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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용사따위 엿이나 먹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연재 주기
티터
작품등록일 :
2018.04.09 17:38
최근연재일 :
2018.04.19 22:5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949
추천수 :
52
글자수 :
57,286

작성
18.04.12 20:02
조회
169
추천
4
글자
11쪽

소녀가 사라진 일상(5)

DUMMY

두통때문인지 내가 저도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나 보다. 녀석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쌤... 화났어요?”

난 얼른 얼굴에서 힘을 뺐다.

“아니, 이제 그런 경지는 지났지. 화도 먹히는 사람한테 내야지, 너네한테 화 내봐야 나만 축나는데 화는 무슨. 그나저나 이만하면 됐잖냐? 넌 또 뭐가 불만인데? ”

이 소녀악귀가 이내 다시 기세를 되찾는다. 아마 주변 악귀들의 기대에 찬 초롱초롱한 시선이 나서기 좋아하는 이 반푼이 악귀에게 힘을 더한듯 보였다.

“그거 마술 아니잖아요! 아빠가 케이어나 에스퍼(초상능력자)같은 이능력자들은 운동선수나 마술사 같은거 하면 불법이랬어요!”

“호오... 제법 공부했나 보구나. 과연 디펜더 지망자로구만.”

“아! 저 꿈 바꿨어요. 디펜더 말고 스위퍼 할거에요! 디펜더는 공격대에 못 들어가니까요. 그, 용사 사... 산... 산와? 하여튼 거기에 들어갈 거에요.”

“산와? 용사가 대부업을 하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전화 돌리면서 대출권유라도 해 보게?"

"어...? 아닌데."

"아냐? 산와? 혹시 산하? 용사산하 공격대 말하는 거냐? 검대나 기사단 같은 거?”

“네! 맞아요! 그거! 전 발푸르기스경 산하공격대에 들어가서 같이 마족도 잡고 요족이나 귀족도 막 잡고 그럴 거에요!”


발푸르기스라. 소환된 용사들 중 수도권을 담당하는 세 용사중 하나이다. 겉보기 나이는 20대 초반. 영지는 신촌. 용사주제에 아이돌 컨셉이라 생김새도 여리여리하고 TV에도 얼굴을 자주 비추는 작자이다. 음반도 제법 많이 냈고 콘서트도 종종한다(심지어 부업으로 홀리데이라는 용사파티멤버중 일부로 이루어진 혼성아이돌 그룹의 센터도 맡고 있다). 컨셉이 컨셉인 만큼 이 악귀같은 소녀팬이 무지하게 많은게 특징이고. 뭐, 이녀석이 발푸르기스 산하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는 것도 아마 팬심이 절반이겠지.


용사 발푸르기스. 용사 힌델 로 케사스 발푸르기스. 자신의 세계에서 백작위를 갖고 있었기에 미들네임을 두개나 가진 인류의 구세주들중 하나.


뿌득...

난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개XX··· 역겨운 쓰레기새끼. 죽여버리고 싶다.’


“네? 썜? 뭐라고 하셨어요?


어?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난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정체모를 분노와 욕지기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힌델 발푸르기스라면 일족의 영지로 할양받은 서대문구를 연세대학교와 연희동 부지만을 제외하고 모두 다시 돌려준 걸로 유명한 용사이다. 인기를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적인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걸로도 제법 알려져있고 말이다


일 한번 할때마다 땅내놔라 여자내놔라 난리치는 용사놈들부터 자신의 일족을 제외하곤 전부 개돼지 취급하는 용사까지 별 잡것들이 넘치는 가운데 솔직히 그정도면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근데 그놈 이름을 듣자마자 왜이렇게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거지?

난 머리를 내둘러 부정적인 감정을 얼른 털어버리곤 다시 눈앞의 소녀에게 눈길을 주었다.


“아니, 별것 아냐. 여튼, 그래서 능력검정은 받아봤냐?”

“네! 엄마가 초상능력F2 라고 했어요! 중학교 들어가서도 꾸준히 훈련하면 분명히 E랭까지 올라가서 유··· 유이···유일미인?”

“유의미한?”

“맞아요! 유의미한 능력에 눈뜨게 될 거라고! 정부에서 관리자도 붙여줄 거라고 했어요!”

확실히 초등학교 5학년이 초상능력F2라는 건 제법 대단하다. F2라는 건 F1을 거쳐 곧 능력이 발현된다는 의미. 즉 이 껍데기만 영국인인이고 알맹이는 경상도토박이같은 소녀악귀는 녀석 말대로 수삼년내에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D랭 이상, 즉 유의미한 이능력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흠, 과연.

“그래. 훌륭하구나.”

“맞아요! 전 좀 대단해요!”

“그럼 이제 수업해도 되지?”

“네!... 가 아니라! 또 그렇게 막 대충 넘어가려고! 그러니까! 그건 마술이 아니잖아요! 선생님 경사용자··· 그러니까 케이어죠!? 이능력 없이 저런 건 말도 안돼요!”

“그러니까 마술···”

녀석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케이어가 마술하면 그건 다 사기에요! 그러니까! 오늘것도! 옛날에 보여줬던 마술들도! 전부 사기! 그러니까! 옛날 사기까지 다 포함해서 한 일주일은 자습해야 해요!”

오오오오···

자리에 앉아서 나와 녀석의 만담을 지켜보던 찌끄러기 악귀들이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리고 이내,

“사기! 사기! 사기! 사기! 자습! 자습! 자습! 자습!”

라는 연호가 들불 번지듯 번져간다. 망할 것들. 이것들은 논리따윌 떠나서 그냥 그저 수업 하지말자는 말만 나오면 그저 좋아 죽는다.

“허허허···”

난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흘렸다.

“야 이자식들아. 벌써 3월 셋째주인데 요 두주간 너네랑 40분 채워서 제대로 수업한 기억이 거의 없거든? 뭐, 좋다. 그래. 그래서 내가 케이어라서 마술이 마술이 아니다? 그럼 내가 케이어가 아니란 것만 밝히면 되는 거네?”

“네!”

난 아무 말 없이 지갑에서 이능검정표를 꺼내서 휘리릭 하고 캐리의 자리로 던졌다.

“네가 보고 애들한테 알려 줘.”

이능검정표는 자신의 이능력이 어떤 상태인지를 기록해둔 카드이다. 이능 상태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차등적용되는 현대사회인 만큼 전국민이 2년에 한번 반드시 갱신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으며,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과 같이 신분증으로서도 사용이 가능한 물건이다.


자신의 책상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내 검정표을 보던 악귀의 눈이 동그래졌다.

“경 F10, 에테르 F10, 초상능력 F10, 마나 F10, 정령감응 F10, 외우주간섭 F10, F10, F10, F10···”

녀석은 고장난 스피커마냥 F10을 반복하다 나를 향해 힘차게 외쳤다.

“우와... 무, 무, 무능해!!!”

푹.


녀석의 생각없는 외침이 가슴을 푹 찌르며 오래된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이 망할 악귀년 보소. 이능력 없으면 다 무능력자냐?


F10이란 건 쉽게 말해 ‘능력발현? 장난하냐? 넌 능력이 너무너무 찌질해서 감지 자체가 안돼. 글렀다니까?’’라는 의미이다. 보통 어느 계통을 막론하고 아무리 소질이 없어도 성인이 될 즈음이면 F7정도는 감지되는 게 보통이고 보면··· 녀석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뭐,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F10이 아니라. N(none)이지만, 그건 비밀이다.


“자, 됐지? 난 경도 못쓰고 초능력도, 마법도 못써. 그러니 방금 그건 마술이다. 그렇지? 콜?”

내 말에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하던 녀석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갑자기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이거 위조검정표죠!?”

이번엔 내가 감탄할 차례다.

“우와···”

아니, 진짜. 여기까지 오면 정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잖아?

“야. 이 꼬꼬마야. 공부 열심히 했다니 하나만 묻자. 가령 내가 케이어라 치고, 케이어가 방금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주려면 몇랭크가 되어야 되겠냐?

“음··· C?”

“내가 케이어C랭이면 디펜더를 하고 말지. 쥐꼬리만한 월급받으면서 지금 여기서 너네랑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다? 아니다?”

“어··· 으음... “

소녀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자, 결정났지? 그건 마술인 걸로. 그럼 이제 진짜진짜 수업 시작하자?”


흠. 좋아. 20분밖에 안 남았지만, 이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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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18(수)

10:00


애들에게 화려하게 피로한 마술덕에 어젠 비교적 조용히 넘어갔다. 특기할 건 유달리 피곤해서 엉망으로 어지러진 집을 그대로 놔 둔채 쓰러져 잠든 거랑, 청소업체의 예약이 잔뜩 밀려있다 해서 방을 치우기로 한 예정을 이틀 뒤로 민 것 정도일까. 아침엔 당장 그 방을 치우지 않으면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강박감이 있었는데 하루가 지난 지금은 또 의외로 괜찮았다. 애들이랑 드잡이질을 한 덕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진 탓일지도. 살다보니 그것들도 한번씩 도움이 되는구나. 거참.


그래. 특별한 일 따윈 없었다.


애들한테 치이는 건 일상이니까.


"쌤!"

비교적 얌전히 1교시를 넘어갔나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2교시 수업벨이 울리자 마자 캐리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쌔애애앰!!!”

“또 왜! 자꾸 이러면 너네 아빠한테 전화한다!?”

“제 프라이드를 걸고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요!”

“수업깽판치는 데 뭔 프라이드 씩이나.”

“수업은 듣고 싶을때만 듣는다가 제 평생의 망조라서!”

"신조겠지! 그보다 네 이년. 솔직히 말해. 이제껏 그냥 넘어갔지만 오늘부턴 그냥 안 놔둘테다. 너 한자어 잘 모른다는 거 새빨간 거짓말이지? 그냥 나 놀리거나 말 실수 하면 얼버무릴 용도로 그냥 그런 척 하고 있는 거 뿐이지?”

소녀의 얼굴에 일순 흠칫하는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어, 음. 들켰나요..."

"내가 바본 줄 아냐!"

"근데 그 문제로 절 꾸중하시려거든 저희 아버님께 먼저 문의해주세요."

"엥? 윈터바텀씨에게? 그건 또 뭔소리냐."

"아버님 왈, 한국에선 말만 통하면 그이상 한국어에 능숙해 질 필요는 없다고... 아무리 말실수를 해도 나 웨쿡인이에요. 이나라말 찰모라요. 이러면 웬만한 건 넘어갈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 실제로도 열심히 실천하고 계신걸로 알고요."

"......"

"다만 교양있는 영국숙녀로서 차마 거기까진 못할 것 같아서... 전 기본적 세글자, 가끔 내킬땐 두글자 넘어가는 한자어에 대해서만 보이콧 하기로 했어요."

"...나중에 윈터바텀씨 모시고 학교 좀 오려무나. 삼자상담을 좀 해보자꾸나."


하아...

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답이 없다. 답이 없어.


"그리고 이제 그만 닥치고 수업 좀 듣자? 수업할 때 마다 왜 너네랑 이런 밀당을 해야 되는 거냐. 막말로 수업들어서 득 보는건 너네지 내가 아니다?”

"우우우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야유소리. 뭐, 이정돈 귀엽다.

“쌤. 순순히 자습을 시켜주시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딱히 걸고넘어질 게 없는 경우 이 악귀년이 사용하는 수법은 뻔하다. 대충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간 뒤에 화제를 수업이외의 것으로 끌고가서 시간을 때우는 그거. 초반엔 정말 많이 당했다. 대처법은? 무시하면 된다.

“자, 수학책 펴라. 오늘이 분수의 나눗셈 첫 시간이지?”

"이러심 곤란한데요."

"내가 저번시간에 따로 내 준 프린트는 다 해왔지? 뒤에서부터 걷어와."

“어쩔 수 없군요.. 여기까지 온 이상 오래오래 갈고 닦아왔던 저의 저, 저, 정가의 호모를 꺼낼 수 밖에요. 너무 잔인해서 참고 있었는데. 이게 다 순순히 자습을 시켜주지 않은 선생님 잘못이에요.”

이년, 내 태클혼에 불을 당기는구나. 선생씩이나 되어서 고의든 실수든 사자성어나 속담을 저따위로 쓰게 놔 둘 순 없다!

“네 이년! 전가의 보도다! 틀려도 꼭 그따구로 틀려야 겠냐!?"


작가의말

소녀가 사라진 일상(4)편이 조금 수정되었습니다. 일부 어색한 부분이 수정된 정도일 뿐, 내용전개가 달라진 것은 아니니 보셔도 좋고 안보셔도 무방합니다. 


감사합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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