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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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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69,287
추천수 :
33,310
글자수 :
115,328

작성
18.02.07 00:27
조회
45,100
추천
1,434
글자
11쪽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DUMMY

강태산은 자신의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인간. 혹은 인간이었던 무언가의 잔해가 아직도 숨을 쉬며 죽어있었다. 한 걸음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느껴지는 물컹대는 감각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강태산은 꾸역꾸역 산을 올랐다.


‘꿈도 희망도 없다는 게 이런 거군.’


이들에게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멸망한 세계의 최후는 이런 걸까.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이 생기만을 제외한 모든 요소를 빼앗긴 채 억겁의 시간 동안 고통 받는 것.

만약 그렇다면.


‘지구도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비스가 지구를 침략하며 세계가 멸망한다면, 같은 꼴이 나는 건 아닐는지. 심지어 산에 놓인 산송장들 중에는 아기나 아이의 모습을 한 이들도 꽤 많았다. 성장 또한 멈췄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듯싶었다.

끔찍하다. 이보다 끔찍한 광경을 강태산은 본 적이 없었다. 차라리 멸망 직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편이 더 행복한 일일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물론 그런 일이 없도록 반드시 막아야겠지만······.


[날개를 펼치면 올라갈 수 없나 봐요. 같은 구간을 반복하게 되네요.]


산에 대한 몇 가지 실험을 해본 루시가 아래에서 올라왔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날개를 펼친 채 위로 올라갔던 그녀다. 이 산은 발을 디딘 채 직접 올라가는 자만을 시련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 술수를 부린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명색이 신의 시련인데 그럴 줄 알았어.”


강태산은 굼뜬 신이 자신에게 보냈던 신의 언어를 다시금 떠올려보았다.


<굼뜬 신이 퀘스트를 전달합니다.>

분류 : 갓(God)

난이도 : 불가능

목표 : 산의 정상까지 오르시오.

기한 : 무제한

보상 : 이터늄 1kg, 굼뜬 신의 권능 중 한 가지.


<도전하시겠습니까?>


굼뜬 신은 분명히 이 세계에 대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강태산이 산의 정상까지 오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신이 직접 내려준 퀘스트라니. 불가능 난이도라지만 그것들 모두가 강태산의 중추신경을 자극했다. 모두가 No라 외칠 때 혼자 Yes를 외칠 수 있는 게 강태산이었으므로.

무엇보다 자칭 신이라는 남자. 그의 회의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홀로 모든 걸 포기한 듯 허망하기 짝이 없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콧대를 가볍게 눌러주고 싶었다.

어차피 못 오를 거라고?


‘눈앞에 산이 있는데 오르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지.’


당연히 도전했다.

강태산은 남자였다. 남자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터늄이 뭐야?”

[이터늄은 지옥의 강철이에요.]

“좋은 건가?”

[1급 사자도 거의 구할 수 없는 게 이터늄이라고 들었어요. 이터늄으로 방패를 만들면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고, 창을 만들면 무엇이든 꿰뚫는다고 해요.]

“완전 모순이네.”


창과 방패. 이터늄으로 만든 방패를 이터늄으로 만든 창으로 뚫을 수 있을지 약간은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죠. 워낙 희귀해서 실험해본 자는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이터늄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루시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야 굼뜬 신이 이 산을 정상까지 오르면 1kg이나 준다고 했다. 1kg이면 어지간한 장비 하나는 제련할 수 있을 테지만 굳이 입에 담지는 않았다. 아직은 모든 게 설레발일 뿐이니까. 산의 정상까지 오른 뒤에 말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냥. 이곳저곳에서.”


강태산은 어깨를 으쓱하며 ‘비운의 황제, 알카로스’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강림시켰다.

죽음의 향기가 만연한 곳. 하지만 정작 아무도 죽지 않는 곳. 그는 이곳이 자신의 기술을 공부하는데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분명히 알카로스에 대한 이해도를 상승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오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자들. 모든 리치의 숙원이 아니던가! 나 역시도 가능했다면 리치가 되고 싶었다. 그랬다면 나를 배신한 자들을 전부 언데드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미친.

머리에 나사 한 개가 빠진 놈이었다. 그래도 강태산은 결속율을 위해 최대한 이해하려고 마음먹었다. 강태산이 보기에 알카로스는 약간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이 있었다. 형사일 때 그런 놈들 몇을 잡아봐서 잘 안다. 그러니 어느 정도의 이해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핏빛 성좌 – 비운의 황제 알카로스의 별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영혼 결속율 : 3%>


몇 달간 주구장창 알카로스의 이야기를 파헤치자 결속율이 올랐다. 결속율이 오르자 강태산은 조금 더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죽음에 관련해서 알카로스는 일가를 이룬 고수가 분명했으니 나름 좋은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또한 산을 오르며 한시도 쉬지 않았다. 루시와 봄이 모두 그런 강태산을 겨우 따라붙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을 뿐 점차 힘들어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부턴 나 혼자 오를게.”


2년 정도나 지났을까.

강태산이 끈덕지게 권유하자 처음에는 거절하던 루시가,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곳에서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미야~


강태산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가 해내지 않으면 이 둘은 이곳에서 다른 산송장들과 마찬가지로 정지해버릴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해내야 한다.

산을 오르고, 힘을 얻고, 원하는 바를 쟁취하여, 돌아가야만 했다.


‘넌 할 수 있다, 강태산.’


굳건한 다짐과 함께 산을 오르길 10년 째.

강태산은 처음으로 ‘살아있는 자들’과 조우했다.


* * *


툭.

발목을 붙잡혔다.

창이나 검 따위를 든 자들이 그를 찌르고 베려고 들었다.


“아무도 못 오른다.”

“내가 오르지 못하면 너도 오르지 못한다.”


한 가지 의지밖에 없었으나, 다른 산송장들과 비교하면 분명히 살아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강태산이 산에 오르려는 걸 방해했다.

발을 내딛는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산의 절반도 오르지 못한 시점. 강태산은 이를 악물었다.

지극히 이기적인 군상들이었다. 어째서 많은 이들이 산을 오르다가 실패한 건지 알겠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방해했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순수한 의지로 산을 오르는 게 아니었기에 정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나와 함께 가자.”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줘!”


그들의 처절한 속삭임에 강태산은 눈을 감았다. 귀를 닫았다. 그러자 검이 그의 신체를 베고, 창이 그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강태산은 피를 토하며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왜 굼뜬 신이 이 시련을 ‘불가능’이라 판정했는지 알겠다.


“젠장 할.”


아프다. 고통스럽다.

하지만 죽지 않는다.

이 세계는 그런 곳이니까.

강태산은 통각마저 버렸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주어진 기초적인 것들을 배제시킨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인간이길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으니.

그러나 오로지, 오르고자 하였다.

산을. 정상을.

다리가 잘렸을 땐 큰 고비가 왔다. 감각이 마비됐대도 걷지 못하면 산을 오를 수 없었다. 피가 철철 흐르고 죽음이란 공포가 찾아왔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것은 그저 막연하고 천연적인 공포였다.


<핏빛 성좌 – 비운의 황제 알카로스의 별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영혼 결속율 : 10%>


죽음에 관한 공포는 알카로스의 결속율을 올려주었다.

그러자 이야기의 조언이 더욱 구체화되었다.


―저주 꽃의 줄기를 이용하면 절단 된 부위를 묶을 수 있다.


즉시 저주 꽃을 소환해 그 줄기를 잘린 발에 심었다.

비록 살이 파이고 뼈가 너덜거렸지만, 다시 걸을 순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을 올랐을까. 20년이 지난 뒤로 시간은 무의미해졌다. 강태산의 전신은 처참하게 뭉개지고 찢어졌다.

잘리면 잇고 부숴지면 억지로 끼워 맞췄다.

몇 번이나 그만두고 싶었다.

굳이 산을 올라야만 하는 건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마의 바다에선 그저 홀로 노력하면 됐지만 이곳은 실패한 자들의 무덤이었다.

실패한 자들은 계속해서 그에게 저주를 되뇌었다. 그만 두라고 했다. 포기하라고 했다. 올라봤자 정상엔 아무 것도 없다고 속삭였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걸까. 이 많은 사람들이 도전해서 실패한 과제다. 어쩌면 이미 몇몇은 정상에 올랐지만 정말 아무 것도 못 건진 걸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마.”


단 한 명.

아,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강태산은 전율했다.

모든 망자들이 실패를 되뇔 때, 딱 한 명만은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

산송장들 사이에 여자가 있었다. 소녀인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시간이 멈춘 세상이었다. 3억 년 전 멸망한 이곳에서 유일하게 강태산을 바라봐준 망자였다.


“모두가 포기했지. 황제라 불렸던 자도, 전설의 대마법사라 불렸던 자도, 세상에 다시없을 검객이라 불렸던 자도. 하지만 너만은 포기하지 마.”

“당신은 누굽니까?”

“모르겠어. 내가 누구인지. 이곳엔 모두가 자신을 잃은 사람들뿐이야.”

“정상에 오른 사람은 없습니까?”

“없어.”

“그런데 왜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겁니까?”

“너밖에 안 남았으니까.”


여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강태산은 고개를 저었다.


“포기 따위 안합니다.”

“그러길 바라. 부디 네가 우리의 구원자이길······.”


여자가 힘에 겨운 듯 눈을 감았다. 고작 몇 마디 대화가 전부였지만, 강태산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다. 산을 오를 기력이 생겼다.

하지만 3억 년간 자신의 의지를 간직한 여자도 못 오른 산이다. 그런 곳을 자신이 오를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하지만 분명한 건, 그는 계속해서 산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끝없는 정상을 향해.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눈앞에 ‘신의 언어’가 무더기로 도착했다.


<불굴의 신이 당신에게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불굴의 신은 당신의 의지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불굴의 신이 자신의 사도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죽은 꿈의 신이 당신에게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죽은 꿈의 신이 자신의 사도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오래된 밤의 신이 당신에게 호기심을 드러냅니다.>

<오래된 밤의 신이 자신의 사도가 될 것을 제안합니다.>

······.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마무리를 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렸네요ㅜㅜ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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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0. 상태창 +436 18.02.13 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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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5. 검의 노래 +69 18.02.09 12 0 9쪽
15 014. 순례자 +84 18.02.08 12 0 9쪽
»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83 18.02.07 13 0 11쪽
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12 011. 태초 +64 18.02.06 14 0 10쪽
11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5 0 11쪽
10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9 0 9쪽
9 008. 뇌천존 +48 18.02.03 19 0 9쪽
8 007. 루시 +48 18.02.01 18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6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5 004. 굼뜬 신 +58 18.01.30 17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2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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