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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8공모전참가작 제갈세가의 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신화진
작품등록일 :
2018.04.09 10:45
최근연재일 :
2018.06.12 06:05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593,732
추천수 :
17,413
글자수 :
298,162

작성
18.05.21 23:05
조회
3,645
추천
158
글자
9쪽

30. 하늘 밖의 하늘 (2)

DUMMY

“먹으라니. 으엑. 저걸 먹으면 체한다.”


희헌은 저런 거 먹으면 탈난다고 손까지 털면서 고개를 돌리다 흠칫했다.


언제부터 들은 건지 감자원이 가자미눈을 하고서 이쪽을 째려보고 있었다.


희헌이 반사적으로 호효의 뒤에 몸을 숨기자,


“주인?”


호효는 희헌이 자신과 놀아준다 생각하는지 해맑게 웃으면서 자기도 희헌의 뒤로 갔다.


“꼬리 잡나?”


‘아니야. 아니야. 넌 앞으로 가. 정면 보라고.’


희헌이 휙휙 손짓하는데도 멍청한 호랑이는 좋다고 웃기만 했다.


‘앞에 보라고!’


희헌은 입모양으로 최대한 의사를 전달하려 했으나, 어느새 감자원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뭐 나한테 할 말 있소?”


‘아... 씨.’


희헌은 속으로 속된 말을 뱉었지만 이미 감자원은 가까이 온 후였다.


“있습니다.”


피하기엔 늦은지라 희헌은 더 회피하길 관두고 퉁명스레 뱉었다.


“뭐요. 할 말 있음 대놓고 하시오. 아까부터 자꾸 쳐다보면서 속닥속닥. 기분 나쁘니까.”


“내가 그걸 댁한테 말해 줘야 합니까?”


감자원과 희헌 쪽을 힐긋거리던 일행이 희헌의 날 선 대답에 다들 놀라서 시선을 교환했다.


희헌은 좀 멍한 편이었다. 사람들을 대할 때에는 보통 예의를 차렸고, 충돌의 여지가 있으면 먼저 웃으며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지금의 대처가 무척 의외인 듯했다.


“댁?”


감자원은 감자원대로 희헌의 말투에 기분이 상해서 되물었다.


자기가 희헌의 가족을 거의 죽일 뻔 했단 걸 모르는 그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청년이 대놓고 싸가지없게 나오는 것 같아 몹시 불쾌했다.


“왜 갑자기 와서 시빕니까.”


그는 희헌이 되레 자기가 더 불쾌하다는 듯 구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희헌이 감자원을 지나쳐 가려 하자, 호효가 감자원과 희헌을 번갈아 보다가 얼른 희헌의 뒤를 따랐다.


“이봐.”


감자원은 잠시 인상을 찡그린 채 서서 희헌의 뒷모습을 노려보았지만, 역시 기분이 나쁜지 다시 희헌을 따라가며 불렀다.


“이봐.”


그래도 희헌이 계속 걷기만 하자, 옆에 있던 호효가 대신 감자원 쪽을 힐긋거리며 물었다.


“주인. 퇴마사가 부르는데?”


“씹어.”


“지금?”


호효가 입을 크게 벌리자 평범하던 이가 스르르 길어지며 짐승처럼 변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무시하란 뜻이다.”


“아.”


근처에 있다가 우연히 그 광경을 본 몇몇 무인들이 기겁해서 호효의 근처에서 떨어졌다.


먼발치에 있던 감자원은 호효의 입 안 사정까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새파랗게 어린 청년에게 모욕을 당하는 건 물론 무시당하기까지 했다는 데 기분이 몹시 상해서 작게 이를 갈았다.


“이래서 무림인들이란...”


.

.

.


“난 퇴마사들끼린 그런 거 있는 줄 알았는데. 동포애. 동질감. 동료의식 이런 거.”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서 ‘요괴와 닿았을 때 통증을 안 주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희헌은 고개를 돌렸다.


마교 교주의 막내제자인 탁리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씩 웃고 서 있었다.


“뭐가 말입니까?”


“소협도 퇴마사. 저쪽도 퇴마사. 근데 사이는 나쁘고. 이런 거.”


“아.”


출발한 지 하루가 지났는데, 감자원과 희헌이 충돌한 횟수만 벌써 여섯 번이었다.


평소에 사람들을 대할 때 순한 편인 희헌이 감자원을 상대로는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게 신기한지, 안 그래도 마교인들이 내내 소곤거리는 걸 희헌도 이미 알고 있었다.


설마 대놓고 물어보러 올 줄은 몰랐지만.


“말씀드렸잖아요. 전 퇴마사 아닙니다.”


희헌이 별거 아니란 듯 말하자 탁리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그치. 무림인이지? 소속은 마교고.”


“푸핫. 안 넘어갑니다. 저 학사입니다. 과거 볼 거예요.”


“흐음.”


“왜요?”


묘하게 웃은 탁리는 희헌이 앉은 나무둥치에 나란히 앉으면서 장난스레 말했다.


“기분 나쁘게 듣진 말았으면 하는데... 내가 볼 땐 소협이 막, 뭐야. 머리가 좋고 그러진 않거든?”


“기분 나쁘게 들리는데요.”


“내 말은, 소협의 재능은 전혀 엉뚱한 데 있는 것 같은데 왜 굳이 학문에 얽매이냐 이거지. 내 친우 중에 과거 시험에 붙은 애가 있는데, 소협.”


“예.”


“걘 맨날 서책만 잡고 살았어.”


“......”


“근데 내가, 소협은 서책 보는 걸 한 번도 못 봤어. 진짜 과거를 볼 마음이 있긴 한가, 사실 의심스러울 정도네.”


‘허허 실실해 보이는 양반이 의외로 예리하네.’


“무공 배우는 중이잖아요. 하나 배울 땐 하나를 확실히 배워야지요.”


“뭐. 그것도 그렇지.”


탁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다가 힐긋 호효 쪽을 보며 물었다.


“근데 저쪽은- 뭐 먹을 건 따로 안 챙겨줘도 되나? 출발하고 나서 내내 아무 것도 안 먹던데.”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프다고, 마교인들 중 하나만 잡아먹으면 안 되냐고 내내 졸랐던 호효가 퀭한 눈으로 탁리를 쳐다보았다.


“알아서 먹을걸요. 괜찮습니다.”


희헌이 얼른 둘러대자 탁리는 “그래.” 하고 희헌의 어깨를 툭 두드리고 갔다.


희헌은 탁리의 뒷모습을 잠시 보다가, 다시 모닥불을 쳐다보며 하품했다.


그런데 다시 저벅저벅 큰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소리가 거의 날 듯 말 듯 가벼운 탁리와는 아예 다른 발소리였다.


뭐야... 인상 찡그리고 돌아보자, 예상한대로 감자원이었다.


또 뭐 하자고 온 거야. 희헌이 인상을 더욱 구기자, 감자원이 오자마자 물었다.


“퇴마사요?”


“혹시 대화 엿들으셨습니까? 그럼 제가 퇴마사 아니라고 한 부분은 안 들리던가요?”


“대화 안 엿들었소. 다른 사람들한테 들었지.”


“퇴마사 아닙니다.”


“퇴마술과 무공을 동시에 배운다던데.”


‘이 마교인들. 이젠 비밀 아니라고 다들 막 말해주나 보네.’


무림맹에 가는 길에는 그래도 다 비밀 지켜주는 분위기더니...


‘하긴. 그래도 하루 동안이나 몰랐던 게 어디야.’


희헌이 잠시 대답을 안 하는 사이, 감자원이 비웃는 소리를 냈다.


‘비웃어?’


희헌이 눈에 힘을 주고 쳐다보자, 감자원은 같잖다는 듯 희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림인들이 아무리 무식하다지만 이런 사기에 걸리다니... 무공을 배우면 단체로 뇌가 고장이라도 나나.”


“사기?”


“퇴마술을 익히면 무공을 익힐 수 없고, 무공을 익히면 퇴마술을 익힐 수 없는 건 기본 법칙이란다. 사기를 쳐도 작작 쳐야지.”


“내가 사기를 치는지 아닌지 그쪽이 뭘 안다고 그럽니까?”


“말했을 텐데? 퇴마술과 무공을 동시에 익힌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몇 백 년 간. 근데 별 희한한 게 자기가 그걸 깼다고?”


“하늘에 간 사람이 없다 해서 하늘이 없는 건 아니죠.”


“!”


“남의 뒤통수나 쫓아다니는 사람은 평생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겠지만.”


희헌이 그가 아까 비웃던 모양을 똑같이 흉내 내며 조롱하자, 감자원이 눈썹을 꿈틀했다.


두 사람이 또다시 싸우려는 분위기였으나,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어제부터 내내 이랬기에 다들 그러려니 지나가는 눈치였다.


희헌 역시도 그냥 이러고 말겠지, 하는 기분으로 나무둥치에서 일어서는데, 의외로 감자원이 어깨를 탁 치며 붙잡았다.


“퇴마술을 익혔다면 너도 퇴마사들의 비무를 알겠지?”


희헌이 인상을 찡그리고 쳐다보자, 그가 웃었다.


“둘 다 익히셨단 새끼가, 둘 중 하나로 못 싸우진 않을 거야. 그렇지?”


웃던 얼굴이 순식간에 서늘해졌다.


“거슬렸는데 퇴마사라니 잘 됐다. 겨뤄보자.”


"비무를 신청하시는 겁니까?"


"그래."


희헌도 비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제갈세가에 있을 때 2년 간 수시로 보아 온 게 비무였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좋습니다."


흔쾌히 승낙한 희헌은 태연한 자세로 물었다.


"어디서 할까요?"


무림인들끼리는 몰라도 퇴마사와의 비무에선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채찍 쓰는 건 아직 안 배웠지만 경공술과 보법은 주구장창 익혀댔지 않은가.


저 대단한 요괴인 호효와도 속도로는 꿇리지 않았으니, 아예 무공을 익히지 않은 감자원이라면...


'껌이지.'


희헌은 태연한 태도에 감자원이 입꼬리를 수상쩍게 올렸다.


"여기서 시작하지."


"지금?"


"그래."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희헌은 바로 경공술을 이용해 앞으로 훅 튀어나가 가속도가 붙은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선빵!'


감자원은 맥 한번 추지 못하고 대번에 뒤로 발라당 넘어갔다.


설마 진짜 싸울 줄 몰랐던 마교인들이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보다 오오 소리를 냈다.


희헌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감자원을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더 싸울 것도 없었다. 이미 승패는 결정난 거나 다름없었다.


"이 비겁한... 퇴마사 비무로 하자니까!"


'응? 이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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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하늘 밖의 하늘 (2) +27 18.05.21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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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5. 가짜 퇴마사 (2) +9 18.05.09 3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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