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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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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69,121
추천수 :
33,303
글자수 :
115,328

작성
18.02.10 00:00
조회
42,361
추천
1,480
글자
9쪽

016. 신살자

DUMMY

지이이이잉-!

검이 애처롭게 떨었다. 그녀는 슬퍼하고 있었다. 멸망한 세계의 신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세계를 붙잡아두고 있었다. 3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세계는 그가 준수하던 ‘규칙’조차도 망각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죽음이 없는 세계.

새로움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모든 게 멈춰버린······ 지옥.

더 이상 그녀는 남자의 손에 쥐어질 생각이 없었다.

더 이상 그녀는 자신의 죄를 수수방관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신을 죽여 세계를 안도로 이끄는 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이리라.


“나를······ 거부하는 거냐? 태초부터 함께하였던 나를?”


남자가 분노를 드러냈다. 차갑게 가라앉은 그의 눈에 배신감과 복수심이 떠올랐다.

강태산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망자였다.

산송장이었다.

산에 무수히 쌓이고 쌓인 그들과 똑같았다.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존재. 그가 신이라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강태산이 짧고 굵은 욕을 입에 담았다.

지랄이 풍년이었다. 물론 자신의 검이 중요할 순 있다지만, 그보단 먼저 그녀가 자신을 떠나간 이유부터 떠올리는 게 순서 아닐까?


“건방진 놈······!”


콰르르릉!

남자의 분노가 하늘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길 반복하더니 이내 잿빛 하늘이 떠오르며 광풍이 몰아쳤다. 무수히 많은 번개와 태풍이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강태산은 검을 들었다.

멸망한 세계의 신을 죽여야만 이 세계를 해방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강태산이 가진 격만으로는 신을 죽일 수 없다. 죽이기는커녕 가까이 가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내 이름을 불러.]


돌연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이름······.’


강태산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했다. 강태산이 그녀의 이름을 알 리 만무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계약을 끝마쳤어. 내 이름을 너는 알고 있을 거야.]


이름 맞추기라면 한 차례 해본 적이 있었다.

봄이의 이름을 떠올릴 때, 전신이 간질간질하며 뇌리를 빛과 같이 훑고 지나가는 글자들의 나열이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세라핌 나타나엘.”


화아아아아아아아악!

이름을 말함과 동시에 검이 빛을 발했다. 거룩한 성검(聖劍)이 되어 세상의 어둠을 그 즉시 몰아냈다.

세라핌 나타나엘.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 최고 지위의 천사. 그녀의 영혼이 검에 갇혀 최강의 성검으로 태어났다.

그러자 남자의 표정에 극렬한 변화가 생겼다.

계약을 끝마치고 그것을 사용하게 되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는 듯.


“오냐. 너희 둘 모두 영원히 구천을 떠도는 망자로 만들어주마.”


남자가 번개로 이루어진 창을 던졌다.

콰득!

겨우 막아냈으나 손이 저릿했다.

신조차 꿰뚫을 수 있는 최강의 성검을 손에 넣었다지만, 그것을 다루는 강태산은 검을 쓸 줄 몰랐다.

허나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검마(劍魔).’


만 개의 별 중 가장 강대한 두 번째 별.


<흑염의 성좌 - 검마의 이야기를 강림시켰습니다.>

<영혼 결속율 : 1%>


옛적에, 검에 미친 자가 있었다.

비록 천하제일은 되지 못했으나 그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가족이 살해당한 뒤 그는 복수의 망령이 되었다.

검에 미친 자는 혈로(血路)를 그리며 만이 넘는 고수를 베었다.

그 검마의 이야기를, 강태산은 자신에게 강림시켰다.

하늘에 떠오른 만 개의 별들 중 하나가 그를 집어삼켰다. 이윽고 전신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며 눈동자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검이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이다.


검에 미친 자만이 볼 수 있다는 광기의 세계. 검마의 이야기를 뒤집어 쓴 강태산은 그의 광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의 광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 순간만큼은, 그저 검마가 되고자 하였다.


<영혼 결속율이 상승합니다.>

<영혼 결속율 : 2%>

<영혼 결속율이 상승합니다.>

<영혼 결속율 : 3%>

······.

<영혼 결속율 : 50%>


강태산은 자신의 자리를 어느 정도 검마에게 내주었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짓이다. 광기에 오염된 강태산의 정신이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휘둘러, 신을 베고자 할뿐.

콰득!

나타나엘이 허공을 찢었다. 허공을 격한 검기가 남자의 어깻죽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푸른 피가 사방에 흩뿌렸다.


“필멸할 운명을 가진 이방인 주제에 감히······!”


신에게 상처를 입힌 인간이라니.

제아무리 세라핌 나타나엘의 힘을 빌렸다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노에 찬 남자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산이 흔들리며 사방에서 돌부리가 튀어올라 강태산을 향해 비처럼 쏟아졌다. 돌을 타고, 부수고, 가르며 남자에게 닿으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벼락이 내리쳤다. 이 간극은 좀처럼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아무리 멸망한 세계의 신이라도, 신은 신이었다.

불멸의 지배자가 휘두르는 폭력을 고작 인간이 감내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나타나엘과 검마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상에 오르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리라.’


멸망한 세계의 신이 자기 입으로 직접 말했다.

그리고 지금, 강태산은 정상에 올랐다.

무수히 많은 신들이 정상에 오르는 이에게 관심을 보이며 사도가 되라고 제안해올 정도라면, 이 산에 오른 자에게 주어지는 특전은 감히 그들조차도 군침 흘릴만한 것이라는 소리였다.

강태산은 주변을 둘러봤다.

산의 정상. 봉우리 위에 있는 것이라곤 자신이 몸을 담근 샘물밖에 없다.

샘물로 인해 강태산의 전신은 치유되었고, 멸망한 세계의 저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어쩌면 이 샘물 자체가 성지(聖地)이며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배인 건 아닐까.

강태산은 샘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내게로 와라.’


동시에 샘이 요동치며 강태산의 손아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상이 멸망하며 모인 근원. 모든 산송장들의 기억이었으며, 이 세상을 지탱하던 뿌리 깊은 줄기였다.

움찔!

강태산이 근원의 샘물을 다루자, 남자의 행동이 잠시 멈칫했다. 분명히 이 힘만은 그조차도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세계에 남은 마지막 소원의 힘이야. 바란다면 너를 원래의 세계에 데려다 줄 수도 있을 거야.]


나타나엘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원의 힘을 사용하면 굳이 이 싸움을 더 이어가지 않아도 된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강태산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직접 이룬다.”


어쩌면 세상의 끝을 보았을 때,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강태산의 강렬한 바람이 이곳으로 그를 이끈 것일 수도 있었다. 소원의 힘을 사용해 돌아갈 수 있노라고.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 세계는 영원히 ‘닫힌 채’다.

영원히 고통 받으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굴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강태산은 산을 오르며 다짐했다.

외면하지 않기로. 피하지 않기로.


‘저 신을 죽이겠다.’


그는 올곧게 한 길만을 걸었다.

순간 소원의 힘은 성검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성검이 뿜어내는 빛이 한없이 강대해지며 멸망한 세계의 신이 불러낸 모든 이능을 무(無)로 되돌렸다.


“어찌 가짜 순례자가 근원의 힘을 다룰 수 있단 말이냐!”


빠드득 이를 갈며 남자가 주먹을 쥐었다. 주먹에 검은 빛이 서렸다. 멸망하여 타락한 신의 정수였다.


―천공광룡참(天空狂龍斬). 미친 용이 하늘을 가른다.


강태산은 미친 용이 되어 내달렸다. 모든 것을 꿰뚫고 가르는 미친 용의 검이 남자의 주먹에 맞닿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개벽이 이러할까.

산이, 무너져 내린다.

블랙홀과 같은 것이 생기더니 이윽고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동시에.


<푸른 산호의 신이 자신의 눈을 의심합니다.>

<오래 된 밤의 신이 할 말을 잃은 채 뚫어져라 주시합니다.>

<죽은 꿈의 신이 불신자의 행위에 인상을 구깁니다.>

······.


수많은 신의 언어들.

그딴 건 지금 강태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허억······!”


남자가 신음을 내뱉으며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검이, 정확하게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푸른 신의 피가 강태산의 전신에 튀었다.


“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자식아.”


강태산이 피식 웃으며 반박했다.

근원의 힘과 함께 멸망한 세계의 신은 분명히 죽어가고 있었다.

점차 남자의 전신이 타버린 재처럼 흩날려갔다.

또한 닫힌 세계가 열리고, 모든 산송장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의 영혼이 솟아오르며 저승으로 향한다.

강태산은 천천히 검을 남자의 심장에서 빼냈다.

그러자.


<굼뜬 신의 시련을 완수했습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굼뜬 신이 매우 만족해하며 추가보상을 내립니다.>

<별걸음의 신이 500천상화를 선물합니다.>

<불굴의 신이 100천상화를 선물합니다.>

<‘신살자’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신의 피를 뒤집어써 축복을 받았습니다.>

<영구정지 상태가 ‘일시해제’되었습니다.>


작가의말

다디님, n3686_beangalaxy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16편만에 신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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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3. 굼뜬 신의 권능 +122 18.02.16 3 0 10쪽
23 022. 천계상점 +114 18.02.15 3 0 12쪽
22 021. 곰돌이 탈 +157 18.02.14 6 0 11쪽
21 020. 상태창 +436 18.02.13 5 0 14쪽
20 019. 방송국 +158 18.02.12 5 0 14쪽
19 018. 강선희 +193 18.02.11 7 0 14쪽
18 017. 지구로 +92 18.02.10 8 0 12쪽
» 016. 신살자 +98 18.02.10 12 0 9쪽
16 015. 검의 노래 +69 18.02.09 12 0 9쪽
15 014. 순례자 +84 18.02.08 12 0 9쪽
14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83 18.02.07 12 0 11쪽
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12 011. 태초 +64 18.02.06 13 0 10쪽
11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5 0 11쪽
10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8 0 9쪽
9 008. 뇌천존 +48 18.02.03 18 0 9쪽
8 007. 루시 +48 18.02.01 18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5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5 004. 굼뜬 신 +58 18.01.30 16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1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4 0 9쪽
1 프롤로그 +105 18.01.28 19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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