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퀵바


표지

독점 악마와 계약한 사나이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퓨전

키노91
작품등록일 :
2018.09.17 02:58
최근연재일 :
2018.11.17 07:05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5,464
추천수 :
331
글자수 :
305,896

작성
18.09.19 06:00
조회
477
추천
5
글자
18쪽

루시퍼(Lucifer)(3)

DUMMY

“강인턴! 이 서류 여덟 부씩 복사해서 3번 회의실로 가져와. 급하니까 빨리!”

임현수 대리가 두툼한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강희찬은 서류를 받아 복사실로 향했다. 희찬이 인턴으로 일하게 된 곳이 바로 자원개발팀이었다. 지금 한정그룹 자원개발팀은 큰 프로젝트 준비 때문에 무척 분주했다. 서류를 들고 뛰다시피 가던 희찬의 눈에 연정의 모습이 보였다. 연정은 부장 정도로 보이는 사람과 자료를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사 안에서 연정에게 말을 걸거나 아는 척을 하고 싶었지만 괜히 소문이 나면 안 좋을 것 같아 둘의 사이를 감추고 있었다. 그 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퇴근하고 나면 연정은 언제나 다정한 애인으로 희찬의 옆을 지켜주곤 했다. 연정이 부장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희찬과 눈이 마주치가 살짝 눈웃음을 보여주었다. 그 한 번의 웃음에 기분이 좋아진 희찬은 복사실로 들어갔다.

서류가 워낙 두툼했기 때문에 8부는 꽤 많은 양이었다. 더구나 복사하는 시간도 꽤 걸렸다. 그리고 복사한 서류를 나눠 철하는 것 역시 인턴인 희찬의 업무였다. 희찬이 서류를 낑낑매며 들고 있을 때 민유섭이 들어왔다.

“다 됐어?”

민유섭은 자원개발팀의 사원으로 희찬의 바로 위 사수이기도 했다. 사람이 다정하고 침착한 면이 있어 희찬으로서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자원개발팀 안에서도 일 잘한다고 소문한 인재이기도 했다.

“네. 다 됐습니다.”

희찬이 엄청난 서류뭉치를 혼자 들려고 하자 민유섭이 다가와 반쯤을 덜어 자신이 들었다.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희찬이 어색해하며 말했지만 민유섭은 희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늦었어. 빨리 가자.”

민유섭이 먼저 복사실을 나가고 희찬이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3회의실로 들어갔을 때에는 모두들 이미 서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인턴도 와서 앉아.”

서류를 모두에게 나눠주고 밖으로 나가려던 희찬을 장기영 과장이 불렀다. 평소에는 희찬에게 말도 잘 안 걸던 사람이었다. 아니 희찬의 성이나 이름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자원개발부의 과장이었고, 이사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쩔 줄 몰라 엉거주춤 서 있는 희찬에게 민유섭이 와서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희찬은 민유섭 옆에 있는 빈 의자에 가서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았다.

회의는 한정그룹 희장의 외동아들인 유건호 이사가 참석하는 회의였다.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자원개발팀과 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제일 상석에 앉아있는 유건호 이사는 생각보다 나이가 더 젊어 보였다. 기껏해야 서른을 살짝 넘겼을까.

희의의 내용은 해외의 유망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인수해 수익을 낸다는 목적의 회의였다. 말이 그렇지 사실 인수합병에 대한 회의와 다름없었다. 다만 인수하려는 기업이 자원개발 쪽 기업이기 때문에 자원개발팀이 지원에 나선 것이었다.

전문가들의 어려운 말들이 회의 중 오고갔다. 힘들게 공부를 해온 희찬도 반쯤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따라잡기가 힘겨울 정도였다. 하지만 유건호 이사는 그저 듣기만 할뿐 아무런 얼굴 표정의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사실 지금 나오고 있는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하는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어려운 이야기들이 오고갔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희찬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회의의 내용은 대부분 부정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서류의 내용을 살펴보니 인수하려는 기업은 바이영(BAY YOUNG)이라는 이름의 자원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기업이었다. 공장도 가지고 있어 자체 가공과 생간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원 원자재 가격의 폭등으로 바이영은 도산 위기에 처해 있었다. 더구나 공장 시설이 노후해 생산성도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자원 보유량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체 자원 발굴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기업 평가는 상당히 높게 나와 있었다. 희찬은 이 부분이 조금 미심쩍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기업인데 평가가 좋다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누군가 장난을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부정적이다 이 말인가?”

유건호가 입을 열었다. 제일 먼저 거만한 인상이 눈에 띄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약간 처든 상태에서 부장과 과장, 그리고 대리와 사원들을 둘러보는 표정이 그야말로 거만 그 자체였다. 희찬은 이때는 몰랐지만 유건호 이사의 이 거만한 표정은 상당히 불쾌하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내가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부정적이라.”

유건호 이사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아무 생각 없이 툭 책상 위에 던졌다. 묵직한 종이가 책상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모두들 어쩔 줄 모르는 표정들이 희찬에 눈에는 신기하게만 보였다.

“물론 기업 평가는 좋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금액이 적은 금액이 아니어서......”

장기영 과장이 쩔쩔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말을 하면서도 그는 유건호 이사의 눈치를 살피며 이야기 했다. 몇몇 직원들도 조심스럽게 부정적인 말을 덧붙이려했다. 그 순간이었다.

“누가 당신에게 돈 내라고 했어?”

유건호 이사의 이 한마디에 모두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장기영 과장도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희찬은 이런 회의 분위기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팀원들끼리 회의하거나 부서에서 자체 회의를 할 때는 나름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제시하기도 하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인 분위기는 회의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이미 결정된 사항을 단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 사업이 아무리 무리하거나 문제가 있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위에서 결정된 것은 어떻게든 해야만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회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희찬은 정작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건호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너 누구야?”

유건호 이사가 물었다.

“네. 인턴사원 강희찬입니다.”

“아! 인턴. 그래. 맞아. 인턴이 있었지.”

유건호 이사는 이제야 생각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넌 어떻게 생각해?”

유건호 이사가 희찬에게 물었다. 희찬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이 사업?”

유건호 이사가 서류 뭉치를 흔들어 보이며 다시 물었다. 자신의 앞에 있던 임현수 대리가 어서 대답하라는 손짓을 했다.

“저...... 저 같으면 기업 평가가 높게 나온 이유를 살펴볼 것 같습니다.”

희찬의 목소리는 떨렸다. 평소에 과장 앞에서도 목소리가 떨리는데 지금은 이사 앞이었다. 그것도 다른 이사가 아니라 바로 희장의 아들이었다.

“기업 평가가 높게 나온 이유? 어째서?”

유건호 이사가 다시 물었다.

“저...... 서류에 보면 바이영의 자원 확보 상태나, 재정 건전성 등이 회복될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수익도 별로 나지 않고 있어서 폐업 위기에 몰려 있고요. 그런데도 기업 평가가 높게 나온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유건호 이사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희찬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냐니까?”

“그건 기업평가를 시행한 업체가.......”

대답을 하던 희찬은 유건호 이사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희찬은 고개를 숙어버렸다. 유건호 이사는 희찬의 보며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희찬은 알 수 없었다.

“모두 들었지? 인턴이 이유가 있을 거랍니다. 모두 이유를 찾으세요. 아니지. 이유를 찾는 게 아니지. 이유를 만들어야지. 알았습니까?”

유건호 이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동시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건호가 나갈 때까지 모두들 고개를 숙인 채 기다렸다. 그렇게 이사가 나가고 나서야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애썼다.”

민유섭이 옆에서 희찬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그때였다. 갑자기 회의실 문이 열리고 유건호가 들어왔다. 모두는 다시 얼음이 되어버린 것처럼 차렷 자세로 섰다.

“빼먹은 게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 저 인턴도 합류시켜.”

유건호가 한 마디 하고는 그대로 다시 밖으로 나갔다. 모두의 시선이 희찬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민유섭과 임현수 대리는 희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사실 나머지는 희찬의 존재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유건호 이사의 말에 모두들 당황해하고 있었다.

“이런 프로젝트에 인턴을 참여시켜도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지. 이사님 명령인데.”

자원 개발팀의 부장과 차장은 무척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희찬을 힐끗힐끗 볼 뿐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난처한 표정으로 3회의실에 멀뚱하게 서 있는 희찬을 끌고 간 것은 임현수 대리와 민유섭 이었다.

“몇 가지만 얘기해 줄게. 사실 인턴에게 이렇게 큰 프로젝트의 참여 기회를 주지 않아.”

임현수 대리가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희찬 역시 잔뜩 긴장한 채 얼어붙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합류시켜도 되는 겁니까?”

민유섭이 옆에 서 있다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사님 명령을 어떻게 거역해? 너라면 거역할 수 있어?”

“그건 그렇지만......”

“걱정 마! 이사님이 알아서 잘 하겠지.”

임현수 대리가 민유섭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는 희찬을 휙 바라보았다.

“넌 기회를 얻은 거야. 이 프로젝트가 질 진행되면 넌 정직원이 문제가 아니라 라인을 잡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잘 해.”

“네. 네.”

“대신 조심해야 할 게 있어. 시키는 일만 해. 시키지 않은 일은 하지 마. 그리고 토 달지 말고, 문제제기 하지 마.”

임현수 대리의 말을 듣던 희찬은 조금 이상했다.

“저기 대리님.”

“왜?”

“문제제기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문제를 발견해도 얘기하지 말라는 건가요?”

희찬은 최대한 정중하게 물었다.

“맞아.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사람들 다 너보다 이 일에 오랫동안 매달려온 전문가들이야. 니가 찾은 문제를 모르는 게 아냐. 그러니까 굳이 니가 말할 필요 없다는 거야. 알겠지?”

임현수 대리의 설명을 희찬은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희찬이 발견하게 될 문제는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굳이 희찬이 문제를 들춰내지 말아달라는 말이기도 했다. 옆에 서 있는 민유섭의 얼굴 표정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희찬은 임대리의 말을 문제를 발견해도 자신들이 해결할 테니 걱정 말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 말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이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희찬은 유건호 이사가 진행하는 대형 인수합병 프로젝트, 일명 바이영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것도 인턴의 신분으로 말이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회사 안에 퍼져 인턴들 사이에서 희찬은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인턴이면서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은 정직원으로 가는 특등석과도 같은 의미였다. 거의 100여명이 넘는 인턴들이 그룹 전체에 퍼져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정직원이 되는 인턴 수는 고작 10명 남짓. 엄청난 경쟁에서 몇 걸음은 더 앞서나가게 되었으니 다른 인턴들이 부러워할만한 일이었다.

“오빠! 축하해!”

점심을 먹고 잠깐 쉬는 시간에 연정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사실 회사 안에서 둘은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회사가 끝난 이후 따로 퇴근했고, 회사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와서 만나곤 했다. 둘 사이의 연애가 괜히 회사의 일에 지장을 주거나, 혹은 인턴의 인사고과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턴들이 먼저 희찬에게 다가와 축하한다거나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여서 연정도 자연스럽게 다가와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고마워.”

희찬도 연정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연정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어두웠다. 사실 연정도 이 한정그룹에 취업을 목표로 전쟁을 벌이는 전사 중 한 명이었다. 누군가 한 명이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만큼 경쟁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서로 경쟁하는 사이이기도 했다. 그런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어서 희찬은 괜히 연정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미안해.”

희찬이 사과를 했다. 연정의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었다. 다가가 꽉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회사 안이기도 했고, 보는 눈들이 많아 그럴 수는 없었다.

“오빠가 왜 미안해! 오빠가 잘 되면 나도 좋아. 우리 그런 사이잖아.”

연정이 조금 전의 어두운 표정을 벗어버리고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희찬은 그렇게 연정의 웃는 표정을 좋아했다.

“나도 많이 도와줄게. 둘 다 꼭 성공하자.”

희찬은 진심으로 말했다. 둘 다 잘 되어 함께 지내고 싶었다. 당당하고 싶었다. 연정이 웃으며 희찬의 손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툭 치고는 돌아갔다. 회사에서는 그 정도가 거의 최선이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희찬도 마시던 자판기 커피를 한꺼번에 들이키고는 종이컵을 구겨 휴지통에 넣었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회의 준비를 위해 휴게실을 나갔다.



“인턴이면서 그런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건 정말 축하할 일 아닌가?”

루시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루시퍼와 희찬은 여전히 사방이 까만 공간에 마주앉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렇죠. 정말 박수 받고, 축하받고 그래야죠. 그런데 제대로 된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희찬이 허탈해하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무엇인가 생각난 듯 루시퍼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루시퍼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물었다.

“아뇨. 이렇게 나와 오랫동안 있어도 돼요?”

희찬은 궁금했다. 악마의 왕인 루피서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이상한데 그가 왜 목숨을 끊으려 하냐고 물었고, 지금 희찬은 루시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루하지도 않다는 듯이 루시퍼는 옆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왜?”

“아니! 꽤 시간이 오래 된 것 같아서요.”

“아! 그건 걱정하지 마! 여긴 내가 만든 공간이야. 시간이 멈춘 곳이지. 여기서 100년을 있어도 괜찮아.”

“그, 그런 것도 가능해요?”

희찬은 놀라며 물었다.

“그럼. 나 루시퍼야. 마왕 루시퍼.”

루시퍼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가 못하는 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거의?”

“맞아. 거의.”

“전부는 아니네요.”

루시퍼는 희찬의 딴지가 조금 불쾌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

“나도 못하는 게 있어. 신도 못하는 게 있지.”

“뭘 못하는데요?”

희찬은 호기심에 물었다.

“거짓말.”

루시퍼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희찬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거짓말을 못한다고? 지나가던 애들이 코웃음을 칠판이었다.

“말도 안 돼. 악마가 거짓말을 못한다고요? 원래 악마는 거짓말로 사는 존재 아닌가요?”

희찬이 물었다.

“악마는 거짓말을 해서 속이는 존재가 아냐. 진실을 말해서 유혹하는 존재지. 내가 하와에게 먹으라고 권했던 선악과. 그것은 옳고 그름, 가치와 판단을 알려주는 지혜의 열매였지. 인간은 그게 필요했어. 그래서 지금의 인간이 된 거야. 난 선악과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진실로 유혹을 한 거지.”

“말도 안 돼요.”

“왜 말이 안 되지? 신은 선악과를 먹으면 죽는다고 아담과 하와에게 경고했어. 하지만 난 죽지 않는다고 말했지. 선악과를 먹고 그 둘이 죽었나?”

“아...... 아뇨.”

“그리고 사막에서 예수한테...... 에이 관두자. 다 지난 예긴데 뭐. 확실히 말하는데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래도 말도 안 돼요. 그럼 거짓말을 못한다는 건가요?”

희찬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알아? 악마, 천사, 신, 인간 중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건 유일하게 인간뿐이야. 영광으로 알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니까.”

희찬은 멍해졌다. 악마가 거짓말을 못한다는 말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어쩌면 지금 루시퍼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잠깐만요. 선악과를 먹으면 죽는다고 신이 말했다면서요? 그건 거짓말이잖아요. 신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거네요.”

희찬이 루시퍼의 논리적 허점을 찾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루시퍼는 피식 웃었다.

“거짓말 아냐.”

“어째서요?”

“선악과를 먹으면 신이 아담과 하와를 죽이려고 했어. 그런데 살려준거지. 그것 거짓말이 아니라 합의라고 하는 거야.”

“완전히 자의적이네요.”

희찬이 허탈해하며 말했다.

“원래 그런 거야. 진실이란 것도, 거짓이란 것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뭐, 믿든 안 믿든 그건 네 자유야. 그러니까 이후로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 보라고.”

루시퍼는 태연하게 말하고는 희찬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희찬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의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신기하고 우스웠다. 오히려 이 상황이 죽기 전에 경험하게 해주는 퍼포먼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종교를 믿지 않는 무교였음에도 이런 경험을 시켜주는 것에 무척 괜찮은 사후세계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마와 계약한 사나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참대전에 참가합니다. 18.10.30 1 0 -
공지 연재일정과 시간입니다. 18.10.12 3 0 -
48 드림팀(8) +2 18.11.17 0 0 17쪽
47 드림팀(7) +1 18.11.16 0 0 12쪽
46 드림팀(6) 18.11.15 0 0 15쪽
45 드림팀(5) 18.11.14 0 0 17쪽
44 드림팀(4) +2 18.11.13 1 0 17쪽
43 드림팀(3) +2 18.11.12 1 0 15쪽
42 드림팀(2) +2 18.11.10 1 0 13쪽
41 드림팀(1) 18.11.09 1 0 15쪽
40 새 출발의 조건(8) +2 18.11.08 1 0 16쪽
39 새 출발의 조건(7) +2 18.11.07 1 0 15쪽
38 새 출발의 조건(6) 18.11.06 1 0 18쪽
37 새 출발의 조건(5) 18.11.05 1 0 15쪽
36 새 출발의 조건(4) +2 18.11.03 2 0 10쪽
35 새 출발의 조건(3) +2 18.11.02 2 0 16쪽
34 새 출발의 조건(2) +2 18.11.01 2 0 16쪽
33 새 출발의 조건(1) +2 18.10.31 2 0 14쪽
32 동료(6) +4 18.10.30 2 0 12쪽
31 동료(5) +4 18.10.29 2 0 14쪽
30 동료(4) +4 18.10.26 2 0 13쪽
29 동료(3) +4 18.10.25 3 0 14쪽
28 동료(2) +2 18.10.24 2 0 15쪽
27 동료(1) +2 18.10.23 3 0 13쪽
26 재판(10) +4 18.10.22 2 0 15쪽
25 재판(9) +2 18.10.19 3 0 10쪽
24 재판(8) +4 18.10.18 3 0 12쪽
23 재판(7) +2 18.10.17 3 0 15쪽
22 재판(6) +4 18.10.16 3 0 12쪽
21 재판(5) +2 18.10.15 3 0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키노91'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