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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악마와 계약한 사나이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퓨전

키노91
작품등록일 :
2018.09.17 02:58
최근연재일 :
2018.11.17 07:0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5,482
추천수 :
331
글자수 :
305,896

작성
18.10.23 07:05
조회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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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동료(1)

DUMMY

희찬이 오창수 변호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안에서는 오창수와 한 여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 어서 와!”

오창수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재판을 끝내고 나서 둘은 말을 편하게 하기로 해서 오창수는 말을 놓고 희찬도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었다. 나이 차이도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서 의기투합한 점도 있었다.

희찬은 의뢰인이 왔나 싶었다. 마침 여인이 고개를 돌려 희찬을 봤다. 희찬도 아는 얼굴이었다. 바로 증권사에서 일하던 송민정이었다.

“어! 정말 온 겁니까?”

희찬이 놀라서 물었다.

“그럼 거짓말로 부른 거예요?”

“거짓말 아닙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죠.”

“그냥 확 때려치웠어요. 더럽고 치사해서.”

송민정이 웃으며 되물었다. 오창수도 웃고 있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난 것 같았다.

“좋아요. 함께 일해 봅시다. 언제부터 나올 수 있어요?”

오창수가 송민정에게 물었다.

“지금 당장부터도 가능해요. 오늘 사표 던지고 나왔거든요.”

“오! 이렇게 적극적일 줄은 몰랐는데.”

“제 책상은 저건가요?”

송민정이 비어있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말끔하게 책상 위는 청소가 되어 있었고, 서랍도 비어 있었다. 컴퓨터가 세팅되어 있어 당장이라도 일은 시작할 수 있었다. 책상과 주변을 살펴보던 송민정이 메모지에 무언가 적기 시작했다.

“뭘 적어요?”

궁금증에 오창수가 물었다.

“필요한 물품들 적고 있어요.”

메모에는 사무용품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실 오창수가 사무실을 옮긴 이후 한정그룹 재판으로 어수선해 별다른 사무용품을 구비해놓지는 않고 있었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만 별도로 구입해서 사용하곤 했었다.

송민정은 가방과 웃옷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메모지를 들고 사무실을 나가려 했다.

“어디 가요?”

“사무용품 사러요. 오다 보니까 바로 근처에 사무용품 매장이 있던데요.”

“온라인으로 주문해도 되는데.”

“주문하면 하루나 이틀 걸려요. 당장 필요한 건 지금 사려고요. 다녀와서 나머진 온라인으로 주문할 겁니다. 그리고 구입한 물건은 비품 비용으로 처리할게요.”

송민정은 대답도 듣지 않고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오창수와 희찬은 멍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창수의 얼굴은 결코 싫은 표정이 아니었다. 그가 싱글벙글 웃으며 희찬에게 다가왔다.

“저런 아름다운 여인은 어디서 만난 거야?”

오창수가 희찬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물었다.

“증권사에서 일하는데 회사 내에서 윗사람이랑 문제가 있더라구. 그래서 새 직장 구하지 않냐고 제안했지.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회계도 공부했었고, 대학은 법대 나왔고, 여기서 원하는 인재상이 딱이라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엇보다도?”

“형이 좋아하는 미인이잖아.”

희찬이 말하고 나서 환하게 웃자 오창수도 따라 웃었다.

“내 스타일은 또 어떻게 알아가지고.”

오창수가 희찬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 밀쳤다.

“너무 티내서 들이대지 마! 요즘 여자들 그런 거 싫어해.”

희찬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하지만 오창수는 희찬의 말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양치를 하고, 머리를 빗기도 하는 등 어수선했다.

송민정은 스타일 좋은 정장에 적당한 화장기, 그리고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가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차고 활달한 성격이었다.

사실 한정그룹 사건을 승소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오창수 변호사 사무실에 사건 의뢰들이 몰리고 있었다. 하지만 변호사가 한 명 뿐이라 사건들을 처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간단하게 서류 작성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건도 너무 바빠서 미뤄두곤 했었다. 그만큼 사무실에는 제대로 된 사무장이 필요했다. 그런데 일당백을 할 수 있는 사무장을 구했다는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구한 사무장이 미인이라는 것이 오창수를 고무되게 만들었다.

“아! 그리고 말이지.”

오창수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한정그룹에서 항소 포기했어. 어떻게 할까? 우리가 역으로 손해배상 청구할 수도 있는데.”

오창수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희찬도 속마음 같아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괴롭힐 수 있는 만큼 괴롭히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한들 받아낼 수 있는 금액도 작았고, 정작 그룹에게는 그다지 피해도 아니었다. 희찬이 생각하는 것은 더 큰 것이었다.

“그냥 두자. 나중에 더 크게 한 방 먹일 생각이니까.”

“더 크게? 어떻게?”

희찬의 말에 오창수가 호기심을 보이며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아직은 비밀.”

희찬이 가까이 들이댄 오창수의 얼굴을 밀어냈다.

“난 갑니다. 자주 들르지 못하더라도 서운해 하지 말구 잘 지내고.”

희찬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오창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야? 어디 멀리 가는 사람처럼 얘기를 해?”

“멀리 가긴, 내가 여기 사무실에 매일 나와서 뭐해? 이제 나도 슬슬 계획한 걸 해야지. 어쨌든 필요하게 되면 내가 마구 부려먹을 테니까 기대하시고.”

“기대하고 있을게.”

“법률에 있어서 오 변호사님이 내 방팹니다. 잊지 말아요.”

희찬의 말에 오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희찬이 손을 흔들며 사무실을 나가자 오창수 혼자 남게 되었다. 갑자기 사무실 안에 적막이 감돌았다. 이제까지의 모든 것이 꿈은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다. 하지만 의자 위에 놓인 송민정의 옷과 가방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10분쯤 지나자 송민정이 양 손에 큰 봉지를 들고 들어왔다. 그러다 사무실 안을 두리번거리고는 희찬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 어디 갔어요?”

송민정이 봉지를 소파 앞 테이블 위에 놓으며 물었다.

“네. 갔어요. 근데 뭘 그렇게 많이 샀어요?”

오창수가 다가가 봉지를 살펴보며 물었다. 봉지 안에는 서류철, 스테이플러, 볼펜, 자, 딱풀, 포스트잇 등 잡동사니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이 정도는 있어야 기본적으로 불편하지 않게 업무가 가능해요.”

송민정이 자신의 책상 위에 물품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탁상 달력과 포스트잇, 그리고 필기구를 필통에 꽂아서 모니터 옆에 놓았고, 서류철이 바로 옆 책장에 가지런히 꽂혔다. 책상 서랍 안에 나머지 물품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놓여졌다.

“오! 정리 잘하네.”

오창수가 신기한 듯 보며 말했다.

“그럼요. 잘 해야죠. 증권사에서 매번 고객들 상대하는데 책상 위가 지저분하면 신뢰가 잘 안 가잖아요. 그래서 깨끗이 정리하는 습관을 배웠어요.”

“직접 정리해요?”

“그럼 뭐 청소 아줌마가 해주겠어요? 본인 손으로 해야죠. 본인 책상인데. 전 오 변호사님 책상은 손 안댈 테니까 알아서 정리하세요.”

송민정이 오창수를 보며 말했다.

“걱정 마십쇼. 저도 깨끗하니까.”

오창수의 말에 송민정이 책상을 힐끔 봤다. 정말 깨끗했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책상 위에 모니터만 놓여 있었다. 송민정은 책상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서랍 안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두서없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송민정의 입장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송민정은 이번엔 사건 파일들이 정리되어 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아직은 사건이 많지 않아서 정리된 파일들의 수도 적었다. 하지만 제목이나 정리는 나름 체계를 갖추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것마저 대충 아무렇게나 쌓아두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런데 희찬이는 어떻게 만난 거예요?”

송민정이 잠깐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엄청난 사람이에요.”

송민정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는 오창수도 동의하는 바였다.

“어떻게 엄청나다는 거죠?”

송민정이 의자를 돌려 오창수를 바라보고 앉았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려는 듯했다.

“전에 제가 일하던 증권사에 찾아와서 해외 옵션을 구매했어요. 전 보도 듣도 못했던 상품이었어요. 그 상품에 1억을 과감하게 투자한 거죠.”

“옵션에 1억을? 그거 엄청나게 위험한 투자 아닌가요?”

“맞아요. 여차하면 다 날릴 수도 있죠. 그런데 했어요. 그리고 그 상품이 580배의 대박을 친 거죠.”

송민정의 말에 오창수가 화들짝 놀랐다.

“580배? 그럼....... 한 방에 580억을?”

송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그런데 문제는 부지점장이 그 옵션 관련 정보가 제가 개인적으로 내부 정보를 빼낸 거 아니냐. 그 정보를 자신에게 넘겨라 그러면서 난리를 친 거죠. 아주 유명한 작자예요. 고객 돈 빼돌리고 사고치는 걸로. 그때 희찬씨가 나타나서 저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해 준 거예요. 그래서 여기 온 거죠.”

“580억!”

오창수는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 신문이나 자료를 통해서 옵션을 알았다고 했는데 전 아무리 봐도 모르겠더라구요. 천재인 건지, 아니면 무모한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신기하긴 해요. 오 변호사님은 사건 때문에 알게 된 거예요?”

이번엔 송민정이 물었다. 멍한 표정으로 580억이라는 돈을 생각하던 오창수가 정신을 차렸다.

“이상한 친구라는 덴 동의합니다. 나에게 갑자기 찾아와서 재판을 맡아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자기 말만 잘 지키면 이길 거라고 하더군요. 상대편 변호사가 접촉해 올 거라고 해서 그럴 일 없다고 했더니 정말 접촉해 왔어요. 그리고 날 노리는 자들이 있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자들이 있었고요. 뭐든지 딱딱 들어맞았죠. 그리고 재판도 확실하게 이기게 됐어요. 솔직히 한정그룹 재판, 나 없어도 그 친구 정도면 혼자 했어도 이겼을 거예요.”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오창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민정이 물었다. 하지만 이 질문에 오창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희찬의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요. 분명 자신은 무척 가난하다고 말했었는데. 대기업에도 엄청 힘들게 들어갔고...... 학자금 대출 받아서 학교도 다녔다고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결국 대기업도 그만 둔 거 아닌가요?”

“맞아요. 그만 뒀죠. 아니 잘렸어요. 그리고 소송에 들어간 거죠.”

“그럼 지금 하고 다니는 거랑 전혀 어울리지가 않잖아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요.”

오창수는 문득 희찬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몇 번 술을 같이 마시면서 했던 과거 이야기를 그대로 믿는다면 지금의 희찬의 모습이 전혀 설명되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과거 이야기를 하던 희찬의 모습은 너무나도 진실 되어 보였다. 그것이 거짓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로또라도 당첨이 됐나?”오창수가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순간 송민정의 눈이 커졌다. 오창수는 자신이 말을 해 놓고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이내 둘 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하. 로또라니. 말도 안 돼.”

“그러게요. 난 이제껏 5000원짜리 맞은 게 전분데.”

송민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그래도 5만 원짜리!”

오창수가 웃으며 말했다.

“오! 번호 네 개!”

송민정도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 진행하는 사건은 뭐예요?”

문득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송민정이 물었다.

“별 거 없어요. 그냥 간단하게 서류 몇 개 만들면 되는 게 전부예요. 지금은.”

오창수의 대답에 송민정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혹시 제가 일하던 지점의 부지점장을 상대로 소송하면 이길 수 있을까요?”

“아! 정보 달라고 하고, 고객 돈 슈킹했던?”

오창수의 물음에 송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증거라고 할 만한 거 있어요?”

송민정이 자신의 가방에서 USB를 꺼내더니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USB의 폴더를 열었다. 그러자 파일들이 잔뜩 나타났다. 그 중 특정 파일 몇 개를 열었다. 서류가 화면에 펼쳐졌고, 그것을 들여다보는 오창수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이건 완벽한 증건데?”

“해볼 만해요?”

송민정의 물음에 오창수가 빙긋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희찬군이 날 끌어들이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요?”

“세상의 나쁜 놈들에게 통쾌하게 한 방 먹이자고 하더라구요. 그게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거 같네요. 한 방 먹여 줄까요?”

“재미있겠는데요?”

송민정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서 한 방 먹여줄까요?”

오창수가 송민정에게 물었다. 송민정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부지점장에게 피해본 고객들을 모아서 증거를 보여주고 집단 소송을 걸게 만든다. 물론 변호사 사무실은 여기.”

송민정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오창수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박수를 쳐줬다.

“정답! 시작합시다!”

오창수의 말에 송민정이 웃으며 고객들의 명단을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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