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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2018공모전참가작 제갈세가의 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신화진
작품등록일 :
2018.04.09 10:45
최근연재일 :
2018.06.12 06:05
연재수 :
83 회
조회수 :
593,739
추천수 :
17,413
글자수 :
298,162

작성
18.05.10 19:05
조회
4,818
추천
198
글자
9쪽

26. 정사협의 (1)

DUMMY

‘방금 희 소협이냐고 물었어?’


늘 요괴에겐 주인님이라고만 불렸던 희헌은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갸웃했다.


‘별거 아닌데 신기하네···’


무슨 요괴이기에 이름만 부르고 가는 걸까. 아니, 요괴가 맞긴 한가?


'당연히 요괴겠지만.'


희헌은 요괴가 푹 꺼진 곳으로 가 괜히 돌을 떨어트려 보았으나, 돌멩이는 사라지는 대신 땅바닥만을 톡 굴러갔다.


.

.

.


다음날에도 희헌은 괜히 어제 요괴가 쑥 사라진 그 장소만 툭툭 발끝으로 건드려보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고 있자니 여기저기에서 사기니 퇴마사, 사파, 정사협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들 사건이 터질수록 더욱 이야기 할 거리도 많고 바빠지는 모양인데, 오로지 이곳에서 희헌만이 한가했다.


희헌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워 듣다가, 울타리로 요괴가 어깨에 매달린 줄도 모른 채 지나다니는 이들을 구경하며 시간만 때웠다.


그 구경거리도 이틀이 지나서는 거의 사라졌다.


마교에서 새로 데려온 퇴마사들이 돌아다니며 요괴를 퇴치하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있는지 처음만큼 요괴가 벅적벅적하진 않게 된 탓이었다.


하지만 결계는 쉬이 복구하지 못하는 듯, 대나무 숲으로 가보면 못 보던 요괴들이 하나둘 기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엄 장로가 찾아온 건 나흘을 그렇게 무의미하게 날려 보낸 후였다.


“희 소협. 시간 있나?”


그때 희헌은 평소처럼 마루에 앉아 요괴 고기 육포를 뜯어 먹던 중이었다.


“많죠.”


희헌은 엄 장로의 질문에 힘없이 대답하고서 일어났다.


퇴마사에게 사기를 당한 후 마교 전체가 너무 바빠져서, 객인 희헌은 외려 더 심심하던 차였다. 사정을 뻔히 알 엄 장로가 저런 질문을 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제 수업 다시 시작인가요?”


“그게 아니라. ...실은 부탁할 게 있어서 왔네.”


‘부탁?’


퇴마는 퇴마사들이 하고 있고. 나한테 부탁할 게 따로 있나? 희헌이 의외라는 듯 눈썹을 추켜세우자, 엄 장로가 조금 주저하더니 물었다.


“정사협의라고 아는가?”


‘어디서 들어봤는데? 어디서 들었지?’


기억을 되짚어 보는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 희헌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엄 장로는 그냥 자기가 설명을 해버렸다.


“정파와 사파가 1년에 한두 번 모이는 무림인들 간의 모임이라네. 정사 간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퇴마사들과 무림인 간의 문제를 조율해주기도 하지.”


“아. 네.”


‘그런데 거기가 왜?’


“실은 정사협의에 갈 날짜가 다 되어 가는데··· 얼마 전 사기꾼 퇴마사 사건이 있지 않았나.”


“네.”


“퇴마사를 따로 고용하긴 할 테지만 그래도 영 불안해서. 자네가 일행에 합류해 같이 가 주었으면 좋겠는데.”


“제가요?”


“차 대주도 함께 갈 테니 수업은 계속 받을 수 있을 걸세.”


“하지만 제가 도움이 될지··· 어디서 합니까? 모임.”


“이번은 무림맹에서 열린다네.”


무림맹 소리에, 떨떠름하던 희헌의 귀가 솔깃해졌다. 무림맹이라면 신겸이 가 있는 곳 아닌가?


“자네가 퇴마를 맡을 필요는 없고. 이번 일행에 막내 도련님, 그러니까 교주님의 막내 제자분께서 함께하실 건데. 만에 하나라도 고용한 퇴마사들이 또 사기꾼이라거나 그러면 말일세.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막내 도련님만 보호해주면 된다네.”


희헌은 그제야 자신이 ‘정사협의’란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해냈다.


예전에 일반제자들이, 이제 막 교주님의 제자가 된 사람을 정사협의에 데려가는 게 말이 되냐면서 마구 씹고 있었다.


“어떤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네. 오가는 날짜 빼고, 머무는 시간은 길어봐야 닷새?”


엄 장로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희헌으로서는 굳이 들어줄 필요 없는 요청이었다. 희헌은 대요괴의 이름을 빌려 온 객일 뿐이라, 굳이 마교 내부의 일에 참여하지 않아도 무어라 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신겸··· 무림맹에 있을 신겸은 보고 싶었다. 먼발치에서라도.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시면요.”


“말해 보게.”


“괜히 사람들한테, 제가 퇴마도 하고 무공도 한다던가, 이런 말씀 하지 말아주세요. 전 그냥 완전 존재감 없이 사이에 끼어 갔다가 존재감 없이 돌아오고 싶거든요.”


엄 장로가 흠칫했다.


‘하려 했구나.’


희헌이 세모눈을 뜨고 쳐다보자 엄 장로가 떨떠름하게 “그러겠네.”하고 약속했다.


“진짜로 하시면 안 됩니다. 정말로요.”


“아 안 한다니까.”


희헌이 거듭 당부하자 좀 심통 난 듯 보이긴 했지만, 엄 장로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출발 날짜는 언제인데요?”


“나흘 후라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저녁에 시간 있나?”


“많죠. 요즘 제가 제일 많은 게 시간인데요.”


“막내 도련님이 자네 또래이기도 하고, 같이 무림맹까지 다녀와야 할 테니까. 미리 인사를 시켜주고 싶은데···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희헌이 흔쾌히 대답하자 엄 장로가 이제야 안심해서는 미소 지으며 일어났다.


“그럼 유시정 쯤에 데리러 오겠네.”


.

.

.


엄 장로가 떠난 후, 희헌은 설하와 장군님이 준 의복을 뒤져 격식 있어 보이는 도포를 찾아 걸친 다음, 하루 동안 미뤄두었던 세수를 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교주의 막내 제자를 만난다고는 해도, 별로 떨리는 마음도 없고, 긴장되는 것도 없고, 기대되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열흘 이상 함께 다녀야 할 테니, 좋은 인상으로 만났다가 좋게 좋게 헤어지고 싶었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어느새 해가 저물고, 약속 시간이 된 건지 엄 장로가 찾아왔다.


“자네··· 노란 옷을 참 좋아하는구만.”


엄 장로는 희헌이 또 샛노란 색 의복을 입은 걸 보고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훈련을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인지 그 이상 뭐라 하진 않고 앞서 걸어갔다.


희헌은 얼른 뒤로 따라붙었다.


운각이나 산각으로 가는 건 아닐까, 생각했으나 엄 장로가 희헌을 데려간 곳은 비슷비슷해 보이는 전각들 중 하나였다.


위치를 따지자면 예전에 주예의 품에 안겨 갔던 구양 아가씨인가 하는 사람의 전각과 가까웠다.


그러나 전각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서, 일반 제자들의 방이나 객실들과는 비교하는 게 미안할 만큼 고풍스러웠다.


막내제자 취향인가? 아직 막내제자가 보이지 않기에, 희헌은 대놓고 사방을 구경했다. 장군님의 궁궐이 비현실적으로 화려했다면 이곳은 현실적으로 화려했다.


그때 갑자기 문간에서 “어?”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났다.


“빨간 줄!”


쳐다보자, 전에 잠시 보았던 그 구양 아가씨가 품안에 하얀 꽃다발을 안고 눈이 동그래진 채 서 있었다.


예상치 못한 만남에 희헌은 완전히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녀의 앞에서 빨간 목줄만 한 채 나체로 있었던 건 물론, 대놓고 귀안길로 들어가버리기까지 해서 걸리는 게 많았다.


당장 그녀가 손가락을 뻗으며 요괴나 변태라고 외치진 않을까 싶어, 무엇이든 말하려는 찰나.


“내, 내 식신이 되어 주겠느냐?”


구양 아가씨가 새빨개진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희헌의 품에 턱 안기며 외쳤다.


'어?'


얼결에 꽃다발을 받아 들고 어리둥절해 있자니, 주렴 너머로 차를 내오던 시비가 놀라 달려오며 외쳤다.


“으악! 아가씨! 실례잖아요! 이 분은 요괴가 아니에요!”


구양 아가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희헌에게 물었다.


"아니냐?"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서 희헌이 말없이 고개만 젓자, 그녀는 실망한 듯 중얼거렸다.


“아. 아니냐?”


희헌은 순간 자신이 요괴라 여겨진 것보다, 그녀가 꽃다발로 식신을 삼으려 했단 게 웃겨서 빵 터지고 말았다.


배를 잡고 한참을 웃어대다가, 희헌은 너무 실례였나 싶어서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그녀에게 꽃다발을 돌려주었다.


“난 요괴가 아니라 이걸 받을 수가 없겠는데요.”


다른 요괴한테 주라는 말은 어째 저주 같아서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양 아가씨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멍했다.


이제는 거의 영혼이 반쯤 사라진 수준이어서, 희헌이 “저기?”하고 부르자 그녀가 퍼뜩 놀라 다시 외쳤다.


“그러면 내 남편이 되어 주겠느냐?”


“아가씨이!”


시비가 꽥 기함해 고함을 지르고는, 쟁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얼른 구양 아가씨를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구양 아가씨가 시비의 손에 이끌려 나가자, 이 광경을 재미나게 보고 있던 엄 장로가 뒤늦게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자네, 산각교주님 따님과 친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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