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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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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69,256
추천수 :
33,310
글자수 :
115,328

작성
18.02.03 00:30
조회
47,795
추천
1,234
글자
9쪽

008. 뇌천존

DUMMY

[뇌천존(雷天尊)님······.]


루시가 고개를 숙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어 뇌천존이라 불린 남자는 품을 뒤지더니 서류 한 장을 꺼냈다. 마치 직장상사라도 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서류를 못 받은 건가?]

[아닙니다.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네가 그 망자와 아직도 함께 있는 거지?]

[이자는 망자가 아닙니다. 주신의 실수로 잠시 죽음이 유보 된······.]

[그래. 말 그대로 유보이지. 그자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200년이나 죽지 않은 덕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아직 정식사자가 아닌 네가 억지로 그의 죽음을 미루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지.]

[겨, 결코 그렇지는······!]

[이 일은 내가 맡겠으니 너는 돌아가라.]

“잠깐만.”


둘의 사이로 강태산이 표정을 굳힌 채 끼어들었다. 뇌천존인지 나발인지 정작 당사자를 놔두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넌 뭐냐?”

[그녀를 대신해 너를 죽음으로 이끌 저승사자다.]

“허, 참. 산사람을 왜 마음대로 죽이고 지랄이야?”


<굼뜬 신이 둘의 대화를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신은 열심히 팝콘을 드시고 계셨다.

강태산은 눈앞에 뜬 신의 언어를 무시하고 뇌천존을 바라봤다.

루시가 옆에서 당황한 듯 쩔쩔매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놀랍군. 아직도 자기 자신을 잊지 않은 건가?]


뇌천존이 강태산을 동물원 원숭이마냥 신기하게 여겼다. 마의 바다가 둘러싼 이 영역에 들어온 망자는 보통 5년 내에 스스로를 잊는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그런데 강태산은 무려 200년 넘게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다.


“담당 어쩌고 하는 걸 보니까 루시가 그간 내 담당이었던 모양인데, 200년 동안 방치해뒀으면 그냥 꺼져. 그게 나를 돕는 길이니까.”


200년간 강태산과 함께해준 건 루시뿐이었다. 빌고 또 빌어도 루시 외엔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담당교체이니 뭐니 하는 걸 강태산이 받아들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뇌천존이 고개를 저었다.


[망자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내가 나선 건 네놈 때문이 아니라 루시를 위해서다.]

“루시를 위해서라니?”

[못 들었나? 루시는 정식사자가 아니다. 그녀의 마지막 미련인 네가 죽어야만 정식으로 저승사자가 될 수 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여태껏 루시는 자신에 대해 그다지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뇌천존이 그것도 몰랐냐며 작게 혀를 찼다.


[저승사자는 생전의 기억을 모두 잃지만, 그 기억과 관련 된 인간을 죽음으로 인도하면 정식사자가 될 수 있지.]

“나와 루시가 살아있을 때 서로 아는 사이였다고······?”


강태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떠올려 봐도 그녀와 같이 아름다운 사람을 지구에서 만났다면 기억에 없을 리 없었다.

루시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녀는 고개를 아래로 내리깔았다.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걸까? 자신과 그녀가 서로 관계되어 있다는 걸.


[알았으면 빨리 죽어라. 네가 죽지 않으면 루시는 정식사자가 될 수 없다.]

“그건 싫은데.”

[뭐?]

“이 세상의 끝을 보겠다고 마음먹어버렸거든.”

[이 세상에 끝 같은 건 없다. 허황된 꿈을 꾸고 있었군.]


뇌천존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기억이 구체화된 걸 제외하면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세상에서 끝을 보겠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망상이다.

그리고 강태산은 그 미친 망상을 200년 동안 실천한 장본인이었다.


[저······ 뇌천존님. 잠시만, 잠시만 제게 시간을. 제가 제대로 전달하겠습니다.]


뇌천존이 인상을 구겼다.


[빨리해라.]


루시가 강태산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강태산의 양 손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꼭, 세상의 끝을 보세요. 그리고 그대의 영구정지가 풀리게 되면······ 딸의 결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거예요.]

[루시······!]

[그 동안 즐거웠어요. 고마웠어요. 그대와 함께한 200년은 제게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미련을 남기면 정식사자가 될 수 없다는 걸 모르느냐! 돌아가라!]


휘리릭!


뇌천존이 손을 젓자, 허공에서 여러 개의 손이 튀어나와 루시를 강제로 끌고 갔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 강태산은 이맛살을 구기며 뇌천존에게 말했다.


“뭘 한 거지?”

[그녀의 미련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 큰 벌을 받게 된다. 그래도 괜찮다면 다시 불러주마.]

“······.”


강태산은 할 말을 잃었다. 젠장. 자신의 존재가 루시에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나와 루시가 생전에 무슨 관계였던 건지 말해줄 수 있나?”

[알려줄 수 없다.]


뇌천존은 냉정하게 못을 박았다.

강태산은 멍하니 루시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봤다.


‘괜찮냐고 묻지도 못했는데······.’


상실감이 몰아닥쳤다. 200년간 떨어져있는 시간이 더 적었던 둘이다. 친딸처럼 루시를 대했지만 이별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다.

가슴이 아팠다. 구멍이 크게 하나 뻥 뚫린 것만 같았다.


[내가 너의 담당사자가 되었으니, 머지않아 너는 제발 죽게 해달라며 내게 애걸복걸하게 될 것이다.]

“내기 하나 할까?”


하지만 슬픔은 잠시였다. 그보단 둘을 헤어지게 만든 이 뇌천존이라는 놈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하게 눈을 빛내며 뇌천존을 노려보자, 뇌천존이 피식 웃었다.


[나와 네놈이 내기를 말이냐?]

“100년 이내로 내가 애걸복걸하게 될지. 어때?”

[재밌군. 그래서 내가 이기면 얻게 되는 게 뭐지?]

“내 영혼의 격이 생각보다 높다더군. 나를 저승으로 인도하면 특별 보너스라도 나오는 것 아닌가? 누가 물어보면 뇌천존 덕분에 죽음을 결심했다고 열심히 어필해주지.”

[반대로, 원하는 건?]


강태산은 씨익 웃으며 짧게 말했다.


“꿇어 새끼야.”


루시와 있을 때야 딸 같고 예쁘고 착해서 최대한 젠틀하게 있었다지만, 강태산은 전직 형사였다. 형사 특유의 걸걸한 분위기와 말투는 아직도 잊지 않은 채였다.

무엇보다 루시를 억압하는 모습을 보아서인지 뇌천존이 더 아니꼽게 보이는 강태산이었다. 결코 좋은 감정으로 뇌천존을 대할 순 없을 것 같았다.

뇌천존이 가소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냐. 어차피 너는 애걸복걸하게 될 테니, 그 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100년간 이루어질 둘의 내기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굼뜬 신이 둘의 내기에 열렬한 환호를 보냅니다.>

<별걸음의 신이 당신에게 흥미를 가집니다.>


* * *


뇌천존이 하는 짓은 간사하기 그지없었다.

강태산은 죽음이 유보 된, 아직은 엄연한 산자인지라 직접적인 위해를 끼칠 수 없으니 다른 방법들을 강구한 것이다.


[인간은 항시 죄를 짓고 사는 동물이지.]


강태산이 지은 죄의 목록과 그와 관련 된 기억들을 억지로 끄집어내며 뇌천존은 그의 후회를 유도했다.

하지만 별 효력은 없었다.

죄의 대부분은 아무 것도 몰랐던 어렸을 때 집중되어 있었고, 형사가 된 뒤로 가끔 강하게 범죄자를 후두려 팬 것 외엔 이렇다 할 죄목이 없었던 것이다.

폭력은 큰 죄라고 할 수 있으나 강태산은 애당초 죄인을 잡아들이는 역이었다. 악이 더 큰 악으로 상쇄되어 처벌을 내리기도 애매한 수준.

또한 성실하고 근면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약자를 도왔다. 일과의 병행으로 육아에 잠시 소홀해질 때는 있었으나 아이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이 또한 죄라 하긴 어려웠다.


[인간은 향락에 빠지기 쉽지.]


강태산은 향락을 항상 경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막상 한 번 발을 들이게 되면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뇌천존은 생각했다.

환몽향이라 불리는, 만들어진 꿈을 꾸게 하는 향초를 펴놓자 강태산이 잠에 빠졌다. 잠에 든 강태산은 온갖 종류의 향락을 맛보게 되었다. 여자는 기본이고 대죄라 칭해지는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서만’ 마치 실제처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후 강태산이 깨어나자, 뇌천존은 기대했다.

제발 다시금 꿈에 젖게 해달라며 애걸복걸할 줄 알았다.

하지만 강태산은 그런 일도 있었냐는 듯 훌훌 털어버렸다.


[인간은······.]


뇌천존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며 강태산을 짓누르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강태산은 보기좋게 정면으로 돌파해버렸다.

10년이 가고, 20년이 가고, 50년이 지났지만, 강태산은 변하지 않았다.


[이놈은 정말 인간이 맞는 건가?]


도리어 다급해진 건 뇌천존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마무리를 짓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ㅜ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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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2. 천계상점 +114 18.02.15 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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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0. 상태창 +436 18.02.13 6 0 14쪽
20 019. 방송국 +158 18.02.12 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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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6. 신살자 +98 18.02.10 12 0 9쪽
16 015. 검의 노래 +69 18.02.09 12 0 9쪽
15 014. 순례자 +84 18.02.08 12 0 9쪽
14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83 18.02.07 12 0 11쪽
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12 011. 태초 +64 18.02.06 14 0 10쪽
11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5 0 11쪽
10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9 0 9쪽
» 008. 뇌천존 +48 18.02.03 19 0 9쪽
8 007. 루시 +48 18.02.01 18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6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5 004. 굼뜬 신 +58 18.01.30 17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2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5 0 9쪽
1 프롤로그 +105 18.01.28 21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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