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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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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69,247
추천수 :
33,310
글자수 :
115,328

작성
18.02.06 00:00
조회
47,785
추천
1,283
글자
10쪽

011. 태초

DUMMY

떨어진다. 강태산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 기절한다고 하는데 강태산은 멀쩡한 정신으로 추락을 체험하는 중이었다.

날개도 펼칠 수 없다. 마치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듯 엄청난 중력이 강태산을 끌어당기고 있었던 탓이다. 그 속도가 빛보다 빨라 시공간이 어그러져 보일 정도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둠이 끝나고 빛의 무리가 강태산의 뺨에 부대꼈다. 달빛과도 같은 찬란함이 전신에 닿자 물결이 일렁이듯 세상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마치 물감이 물에 번지는 것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곧 강태산의 신체가 진하고 옅어지길 반복하며 그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일생의 기억. 바로 강태산 본인의 이야기였다.


‘내가 잊고 있었던 기억들. 잊어선 안 되는 기억들.’


강태산은 그 기억들 하나하나를 잊지 않고자 두 눈에, 영혼에, 별에 새겼다.

찰나와 같은 시간이었으나 강태산은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진득하고 부드럽게 자신의 그릇에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존재력은 훨씬 방대해졌다.


<별걸음의 신이 당신의 성장에 만족해 합니다.>


성운과 성좌를 만든 이후로 별걸음의 신은 그의 성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강태산은 이제 고작 겉만을 핥았을 뿐이지만 별을 만드는 게 얼마나 경이롭고 위대한 일인지 안다. 세상 누구도 이루지 못할 업적. 달리 신의 기술이겠는가.

지구에 수많은 초인들이 대두되어도 감히 자신이 익힌 기술 하나만 못하리라.


‘오롯이 존재하리라.’


그러면서 강태산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유구히 흘러내리는 모래시계는 조금씩 강태산을 좀먹어갔지만 결코 꺾이지 않으리라고. 자신을 꺾을 수 있는 건 스스로가 포기했을 때뿐이다. 그리고 강태산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영롱한 빛의 덩어리 하나가 강태산과 함께 떨어지는 중이었다.

마치 길을 안내하는 모습이다.

빛의 덩어리는 그가 헤매지 않도록 세심하게 받쳐주었다.

강태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루시는 아닐진대.

하지만 의문은 계속해서 이어지지 못했다.

머지않아 심해의 저편에 있던 끝없는 우주를 향해 내던져졌기 때문이다.


* * *


소주 다섯 병은 혼자 마신 것 같은 울렁거림이었다. 머리가 띵하고 속이 더부룩하여 장기마저 토해낼 것 같은 느른함이 전신을 지배했다.

할짝! 할짝!

그런데 누군가가 뺨을 핥고 있었다. 굉장히 커다란 혓바닥이 강태산의 얼굴 전체를 먹어버릴 듯이 마구 핥아대고 있는데, 면도한 아버지의 턱수염 마냥 까끌하기 그지없었다.

강태산은 의아함을 느끼며 눈을 떴다.


먀아~


심장이 덜컥했다.

거대한 고양이가 눈앞에 있었다. 얌전히 앉은 채 앞발로 얼굴을 씻는 고양이의 모습은 일상적이라 할 수 있으나, 그 크기가 사람의 두 배 정도로 크다면 과연 그것을 고양이라 해야 할지에 대한 의아함이 남는다.

게다가 고양이의 등짝엔 날개가 달려있었다. 표범과 같은 무늬에, 앞 이빨이 날카롭고 두꺼운 게, 고양이보단 호랑이나 재규어라 해야 될 것 같았다.


[그 아이가 우리를 안내해주었어요.]

“이 고양이가?”


루시가 얕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산은 주변을 둘러봤다. 끝없이 펼쳐진 밀림 속에 그들은 있었다. 바다 다음엔 밀림인가. 자연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이제는 더 놀랍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냥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수도 없었다. 거대한 고양이가 뺨을 얼굴에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왜인지 친숙하고 익숙했다.


[떠올려보세요. 그 아이의 이름을.]


루시의 제안에 강태산은 자신의 뺨에 열심히 얼굴을 비벼대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그 말은, 내가 이 고양이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가?”

[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이만한 크기의 고양이를 봤다면 결코 잊어버릴 리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찰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설마······ 봄이?”


먀아~

정답이라는 듯 거대 고양이가 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네가 정말 봄이라고?”


주마등 속에서 기억을 되새겨 넣지 않았다면 잊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고양이의 이름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강태산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고양이와 루시를 번갈아 쳐다봤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아이는 그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 봐요. 살아생전 그 아이를 아주 예뻐하셨다는 증거죠.]

“봄이는 내가 어렸을 때 키우던 길고양이인데······.”


이곳이 정말 죽은 자들의 세계이긴 한 모양이었다. 봄이. 어렸을 적 시골에서 기르던 길고양이의 이름이다. 어미고양이가 버리고 간 새끼를 강태산이 주워서 길렀다. 밥도 주고 같이 산 속을 헤치며 놀았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장장 10년을 함께하고, 어른이 된 강태산은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상경했다. 봄이와 같이 가고 싶었으나 고시원을 전전하는 형편이었기에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봄이가 차에 치여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태산이 사라지자 매일 골골대던 녀석이, 주인을 찾으러 가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곤 눈물을 흘렸었다.


“너······.”


강태산은 멍하니 고양이를 바라봤다. 비록 모습은 달랐지만 저 눈망울만큼은 기억 속 봄이와 똑같았다. 기억의 편린 속에서 나를 따라다니던 작은 빛의 덩어리가 설마 이 녀석이었을까?

봄이도 가만히 강태산을 마주했다.

사람이 죽으면 기르던 애완동물이 저승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봄이가 기다리고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먀아~

봄이는 침을 질질 흘리며 마구 얼굴을 비벼댔다.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다는 뜻이다. 강태산은 약간의 죄악감에 시달렸다. 나는 너를 두고 갔는데, 너는 아직도 나를 좋아해주는구나.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냐?”

먀먀~

[왜 안 죽었는데 벌써 왔냐고 하네요.]

“그러게 말이다.”


하지만 강태산은 사자가 아닌 생자였다. 살아있는 상태로 영구정지 당한 채 마의 바다를 떠돌길 300년. 겨우 바다를 벗어나 지구로 향하나 했더니 알 수 없는 장소로 떨어진 것이다.

먀아!


[그래도 보니 좋대요.]

“나도 좋다. 진짜로.”


손을 들어 강태산이 봄이의 턱을 벅벅 긁었다. 예전에는 고작해야 팔뚝 크기만 했건만 지금은 자신의 두 배 넘게 컸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봄이의 모습이랑은 좀 다른데?”

[그들 영물은 살아생전의 기억이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따라 모습이 변하곤 해요. 정말 극진히 사랑하셨나 봐요. 이 정도로 영력이 강한 영물은 본 적이 없어요.]

“그래? 뭐, 어렸을 땐 이 녀석 없으면 못 살긴 했지. 거의 24시간을 함께 있었어. 같이 먹고, 자고, 싸고. 시골은 상당히 심심했거든.”

[공통 된 추억을 공유한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에요.]


루시는 부럽다는 눈빛으로 둘을 바라봤다.

그녀에겐 추억이랄 게 없었다. 마의 바다에서 떨어지며 보인 거라곤 무한한 어둠뿐. 덕분에 강태산의 기억을 어느 정도 훔쳐볼 수 있었다지만, 자신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누구였을까? 나는 과연 저 사람과 무슨 관계였던 걸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결코 해소되질 않았다.


“그나저나 루시. 여긴 어디야?”

[저도 모르겠어요. 처음 보는 장소에요.]


강태산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저기요! 여기 뭐하는 곳입니까?”


<굼뜬 신이 ‘태초’라고 답합니다.>

<별걸음의 신이 고개를 갸웃합니다.>


다행히 바로 답이 왔다. 그들도 흥미 있게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헌데 굼뜬 신은 알고, 별걸음의 신은 모르나보다.

신이 모르는 장소가 있다는 게 더 신기했다. 여기는 신의 영역인지 뭐인지 하는 공간이 아니란 건가?


“태초?”

[맨 처음이란 의미죠.]

“나도 그건 아는데······ 여기가 태초라는 곳이라는군.”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무성한 수풀과 기이할 정도로 커다란 나무뿐이었다. 기온은 꽤 낮았고 햇빛은 강렬했다.


<굼뜬 신이 조심하라며 주의를 전합니다.>


강태산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 굼뜬 신이 주의를 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여태껏 그를 놀리거나 확실한 제3자의 입장에서 방관만 했는데 직접 조심하라고 말을 전한 것이다.

전례 없는 일에 강태산은 긴장했다.

캬르르르르!

얼굴을 비비길 멈춘 봄이가, 고개를 돌리더니 이빨을 그러내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수풀이 들썩대며 거대한 뿔을 가진 벌레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긴 게 꼭 바퀴벌레처럼 생겼는데, 그 크기는 절대로 바퀴벌레라고 할 수가 없었다. 코끼리만 했다. 게다가 정중앙에 달린 한 개의 뿔에선 붉은 빛과 파란 빛이 번갈아가며 나타나고 있었다.

이어 빛이 강태산을 비추자 붉게 고정되었다.

사냥감을 발견했다는 징표다.

마의 바다. 기억의 세계와는 다르다. 이곳은 그곳과는 전혀 다른 ‘야생’이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들이 태곳적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장소!


“아무래도 영 좋지 못한 곳에 떨어진 것 같은데.”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벌레를 보며, 강태산은 회색의 날개를 펼쳤다.

동시에 수많은 성운과 성좌의 ‘이야기’ 중 하나를 자신에게 강림시켰다.

비운의 황제, 알카로스의 이야기를.


작가의말

추천과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_ _)


그리고 애완동물은 역시 고양이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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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4. 정령창조 NEW +49 10시간 전 1 0 12쪽
24 023. 굼뜬 신의 권능 +122 18.02.16 3 0 10쪽
23 022. 천계상점 +114 18.02.15 3 0 12쪽
22 021. 곰돌이 탈 +157 18.02.14 7 0 11쪽
21 020. 상태창 +436 18.02.13 6 0 14쪽
20 019. 방송국 +158 18.02.12 5 0 14쪽
19 018. 강선희 +193 18.02.11 8 0 14쪽
18 017. 지구로 +92 18.02.10 9 0 12쪽
17 016. 신살자 +98 18.02.10 12 0 9쪽
16 015. 검의 노래 +69 18.02.09 12 0 9쪽
15 014. 순례자 +84 18.02.08 12 0 9쪽
14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83 18.02.07 12 0 11쪽
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 011. 태초 +64 18.02.06 14 0 10쪽
11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5 0 11쪽
10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9 0 9쪽
9 008. 뇌천존 +48 18.02.03 18 0 9쪽
8 007. 루시 +48 18.02.01 18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6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5 004. 굼뜬 신 +58 18.01.30 17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2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5 0 9쪽
1 프롤로그 +105 18.01.28 20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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