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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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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169,305
추천수 :
33,311
글자수 :
115,328

작성
18.02.01 23:55
조회
48,918
추천
1,282
글자
10쪽

007. 루시

DUMMY

‘에이, 설마······.’


몇 번이고 매만지던 강태산이 현실을 부정했다. 150년 간 강태산의 신체는 많이 변화했지만 없던 게 생긴 일은 없었다. 하물며 인간의 몸에 날 리가 없는 것이 돋아났다면 아무리 천하의 강태산이라 할지라도 심장이 덜컥하는 게 당연했다.

마음을 가라앉힌 강태산이 루시에게 말했다.


“루시. 난 등이 안 보여. 네가 사실대로 말해줘.”

[······ 자, 잠깐.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처음에는 무심하게 등에 달린 게 뭐냐고 묻던 루시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눈을 크게 뜨며 경질 걸린 사람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추워서 떠는 건 아닐 테고 그녀 역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리라.


“마음의 준비는 됐어. 이거 혹시 촉.”

[회색의 날개라니!]

“수가 아니야?”


크기도 작고 뻣뻣했는지라 날개일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강태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150년을 헤엄만 쳤으니 촉수나 아가미라도 생긴 건 아닐까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그런데 회색의 날개라니?


[작긴 하지만 분명 날개에요.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절대로 천사의 증표를 가질 수 없어요. 거기다 회색······.]


루시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태산의 등을 넋 놓고 바라만보고 있었다.

강태산은 정신을 차렸을 때 떠올랐던 글귀들을 기억해내곤 입을 열었다.


“굼뜬 신이 준 선물이 이거였나 보군.”

[신께서 주신 선물이란 말인가요?]

“미안하니까 준다던데?”

[아무리 그래도 천사의 상징을 인간에게 입히는 건 불가능해요. 아니면, 혹시.]

“왜? 뭐 떠오른 거 있어?”

[그대의 죽음이 ‘유보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 아닐까요?]


명탐정과 빙의한 루시가 열심히 머리를 짜내며 내놓은 답안이었다.


<굼뜬 신이 그런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녀의 추리에 감탄합니다.>


어쩐지 말하는 투가 수상하다.

설마 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란 말인가?


“네 말이 맞대네.”

[그런데 왜 회색일까요? 회색 날개를 가진 천사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이것도 내가 인간이라 그런가보지, 뭐.”


강태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날개가 낫다. 촉수나 아가미보단.

다시 등을 쓸자 깃털이 뭉쳐 하나의 팔뚝만 한 날개로 형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르고 만질 때랑 알고 만질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확실히 달랐다.

억지로 등에 힘을 줘보며 날개를 움직이려 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안 움직이네.”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거 말곤 달라진 건 없나요?]

“달라진 거?”


말을 하며, 그제야 강태산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느려졌어. 세상이.”


바다의 물결이 묘하게 느려졌다. 하늘을 기어가는 구름의 움직임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흐름자체가 묘하게 느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루시와 대화할 때는 느끼지 못했다. 이 느려진 세상에서 그녀만은 예외였기 때문이다. 대화하는 도중에는 그 이상함을 알 수 없었다.

바로 이곳은 그의 기억이 기반 된 세상이었으니 그가 사고하는 속도대로 움직인다지만, 루시는 외부에서 개입해온 존재라 영향을 덜 받는 탓이었다. 또한 그녀의 격이 그보다 더 높기에 그가 개화한 ‘능력’이 발휘될 여지가 적은 것도 한몫했다.

루시는 다시금 탐정에 빙의하여 자신의 추론을 꺼내 놨다.


[탈각하며 잠들어있던 가능성을 깨달은 것 같아요. 160년간 시간에 표류해서인지 그와 관계 된 능력을 얻은 것 같은데······ 시간과 관련되었다면 세계의 법칙 바로 옆에 있는 엄청난 힘이에요. 세상에.]


덤덤하기 짝이 없는 말투로 ‘세상에’란 감탄을 뱉은 루시가, 양 손을 가슴에 올린 채 마음을 진정시키며 강태산을 바라봤다.


[시스템의 개입 없이 인간이 이만한 가능성을 개화하다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인류를 각성시키기 위한 전승자 시스템. 그것만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강태산은 혼자서 그 한계를 벗어났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법칙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힘 하나를 손에 넣었다.

전승자 시스템으로 인해 인류가 진화되는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는 오롯이 혼자만의 길을 걸으며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선구자의 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는 없는 거야?”

[시간을 인식하는 연습을 하면 조절할 수 있을 거예요.]


참 쉽죠? 라고 말하는 밥 아저씨와 같은 말투였다. 강태산은 정신을 집중해 시간을 원래대로 돌리려고 했지만 두통만 찾아올 따름이었다.


‘두 배쯤 느려진 것 같단 말이지.’


새삼 신기했다. 오랜 시간 이 세계에서 지내며 늘은 거라곤 수영실력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탈각이라는 과정과 함께 시간과 관련 된 능력을 얻은 것이다.

날개도 생겼다. 왠지 점점 인간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굼뜬 신이 매우 흐뭇해하며 둘의 관계에 대해 묻습니다.>


강태산과 루시의 대화가 매우 친숙해보여서일까. 굼뜬 신이 별 희안한 걸 다 물어왔다. 강태산은 별 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딸 같은 아이입니다.”


나이는 강태산이 더 적을 수도 있지만, 루시를 보고 있으면 딸인 선희가 생각났다. 강태산이 답한 즉시 다시 신의 언어가 도착했다.


<굼뜬 신이 고개를 갸웃하며, 딸과도 그런 행위를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런 행위가 뭡니까?”


의미심장한 한 마디.

강태산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었다.

오해가 갈만한 짓은 한 적이 없노라고.


[왜 그러세요?]

“굼뜬 신이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해서.”

[······ 아.]


루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딸 같은 아이라고 한 게 자신을 향한 것이었을 줄이야. 그녀는 새삼 기쁘면서도 묘한 실망감을 느꼈다.


“딸과도 그런 행위를 하냐고 묻는데 딱히 짚이는 게 없단 말이지.”


강태산은 한참이나 턱을 쓸었다. 굼뜬 신은 궁금하게만 만들고 정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순간 무언가가 떠오른 루시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그 외에 다른 말씀은 안 하셨나요?]

“대답이 없어.”

[별 거 아니셨을 거예요. 원래 신들께선 한 번씩 이해가 안 되는 언행을 하시니까요.]

“그렇겠지?”

[예.]

“혹시 내가 굳어있는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럴 리가요.]


즉답이었다. 평안한 말투 속에 다급함이 숨어있다.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강태산은 어깨를 으쓱했다. 굼뜬 신이 배고프냐고 묻고는 독이 든 사과를 던진 것처럼 곧이곧대로 모든 말을 믿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루시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곤 얼굴을 붉힌 채,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조금 들뜬 숨소리와 함께.


* * *


연습을 거듭할수록 시간의 흐름을 조정하는 일에 능숙해졌다. 날개도 조금 펄럭일 순 있게 됐지만 한쪽 날개로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다. 기껏해야 바다를 가르는 정도지 하늘을 날지는 못했다.


[튜토리얼이 끝났어요.]


그렇게 강태산이 표류한지 200년이 지났을 때였다.

루시는 갑작스럽게 찾아와 이와 같은 말을 전했다.

전승자 시스템으로 인한 인류각성 프로그램. 그중 튜토리얼이 끝났다는 건 머지않아 괴물들이 쳐들어올 거라는 뜻과 같았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구나.”


강태산은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그동안 일부러 지구와 관련 된 이야기를 묻지 않았다. 그럴수록 미련이 깊어지고 온갖 잡념이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루시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지구에선 아직 반년밖에 안 흘렀는걸요. 권한이 부족해서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말은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고마워.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아, 튜토리얼 과정은 매우 우수했다고 해요. 어비스의 공격에 충분히 대항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선희에 관해선 들은 게 없고?”

[미안해요. 노력해봤지만 거기까지 알아낼 순 없었어요.]


강태산에게 가장 중요하고 궁금한 건 그의 딸 선희에 관한 정보였다. 그간 루시와 대화하며 어비스가 얼마나 무지막지한 곳이고, 그곳의 괴물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녀석들인지 수없이 들었기에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72명의 마왕들. 그들이 강림하면 차원이 궤멸한다.’


처음에는 판타지 소설과 같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루시는 어비스와 괴물들에 대하여 말할 때만큼은 어느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그렇다면 결코 허언이 아니리라.

강태산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은 아직 죽지 않았다.

강태산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무한정 수영을 하는 것뿐이지만, 세상의 끝을 보면 무언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모종의 확신도 있었다.


[그리고······.]

“뭔데 그리 머뭇거려?”


루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평소 그녀와 같지 않은 모습이다.

말하길 주저하고, 꺼려하며, 루시가 애달픈 눈빛으로 강태산을 쳐다봤다.

그 순간.


[이봐. 왜 아직도 안 죽고 있는 거지?]


허공이 열리고,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강태산에게 시선을 던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말했다.


[루시, 담당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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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3. 굼뜬 신의 권능 +122 18.02.16 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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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5. 검의 노래 +69 18.02.09 12 0 9쪽
15 014. 순례자 +84 18.02.08 12 0 9쪽
14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83 18.02.07 13 0 11쪽
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12 011. 태초 +64 18.02.06 14 0 10쪽
11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5 0 11쪽
10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9 0 9쪽
9 008. 뇌천존 +48 18.02.03 19 0 9쪽
» 007. 루시 +48 18.02.01 19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6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5 004. 굼뜬 신 +58 18.01.30 17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2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5 0 9쪽
1 프롤로그 +105 18.01.28 21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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