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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8공모전참가작 제갈세가의 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신화진
작품등록일 :
2018.04.09 10:45
최근연재일 :
2018.06.12 06:05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593,439
추천수 :
17,413
글자수 :
298,162

작성
18.05.20 18:05
조회
4,129
추천
167
글자
11쪽

30. 하늘 밖의 하늘 (1)

DUMMY

“...혹시 그 감자원이, 꼭두각시 감자원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응? 맞는데. 왜. 아는 사이더냐?”


아는 사이냐고? 아는 사이 정도가 아니지. 희헌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감자원은 예전에 희헌과 설하가 청후를 찾아 나섰을 적, 길을 안내해 주겠다 하고서는 야산에 데려가 요괴에게 밀어넣고 튄 놈이었다.


당시엔 개였으니 감자원과 만난다고 해서 그가 알아볼까 봐 걱정이 되진 않았지만, 설하가 그곳에서 죽었을 수도 있었단 생각을 하면 아직도 이가 갈렸다.


하지만 대외적으론 만난 적이 없는 사이이기에, 희헌은 이런 이야기를 하진 못하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니요. 하지만 유명하잖습니까 원래. 안 좋은 쪽으로.”


“하하. 성격이야 좀··· 소문이 나쁘지.”


“다른 퇴마사를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희헌에게 감자원은 좋게 봐줘야 따라쟁이고, 사감을 빼고 말해도 그냥 사기꾼이었다. 뛰어난 솜씨로는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감자원에 대한 차 대주의 말은 뜻밖이었다.


“누굴 따라하는 게 좀 이상하게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실력은 12천에 거의 근접하다고 하지 않느냐. 12천을 불러올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자들이야 워낙 신출귀몰하고, 개중 행방이 알려진 이들은 다들 다른 곳에 머무는 중이니.”


‘12천에 가장 근접한 실력자라고?’


희헌은 경악해서 차 대주를 보았으나 차 대주는 농담하는 투가 아니었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분명 당시에도 팔 요괴가 감자원 쪽으론 아예 안 갔던 것 같기도 한데··· 가지 않은 게 아니라 가지 못한 거였나?’


희헌은 오만상을 구겼다. 그래도 감자원은 역시 싫었다.


하지만 자신이 다른 퇴마사를 구해다 줄 것도 아니고 마교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면서 사감으로 반대할 수는 없었다.


결국 희헌은 탐탁지 않은 기분을 숨기고 입을 꾹 다물었다.


.

.

.


마교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란 희헌의 예상대로, 그로부터 이틀 후 일행은 맹을 떠나게 되었다.


그래도 혹시나. 혹시나 신겸에게 둥둥이의 모습을 한 번 더 보여주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희헌은, 아쉬움을 삼키며 신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감기 걸리니까 새벽에 수련 나갈 땐 상의 입고 나가세요.”


“?”


“밑에 동생 두 분이 계시다 들었는데, 혹시 건강이 어떠한지?”


“튼튼합니다. 근데 그건 왜···?”


“적당한 편식이야 있을 수도 있지만, 야채만 다 골라내고 먹진 말라 하세요. 둘 다요.”


“예? 예.”


“힘들거나 도울 일이 있거든 꼭 절 찾아오시고.”


신겸이 영문 모를 얼굴로 네 네 대답하는 동안, 주위의 다른 정파 청년들도 만만치 않기 어리둥절해져서 희헌을 쳐다보았다.


작별 인사를 하러 와서는 잔소리를, 그것도 가족 간에 오가는 잔소리를 하고 있으니 저게 뭔 일인가 싶단 표정들이었다.


그걸 빤히 보고 있던 식려가 손을 들더니, 조금 기대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희 대협. 나는 뭐 해 줄 말 없소?”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도 지금도 식려는 귀찮았던 희헌은 단호하게 대답하며 돌아섰고, 식려는 기시감에 인상을 찡그리고서 중얼거렸다.


“···이 소외감. 어디서 많이 느껴본 소외감인데.”


잘 때 이불 차지 말고 자라, 너무 무리해서 수련하다가 몸살 난다, 엄마가 보약 챙겨 주시는 거 쓰다고 반만 먹고 반 버리지 마라, 니 후기지수 친구 중에 월영이 노리는 녀석이 있는데 걔는 절대 반대다, 설하한테 단 음식 좀 적당히 먹으라 전해달라 등등 더 잔소리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희헌은 여기서 더 사적인 당부를 했다가 사람들이 자신을 오지랖 넓은 개로 볼까 봐 적당히 “건강하세요.” 로 마무리 짓고 돌아섰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옮겨 정문으로 가자, 이미 마교 일행들은 죄다 모여 있었다.


“아. 저 기다리셨습니까?”


희헌이 뒤늦게 미안해져서 급히 달려가자 탁리가 손을 저었다.


“괜찮네. 어차피 고용한 퇴마사도 아직 안 왔으니까.”


“고용한 퇴마··· 아. 감자원.”


싫은 이름에 자동적으로 미간이 구겨지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누군가 “저기 옵니다.”라고 작게 말했다.


고개를 돌리자 청후처럼 흑색 장포를 입고 허리에 화려한 검을 찬 감자원이, 전의 야비했던 행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진중하고 온아한 분위기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희헌은 괜히 속이 더 비틀렸으나, 차 대주는 정중하게 감자원에게 말을 걸었다.


“감자원 대협이시오?”


“그렇소.”


“어서 오시오. 기다렸소이다.”


간부 몇 몇과 인사를 나누던 감자원의 시선이 힐긋 희헌과 마주쳤다.


순간 희헌은 감자원이 청후처럼 ‘넌 인간이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건 아닌가 긴장했으나, 감자원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바로 탁리와 인사를 나누었다.


‘12천에 근접하기는 무슨. 개뿔.’


이번에는 감자원이 자신이 인간이 아닌 걸 알아볼 경우를 미리 대비하긴 했으나, 각오를 했으면서도 잠시 자신이 긴장했다는 게 더욱 속이 상해서 희헌은 속으로 더 툴툴거렸다.


.

.

.


출발한 지 이 각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차 대주와 탁리가 감자원에게 현재 마교 내 결계에 대한 상황을 알리고 있는 사이, 희헌은 슬쩍 뒤로 빠져 거리를 벌린 다음 호효에게 작게 물어보았다.


“저 퇴마사는 실력이 어느 정도이냐?”


“저 흑포 입은 퇴마사 말하나?”


“그래. 내 눈엔 퇴마사는 다 거기서 거기라 구분이 어렵구나.”


당시 무해한 개구리 요괴를 그냥 죽여버리던 감자원이 생각나서, 붉은 여우 요괴에게는 따로 오라고 말해 둔 터라 희헌과 함께 가는 건 호효 뿐이었다.


호효를 남기면서도 감자원 때문에 좀 불안하긴 했는데, 의외로 감자원은 호효가 요괴라는 것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런 걸 보면 청후보다는 확실히 실력이 없는데··· 청후는 웅가가 요괴란 걸 보자마자 알아봤잖아? 아. 하지만 청후는 웅가와 이미 알던 사이 같았으니 예외인가? 아냐. 그래도 청후가 실력은 앞서겠지. 그자는 내가 인간이 아니란 걸 한 눈에 알아봤는데.’


호효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이렇게 보아선 나도 모르겠다.”


“그러하냐.”


“하지만 인간들이 12천이라 부르는 퇴마사도 이긴 나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난 퇴마사 따위에겐 지지 않는다.”


호랑이를 걱정한 게 아니었지만, 희헌은 호효가 민망할까 봐 그럼 다행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려 주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묻는 건가, 주인? 먹으려고?"


.

.

.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품 안에는 아직 어린 아기를 안고 있었다.


그 뒤를 가재처럼 생긴 요괴가 빠르게 쫓았다.


가재처럼 생겼다지만 그 크기가 사람의 두 배는 될 법한 크기였기에, 위압감은 어마어마했다.


깊은 산속은 아니지만 주위에 민가 하나 없는 외진 마을의 밤은 산 속만큼 어두웠다.


컴컴한 어둠을 뛰어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여자는, 제 아픈 것도 잊고 아기를 품에 꽉 안았다.


코앞까지 다가온 가재 요괴의 커다란 집게가 위로 솟구쳤다.


여자는 아기가 보이지 않도록 제 등으로 집게를 받아내려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갑자기 가재 요괴가 비틀하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여자가 고개를 돌려 보니, 가재 요괴가 한쪽 눈에 가는 철심이 박힌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다시 날아온 철심은 가재 요괴의 다른 쪽 눈에 박혔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 가재 요괴는 옆으로 비틀 비틀 움직이다 쿵 넘어지더니, 이윽고 완전히 오그라들어 버렸다.


아기가 우앙 울음을 터트렸다.


여자는 아기를 안은 채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힘이 빠진 다리는 제대로 두 사람을 지탱해주지 못했다.


비틀거리며 자갈밭을 손으로 더듬고 있자니, 소매가 아주 긴 백색 장의 차림의 남자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괜찮으신지?”


“감사, 감사합, 니다.”


남자의 손을 잡고 일어선 여자는 간신히 입을 열었으나, 아직 공포가 가시지 않아 목소리가 자꾸 뚝뚝 끊어졌다.


남자는 가엾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강한 무림인들도 야밤엔 돌아다니길 꺼리는데. 아기를 안고 이런 곳을 돌아다니면 위험합니다, 부인. 요괴들의 표적이 되기 쉬워요.”


“하지만 병부가 위중하여 급히 의원을 찾아야···”


“이런. 부군이 많이 아프십니까?”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잠시 미간을 찡그리고 고민하다 물었다.


“의원까지 거리가 멉니까?”


“이, 이웃, 마을 초입 부근에···”


“그 정도 거리라면 괜찮겠군요.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여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인사하자 남자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켜 주고는, 그녀를 마을 앞이 아니라 의원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여자가 몇 번이나 거듭 감사하다 인사하고서 급히 의원을 찾아 들어가자, 남자는 그 뒷모습을 잠시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등을 돌려 걸었다.


몇 걸음을 걸어가자, 잠시 후 옆에서 잔망스레 웃는 소리가 났다.


어느새 남자의 옆에 보일 듯 말 듯 반투명한 형체가 서 있었다.


[너는 서타사와 정말 다르구나. 그리 마음이 약해서야 계획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흑경.]


형체가 남자를 ‘흑경’이라 부르며 속닥거리자, 흑경은 무거운 목소리로 자조했다.


“···무림인이 아닌 이들에겐 최대한 피해를 주지 말아야지요. 그들이 무슨 죄입니까.”


[흥. 인간들 따위. 관심 없다.]


“......”


[빨리 가자. 네가 자꾸 이 인간 저 인간 돕는답시고 한눈을 파니 우리가 맨날 지각하지 않느냐.]


“가봐야 그 얘기가 늘 그 얘기인걸. 무슨 상관입니까.”


요괴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렇지. 하지만 이번엔 재미난 이야기도 하나 있을 거다.]


“왜요. 12천이라도 죽었답니까.”


[무림맹에 무공과 퇴마술을 동시에 익힌 자가 나타났다는구나.]


흑경이 잠시 멈칫하며 섰다가 곧 무언가를 떠올리곤 물었다.


“혹시··· 전에 유백무가 말한 그 사기꾼과 동일인입니까? 마교를 속이고 있다는?”


[마교에서 무림맹에 온 손님 중 하나였다니 같은 자겠지.]


요괴가 재밌어 죽겠다는 듯 신이 나서 외쳐댔다.


[무림맹과 마교를 상대로 사기를 치다니 참으로 배포가 큰 인간이 아니냐!]


“사기가 아니라면···”


[그건 그것대로 재미나겠지. 정말로 그런 존재라면 우리가 하는 일에 큰 도움을 줄 수도, 완전히 방해가 될 수도 있는 놈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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