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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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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69,209
추천수 :
33,308
글자수 :
115,328

작성
18.02.10 23:55
조회
43,334
추천
1,291
글자
12쪽

017. 지구로

DUMMY

천상화, 신살자, 그리고 영구정지의 일시해제.

하나하나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적들이다.

허나 강태산은 허공에 손을 저었다. 그러자 눈앞에 떠오른 ‘언어’들이 사라졌다. 지금은 이러한 글자들의 나열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쾅! 쾅! 쾅!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흐아아아아아!

수많은 영혼들이, 은하수의 별들처럼 계속해서 올라간다. 승천(昇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강태산은 짧게 전율했다. 3억 년. 세상이 멸망하며 자신을 잊었던 그들이, 신의 죽음과 성지의 힘으로 말미암아 스스로를 되찾았다.


-고마워!

-우리를 해방시켜줘서 고마워!

-부디 너의 이름을 알려줘!


수많은 영혼들이 승천 직전 그에게 물었다. 자신들을 해방시켜준 영웅의 이름을 기억하고자 하였다.


“강태산.”


이름을 들은 그들은 웃으며 저승으로 향했다.

강태산은 묘한 열기를 느꼈다. 지금 저들의 모습은 이기적이라거나 비열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혼의 틀을 되찾은 그들은 순수 그 자체였으니. 과연 처음부터 악인은 없다는 걸까. 그렇다면 멸망한 세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게 아닐는지.


[신의 피로도 완전히 씻을 수 없는 주박이라니!]


그와 별개로 나타나엘은 강태산에게 걸린 ‘영구정지’의 주박에 놀라고 있었다. 신의 피는 성혈이다. 모든 이상을 치유하며 모든 저주로부터 벗어나는 신성함 그 자체다. 그런데 강태산에게 걸린 주박은 ‘일시해제’ 되었을 뿐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축복의 방법은 신의 피를 뒤집어쓰는 것이다.’


어깨를 으쓱했다.

과연 굼뜬 신도, 별걸음의 신도 그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루시도 구체적인 축복의 방법에 대해선 알지 못했으니까.

신의 피를 뒤집어쓰는 게 축복을 받는 방법이라면 성지의 힘을 이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성지의 힘을 이용하여 신을 죽인 그의 선택이 올발랐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돌아갈 수 있는 건가?”


몇 백 년 만일까.

돌아갈 수 있다.

지구로. 한국으로. 딸의 곁으로.

당장은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막연한 희망이 현실이 된 것만으로도.

설혹 다시 저승에 오더라도 방법을 알았으니 어떻게든 될 것이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내려가자.’


허나 지구로 돌아가기 전에, 만나야 할 이들이 있다.

강태산은 나타나엘을 쥐고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봄이와 루시.

기다리겠다고 하던 그들은 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강태산의 발목을 붙잡지 않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따라가고자.


[아······!]

“오랜만이야. 이렇게 말해야겠지?


강태산이 웃었다. 이빨을 보이고 시원하게.

미야~

봄이가 머리를 비볐다.

반대로 루시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500년은 족히 지났다구요!]

“그렇게 오래 됐어?”


500년이라.

강태산은 머리를 긁적였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마의 바다에서 300년, 멸망한 세계의 산을 오르며 500년.

800년간 주구장창 도전만을 해온 셈이다.


[신을 죽이신 건가요?]

“어쩌다 보니.”

[세상에!]


루시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태산을 바라봤다.

신을 죽인 인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용이나 고대의 괴물조차 아니고 천지가 창조될 때부터 존재했던 신을 말이다!

강태산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덕분에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모양이야. 잠시지만.”

[그럼······.]


루시의 눈빛이 흔들렸다.

500년을 기다려서 겨우 만났건만, 그는 이별을 말하고 있었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 기약 없는 기다림은 익숙하다. 그러나 이번에 돌아가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불안감에 루시는 가슴을 졸였다.

죽음. 강태산에게 주어진 절대명제의 운명은 아직 타파되지 않았다. 돌아가는 즉시 사망할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

그것을 알기에 루시는 안심할 수 없었다.


“기다리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


강태산은 고개를 들었다.

세계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저 너머는 저승이다. 루시가 길을 잃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저승사자. 죽은 이들을 인도하는 자니까.


“그리고 저들을 부탁해.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편안히 안식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건······ 걱정 마세요.]


저들의 영혼은 지쳐있다. 피폐해진 영혼은 오랜 시간 텅 비어 마땅한 이야기조차 남지 않았다.

그래도 저만한 숫자를 인도한다면 루시의 계급이 몇 단계는 상승할지도 모른다.

뇌천존이었다면 덩실덩실 춤을 추겠지만 루시에겐 그런 것보다 강태산과의 이별이 더욱 아쉬웠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루시는 기도했다.

그가 죽음을 이겨내길.

그리하여 다시 재회할 수 있기를.

강태산은 세계의 너머를 바라봤다.

곧, 세계가 어둠에 휩싸이며, 완전히 ‘소멸’했다.


<지구로 귀환합니다.>

<귀환한 즉시 일시해제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720 : 0 : 0>


* * *


폐성당.

차유진에 의해 총을 맞았던 그 장소에서 강태산은 엎어져 있었다.


“끄윽······!”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속에서 울컥하고 피가 들끓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죽는다. 그는 죽을 운명이었다. 피해갈 수 없는 절대명제. 세계의 법칙 그 자체인 생과 사의 갈림길에 강태산은 서 있었다.


‘선희야.’


강태산은 이를 악물었다. 딸의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그 아이를 보기 위해 800년을 돌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한 순간의 죽음을 이기지 못해서 끝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순간 전신에 푸른빛이 돌았다. 그가 뒤집어 쓴 신의 피가 축복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그의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하나 더 돋아났다.

세 개의 날개. 날개는 즉시 강태산의 몸을 감쌌다. 이내 고치처럼 깃털 속에 갇힌 그가 변태하기 시작했다. 영혼과 신체의 동기화.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기 위한 과정과도 같았다.


[권천사······ 인간의 영혼이 7계급의 격을 지니다니, 하물며 회색의 날개라면 ‘그분’밖엔 없을 텐데······.]


유일하게 나타나엘의 성검만이 강태산을 따라 지구로 왔다. 그녀는 세 장으로 늘어난 강태산의 회색 날개를 보며 경악과 걱정의 말투를 보냈다. 나타나엘은 최고계급의 천사인 ‘세라핌’이었지만 여태껏 회색의 날개는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닐 거야.’


그러나 아닐 것이다. 그의 영혼은 분명한 인간이었으니까. 저 회색의 날개는 순례자의 운명을 띤 생자가 저승으로 오며 생긴 부작용과도 같은 것일 터였다.


“끄아아아!”


강태산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죽음과 싸우고 있었다.


* * *


비틀거리며 강태산은 폐성당을 나섰다. 죽음을 이겨낸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전신이 물 먹은 솜처럼 곤죽이 됐지만 입가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돌아왔다.’


800년 만의 귀환.

결국 죽음이란 절대명제마저 이겨내며 금의환향했다.

강태산은 양 손을 들고 만세를 외쳤다.


“저, 저 사람 미쳤나봐. 알몸으로 돌아다니잖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그제야 강태산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맞다. 지구에서 의류는 필수다. 워낙 자연체로 살아온 800년인지라 잠시 잊고 있었다. 자신의 알몸을 본다고 루시가 반응을 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죽기 직전 가지고 있었던 물품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돈도, 옷도, 핸드폰도 없다.


‘마법주머니 안에 옷은 없군.’


있는 거라곤 검과 가죽주머니뿐인데, 가죽주머니 안엔 이터늄 1kg과 천금화 같은 당장은 별 필요 없는 물건들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죽주머니의 크기보다 훨씬 많은 양이 들어가도록 마법 같은 게 걸려있는 듯싶었다. 굼뜬 신이 준 추가보상이라는 게 이 마법주머니인 것 같았다.

강태산은 자연스럽게 뒷걸음질을 쳤다.


‘일단 옷부터 구하자.’


골목의 그림자로 몸을 숨긴 강태산이 잠시 고민을 했다. 돈이 없는데 의류는 어떻게 구하지? 핸드폰이라도 있으면 강력반 동료들에게 옷 한 벌 가져오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지금 갖고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주택가로 들어간 강태산은 은신한 채 헌옷수거함을 뒤졌다.

범인(凡人)은 결코 알아챌 수 없는 은신법. 만 개의 별 중 뛰어난 암살자였던 존재의 이야기를 강림시킨 덕분이다.

헌옷수거함에서 대충 맞는 옷 한 벌과 청바지를 꺼내 입은 강태산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걸으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살벌한 세상이 됐구나.’


모든 게 낯설다.

무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게 일상이 된 세상.

몇몇 건물은 황폐하게 무너진 채 복구되지 않았다.

이곳이 서울이란 걸 감안하면 다른 지방은 어떨지 안 봐도 뻔했다.


“저기요. 올해가 몇 년도 입니까?”


지나가는 남자 하나를 붙잡고 묻자, 남자가 별 희안한 사람을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2019년이요.”

“몇 월 며칠이죠?”

“6월 13일인데요.”

“감사합니다.”


짧게 고개를 숙인 강태산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1년.’


저승에서 800년을 보냈건만, 지구에선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헌데 강태산이 총을 맞고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구는,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강태산은 빠르게 발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거리가 꽤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는 100km를 한 시간 안에 달릴 수도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강태산은 침을 꿀꺽 삼키며 문 앞을 서성였다.

한상아파트 114동 1002호.

전세지만, 그가 딸과 함께 살던 곳이다.

가슴이 벅찼다. 딸을 보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꽉 껴안고 사랑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갑자기 사라져서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 먼저 미안하다고하자.

오랜 시간 수련한 수련자이기 이전에 그는 한 명의 아빠였다. 하물며 800년 만에 딸을 보는 셈이니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띵-동-

마음의 준비와 함께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여자의 목소리. 이어 문이 열리고 처음 보는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태산은 눈을 깜빡였다.

선희 친구치곤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데.


“여기 강선희라는 사람이 살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 안 살아요.”


문이 닫히려는 걸 그가 억지로 잡았다.


“혹시 이사를 갔다거나······.”

“그런 사람 안 산다니까요? 경찰 부를 거예요!”


쿵!

거세게 문이 닫혔다.

강태산은 멍하니 닫힌 문을 쳐다봤다.


‘어딜 간 거지?’


박한 인심보단 사라진 선희의 행방이 더 궁금했다.

일시해제. 고작해야 30일밖에 시간이 없었다.

급히 수소문했지만 정작 딸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허공에 붕 뜬 것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강력반의 옛 동료 한 명과 겨우 연락이 닿았다.


“바, 반장님. 살아계셨습니까?”

“오랜만이다. 민수야.”


집 근처의 카페 앞을 서성이며 기다리자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동료이자 후배로 같이 강력반에서 활동했던 박민수.

그가 형사 배지 대신 검을 차고 나타난 것이다.

박민수는 기적을 목격한 사람처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대체 어딜 가셨던 겁니까? 저희가 얼마나······.”

“됐고. 선희 어디 있냐?”

“예?”

“내 딸 선희 어디 있냐고. 너라면 알 거 아니야.”


박민수는 평소 자신의 딸과도 곧잘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었다.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박민수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눈빛.

이윽고 망설이듯 박민수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작가의말

에얼리님, 도형이님, 문아생님, 테어스님, yeszx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어디로 갔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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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2. 천계상점 +114 18.02.15 3 0 12쪽
22 021. 곰돌이 탈 +157 18.02.14 6 0 11쪽
21 020. 상태창 +436 18.02.13 5 0 14쪽
20 019. 방송국 +158 18.02.12 5 0 14쪽
19 018. 강선희 +193 18.02.11 8 0 14쪽
» 017. 지구로 +92 18.02.10 9 0 12쪽
17 016. 신살자 +98 18.02.10 12 0 9쪽
16 015. 검의 노래 +69 18.02.09 12 0 9쪽
15 014. 순례자 +84 18.02.08 12 0 9쪽
14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83 18.02.07 12 0 11쪽
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12 011. 태초 +64 18.02.06 13 0 10쪽
11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5 0 11쪽
10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9 0 9쪽
9 008. 뇌천존 +48 18.02.03 18 0 9쪽
8 007. 루시 +48 18.02.01 18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6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5 004. 굼뜬 신 +58 18.01.30 16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2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5 0 9쪽
1 프롤로그 +105 18.01.28 19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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