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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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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69,179
추천수 :
33,307
글자수 :
115,328

작성
18.02.04 00:00
조회
49,150
추천
1,484
글자
9쪽

009. 세상의 끝

DUMMY

뇌천존의 시험이 계속될수록 강태산의 정신과 영혼은 고조되고 있었다. 마음의 그릇이 넓어지자 그는 보다 원대해지며 보다 완전해져갔다.

속세의 모든 과거를 털어내고 욕망을 이겨내는 건 인간인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2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의 바다를 탐구하며 성장한 그의 영혼은 이미 인간의 것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몽마(夢魔)를 이겨봐라. 꿈이 사라진 인간은 송장과도 같지.]


뇌천존은 어떻게든 강태산이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게 만들려고 했다.

지독한 꿈의 괴물을 강태산의 정신에 심었다. 괴물은 강태산의 정신 속을 파고들어가 꿈을 좀먹고 그가 스스로 죽음을 말하게 만들 것이다.


‘이 수까진 쓰기 싫었다만······.’


천존(天尊)의 이름이 붙은 만큼 뇌천존은 저승에서도 끗발 좀 날리는 저승사자였다. 수천, 수만의 영혼이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게 만든 뒤 저승으로 인도한 고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기에 그에게 실패란 없었고 또한 강태산은 천하의 뇌천존에게도 탐이 나는 영혼이었다.

어지간한 고승 백을 인도해도 강태산 하나만 못할 것이다. 스스로 영혼을 탈각하며 천사의 업을 뒤집어쓴 인간이라니. 루시에게는 미안하지만 강태산을 자신의 손으로 인도하는 순간 그의 계급은 못해도 한 단계는 상승할 터였다.


‘2급 사자가 되면 나는 나의 과거를 알 수 있게 된다.’


저승은 천계와 마찬가지로 아홉 가지의 계급으로 나뉜다.

뇌천존은 현재 3급 사자였다. 그리고 2급 사자가 되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권한을 갖게 된다. 자신이 잊고 있던 과거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강태산의 죽음은 그에게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뇌천존이 심어둔 몽마는 채 반 년이 지나지 않아서 줄행랑을 쳤다.


[왜 도망가는 것이냐?]

[미안하오. 난 못하겠소! 이놈의 정신은 도저히 파고들 틈이 없소. 도리어 내가 먹었던 꿈들을 다 흡수했지. 존재력만 갖고 겨우 빠져나온 게요!]


그림자의 형상을 한 몽마가 이 말을 내뱉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라 뇌천존은 어안이 벙벙했다.

일반 몽마가 아니다. 만 명이 넘는 꿈을 섭취한 강력하기 짝이 없는 몽마였다. 꿈을 빼앗는 게 목적인 몽마가 꿈을 도리어 빼앗겼다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강태산은 한없이 고요했다. 눈에 서린 이채는 하늘의 달과도 같이 청렴했다. 만 개가 넘는 꿈을 빼앗은 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고고(孤高)하다. 그는 천천히 마의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손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바다의 꿈틀거림이 더욱 진해졌다.

마의 바다가, 그의 움직임에 하나하나 반응한다.


[놈······!]


뇌천존은 오기를 느꼈다. 저승사자가 된 뒤로 그는 일개 영혼 따위에게 패배한 적이 없었다. 그에게 걸린 혼들은 모두 순순히 자신의 죄와 죽음을 인정하며 인도되었다. 강태산이라고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매망량(魑魅魍魎) 중에서도 까다롭기 그지없는 허주(虛主)마저 이긴다면 인정해주마. 네가 보통 놈이 아님을.]


비어있는 신. 허주는 신을 사칭하는 가짜 신이다. 뇌천존이 가장 공을 들여 잡은 최악의 이매망량이었다. 수백의 저승사자가 이놈 하나에 소멸되었으니 얼마나 악질적인 지 알 수 있었다.


히이이이이이!


허리춤에 찬 호리병을 열자 온갖 얼굴을 가진 검은 연기가 튀어나왔다. 뇌천존은 번개로 이루어진 밧줄을 휘둘러 허주를 묶은 뒤 그대로 강태산을 향해 집어던졌다.

동시에 강태산의 전신이 까맣게 죽어버리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하지만 바다를 가르는 강태산의 움직임만큼은 멈추질 않았다. 이 얼마나 초월적인 의지란 말인가. 뇌천존이 질린 듯 혀를 차며 강태산이 허주에 의해 비워지길 기다렸다.


<별걸음의 신이 ‘별을 만드는 법’을 알려줍니다.>

<굼뜬 신이 ‘느리게 담는 법’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뇌천존은 모르는 게 있었다.

강태산은 혼자이되 혼자가 아니었다.

별걸음의 신이 참전한 뒤로 모든 게 바뀌었다. 별걸음의 신과 굼뜬 신은 서로 다투듯 강태산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술을 익히게 만든 것이다. 모두 신의 언어로 정립 되어 읽고 듣기만 하여도 작은 깨달음을 주는 것들이었다.

0에 100을 곱해도 0이지만, 0이 1이 되는 순간 무한한 가능성이 생긴다. 강태산은 아예 몰랐던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가파르게 내면과 외면의 강함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비우고 채우며 오롯이 나의 것으로 만든다.’


수백 년간 자신을 비우고 채우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던 강태산은 신의 기술마저도 순식간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특히 별걸음의 신이 알려준 별을 만드는 법은 여태껏 강태산이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로 그를 이끌어주었다.


‘별 한 개엔 하나의 혼이 담겨있다.’


별은 무한하다. 셀 수 없이 많다. 그 하나하나에 특별한 이야기가 하나씩 존재했다. 그리고 강태산은 자신만의 별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몽마가 가지고 있던 만 개의 이야기를 빼앗아 만 개의 별로 만들자 그들의 기억이 강태산의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


‘담고자 한다면 담지 못할 것이 없다.’


굼뜬 신의 느리게 담는 법 역시도 도움이 되었다.

만 개의 별, 만개 의 혼, 만 개의 이야기를 강태산은 모조리 자신의 영혼에 새겼다. 깊고 넓어진 강태산의 영혼은 그들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히 성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다른 혼들과 달리 허주는 매우 강력한 놈이었다. 진짜가 되지 못한 가짜는 억지로 강태산을 비워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강태산은 천천히 허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자 하였다.


‘내가 너의 이야기를 가장 빛나는 별로 만들어주마.’


강태산은 내면의 시간을 느리게 만들었다.

두 배 느려진 세상에서 오래도록 허주를 설득하자, 허주의 기운이 점차 약해져갔다.

비어버린 신. 가짜는 진짜가 되고 싶었다. 자신이 비워졌기에 남도 비워버리려는 게 허주의 특성이었다.

만약 그의 이야기가 별로 승화될 수만 있다면 허주는 진짜 주인이 되어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리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결국 허주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토해냈다. 강태산은 가만히 허주의 이야기를 들으며 별을 만들었다. 이내 허주가 만족하며 소멸하자 밤하늘에 붉은 별 하나가 강렬하게 빛을 발하며 떠올랐다.


<‘붉은 성좌’를 획득했습니다.>

<붉은 성좌를 포함한 ‘붉은 성운’이 형성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성운과 성좌의 이야기를 강림시킬 수 있습니다.>


강태산은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곧 붉은 별 하나가 떨어지며 강태산을 삼켰다. 바다에 거대한 헤일이 일며 강태산의 전신에 붉은 기운이 맴돌았다.

붉은 성운은 억울하고 한 많은 혼들이 기거하는 장소다. 그들의 이야기가 전신에 강림하자 강태산의 얼굴에 처음으로 분노가 피어올랐다.

억제할 수 없는 힘. 태산마저 부술 듯한 파괴력으로 바다를 내리치자 쿵!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며 바다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동시에 날개 한 장이 더 돋아났다. 두 장의 날개는 점차 크기를 부풀렸다. 이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떠오른 강태산이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비록 춤이 정교하진 않았으나 만 개가 넘는 모든 이야기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 깊고 깊은 이야기였다.


<굼뜬 신이 당신이 엮은 이야기에 감탄합니다.>

<별걸음의 신이 자신의 기술을 터득한 것에 매우 흡족해합니다.>


별들이 울었다. 별들은 자신의 한을 위로해준 강태산을 기렸다. 강태산은 별과 함께 춤을 췄다.

기억의 세계에 창조된 별. 만 개가 넘는 별들은 은하수를 만들어 강태산을 마의 바다에서 인도하기 시작했다.

바다 위에 별의 길이 생겼다.

길은 시작과 끝을 가리키는 용도다.

곧 강태산의 얼굴이 고요해졌다. 분노는 사라지고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춤을 멈추고 날개를 더욱 활짝 피며 별의 길을 걸었다.

더 이상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더 이상 그는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그 무엇도 그를 흔들 수 없었다.

세상의 이치에 통달하며 그렇게 이 세계에 표류한지 300년 째.


강태산, 세상의 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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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4. 정령창조 NEW +49 10시간 전 1 0 12쪽
24 023. 굼뜬 신의 권능 +122 18.02.16 3 0 10쪽
23 022. 천계상점 +114 18.02.15 3 0 12쪽
22 021. 곰돌이 탈 +157 18.02.14 6 0 11쪽
21 020. 상태창 +436 18.02.13 5 0 14쪽
20 019. 방송국 +158 18.02.12 5 0 14쪽
19 018. 강선희 +193 18.02.11 8 0 14쪽
18 017. 지구로 +92 18.02.10 8 0 12쪽
17 016. 신살자 +98 18.02.10 12 0 9쪽
16 015. 검의 노래 +69 18.02.09 12 0 9쪽
15 014. 순례자 +84 18.02.08 12 0 9쪽
14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83 18.02.07 12 0 11쪽
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12 011. 태초 +64 18.02.06 13 0 10쪽
11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5 0 11쪽
»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9 0 9쪽
9 008. 뇌천존 +48 18.02.03 18 0 9쪽
8 007. 루시 +48 18.02.01 18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6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5 004. 굼뜬 신 +58 18.01.30 16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1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5 0 9쪽
1 프롤로그 +105 18.01.28 19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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