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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8.01.06 02:36
최근연재일 :
2018.02.1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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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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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5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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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제주도

DUMMY

재현은 보상에 대해서 논의하려고 하는 리암을 완곡히 거절하면서 곧장 독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려고 했다. 그러나 통화 이후에는 한국으로 위치를 바꿨다. [Villeneuve.] 자신의 이름처럼 닉네임을 지은 그의 본명은 드니 빌뇌브다. 약 일주일 뒤에 한국에 갈 일이 있다면서 약속 장소를 한국으로 잡았다.


시카고공항을 들렀다가 평양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아와 재현은 공항에서 대기하던 중에 한 여자를 만났다. 약간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모습. 쳐진 눈매. 목에 걸린 선글라스. 그러나 입은 검은색 정장은 말끔했다. 넥타이도 칼같이 쟀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공항 내부의 카페 근처에서 그들의 앞으로 똑바로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히어로 협회’의 루글란 데드비어입니다. 지원요원입니다.”


재현은 일어나서 그녀와 악수했다.


“최재현입니다.”

“주현아에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된 것은 두 분의 스카웃 제의 때문입니다.”


단도직입적이었다. 패기 없는 외모를 보고 이리저리 말을 흘릴 것 같았는데 직설적으로 나온다. 이 요원의 생김새와 성격은 관련이 없나 보다.


“미국에서 설립할 ‘히어로 협회’에 참가해주십사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능력자 개편에 관해서 의견도 들어보고 싶고요.”


재현은 시간을 보려고 눈동자를 왼쪽으로 돌렸다. AR렌즈에서 시간이 뜨기도 전에 루글란이 말했다.


“비행기 출발까지 2시간 30분 남으셨습니다.”

“뒷조사하고 있군요.”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상대방과 만나는데 상대방의 일정도 모르면 안 되겠더군요.”


재현은 의외로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그녀에게서는 꿍꿍이는 안보인다. 정면에 목적이 있으면 파고들어서 부숴버리는 스타일이다. 이런 사람과는 편하게 대할 수 있다.


“일단 앉으세요.”

“예. 고맙습니다.”

“커피는?”


루글란은 한 번 사양하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 협회의 목적은 이 세계의 위협이 되는 몬스터의 처단입니다. 퇴치, 토벌, 흠. 아무렴. 어쨌든 인간을 위협할 몬스터를 처단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거기에 필요한 것은 히어로의 협조죠. 전혀 새로운 능력을 각성한 히어로들이라면 질서 유지에 상당한 이바지를 할 것 같습니다.”


협회.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다. 재현과 다른 플레이어들의 연맹이 가진 목적이 ‘생존’이라면 이들의 목적은 몬스터의 처단이다. 재현은 웃으면서 말했다.


“제의는 고맙습니다만. 저희는 이미 결정해뒀습니다.”

“그렇습니까? 조건을 듣지도 않고 칼같이 거절하시는 것을 보니 확고하게 정해두셨군요.”

“예. 제의는 고맙습니다. 명함을 남겨주시죠.”


그녀는 눈썹 위를 까닥했다. 재현은 저 근육의 떨림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아냈다. 의외로, 분노였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으면서 루글란은 그에게 명함을 전달해줬다.


“다음에라도 좋은 느낌으로 만났으면 좋겠군요.”

“예. 다음에 뵙시다.”


루글란이 떠나자 현아가 옆에서 피식 웃었다. 재현이 그녀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스카우터로서는 빵점이야. 여러 번 제의하지도 않고,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았지. 차라리 현장 요원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왜 지원 요원에 있을까?”

“처음부터 거절할 것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현아의 말에 그는 잠깐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어차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다. 다시 만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군.




평양공항은 통일 이전에는 군사목적용 공항으로 이용되었지만, 통일 이후 이곳은 국제공항으로 변했다. 재벌이나 기타 대한민국의 강한 파워를 지닌 사람들은 평양의 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다. 제2의 서울로 만들려는 계획이다.


마치 승자가 패자의 얼굴을 짓밟듯이, 권력가들은 평양을 부수고 개조하는 것을 서슴지 않게 했다. 본가를 서울에 두고도 쓸데없이 거대한 저택을 평양에 만들어댄 것이 유행하는 것은 이런 지배심리에서 오는 면이 컸다.


수집한 미술품을 자랑하듯, 저택을 자랑하기 시작한 거다. 그중에 선두자가 바로 주천성이다. 다른 사람들은 콩고물을 얻어먹는 경향이 강하다면 그는 당당하게 아버지가 한 일을 물려받았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규모도 대규모로 한 거고.


공항에 도착한 둘은 각자 헤어져서 쉬기로 했다. 고된 여행에 지친 이유도 있었다.


재현은 집에 돌아와서 푹 늘어졌다. 그리고 누워서 며칠 동안 잠만 자다가 인터넷을 조금 하고는 뉴스를 보려고 했다. 단파송신기가 켜지면서 AR렌즈와 연동되어서 TV를 열었다.


이번 능력자 개편에 관한 내용이었다. 등급이 정해진다. 각자의 능력이 다르고 개성도 뚜렷하므로 분화가 수십 갈래로 진행되겠지만 등급으로 능력의 고하를 나눈다. 사실 저렇게 나눌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특히 한국인들은 위아래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어떤 부분의 그랜드 마스터가 되면 마스터는 가볍게 이길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혹은 기술의 편차에 따라 약점과 강점에 따라서 달라진다. 더군다나 신화나 전설에 얽혀서 특수한 능력을 부여받은 인간들은 더 그렇다.


아래부터 담(譚) 급, 전(傳) 급, 설(說) 급. 신(神) 급.


영어처럼 등급을 나눌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외였다. 이름은 모두 저널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하긴, 예전 이더데인 이미테이션에서는 미세픽이 아닌 존재가 다수였다. 대부분 클래스로 구분했지, 어떤 존재가 어떤 설화에 관여되어있는지는 관심도 없었다. 오리진 들어오면서부터 모두가 미세픽이 된 것이 영향을 끼쳤을 거다.



설화는 한 민족 사이에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의 총칭을 말한다. 이것을 구분하는 것은 세 가지다. 신화, 전설, 민담이다.


신화는 우주의 창생과 종말, 일월성신 등을 의미한다. 한국을 예로 들면 마고 할미를 말할 수 있겠지. 중국에는 반고가, 그리스도교에서는 하느님이 세계를 창조했다. 신앙으로 확립한 것은 종교 수준으로 올라간 것뿐이다. 믿는 자들의 힘이 그 신의 힘이 된다.


전설은 신격을 가진 존재가 주인공이 아닌, 인간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영웅을 생각하면 딱 맞을 것이다. 보통과는 달리 비범한 존재들. 로마를 건설한 건국왕 로물루스는 아기일 적, 늑대의 젖을 먹으며 자랐다고 한다. 동명성왕 주몽은 적에게서 도망칠 때 강의 생물들이 다리를 만들어주었다.


민담은 신빙성과 역사성이 희박한 흥미 위주의 옛날이야기였다. 구전으로 전해올 뿐 증거는 없다. 예를 들면 흔히 쓰는 문구,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것도 민담 중에 하나다.


셋 다 가짜인 것은 맞다. 창세신화는 옛 인간들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며 전설의 주인공이 한 일들은 진짜 존재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민담은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이더데인은 이 세 가지의 것들에 힘을 부여했다. 거짓은 진실로, 진실은 더 진실로.

그 말을 연상하자 갑자기 주천성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신의 선물은, 지고한 권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에서 나온다······.


재현의 미세픽 등급은 처음부터 설(說) 급이었다. 그 이상으로 올랐다는 말은 없었으니 지금도 같을 거다. 신급의 능력자가 있을까? 있을지도 모른다. 힘과 등급이 같지만은 않을 테니까.




집에서 빈둥대던 재현은 곧 피로를 해소했다. 여태까지의 전투에서 지쳐있던 정신을 풀어버렸다. 며칠 쉰 이후에, 주천성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주도에서 구원 요청이었다. 재현은 어차피 드니를 기다리는 것도 며칠 남았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승낙하자마자 그의 집 건물 옥상에 헬기가 떴다는 문자가 왔다.


“······.”


재현은 전화를 받으면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검은색 헬기 한 대가 떠 있었다. 차세대 가변형 기술을 도입한 헬기라는 X7이다. 무소음 헬기여서 거친 바람만이 그의 앞을 가릴 뿐이다. 이 헬기는 변형 이후 초음속으로 날 수도 있었다.


애초에 헬기는 음속으로 날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지만, 점점 보병이 첨단화되면서 수요가 필요해졌다. 신체에 특수 강화를 하고 전신에 군사용 외골격 장갑을 낀 미래화 보병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수 보병은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그래서 숫자가 많지 않았다. 이 헬기는 동시다발적 테러리스트를 빠르게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재현이 밀리터리에 지식이 있어서 아는 것은 아니고 하도 유명한 헬기여서 그렇다. 원래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잡지식만 는다. 이건 미군에서도 얼마 안 쓴다는 기종이라던데.


재현은 지금 자신이 반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인 것을 자각했다. 이야기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집 옥상에 헬기가 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


“타십시오.”

“······.”


안에서 나온 사람이 여성이어서 더 당혹스럽다. 광학 패턴 군복을 입고 있는 그녀의 계급장에는 다이아몬드 세 개가 달려있었다. 얼마 전에 만났던 루글란을 연상시키는 추진력에 어어, 하고 헬기에 탑승한 재현은 그녀에게 브리핑을 받았다.


“제주도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 문제는 포탈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재현은 냉혹한 표정의 이 여군이 그다지 차림새에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을 알고 대범하게 나가기로 했다. 인벤토리에서 옷을 꺼내다가 헬기 위에서 그냥 갈아입기 시작한 거다. 예상대로 이 대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능력자의 폭주입니다. 어째서인지 스스로 주체하지 못한 능력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특정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그 능력자는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폭주를 시작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AR렌즈로 정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블루투스를 열어주시겠습니까?”


재현은 떠오른 인터페이스를 클릭해서 블루투스를 열었다. 그러자 안쪽으로 파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느 정도 재현이 읽은 듯 하자 대위는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는 이번에 후방보조로 활동할 윤국화 대위입니다. 정보수집. 저격 및 통신지원입니다.”

“최재현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전과 설급 이상의 능력자들이 하는 활동에는 이렇게 일대일로 후방보조 요원이 붙을 겁니다. 앞으로는 민간 요원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현재는 모두 군인이 후방을 보조할 겁니다.”


보조 겸 감시겠지. 어쨌든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 군인은 생각 이상으로 유능해 보였다. 태도나 행동에 자신감이 넘친다. 도움이 될 것 같다.


가변형으로 변한 헬기는 몇 분 뒤, 제주도에 도착했다. 헬기가 그들을 강하시킬 장소를 정하고 감속했다. 그들이 강하할 곳은 김녕초등학교 운동장이다. 원래는 구좌 종합 운동장 위에 떨어트릴 생각이었지만 대공 공격의 위험 때문에 멀리서 떨어트릴 계획이라고 한다.


제주도의 하늘에는 검은색 먹구름이 끼어있었다. 넘겨진 자료에 따르면 능력자의 폭주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발생한 일이라고 한다. 헬기 조종사가 거의 다 왔음을 알렸다. 재현은 윤국화 대위에게 낙하산을 받았다. 그리고 낙하산을 쓸까 하다가 말았다. 어차피 마력은 넘쳐난다.


“전 그냥 떨어지면 됩니다.”

“예? 맨몸으로 뛰어내려도 상관없습니까? ”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군말 않고 낙하산을 다시 집어넣고 그녀의 것만 맸다. 능력자니까 무슨 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헬기의 기체가 크게 흔들렸다. 윤국화 대위의 귀에서 이어폰 하나가 툭 빠졌다.


“여기서 강하해야 합니다. 파일럿의 말에 따르면 풍향이 거세졌다고 하는군요. 대공 공격의 위험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저속으로 날고 있는 헬기의 해치가 열렸다. 원래 초등학교에서 강하할 계획이었지만 그마저도 김녕항 근처에서 강하해야 했다. 바다에 안 빠지길 기도하는 수밖에. 윤국화 대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재현을 바라보았다. 재현의 눈동자에서 두려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좋습니다. 먼저 가죠.”

“예?”


재현은 맨몸으로 헬기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윤국화 대위는 약간 불안감이 들면서도 그의 뒤를 따라서 내렸다. 여차하면 그녀가 빠르게 낙하해서 재현을 잡아챌 계획이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재현의 등 뒤에서 거대한 날개가 솟아났다. 유리처럼 투명한 날개는 금색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반짝이는 가루들이 유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작가의말

띠용. 한참 자료조사하고나니 제주도 놀러가보고 싶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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