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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악마와 계약한 사나이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퓨전

키노91
작품등록일 :
2018.09.17 02:58
최근연재일 :
2018.11.17 07:0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5,463
추천수 :
331
글자수 :
305,896

작성
18.10.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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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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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재판(6)

DUMMY

증인으로 나온 여인은 바로 한정그룹 자원개발부의 자살한 사원 민유섭의 어머니였다. 방청석이 갑자기 술렁거렸다. 별 기대 없이 재판을 지켜보거나 졸기까지 했던 기자들이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에 바빠지기 시작했다. 장형석 변호사의 표정도 굳어졌다. 강희찬에 대해서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또 다른 지인 정도로 생각했었던 그였다. 그런데 갑자기 죽은 민유섭의 어머니가 등장한 것이다.

“우선 아드님의 죽음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창수가 고개를 숙였다. 민유섭의 어머니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님이 보시기에 아드님이 돌아가시기 전 달라진 게 있었나요? 느낌이나 말투, 평소와 다른 점 말입니다.”

오창수가 신중한 표현을 고르며 질문을 했다.

“지금은 강희찬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민유섭은 이번 재판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갑자기 장형석이 일어서며 이의를 제기했다.

“민유섭과 피고는 바이 영 인수합병 사건의 주모자로 함께 조사를 받았었습니다. 둘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피고의 책임을 밝히는 데에 돌아가신 민유섭씨의 모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창수도 지지 않고 판사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말했다. 판사는 잠깐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원고 측 주장은 기각합니다. 증인은 말씀하셔도 됩니다.”

판사는 오창수의 손을 들어주었다. 장형석이 낭패라는 표정으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동료 변호사들이 서둘러 민유섭에 대한 자료를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민유섭에 대한 자료가 있을 리 없었다.

“우리 아들은...... 언제나 회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어요. 이번에 큰 프로젝트에 들어간다고 기뻐했죠. 그런데 점점 날이 갈수록 표정이 어두웠어요. 걱정도 많았고. 내가 아무리 물어봐도 회사 일이 힘들어서 그런다는 말만 했죠.”

민유섭의 어머니는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다 언젠가 밤늦게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왔어요. 취해서 들어온 적이 별로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는 집에 와서 펑펑 울더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잘못된 게 있는데, 그걸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전 그게 무슨 말인지 그땐 몰랐어요. 이제야 그게 무슨 일이었는지 알게 됐죠.”

“잘못된 게 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까?”

오창수의 물음에 민유섭 어머니가 오창수의 얼굴을 바라봤다.

“네. 분명히 그랬어요.”

“그 잘못된 게 뭐라고 생각하시죠?”

“지금 그 것 때문에 재판을 하는 거 아닙니까? 제 아들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요.”

“민유섭씨가 갈등을 했군요. 회사 일 때문에. 잘못된 게 있다고. 그걸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걸 갈등했군요. 그렇죠?”

“네 맞아요.”

민유섭의 어머니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민유섭씨가 저기 읹아 있는 피고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던가요? 피고의 이름이 강희찬이라고 합니다.”

오창수가 희찬을 가리키며 물었다.

“기억나요. 아들은 늘 희찬군을 칭찬했어요. 일도 잘하고 열심이라고. 착실한 친구라고 그랬죠.”

“감사합니다.”

오창수가 질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장형석이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나 증은 앞으로 다가갔다.

“증인. 자살한 민유섭씨가 그 말을 할 때 멀쩡했나요?”

“네?”

민유섭 어머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방금 말씀하셨죠? 술에 잔뜩 취해서 들어왔다고. 술에 취해서 하는 말을 우리가 어떻게 믿어야 하죠? 그리고 민유섭씨가 말한 잘못되었다는 게 반대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건 아니었을까요?”

“예의를 지켜요.”

“네?”

민유섭의 어머니가 장형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바람에 장형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아이에 대해서 예의를 지켜요. 우리 아이는 자살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이 함부로 말할 정도의 아이가 아니에요. 우리 아이는 나쁜 짓을 안 합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묻는 겁니다. 어머니는 민유섭씨가 회사에서 무슨 짓을 해왔는지 모르잖아요?”

“왜 몰라? 회사에서 나쁜 짓 시켜서 안 하겠다니까 죽인 거잖아!”

민유섭의 어머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증인! 진정하세요! 여기는 법정입니다. 그리고 원고 측 변호인은 질문에 예의를 갖추세요. 제가 듣기에도 거북합니다.”

판사가 나서서 중재를 했다. 그 바람에 장형석도 멋쩍은 듯 민유섭 어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민유섭 어머니는 장형석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장형석은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민유섭씨는 피고와 한패였습니다. 그래서 바이 영 인수합병이 부당한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추진한 겁니다. 그리고 그게 잘못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겁니다.”

장형석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내용은 공격적이었다. 그런 장형석의 눈을 민유섭의 어머니는 정면으로 노려보았다.

“아니야!”

“증거 있습니까?”

“있어!”

“네. 물론 있......”

순간 장형석의 말문이 막혔다. 그냥 던져본 말이었는데 증거가 있다고 했다. 증거가 있었다면 경찰 수사 결과가 자살로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런데 괜히 하는 말 같지가 않았다. 이렇게 깐깐한 어머니들은 모든 것을 다 간직하고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형석은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증거가 있다구요?”

장형석의 말과 동시에 오창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존경하는 판사님. 여기 민유섭씨 어머니의 옛날 핸드폰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오창수가 오래된 폴더 핸드폰을 들고 판사석으로 다가가 건넸다.

“동의도 없이 무슨 증겁니까? 이 증거는 인정 못합니다.”

장형석도 판사 앞으로 다가와 따지듯 물었다.

“이 핸드폰에 뭐가 있나요?”

판사가 장형석은 무시한 채 오창수에게 물었다.

“민유섭씨가 보낸 음성 파일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오창수의 말에 장형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건 증거가 안 됩니다. 지금은 강희찬의 재판입니다. 왜 민유섭의 증거를 이 재판에 가지고 오는 겁니까?”

장형석이 침을 튀겨가며 격렬하게 말했다.

“민유섭씨와 피고는 이번 사건에 공범으로 지목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민유섭씨는 고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둘의 사건은 같은 사건입니다. 한쪽이 의심이 되면 다른 쪽도 의심해야 되는 겁니다.”

오창수의 설명에 판사는 이번에도 고심을 하는 표정이었다.

“원고 측 말대로 지금은 강츼한씨의 재판입니다. 하지만 민유섭씨와의 연관성이 있다고 수사가 진행되었던 만큼 둘의 연관성을 증명한다거나 결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무시할 수는 없는 사항입니다. 증거 인정합니다. 이 자리에서 확인해보도록 하죠.”

판사의 말에 장형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기 안에 있는 파일 틀어보세요.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판사의 명령에 법원 직원이 분주해졌다. 동시에 방청석도 소란스러워졌다. 파일을 들을 수 있는 준비가 이뤄지는 와중에 일제히 사진기 셔터 소리가 울렸고, 노트북의 자판 소리도 바빠졌다.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재판의 방향이 무척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드디어 파일을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법원 직원이 파일을 재생하자 조용한 곳에서 직접 녹음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민유섭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민유섭 어머니가 입을 틀어막았다.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민유섭의 목소리가 법정 안에 퍼져나갔다.


“벌써 며칠 째 누군가가 내 뒤를 미행하고 있다. 모든 것이 내 책임으로 바뀌고 있다. 아니지. 나랑 희찬이. 고작 인턴인 친구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검은색 세단. 번호판을 외웠다. 47머의 3885. 계속 내 주변을 맴도는 검은색 세단의 번호다. 아침 출근 때부터 저녁 퇴근까지. 무섭다. 두렵다. 이 모든 것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데 왜 조사한다면서 아무것도 제대로 묻지 않는 건지...... 한 가지 확실하게 밝히고 싶다. 난 절대로 죽지 않을 거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다. 어머니를 두고 먼저 갈 수 없다. 만약 내가 어떻게 된다면 그건 내가 스스로 한 짓이 아니다. 누군가가...... 그러니 제발 제대로 조사해 줬으면 좋겠다. 이 파일을 어머니에게 옛날 핸드폰으로 전송한다. 어머니는 음성 파일을 들으실 줄 모른다. 아마도 당분간은 안전하겠지. 더구나 얼마 전 핸드폰도 바꿔 드렸기 때문에 그들이 찾기는 어려울 거다. 제발 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법정을 가득 메운 목소리가 끝이 났다. 동시에 방청석은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판사가 결국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조금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장형석 변호사의 표정이 무엇보다도 가관이었다. 커다래진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그 목소리가 민유섭이라는 증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장형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전문가의 음성 감정 결과입니다.”

오창수는 방금 들은 목소리와 민유섭의 목소리가 일치한다는 증거로 성문분석표를 제출했다. 그 표에는 두 목소리가 한 사람의 목소리라고 결론내리고 있었다.

“우리 아들은 자살한 게 아닙니다. 저들이 죽인 겁니다.”

민유섭의 어머니가 장형석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서 있던 장형석이 놀라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손사래를 격렬하게 치며 자신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난, 난 아닙니다. 난 일개 변호사일 뿐입니다. 그건 경찰이나 검찰이 제대로 조사를 못한 거죠.”

장형석은 우선 이 자리를 서둘러 벗어나고 싶었다.

“존경하는 판사님. 자, 잠시 휴정을 요청합니다.”

장형석이 판사를 애걸하듯 바라보며 말했다.

“30분간 휴정합니다.”

판사가 휴정을 선언하고 재판정을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로 전화를 거는 기자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장형석과 동료 변호사들이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아마도 대책을 논의하려는 것이 뻔했다. 법원 직원이 민유섭의 어머니를 부축해 재판정 밖으로 안내했다. 오창수와 희찬은 나가는 민유섭의 어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했고, 어머니도 둘의 인사를 꾸벅 받아주었다.

“한 방 크게 먹였군요.”

오창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직 멀었어요. 이제 시작인데.”

희찬도 환하게 웃었다. 둘은 하이파이브를 했다.

재판은 곧 이어 다시 시작됐지만 더 이상 출석할 증인은 없었다. 대신 장형석이 피고를 직접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오창수는 유건호 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유건호 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다면 그가 이번 사건의 실질적인 배후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게 되는 겁니다,”

오창수는 마치 기자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기자들 역시 그런 오창수의 말을 아주 충실히 받아 적고 있었다. 장형석은 착잡한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유건호를 배제시킬 수도 없었다. 민유섭의 파일로 이미 언론은 물어뜯을 아주 좋은 재료를 얻은 것과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건호가 출석하지 낳는다면 언론은 더 크고 더 과장된 이야기들을 쏟아낼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막아야 했다. 확실하게 털고 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둘의 증인 신청이 마무리되었고 재판은 다음을 기약하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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