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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영구정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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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후
작품등록일 :
2018.01.27 03:16
최근연재일 :
2018.02.17 20:13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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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9,241
추천수 :
33,309
글자수 :
115,328

작성
18.01.30 11:10
조회
51,609
추천
1,316
글자
9쪽

004. 굼뜬 신

DUMMY

바다는 인류에게 아주 중요한 걸 주었다. 삶, 식량, 소금, 완만한 기후조절 능력······ 흔히들 ‘어머니의 바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결코 틀린 표현이 아닌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바다. 아름다운 바다.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그 이름, 바다!


[질렸어······.]


루시는 바다를 횡단하는 강태산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을 극복했을 때부터 의지가 범상치 않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30년 넘게 수영만 하고 있을 줄은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강태산이 영구정지 당한지 벌써 35년이 지났다. 위태롭게 무너지던 세계는 강태산이 의지를 강하게 먹자 언제 그랬냐는 듯 현상유지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인간이 맞는 걸까?’


이런 인간이 존재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평범한 인간은 기억의 마모가 시작되면 엄청난 공포감과 함께 도망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강태산은 정면으로 맞서며 도리어 끝없는 모험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망망대해에는 아무 것도 없다. 마의 바다는 그저 인간을 기억 속에 가두기 위한 장치일 뿐 모험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장소였다. 보통 모험이라 하면 어딘가에 도착해서 무언가를 얻고 술 한 잔과 함께 현지인과 대화라도 해야 할 텐데, 강태산은 그저 30년 넘게 바다에서 수영만 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이 세계의 끝을 보겠다는 일념 하에.

무모하다. 융통성이 없다. 그러나 왜인지 계속해서 보게 된다. 루시는 강태산의 죽음을 인도하는 자였다. 그가 죽기를 기다리는 게 그녀가 할 일이었건만 이제와선 강태산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무모하지만······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


신체적 능력은 범인의 수준보다 조금 나은 정도이나, 그의 자아는 이미 범인을 초월해 있었다. 이곳은 그의 기억이 구체화 된 장소이지만 모든 게 실존했다. 여기서 죽으면 그 역시 죽는다. 그러한 두려움을 무시한 채 그는 30년이 넘게 망망대해를 나아가는 중이었다.

정말로 100년을 버틸 수 있을까?

정말로 그는 끝을 볼 수 있는 걸까.

애당초 이곳은 끝이 없는 장소였으니.

하지만 루시도 모르는 게 있었다.

강태산의 영혼과 정신이 조금씩 틀을 벗고 규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걸.

마의 바다는 거대한 벽이었다. 그 거대한 벽과 강태산은 30년 넘게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그 견고한 벽에 구멍을 뚫는다는 건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

신의 의지에 위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초월된 자아로 말미암아 벽에 구멍이 뚫리게 된다면, 강태산이 이 세계에 무엇을 투영할 수 있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 * *


강태산은 루시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바다에는 모든 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기억, 그의 삶, 그의 영혼, 그리고 그 외에 모든 것들이.

언제부터였을까. 20년 넘게 수영을 하자 강태산은 마의 바다와 조금씩 융화되기 시작했다. 인간을 가두기 위한 철창의 빗금이 조금씩 열리며 강태산은 그 너머의 것을 아주 살짝, 맛보기 정도로만 경험하게 된 것이다.


‘아! 내가 너무 작아서 이 바다를 다 담을 수 없는 게 아쉽구나.’


강태산은 스스로의 초라함을 느꼈다. 바다는 무한(無限)했으나 강태산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위대한 정신들을 담기 위한 그릇이 너무 작았다.

정신들.

이 바다에는 무수히 많은 위대한 정신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다 깊숙한 곳에 몸을 웅크린 채 끝없이 잠겨만 있었다. 루시는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그녀는 이 세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그녀가 강태산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숨긴 것이 아니라, 아예 알지를 못하니 말 자체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강태산은 굳이 입 밖으로 그 사실을 담지 않았다. 그보단 마의 바다와 융화되기 시작한 뒤로 10년 넘게 아예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혹시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이 바깥으로 삐져나올 까봐. 쓸데없는 걱정이었지만 그러한 노력자체도 강태산의 영혼을 강화시켜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강태산은 다시금 마의 바다에서 위대한 정신들을 느끼고 싶었다. 그들을 본 것만으로도 강태산의 인지는 아득히 성장했다. 하지만 그릇을 키우기 위해선 고작 30년 정도로는 턱도 없다. 인간의 그릇은 의외로 작아서 생각보다 많은 걸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탓이다.


[단순히 수영한 것만으로도 영혼의 격이 올라가다니!]

[득도한 고승들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일개 인간이······ 믿기지 않는군요.]


50년이 지나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강태산의 눈과 귀는 이제 그녀를 완전하게 보고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억지로 모습을 숨겨도 소용없었다. 이는 곧 영혼의 격이 상승했음을 의미했다. 더불어 그의 신체가 한계지점을 넘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했다.

강태산은 계속해서 바다를 헤엄쳤다.

아주 천천히, 그는 변화해가는 중이었다.


* * *


루시는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이 정확히 100년째 되는 날인데······.’


자신의 일처럼 긴장이 됐다. 최근 백 년 사이에 오늘처럼 긴장해본 날이 없었다. 아무리 신의 일처리가 늦어도 100년이면 영구정지가 풀릴 줄 알았다.

그러나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식이 없었다.


[미안해요.]

“네가 미안할 게 뭐있어?”


바다에 대(大)자로 누운 강태산이 피식 웃었다. 묵언수행도 끝났다. 처음에야 필사의 일념으로 바다를 헤엄쳤지만 지금은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사이 강태산은 많은 게 달라져있었다. 수영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운동 중 하나. 그것을 백년 가까이하니 모든 근육과 세포들이 저장하는 에너지의 수준이 훨씬 방대해졌다. 오밀조밀한 근육과 그 안에 내재된 힘은 이미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뿐만 인가.

그의 눈엔 현기(玄機)가 머물렀다. 이는 곧 세상을 관통하는 기운이다. 마의 바다에 잠들어있던 무한한 원천의 일부가 그에게 깃든 것이다.


[돌아가서 딸을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잘 모르겠어. 선희라는 이름은 기억나지만 얼굴은 연필로 칠해놓은 것처럼 잘 떠오르지 않아.”


루시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잊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100년의 시간은 인간에게 있어선 영원과 같은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망각의 축복은 여기선 저주와 같았다.


“녀석. 슬픈 건 난데 네가 왜 우냐?”

[아······.]


루시가 기어코 눈물을 흘렸다.

슬펐다. 가슴이 아팠다. 그가 잊어가고 있다는 게.


‘의지만으로 세계를 지탱하고 있었구나.’


그런데도 이 세계는 유지되고 있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의 세계는 이 마의 바다가 전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육지가 사라졌다.

도심도, 그가 살던 아파트도, 체육관도.

오로지 세계의 끝을 보겠다는 의지만으로 그는 버티고 있었다.


‘불쌍한 사람.’


100년은 너무 길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그는 바다 그 자체가 되어버릴 것이다. 자신의 존재조차 잊고 강태산은 사라지겠지.


“울지 마라.”

[어떻게 그렇게 담담할 수 있나요?]


강태산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모양이 딸의 모습과 같았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제외하면······.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떠올려 봐. 나는 강태산이다. 내 딸의 이름은 강선희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조금씩 잊어가고 있지.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가 있겠어?”


강태산이 손을 뻗었다. 구름이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슬픈 감정은 바다에 흘려보내. 그리고 다시 결심해. 나는 반드시 돌아가겠노라고. 나는 지금 신이란 놈과 싸우고 있는 거야. 내가 나를 잊는 게 빠를지, 그가 나를 돌려보내는 게 빠를지.”


신성모독이다.

그런데도 루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홀로 고독한 싸움을 100년이란 시간동안 해왔다.

하지만 몇 년을 더해야 끝날지 알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영구정지 100년 째. 그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자, 그러니 세상의 끝을 한 번 봐보자고.”


그 순간이었다.


<굼뜬 신이 당신에게 호기심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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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3. 굼뜬 신의 권능 +122 18.02.16 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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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0. 상태창 +436 18.02.13 6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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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6. 신살자 +98 18.02.10 12 0 9쪽
16 015. 검의 노래 +69 18.02.09 12 0 9쪽
15 014. 순례자 +84 18.02.08 12 0 9쪽
14 013. 신의 사랑을 받는 남자 +83 18.02.07 12 0 11쪽
13 012. 알카로스 +190 18.02.06 15 0 12쪽
12 011. 태초 +64 18.02.06 13 0 10쪽
11 010. 끝과 시작 +98 18.02.05 15 0 11쪽
10 009. 세상의 끝 +72 18.02.04 19 0 9쪽
9 008. 뇌천존 +48 18.02.03 18 0 9쪽
8 007. 루시 +48 18.02.01 18 0 10쪽
7 006. 탈각(脫殼) +54 18.01.31 16 0 9쪽
6 005. 신의 언어 +57 18.01.30 15 0 10쪽
» 004. 굼뜬 신 +58 18.01.30 17 0 9쪽
4 003. 이 세상의 끝을 보려고 해 +38 18.01.29 22 0 11쪽
3 002. 영구정지 +64 18.01.28 18 0 13쪽
2 001. 강태산 +34 18.01.28 25 0 9쪽
1 프롤로그 +105 18.01.28 20 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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