람에 제 몸 위의 돌들을 치우지 못하는 건 물론, 일어나지도 못하고 끙끙대던 알렉스. 그의 몸 위의 돌들을 쥴리아가 하나씩 들어 멀리 던졌다.

"쥴리아 님..."

"..."

돌들을 다 치운 쥴리아는 아무 말 없이 알렉스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알렉스는 비틀거리면서도 잘 일어나 쥴리아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쥴리아 님. 도와주셔서..."

"감사인사를 들을 이유는 없다. 이렇게 된 건 내가 멍청하게 굴었기 때문이니까. 쯧, 인내력이 이렇게 부족하다니 테르토 영주로서 실격이군... 오히려 루스턴 학생일 때가 나았던 것 같다."

"후후, 그런가요?"

"뭐냐, 그 흐뭇한 미소는. 계단에 허리 말고 머리도 박았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직도 표정 변화는 적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지금의 당신이 더 좋습니다. 감정이 더 풍부한 지금이...

라고 하면, 전쟁 중에 여유 부린다고 질책하시겠지. 그러니까 조용히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알렉스가 고개를 들었다. 폭발로 무너져내린 천장이 보였다.

"여긴 지하일까요?"

"글쎄다. 우리가 방금까지 있었던 곳이 1층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고, 무너져내린 바닥과 천장이 몇 개인지도 모르니까. 그보다 내가 그렇게 규모가 큰 폭발을 일으켰던가? 동시에 폭발이 일어난 곳이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크게 부숴졌군."

사실 그녀의 말이 정답이지만 쥴리아에게는 그걸 알 방도가 없었다. 쥴리아는 자신들이 밟고 있는 계단을 보고, 프레드가 테르토 가문의 감시를 받을 적에 쥬디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자기 아지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이 되는 소린가?"

"하지만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그저 아주 높고 지하가 있다는 말만 하더군요..."

"지하?")


'[지하]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뭔가를 보관하거나 가두는 곳이지. 테르토 성 감옥도 지하에 있고...'

'가둬?'

스테이를 떠올린 쥴리아는 차가운 분노가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빠르게 그 감정을 억누르고 알렉스에게 말했다.


"여기서 언제까지고 가만히 서있을 수는 없지. 어쨌든 위 혹은 아래로 가야 된다. 나는 방금까지의 그 빌어먹을 함정들 더는 겪고 싶지 않으니 아래로 내려가고 싶다. 너는 어떻지?"

"아, 저도 그건 싫으니... 내려가죠. 무슨 수확이 있을지도 모르고..."

"좋다."




"아... 제발 이러지 마..."

무너진 건물더미 위에 주저앉아, 레이븐은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팀 왜 나눈거야? 결국 따로따로 됬잖아. 아, 이러지 마... 나 이번이 첫 전투란 말이야... 인생 진짜... 핳핳, 젠장..."


끙차, 레이븐이 일어나서 옷과 날개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아, 내 날개..."

'내 소중한... 내 트레이드 마크인 하얀 날개가 회색이 됬어. 여기가 어두워서 이렇게 보이는거지? 이거 다 먼지 아니지?'

날개를 열심히 털던 레이븐은 결국 포기하고 걸음을 움직였다.

"라스 형~ 데네브 누나~!"

라스 형~ 데네브 누나~ 넓고 어두운 공간에 메아리가 울렸다. 결국 대답을 듣는 걸 포기한 레이븐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냥 가자. 걷다 보면 누구 한 명 만나겠지. 동료들이나 엄마가 아닐 수도 있지만, 뭐...'


아, 그리운 얼굴을 보고 싶어.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내려가던 알렉스와 쥴리아.

멈칫- 쥴리아가 멈춰섰고, 뒤따라오던 알렉스도 멈췄다.

"허, 지킴이인가?"

그 둘의 시선이 닿는 곳에 에릭이 서있었다.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쥴리아를 노려보며, 언월도를 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아니면 그저 우연히 여기 있던건가?"

"네년한테 알려줄 건 아무것도 없어. 어차피 죽을테니까."

"호오."

"너희가 멍청한 짓을 저질러준 덕분에 아레스 님은 회까닥 돌았어. 지금쯤 카르뎀도 짓밟히고 있겠지. 아레스 님은 공주님을 손에 넣은 후로, 그저 그 생활이 계속되는 것 말고는 바라지 않았는데. 덕분에 우리도 고생 중이야. 왜 굳이 구하러 온거야? 안 그랬으면 더 큰 희생은 없었을텐데."

"딱히 스테이 선생님을 구하는 거 하나 때문에 온 게 아니다. 이제와서 아레스가 멈춘다고 피해자들이 납득할 것 같나?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지 좋을대로 하하호호 웃으며 행복하게 사는 걸?"

"피해자... 허, 인간은 누군가에게는 가해자일 수 밖에 없어. 피해를 끼치고 받으며 살아가잖아? 피해자들의 납득? 그런 거 몰라. 네년이 말하는 피해자의 범주에는 네년도 들어가있겠지."


테르토 주제에.



아.

에릭의 눈이 알렉스를 향했고, 그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보니 전부터 궁금한 거 있었는데, 너희 무슨 사이? 알렉스 페이크로스가 사실 윈트 가문 혈통이고, 쥴리아 테르토에게 각인된 건 알아. 연인? 아니면 그냥 짝사랑인가?"

그 말에 알렉스가 의문을 품었다.

"왜 갑자기 그ㄹ,"

"이 녀석에게 호감은 가져도 연심을 가질 생각은 없다."


Critical Hit!!


'알아요... 안다고요...'

울상이 된 알렉스는 차마 불만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분명 적은 에릭인데 왜 쥴리아는 자신을 (정신적으로) 공격하는가.

"아아, 아쉽네. 더 소중히 여겨지는 쪽이 좋은데. 하지만 지금은 그 녀석 밖에 없으니까."

"뭐...!"

쥴리아의 눈 앞으로 순식간에 날아온 물체. 쥴리아가 재빠르게 그것을 쳐냈다. 벽에 부딪히고, 바닥으로 떨어진 그것은 날카로운 칼날 따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무막대?'

이내 그것이 언월도 자루의 밑부분이고, 자신이 에릭 테르토의 모습을 놓쳤다는 걸 쥴리아가 알았을 때,


"잘 가."


에릭 테르토는 재빠르게 점프를 하고 알렉스를 향해 짧아진 언월도를 치켜들고 있었다.


작가의말

수능 수고하셨습니다! 모두 좋은 결과 바라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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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35화) 에필로그 2. 19.05.19 0 0 16쪽
139 (134화) 에필로그 1. 19.05.11 0 0 17쪽
138 (133화) 있다. 19.05.05 0 0 13쪽
137 (132화) 없는가. 19.04.28 0 0 14쪽
136 (131화) 함께 할 수. 19.04.21 0 0 13쪽
135 (130화) 우리는. 19.04.14 1 0 13쪽
134 (129화) 평화로운 미래에. 19.04.07 1 0 14쪽
133 (128화)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자. 19.03.31 2 0 12쪽
132 (127화) 생떼나 부리는 남자. 19.03.24 2 0 12쪽
131 (126화) 붕괴. 19.03.17 5 0 13쪽
130 (125화) 커플 망해라. 19.03.10 6 0 13쪽
129 (124화) 더는 잃고 싶지 않았던 그녀. 19.03.03 8 0 14쪽
128 (123화) 사랑을 하는 그들 앞에. 19.02.24 4 0 11쪽
127 (122화) '지닌 쳰'. 19.02.17 3 0 13쪽
126 (121화) 강해진 그. 19.02.09 3 0 12쪽
125 (120화) 그를 닮은 그. 19.02.03 4 0 13쪽
124 (119화) 그, 혹은 그들. 19.01.27 6 0 13쪽
123 (118화) 잭. 《2》 19.01.20 7 0 11쪽
122 (117화) 레오나 마오티. 《4》 / 잭.《1》 19.01.13 6 0 13쪽
121 (116화) 레오나 마오티. 《3》 19.01.07 6 0 13쪽
120 (115화) 레오나 마오티.《2》 18.12.30 16 0 11쪽
119 (114화) 레오나 마오티.《1》 18.12.23 3 0 11쪽
118 (113화) 돌아온 여자, 돌아오지 못하는 남자. 18.12.16 7 0 14쪽
117 (112화) 그들은 마음을 내뱉는다. 18.12.09 16 0 11쪽
116 (111화) 그 날의 진실. 18.12.02 7 0 12쪽
115 (110화) 소중한 사람. 18.11.25 18 0 11쪽
» (109화) 그의 론. 18.11.18 17 0 12쪽
113 (108화) 붕괴의 증거. 18.11.11 18 0 12쪽
112 (107화) 목소리. 18.11.04 22 0 12쪽
111 (106화) 기분 참 그렇네. 18.10.28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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