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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악마와 계약한 사나이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퓨전

키노91
작품등록일 :
2018.09.17 02:58
최근연재일 :
2018.11.17 07:0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5,483
추천수 :
331
글자수 :
305,896

작성
18.10.03 09:00
조회
383
추천
7
글자
14쪽

전초전(5)

DUMMY

하반신에 수건만을 걸친 채 유건호 이사가 긴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있었다. 육감적인 몸매에 속옷만 걸친 여성이 들어와 유건호의 몸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길이 몸 위를 움직일 때마다 유건호의 입에서는 약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리고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유건호 이사가 짜증내며 돌아봤다. 다가오는 것은 중년의 사내였다.

“이게 누구야? 장변께서 여길 직접 와주시고.”

유건호가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나가라는 손짓을 하자 마사지 하던 여성이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장변이라고 불린 사람은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정의 변호사인 장형석 변호사였다. 그는 이번 한정그룹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맡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상대방이 변호사를 선입했습니다.”

장형석 변호사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래요? 뭐 그래봤자 실력에서 보거나 경륜으로 보거나 우리 장변께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 그렇죠?”

유건호가 웃으며 물었다.

“물론이죠. 어디 변두리 동네에서 인권변호사랍시고 허접한 사건만 맡던 자라고 합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장형석 변호사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불기소 처분 났다면서요?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압력을 넣기는 넣은 겁니까?”

“그건 검찰에서 알아서 할 일입니다. 변호사가 개입할 일은 아니죠.”

유건호가 장형석을 노려보았다. 장형석 변호사는 아버지인 유재명 회장 밑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변호사였다. 그리고 지금도 유재명 회장을 보필하고 있었다. 유건호가 어릴 적부터 봐오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유건호를 아직은 제대로 된 이사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다른 모든 직원이 유건호에게 쩔쩔 매도 장형석 변호사만큼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유건호로서는 못마땅했다. 아버지를 등에 업고 자신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신네들이 알아서 한다고 하지 않았나?”

유건호 이사의 말투는 어느새 거만해져 있었다. 자신을 깔보는 듯한 장형석에게 노골적으로 자신의 지위를 드래는 것이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장형석의 눈썹이 약간 꿈틀거렸다.

“노력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노력? 노력 좋지. 근데 노력에 비해 결과가 없네.”

“노력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겁니다.”

“변명이 좋아. 알았으니까 할 얘기 다 했으면 나가 봐요. 난 하던 거 마저 할 테니까.”

유건호가 귀찮다는 듯이 손짓으로 나가라고 했다. 하지만 장형석은 나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뭡니까? 아직 더 할 말이 남았어요?”

유건호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자신을 돕는 변호사였지만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장형석도 그런 유건호의 행동에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되도록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회장님이 걱정하십니다.”

장형석은 원래 자신이 찾아와서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유건호를 찾아온 것은 유재명 한정그룹 회장의 의중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 노친네야 걱정하는 게 일이고. 그래서 얘기는 끝났나요? 끝났으면 그만 가보지?”

유건호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장형석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유건호가 움찔했다. 장형석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유건호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회장님이 걱정한다잖아 이 새끼야!”

장형석의 말에 유건호 이사가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 지금 나한테 그런 거야?”

유건호가 발끈하며 물었다. 하지만 흥분한 유건호에 비해 장형석은 차분했다. 하지만 그의 말투에는 날카로움이 묻어 있었다.

“그래 이 새꺄! 사고는 늘 니가 치고 왜 회장님이 수습해야 하는데. 너 때문에 회사가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봤는지 알아? 멀쩡한 사람이 한 명이 죽고, 한 명을 쫓아냈어. 말도 안 되는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고, 그런데 넌 이딴 곳에서 편하게 자빠져서 마사지를 받아?”

장형석의 눈빛이 송곳이 되어 유건호의 눈을 찌를 것만 같았다. 함께 노려보던 유건호가 천천히 눈길을 피해버렸다.

“그, 그건...... 잘 해보려고 했던 건데......”

“그러니까 니 맘대로 뭘 하지 말란 말이야. 언제나 넌 사고가 생기니까. 도대체 얼마를 해처먹으려고 이따위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겠는데 한 번만 더 사고 치면 그땐 내 손에 죽어.”

말을 마치고 장형석이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세를 바로 잡았다.

“라고 회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장형석의 말에 유건호가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어느새 장형석은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아, 아버지가?”

“네. 당분간 근신하라고도 하셨습니다.”

유건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아버지가 크게 화가 난 것 같았다. 사실 뻥튀기한 회사의 구입비용과 판매비용의 차액을 이용해 중간에서 가로채는 방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거래가 언론에 드러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회사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아, 알았어.”

유건호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장형석이 힐끔 유건호를 봤다. 그리고는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변호사가 나가고 나서도 유건호는 멍하니 테이블에 걸터앉아 있었다.

문이 열리고 마사지를 하던 여인이 다시 들어왔다. 유건호를 유혹하며 다시 눕히려 했지만 그는 여인의 손을 뿌리쳤다. 마사지를 받고 싶은 기분이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됐으니까 나가봐.”

유건호의 말에 여인이 다시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유건호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고작 변호사 주제에 자신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사고 친 것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 있을 테니 당분간은 얼굴을 비추지 않는 것이 좋았다.

“빌어먹을!”

유건호는 투덜거리며 거울 앞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어 친구에게 연락했다.

“오늘 뭐하냐? 놀자. 매번 보던 거기서. 애들 다 모아. 기분 더러우니까 심신을 좀 정화하고 싶다.”

전화를 끊은 유건호는 아랫도리를 감싸던 수건을 벗어버리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샤워기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렸다.

한편, 장형석 변호사는 마사지 클럽 밖에 세워둔 차에 올라탔다.

“어디로 갈까요?”

운전기사가 물었다.

“국회.”

기사는 그대로 차를 몰고 국회로 향했다. 강변도로를 타고 가다보니 국회의 모습이 보였다.

“근처에 괜찮은 횟집이 있던데. 전에 갔던....... 어디더라...... 기억하나?”

국회 근처에 도착하자 장형석이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네. 기억합니다. 그쪽으로 모실까요?”

“그래. 그 앞으로 가줘. 그런데 그곳 이름이 뭐지?”

“밀연(密緣)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알았네.”

차가 건물들이 즐비한 곳 사이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장형석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 최의원님? 저 장형석입니다. 네. 잘 지내시죠? 식사나 같이 하시죠. 근첩니다. 밀연이라고 아십니까? 아! 아시는군요. 그곳에서 뵙죠.”

장형석이 전화를 막 끊는 동시에 차가 멈춰 섰다.

“도착했습니다.”

장형석이 차 밖으로 나와 보니 상당히 고급 일식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방을 예약하고 찾아올 손님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방으로 안내된 이후에 잠시 기다리니 요리사로 보이는 청년이 들어와 일일이 상 위에 회와 반찬, 술을 보기 좋게 세팅해 주었다. 청년이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가자 다시 방 안은 장형석 혼자 남게 되었다.

작은 주전자에 담겨온 정종을 한 잔 따라 먼저 한 모금 마셨다. 낮부터 마시는 술에 익숙한 듯 무표정하게 술잔을 비운 장형석은 두 잔 쩨 술을 자신의 잔에 따랐다. 그때 문이 열리고 욕심 많아 보이는 얼굴의 중년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선배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그 동안 잘 지내시죠?”

최의원이 큰 소리로 인사하며 맞은편에 앉았다. 최의원은 최필성 국회의원이었다. 검찰 출신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공안검사로도 유명했다.

“어디 최의원만 하겠습니까?”

장형석이 웃으며 말했다.

“기다리다가 먼저 한 잔 했습니다. 최의원님도 한 잔 하셔야죠.”

장형석이 잔을 건넸다. 잔을 받은 최의원이 깍듯하게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그러자 장형석이 한 손으로 최의원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말은 존칭을 사용했지만 분위기는 하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장형석은 최의원의 연수원 선배, 학교 선배이기도 했다. 가는 길이 달라 한 명은 국회의원이고, 다른 한 명은 변호사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런 개인적인 자리에선 말 편하게 하십쇼. 제가 불편합니다.”

최의원이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의원님한테 그럴 수 있나요. 우선 식사 하시죠.”

장형석과 최필성은 서로 웃으며 술잔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즐겼다. 작은 주전자에 들어있던 술이 떨어졌다.

“이거 벌써 술이 떨어졌네.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최필성이 먼저 발그레 해진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장형석은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아직 낮이고 술은 이쯤에서 그만 하시죠.”

장형석은 끝까지 최필성에게 존칭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그냥 밥이나 먹자고 찾아오신 건 아닌 거 같고, 무슨 일입니까? 선배님! 제가 뭐 도울 일이라도 있습니까?”

최필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도와달라면 도와 줄 겁니까?”

이번엔 장형석도 은밀하게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선배님 일인데.”

최필성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장형석이 씩 웃었다.

“그럼 도움 좀 받아 볼까요?”

장형석이 웃자 최필성도 같이 따라 웃었다. 장형석은 젓가락으로 회 한 점을 집어 와시비를 듬뿍 찍은 다음 최필성의 입으로 가져갔다. 회와 와사비의 비율이 1대 1은 되는 것 같았다.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최필성은 그저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다.

“하하. 선배님도. 왜 이러십니까? 이거 먹으면 저 죽습니다.”

둘은 다시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하지만 장형석은 회를 최필성의 입가에서 치우지 않았다.

“선배님! 왜 이러십니까? 정난이 좀 지나치신 것 같은데요.”

먼저 정색을 한 건 최필성 의원이었다.

“이번에 한정그룹 해외 기업 인수 건으로 이익이 얼마나 됩니까?”

장형석의 질문에 최필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 건이랑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야이 개새끼야! 닥쳐!”

최필성의 말을 자르며 장형석의 단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변을 모두 얼어붙게 만들 정도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순간 최필성도 입을 다물어버리고 말았다.

“니가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건호 꼬드긴 거 내가 모를까봐? 비싼 값으로 인수하고 싸게 팔아버리면 된다. 정당한 거래처럼 꾸미면 된다. 거기서 생기는 이익은 서로 나누자. 그 속을 내가 모를 줄 알아?”

장형석의 차가운 눈초리가 최필성의 눈에 정통으로 날아가 꽂혔다.

“아, 아닙니다. 저, 저 아닙니다.”

최필성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해외 기업에 지분이 있더군. 물론 차명이지만. 그 덕에 제대로 챙겼겠지. 얼마나 돼? 한 500억 되나? 맞아?”

“저기 그게......”

“입 열어!”

장형석의 일갈에 최필성이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입을 벌렸다. 그 입 안으로 와사비가 잔뜩 묻은 회가 들어갔다. 아무리 와사비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만큼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맛이었다. 최필성은 코가 아리며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형석 앞에서 뱉을 수도 없었다. 억지로 참고 꿀꺽 삼켰다.

“다시 얘기해볼까?”

장형석이 다시 회 한 점에 이번엔 조금 전보다 더 많은 와사비를 얹었다. 순간 최필성이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최필성이 사과를 했다. 그 모습을 장형석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회를 집었던 젓가락을 상 위에 탁 내려놓았다.

“넌 희장님을 등쳐먹은 거야. 그래 놓고 잘먹고 잘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게 아니라...... 유이사를 위해서......”

“그 망나니를 꼬드긴 게 너 아냐?”

“그게 아닙니다. 사실은 유이사가 먼저......”

최필성이 장형석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유이사가? 건호 그 새끼가 그런 대가리가 된다고 생각해? 그 멍청한 놈이 그런 머리를 쓸 수 있다고?”

장형석이 가소롭다는 듯이 최필성을 바라봤다. 최필성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장형석의 무서운 눈초리와 마주치자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더 숙였다.

“니가 먹은 돈, 모두 제대로 토해내는 게 좋을 거야. 방법은 나중에 따로 연락 갈 거고. 조심해. 너도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는 수가 있어.”

장형석의 목소리는 누구보다도 잔인했다.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최필성은 그런 장형석 앞에서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

“비싼 거니까 나머진 먹고 가시죠. 알았죠?”

장형석의 말투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러자 엎드려 있던 최필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앞에 앉아있는 장형석의 표정은 예전처럼 부드러운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최필성은 온 몸이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았다.

장형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최필성은 긴장이 풀리면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고급 회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입맛도 싹 사라진 이후였다. 최필성은 재빨리 전화를 걸었다.

“이봐! 큰일 났어.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전에 받았던 돈 모두 복원시켜놔...... 그래. 너나 나나 모두 죽을 수 있다고. 빌어먹을 알아챘어.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안 그러면 넌 내가 죽일 거니까.”

최필성 의원은 전화를 끊고 식사도 마다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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