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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8공모전참가작 제갈세가의 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신화진
작품등록일 :
2018.04.09 10:45
최근연재일 :
2018.06.12 06:05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593,733
추천수 :
17,413
글자수 :
298,162

작성
18.05.14 21:05
조회
4,207
추천
159
글자
9쪽

28. 호랑이 요괴 (1)

DUMMY

희헌은 지나가면서 신겸 쪽을 힐긋 쳐다보았다.


피를 많이 흘려 반쯤 눈이 풀린 신겸은, 희헌이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마교 측 사람이란 걸 알아본 건지 눈이 커다래졌다.


희헌은 일부러 말을 걸지 않고 곧장 주루를 빠져나왔다.


혹시라도 호랑이 요괴가 뒤에서 공격하면 바로 붙잡기 위해 온 몸을 긴장시켰으나,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희헌은 주루에서부터 이어진 길을 따라 쭉 큰길로 나오다가, 큰길에서 싸우면 안 된다 싶어 다시 샛길로 들어섰다.


“......”


하지만 나오긴 했는데. 가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일단 계속 쭉쭉 걸어갔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근데 호랑이 요괴, 잘 따라오고 있긴 한가?


희헌이 걸어가다가 슬쩍 돌아보자, 뒤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채 쫓아오던 호랑이 요괴가 움칠했다.


그 뒤에서 줄지어 따라오던 붉은 여우 요괴도 덩달아 움칠했다.


‘의외로 잘 따라오네.’


희헌이 두 요괴를 빤히 보다가, 다시 앞서서 걸어가자 뒤에서 두 요괴가 또 졸졸 쫓아왔다.


인적 드문 곳에 제 발로 걸어가면서도, 주위에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희헌은 심장이 점점 더 콩닥콩닥 뛰었다.


“네놈님이 주인님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걸어가고 있자니, 호랑이 요괴가 별안간 뒤에서 구시렁거렸다.


돌아보자 호랑이 요괴가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호랑이 요괴가 괜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다가 돌연 호랑이 요괴가 부리부리한 시선을 들더니, 희헌을 빤히 보다 눈을 번뜩이며 웃었다.


“역시! 넌 주인님이 아니구나! 눈가에 눈물자국이나 닦아라! 어느 주인님이 운단 말이냐!”


아까 희헌이 사람으로 변하기 위해 머리를 박아대며 흘린 눈물 자국이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희헌은 잠시 당황했으나, 흔들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단 각오로 차분하게 쏘아붙였다.


“이 눈물은··· 교육자의 눈물이다.”


스스로도 개소리란 건 알았으나, 새 요괴의 말에 따르자면 ‘주인님’은 호랑이 요괴가 저럴 때마다 뻥뻥 걷어차 주며 따끔하게 버릇을 고쳐주었다지 않는가.


다행히 통한 건지 여우 요괴가 호랑이 요괴의 뒤에서 작게 속삭거렸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 하셔요, 호효님. 또 체면만 상하실까 걱정됩니다.]


“시끄럽다!”


[어후···]


호랑이 요괴와 여우 요괴가 구시렁거리는 동안, 희헌은 온갖 생각을 다 했다.


도망칠까? 아니야. 일단 잡히면 무력화가 가능하니, 걷다가 확 잡아챌까? 악수하자고 손 달라 하면 줄까? 미쳤군. 줄 리가. 귀안길로 도망가면 어떨까?


‘아니야··· 아니다. 주인님이 되기로 결정한 이상 끝까지 도망칠 수만은 없어.’


희헌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저 호랑이 요괴도 무시무시하지만, 저보다 더 무시무시한 대요괴 ‘신님’과의 전투가 확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저 호랑이 요괴조차 이기지 못한다면 ‘신님’에게는 턱도 없을 터.


대요괴인 ‘신님’과는 이미 몇 백 년의 격차가 있으니, 희헌이 아무리 열심히 수련한다 한들 ‘신님’과 싸울 때에도 늘 이쪽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일 것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란 말로 매번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결국 희헌은 마음을 다잡고서 오솔길이 나지 않은 숲으로 들어섰다.


거의 해가 다 져 갈 무렵이어서, 사방에서 조금씩 다른 요괴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에 도착하자, 말하지 않았는데도 여기가 전투가 벌어질 장소란 걸 알았는지, 한 줄로 졸졸 따라오던 호랑이 요괴가 어슬렁거리며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희헌이 돌아보자, 호랑이 요괴는 전투를 앞선 야수처럼 허리를 약간 숙인 채 눈을 빛내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냐.”


“그래.”


희헌은 냉담한 척 대답하고서 거추장스러운 겉옷을 훅 벗어던졌다.


[컁!]


그러나 갑자기 붉은 여우 요괴가 눈을 가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바람에, 희헌은 투지를 불태우다가 맥이 빠져서 인상을 찌푸렸다.


왜 저러나 싶어 보자, 호랑이 요괴가 크흐흐흐 웃으며 중얼거렸다.


“맨살의 범위를 늘여서 나를 온 몸으로 잡아챌 속셈이로군. 제법 대가리를 굴리고 있어. 과연 주인님. 아니, 주인님을 사칭하는 자 답다.”


‘아!’


그제야 자신이 나체에 겉옷만 걸친 채였단 걸 기억해낸 희헌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다시 겉옷을 주워들어 걸쳤다.


“뭐냐. 왜 다시 입어.”


“생각해보니 이 정도 치렁치렁한 옷은 걸쳐 주어야 우리 수준이 맞지 않겠느냐. 나는 너무 쉽게 이기는 건 재미없다.”


둘러댄 말인데. 이 말이 호랑이 요괴를 제대로 자극한 모양이다.


“괘씸한!”


호랑이 요괴는 눈썹을 꿈틀하더니, 입을 커다랗게 벌리며 휙 원을 돌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사내는 사라지고 어마어마한 덩치의 커다란 호랑이가 나타났다.


요괴 모습을 취한 걸 보자 그는 더욱 시베리아 호랑이를 닮아 있었다.


그 흉흉하고 거대한 형태에, 희헌은 본능적으로 공포심이 쭈욱 타고 올라왔다.


‘미쳤다 미쳤어. 저걸 잡는다고?’


희헌은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를 떠올렸다. 그곳의 꼭대기에 올라간 듯 오금이 저렸다.


하지만 그렇기에 계속 돌진해야 했다.


공포식은 극에 달았지만, 멋대로 내렸다간 더욱 크게 다칠 상황이니까.


희헌은 일단 저 다리통에라도 매달리잔 마음으로, 경공술을 발휘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저 녀석은 근접형이다. 내가 상대하는 데 있어 가장 유리한 유형! 저 녀석조차 잡지 못하면 신님과는 대결할 수조차 없어!’


순간 속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 희헌은 무작정 호랑이 요괴를 잡는 데 몰두했다.


속전속결이 최선이었다.


꼬리든 다리든 수염이든 일단 잡으려 들자, 호랑이 요괴는 거기에 대응해 털끝 하나 안 닿으려고 요리조리 손이며 꼬리를 삭삭 빼냈다.


웅장하게 변신할 때와 달리 호랑이 요괴도 여기 깡충 저기 깡충하는 게 영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도망 다니기 급급한 그 모습에 희헌은 약간이지만 희망이 솟았다.


‘이길 수 있다! 이대로라면···!’


희헌은 더욱 속도를 내어 호랑이 요괴에게 닿기 위해 노력했다.


그 순간.


잡고 잡히는 동작이 잠시 끊어진 틈을 타, 바위 위로 펄쩍 올라간 호랑이 요괴가 확 돌아서며 크허헝 입을 쩍 벌리며 포효했다.


“큭.”


눈앞이 흔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소리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싸움을 관전하던 붉은 여우가 놀라 도망쳤다.


소리를 듣자마자 희헌은 비행기를 타고 높은 고도에 올라갔을 때 귀에서 느껴지는 그 찢어질 듯한 통증을 받았다.


동시에 균형을 잡는 게 힘들어졌다.


비틀거리며 간신히 자세를 잡자 귀에서 무언가 주르륵 흘렀는데, 손으로 쓸어 보니 벌건 피가 묻어 나왔다.


‘소리를 이용해 공격했어?!’


사기였다.


근접형이라고만 생각한 호랑이 요괴가 포효를 이용해 공격할 수 있다는 데 희헌은 완전히 당황했다.


이쪽은 아직 제대로 채찍을 배우지 못했기에 원거리 공격이 불가능한데. 무기도 없는데.


심지어 호랑이 요괴는 희헌과 무조건 거리를 두려 하기에, 예전에 초록색 요괴들에게 고통을 전달하는 데 썼던 쇠사슬 같은 매개체조차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잠시 좌절하는 희헌을 보며, 호랑이 요괴가 다시 울부짖었다.


“내가 호랑이다! 크허헝!”


두 번째의 통증이 더욱 강하게 찾아오며 시야가 반으로 쩍 갈라졌다.


호랑이 요괴가 울부짖는 소리는 딱 새 요괴가 말한 그 짝이었다.


[그 호랭이가 하는 짓거리가 으헝 나 잘났다, 으헝 산 내놓아라, 으헝 내가 바로 호랑이다! 맨날 지랄 터는 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희헌은 뒤늦게야, 새 요괴가 호랑이 요괴를 흉내 낸 게 단순히 과장을 했던 게 아니라, 공격 방식을 흉내 낸 거란 걸 깨달았다.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희헌은 이미 호랑이 요괴가 어떤 방식으로 공격하는지 한 번 들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듣고 그냥 흘려보냈다.


뒤늦은 깨달음에 희헌은 이를 악물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요괴화가 이루어지며 상처 회복 속도가 빨라진 덕에 반으로 갈라진 시야와 귀의 통증이 빠르게 회복된단 점이었다.


세 번째로 호랑이 요괴가 크허헝 울 때, 이번에는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함께 날아왔다.


단순히 소리만으로는 희헌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없고, 가까이 가서 때렸다간 외려 자기가 아프니 이렇게나마 공격하려는 모양이었다.


'윽.'


흔들리는 시야 탓에, 급히 몸을 피했는데도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했다.


바위가 어깨를 치고 지나가며 엄청난 통증이 닥쳐왔다.


그 순간. 희헌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나도. 나도 소리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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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28. 호랑이 요괴 (2) +34 18.05.15 34 0 8쪽
» 28. 호랑이 요괴 (1) +26 18.05.14 3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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