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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8공모전참가작 제갈세가의 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신화진
작품등록일 :
2018.04.09 10:45
최근연재일 :
2018.06.12 06:05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593,971
추천수 :
17,421
글자수 :
298,162

작성
18.05.17 21:05
조회
4,213
추천
182
글자
9쪽

29. 외나무다리는 아니지만 (1)

DUMMY

“아... 그래.”


[......]


‘근데 왜 쳐다보는 거지?’


희헌이 왜 저러나 싶어 쳐다보자, 호랑이 요괴가 어흥 어흥 헛기침을 하더니 슬쩍 물었다.


[나도 따라가 줄까.]


“괜찮다.”


호랑이 요괴는 희헌의 단답에 좀 상처 받은 듯, 풀이 죽어서 바닥에 턱을 깔고 누웠다.


희헌은 어깨에 입은 상처가 다 나은 걸 확인하고서 슬슬 돌아가기 위해 일어서려다가, 그 모습이 괜히 신경 쓰여서 곤란한 목소리로 물었다.


“따라오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솔직하게 대답하면 될 것을. 호랑이 요괴는 수염을 빳빳이 세우고 인상을 쓴 채 머뭇거리다가 희헌의 어깨 너머로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여우 요괴가 눈치 좋게 나섰다.


[제, 제가 따라가고 싶은가 봅니다!]


‘저 호랑이. 자존심 한 번 되게 강하네.’


희헌은 한숨을 내쉬고서 도로 자리에 앉았다.


“생각 좀 해 보자.”


따라가고 싶어 하는 게 여우 요괴가 아니라 호랑이 요괴라는 건 티가 너무 확실하게 나고...


희헌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호랑이 요괴의 수염을 쳐다보며 고민한다.


사실 호랑이 요괴 때문이 아니라도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가 있긴 했다.


원래는 돌아가는 길에 천천히 걸으며 생각하려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지금 생각하는 것도 나을 터.


희헌은 주루에서 멋들어지게 호랑이 요괴를 꾸짖은 자신의 발언을 떠올리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무림맹으로 돌아가면 보나마나 내가 퇴마사란 게 다 알려져 있겠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요괴를 데리고 나갔으니까.’


그러니 호랑이 요괴를 데리고 돌아가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호랑이 요괴가 이미 얼굴이 팔리긴 했어도 식신으로 만들었다고 둘러대면 된다.


식신을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지만, 그건 다른 무림인들도 모르긴 마찬가지일 터. 게다가 퇴마사들마다 퇴마 방법은 다 제각각이라지 않던가.


‘문제는 신겸인데···’


앞으로 퇴마사 겸 무림인이 나타났단 소문이 도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겠지.


소문이 돌지 않더라도 은혜를 입은 신겸은 제갈세가에 이 일을 이야기 할 확률이 컸고, 희헌의 이야기를 들은 제갈세가에서는 두 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려니 넘어가거나.


‘희헌’은 서쪽 대요괴 이름이 아니냐며 의심하거나.


희헌은 살랑거리는 호랑이 요괴의 꼬리를 쳐다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제갈세가 가주와 청후로 인해 혹시 자기가 무림에서도 대요괴 취급을 받으면 어쩌나, 잠시 걱정이 들었다.


‘어?’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뜻밖에도 곧장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 왜 여태 이걸 생각 못 했지?”


전에는 퇴마사와 요괴, 무림인에 대해 아는 게 아예 없다보니 이런 생각을 해내지 못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그 세 관계성을 잘 이용하면, 제갈세가에서 혹시 자신의 이름이 대요괴의 이름인 데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가주 부부의 오해까지 풀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 외 다른 사람들에게 더 오해를 당하진 않을 확실한 방도가 있었다.


‘일이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아니, 그대로 안 흐르고 약간 새어나가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인?]


“그렇게 되면 내가 신겸을 구했단 이야기를 제갈세가에서 먼저 듣게 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주인?]


희헌이 말없이 생각만 하고 있자, 호랑이 요괴가 애가 타는지 자꾸만 재촉했다.


“좋다.”


마침내 희헌이 고민을 끝내고 흔쾌히 대답하자, 호랑이 요괴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날 데려갈 건가?]


"날 따라가고 싶은 건 여우이지 않느냐. 그럼 여우를 데려가야지."


[여, 여우는 내가 없으면 못 산다.]


[제가요?]


어리둥절해서 되묻는 여우 요괴와, 여우 요괴에게 무언가 눈짓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호랑이 요괴를 보며 희헌은 다시 한 번 머리를 굴렸다.


마교로 돌아갈 때까지 퇴마술과 무공이 동시에 가능하단 건 비밀로 하려 했지만. 이미 그건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에게 퇴마사 겸 무림인으로 알려지면 좋든 싫든 유명세를 타게 될 거고, 그러면 무언가 솜씨를 발휘해야 할 때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고통 능력 덕에 요괴들과의 전투는 제법 자신 있으나, 무림인과 싸우면 여전히 불리했다.


그러니 한순간에 무공의 고수가 될 게 아니라면 인간들과의 전투에 유리한 호랑이 요괴를 데리고 다녀도 좋지 않을까...


‘나중에 웅가까지 데려와서 곰과 호랑이를 양 옆에 끼고 다니면 불필요한 충돌은 줄어들겠지. 오해를 사지 않는 데에도 스스로를 지킬 힘은 필요하니까.’


설령 차 대주가 기지를 발휘해 무림맹에다 희헌을 무림인이 아니라 순수 퇴마사라 소개했다 하더라도, 오히려 괜히 화젯거리가 되지 않으니 더 좋으면 좋았지 호랑이 요괴를 데려가는 게 문제되진 않을 터.


“둘 다 데려가마.”


희헌이 흔쾌히 대답하자 호랑이 요괴가 발딱 몸을 일으켰다.


“대신.”


그 신난 얼굴을 향해 희헌은 단단히 경고했다.


“난 지금 인간 흉내를 내며 유희하는 중이니, 넌 날 따라다닐 때 가끔씩 내 식신 흉내를 해야 한다. 알겠느냐?”


[식신이라면 그, 퇴마사들 옆에서 콩고물 받아먹으며 알랑방귀나 뀌어 대는 이상한 요괴를 말씀하시는 건가?]


“그래.”


[이 몸에게 그런 하찮은 흉내를 내라고!]


“그래.”


[이 몸에게!]


“싫으냐?”


[얘로 해라. 얘로.]


호랑이 요괴가 여우를 희헌 쪽으로 밀자, 붉은 여우 요괴가 작은 손을 들며 자진 납부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주인님.]


“여우가 식신 노릇을 하는 거야 상관은 없다만. 그러면 호랑이 넌 못 쫓아온다.”


[어째서!]


“넌 얼굴이 다 팔렸잖아. 설마 호랑이 모습으로 쫓아다니려고?”


[인간들에겐 안 보이게 하고서 쫓아다니면 되지!]


‘어··· 가능한 건가?’


그러고보니 요괴들이 인간형으로 있을 땐 퇴마사가 아닌 이들도 모두 다 요괴를 볼 수 있는 것 같았지만, 인간 형태가 아닐 땐 좀 달랐다.


사람들은 대부분 요괴를 보지 못했으나 간혹 요괴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


요괴들이 인간들을 놀라게 하면서 즐거워한단 이야기도 있으니, 어쩌면 요괴들은 자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드러냈다 감췄다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혹은 어느 정도로 강한 요괴들만이 그게 가능하다거나.


“인간형으로도 모습을 감출 수 있느냐?”


[인간형일 땐 그게 안 된다.]


희헌은 호랑이 요괴의 커다란 덩치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역시 안 된다. 넌 식신으로 따라오는 거 아니면 안 돼.”


[...식신은 뭘 하는 건데?]


“내 허락 없이 사람들을 해치지 않으면 된다.”


[그 뿐?]


“내 말에 적당히 따르는 시늉도 하고.”


선택은 네가 하란 눈으로 빤히 보자, 호랑이 요괴는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울적해져서 침울하게 수염을 늘어뜨렸다.


[좋다. 식신 흉내를 내겠다.]


.

.


인간 형태로 변한 호효는 여우를 품에 안은 채 옆에서 걸었고, 희헌은 둔갑을 하며 멋들어진 옷까지 같이 만들어 낸 호효를 곁눈질하며 괜히 부루퉁해져서 걸었다.


아까는 다급하게 오느라 몰랐는데, 상황이 진정되고 나니 자신은 나신에 겉옷뿐이고 신발조차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탓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걸어가고 있자니 호효가 문득 물었다.


“웅가는 어디에 있나, 주인?”


“사정이 있어서. 잠시 다른 데.”


“흠.”


“그러고보니 너. 아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웅가랑 아는 사이더냐?”


‘곰과 호랑이. 단군신화. 혹시 되게 사이 나빴다던가···’


“부모님들이 알고 지내셔서. 자연스레 어린 시절부터 얼굴을 텄다.”


“···아.”


‘의외로 평범한 사이네.’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자니, 호효가 은근하게 물었다.


“웅가는 좀 둔하지 않나, 주인?”


“글쎄? 믿음직하고. 과묵하고. 멋지던데.”


“흥. 그건 다 내숭이다, 주인. 속지 마라. 그 녀석이 겉만 순하지, 쑥만 처먹고도 백일을 버틸 만큼 독한 놈이니까.”


“?”


웅가의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둘은 성 안으로 돌아왔고, 희헌은 곧장 맹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잔뜩 각오했던 게 허무하게도, 희헌은 맹의 정문에서 잡혔다.


손님용 패를 소지하지도 않은 데다가 희헌의 얼굴도 모르다보니, 문지기가 정문에서 희헌과 호효를 통과시켜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랑이를 벌이고 있자니, 다행히 전에 마교 사람들을 안내해 준 이가 안쪽을 지나가는 게 보였다.


"저기요!"


희헌은 얼른 소리 높여 그를 불렀다.


막상 부르면서도, 그땐 아주 잠시 보았던 거니 자기 얼굴을 까먹었을지도 모른다 여겼다.


“아? 아! 대협은!”


하지만 의외로 안내자는 먼발치서 희헌을 알아보는 건 물론, 아예 호칭까지 바꿔 외치고는 허둥지둥 달려왔다.


전에는 희헌이 신겸을 보며 혼자 울자 미친놈 보듯 하더니, 오늘은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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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29. 외나무다리는 아니지만 (3) +14 18.05.19 175 0 9쪽
73 29. 외나무다리는 아니지만 (2) +14 18.05.18 39 0 8쪽
» 29. 외나무다리는 아니지만 (1) +15 18.05.17 48 0 9쪽
71 28. 호랑이 요괴 (3) +38 18.05.16 13 0 8쪽
70 28. 호랑이 요괴 (2) +34 18.05.15 34 0 8쪽
69 28. 호랑이 요괴 (1) +26 18.05.14 38 0 9쪽
68 27. 하나 둘이 아니다 (3) +33 18.05.13 27 0 9쪽
67 27. 하나 둘이 아니다 (2) +12 18.05.13 3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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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26. 정사협의 (1) +15 18.05.10 3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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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25. 가짜 퇴마사 (2) +9 18.05.09 36 0 8쪽
60 25. 가짜 퇴마사 (1) +18 18.05.08 1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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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24. 결계 (1) +9 18.05.07 3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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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23. 내 사람이 되어라 (2) +15 18.05.06 41 0 8쪽
54 23. 내 사람이 되어라 (1) +16 18.05.05 3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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