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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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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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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328

작성
1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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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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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0. 끝과 시작

DUMMY

300년 간 강태산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무한한 마의 바다는 그 이름처럼 끝이 없었다.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고 몇 번이나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루시의 말마따나 죽음이 내정되어 있는 거라면 모든 상념을 잊은 채 눈을 감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강태산은 300년 간 나아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초월적인 의지와 인내로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물론 뇌천존이 기름을 부으며 강태산의 의지에 활활 불을 지핀 것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강태산은 앞을 바라봤다. 눈앞에 세상의 끝이 있었다. 더 이상 땅이 이어지지 않으며 바다가 밑으로 줄줄 흘러내렸다. 평면지구론을 설명할 때의 지구처럼 물은 순환이 아니라 아래로 낙하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무한의 세계에 끝이라니······!]


뇌천존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넋을 놓았다. 무한이란 영원한 것이다.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뇌천존의 눈앞에 놓인 건 분명한 ‘끝’이었다. 끝이 났으니 애당초 이 세상은 무한하지 않았다는 것일는지.

강태산은 날개를 접은 채 물 위를 걸었다. 바다의 끝에서 고개를 앞으로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다가 떨어지는 곳. 끝없는 암흑만이 이어져있는 그곳을.

신들은 조용했다. 놀랍다거나 감탄하는 신의 언어라도 내보낼 줄 알았건만 그들 역시 숨을 죽인 채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강태산은 그 침묵 속에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굼뜬 신도, 별걸음의 신도 강태산이 본 ‘끝’만은 예상하지 못한 게 아닐까.


[어찌할 테냐? 이젠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다. 너의 모험도 여기서 끝난 게다. 믿기지 않지만, 그래도 세상의 끝을 보았으니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야.”


강태산은 짧게 말했다. 지난 100년. 뇌천존은 강태산을 끈덕지게도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정면으로 돌파하여 격을 쌓았다지만 괘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100년간 강태산은 놀랍도록 달라졌다. 만 개의 영혼, 만 개의 이야기가 강태산을 보듬고 있었다. 그들의 숫자만큼이나 강태산의 정신 역시 성숙한 상태. 보통의 사람이 이만한 격을 쌓는다면 대현자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강태산은 입가에 고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꿇어 새끼야.”


······ 강태산은 스스로 현자는 못 된다고 생각했다.

어질고 총명한 성인(聖人)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특유의 걸걸함만은 300년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러한 불변성이 있기에 강태산은 300년을 버텨 세상의 끝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일순간, 뇌천존의 표정이 굳었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머리가 나빠서 그새 잊어버린 건가?”


100년간 죽음을 애걸복걸할지, 하지 않을지에 대한 내기. 강태산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그 눈빛을 본 뇌천존의 입술을 깨물었다. 약속. 영적인 존재에게 있어서 그것은 계약이나 굴레와도 같은 단어다. 지키지 않으면 혼의 격이 떨어진다.

자신의 승진에 목을 매는 뇌천존이라면 약속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는 걸 강태산은 알고 있었다. 온갖 추잡한 방법까지 총동원하며 강태산을 괴롭혔지만 결국 실패했으니 이제는 그 죗값을 받을 때가 왔다.


“꿇으라고. 내 앞에. 얌전히.”

[······.]


뇌천존의 눈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표정은 굳힌 채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며 자신을 이렇게 막 대하는 영혼은 본 적이 없었다. 더불어 누구의 앞에 무릎을 꿇어본 적도 없는 게 뇌천존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망자는 망자일 뿐이었다. 위가 아닌 아래의 것. 결코 자신을 거스를 수 없는 하찮은 영혼. 자신이 인도한 수천, 수만의 영혼이 모두 그랬다.

그런데 이놈은 다르다. 이놈만이 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반항적이며 수그러들 줄 모른다. 결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봤자 아집이고 고집일 뿐이라 생각했건만 100년을 버텨내 세상의 끝에 도달한 것이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저승사자가 된 이후 이런 놈은 만나본 적이 없다. 아무리 막나가는 망자라도 뇌천존이 내리는 시련과 포승줄 앞에 모두 얌전해지기 마련이었다. 헌데, 그랬어야 하는데.


-내가 너의 담당사자가 되었으니, 머지않아 너는 제발 죽게 해달라며 내게 애걸복걸하게 될 것이다.


그 말을 하고 벌써 100년이 지났다.

상상지도 못했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망각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저승사자는 망각하지 않는다.

강태산은 팔짱을 낀 채 뇌천존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강태산은 오로지 이날만은 기다리고 있었다. 뇌천존에게 한 방 먹이며 놈이 자신의 앞에 무릎 꿇기만을 말이다.

툭, 툭.

마치 좀비처럼 물 위를 걸으며 뇌천존이 강태산의 앞으로 다가왔다. 과거에 보였던 여유는 온데간데없다.

뇌천존은 눈을 감았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굴욕.

그는 천천히, 더없이 천천히, 무릎을 접었다. 이 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납덩이라도 올려놓은 것 마냥 전신이 무거웠지만 결국 뇌천존은 무릎을 꿇었다.

패배의 시인이다.

강태산이 이겼고, 뇌천존은 졌다.

아주 단순한 사실.

처음 맛보는 패배에 뇌천존의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굼뜬 신이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별걸음의 신이 타당한 결과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제야 신들이 등장했다.

강태산의 미소가 짙어졌다.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기는 백 년간 행해졌다.

아직 90년 묵은 체증이 남아있었다.


[놈.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강제로라도 너를 저승으로 보낼 것이다.]


뇌천존이 일어났다.

굴욕적인 표정으로 얼굴을 붉힌 뇌천존이 허리춤에서 번개로 이루어진 밧줄을 꺼내들었다. 본래 죄인에게만 사용하는 포승줄이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두기로 한 것이다.

저승사자가 생자에게 손을 대는 건 엄연한 중죄다. 그리고 뇌천존은 지금 대죄를 범하려고 하고 있었다.


“보기 추하군.”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다. 처음부터 네놈을 강제로 송환했어야 했어.]


아무리 강태산이 날고 기어도 뇌천존은 3급의 저승사자다. 별을 만들고 성운과 성좌를 만들어냈지만 아직 강태산은 완성되지 않았다.


“보고 계십니까?”

[······ 누구한테 말을 거는 거냐.]


하지만 뇌천존은 모르는 게 있었다.

강태산이 100년간 감춰온 진실.


<굼뜬 신이 잘 보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 나쁜 새끼 어떻게 좀 안 되겠습니까? 이거 완전 현행범 아닙니까?”


<굼뜬 신이 원하는 게 그것이냐고 묻습니다.>


“아······ 좀 아까운데. 이런 놈한테 억울하게 잡혀가는 영혼이 한, 둘이 아닐 거라 생각하니 화딱지가 나는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희생 좀 하죠, 뭐.”

[네놈······ 대체 누구랑 대화를 하는 거지?]


뇌천존이 머뭇거렸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목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그런데 강태산은 대체 누구랑 대화를 하고 있단 말인가.

강태산이 씽긋 웃었다.

이후 뇌천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잘 좀 조져주십시오.”


강태산은 뇌천존과 내기를 했지만, 그에게만 내기를 걸지는 않았다.

굼뜬 신.

그에게도 내기를 걸었다.

재미난 구경거리에 굼뜬 신은 흔쾌히 허락했고, 강태산이 이긴다면 원하는 것 하나를 이뤄준다고 확답을 받아놓은 상태였다.

물론 졌다면 강태산은 소멸했을 것이다. 소멸은 영원한 끝을 말한다.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 바로 소멸이었다.

하지만 번듯이 이겼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입에 담았다.

그와 동시에.


쿠릉! 쿠르르르릉!


하늘이 노했다. 검은 구름이 끼며 세상이 어두워졌다.


[이, 이 결계는······!]


무언가를 눈치 챈 뇌천존이 숨을 죽였다. 곧 사방이 어두워진 틈 사이로 창을 쥔 두 명의 사자(使者)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승의 최고 수문장들이 어째서 이곳에?]


뇌천존은 여전히 당혹한 눈빛으로 그 둘을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타난 사자는 두꺼운 두루마리를 펼치며 나직이 그것을 읽어나갔다.


[3급 저승사자, 뇌천존. 대왕(大王)의 명이시다. 너는 지금 이 시간부로 4급사자로 강등되며, 생자를 건드리는 중죄를 범한 바, 500년 간 암연뇌옥 행에 처한다.]

[마, 말도 안 되는 일이요! 나는 그저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거늘!]

[거부할시 너는 소멸의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


영의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형벌이 소멸이다.

뇌천존의 안색이 보다 창백해졌다. 그의 눈가에 최초로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그가 굳은 채 강태산을 돌아보자, 강태산은 이빨이 흐드러지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게 착하게 살지 그랬어, 임마.”


설마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해줄 줄은 몰랐지만 쌤통이었다.

남은 90년의 체증이 드디어 내려갔다.

이윽고 뇌천존의 양쪽 어깨를 수문장들이 붙잡았다. 이대로 뇌옥으로 끌려가 500년간 쳐박히는 것이다.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는 몰라도 뇌천존의 표정을 보면 장난이 아닌 곳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휘이이이잉!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둠이 다시 한 번 일렁이며 한 명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인영을 본 강태산이 눈을 크게 떴다.


“루시?”

[강태산님······.]


활짝 웃은 루시가, 끌려가는 뇌천존을 무시한 채 앞으로 나왔다.

그러곤 강태산 앞에 똑바로 서선 말했다.


[9급 저승사자 루시. 오늘부터 그대의 담당사자로 임명되었습니다.]


돌아왔다. 그녀가.

미련이 쌓이면 벌을 받는다고, 정식사자가 될 수 없다던 그 말에 강태산은 일찍이 그녀를 다시 볼 생각을 접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100년 만에 재회하게 될 줄이야.


<굼뜬 신이 재밌는 것을 보게 해준 대가라고 말합니다.>


강태산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굼뜬 신은 이름과 달리 할 땐 하는 화끈한 신이었다.

저승의 대왕까지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건 새삼 놀랍지만, 대체 굼뜬 신은 뭘 하는 신인 걸까?

곧 어둠이 가시며 마의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로 세상의 끝을 보셨군요.]

“네 덕분이야.”

[아니요. 모두 그대의 의지가 이룩해낸 결과에요.]


꼭 세상의 끝을 보라던 루시의 그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다.

그러자 루시가 자신의 일 인양 기뻐했다. 짙은 미소와 함께 강태산을 바라보는 루시의 눈길엔 부드러움만이 가득하였다.


[이제 어쩌실 건가요? 더 이상 향할 곳이 남아있지 않잖아요.]

“어쩌긴. 이 다음을 봐야지.”

[예?]


끝이다.

하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강태산은 바다 아래로 뛰어내렸다.


작가의말

10편만에 투베 8위라니. 머리털나고 처음 겪는 성적이네요. 감사합니다. 이 글은 갑자기 연독률이 수직하강하지 않는 이상 계속 갈  듯싶습니다. 이제 잘만 쓰면 더 이상 접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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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2. 천계상점 +114 18.02.15 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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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12 011. 태초 +64 18.02.06 14 0 10쪽
»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6 0 11쪽
10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9 0 9쪽
9 008. 뇌천존 +48 18.02.03 19 0 9쪽
8 007. 루시 +48 18.02.01 19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6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5 004. 굼뜬 신 +58 18.01.30 17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2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5 0 9쪽
1 프롤로그 +105 18.01.28 21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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