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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8.01.06 02:36
최근연재일 :
2018.02.17 07:48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853,555
추천수 :
29,688
글자수 :
260,371

작성
18.02.08 06:17
조회
11,717
추천
511
글자
14쪽

움카르(4)

DUMMY

수십 개의 드론이 허공을 날면서 벌처럼 수많은 오크들에게 달려들었다. 저출력으로 발사되는 레이저이기 때문에 근접해서 쏴버리는 것이다. 분사되는 빛의 가루로 하늘을 날면서 오크들의 머리에 레이저를 정확히 꽂아 넣었다. 두개골은 한 번에 뚫린다.


“뭐냐 이건!?”

“!!”


목표물에게 다가가 정확히 머리에 꽂아 넣는다. 엄청난 속도로 제압된 오크들의 머리에는 각자 하나씩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놈들이 있었다. 기민한 오크들은 드론의 발사 궤도에서 회피하거나 드론을 후려쳐서 박살 냈다.


재현은 그런 놈들에게는 몇 개의 드론을 더 보내서 완전히 침묵시켰다. 집중하기 위해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으나 그의 앞에는 시체만 남았다.


외부의 위협요소가 제거되자 족장은 방어막을 해제하고 앞으로 나섰다.


“고맙네, 외부인.”

“오크들에게 발각당한 겁니까?”

“우리 말고도 다른 곳도 발각당했을 수도 있소.”


족장의 안색은 매우 나빴다. 절망적인 현실에 실감하고 있는 거겠지. 재현은 그들과 싸워서 남은 오크들을 모두 몰살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새로운 미세픽들이 인세인 난이도에 도착할 수도 있다. 그때 요정들이 어떤 처분을 당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서 재현은 그에게 제안했다.


“영원히 이 세계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가?”“당신들은 어떤 세계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왔다고 했죠. 그렇다면 다른 세계로 가는 것에도 거부감은 없겠죠.”

“당연히 그렇다네. 하지만 우리는 미궁으로 온 이후 다른 세계를 여는 방법을 잃어버렸네. 구전으로 전수해오던 기술이 있었네만, 그 옛날 움카르의 오크 챔피언이 나타났네. 기술을 전수하기도 전에 선조들은 모두 고인이 되었지.”

“이곳 말고 제가 보유한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면 앞으로 영원히 나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족장 잉구르는 침음성을 삼키고 말했다.


“그곳에 무엇이 있지?”

“아무것도···. 공기는 숨 쉴 수 있겠지만 물도 비옥한 옥토도, 마력도 없는 황무지죠.”

“적도 없겠군······.”


재현은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는 아쉬운 처지가 아니다. 요정들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 오크 챔피언의 시체를 이용해서 가능성을 봤으니까.


“적이 있습니다.”

“적?”

“그러고 보니, 보고를 안 했군요. 1구역의 하이로드와 오크 챔피언을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어오는 세계와 이곳의 연결을 끊었습니다.”

“뭐라고!?”


족장과 주변에 있던 요정들은 매우 놀란 눈치였다. 그것도 잠시 안색이 크게 밝아졌다. 재현은 그들의 반응을 기대하기 전에 말을 이었다.


“그러나 챔피언의 시체가 이 미궁에 있으면 ‘움카르’가 강림하는 것 같더군요. 저는 임시 처치로 제가 있던 세계로 챔피언의 시체를 던져두었습니다. 얼마 지나니 그 괴물의 시체에서는 새끼가 나오더군요. 지금은 깊은 땅속에 봉인해둔 상태죠.”

“봉인? 어느 정도인가.”

“완전히 땅속 깊이 묻어뒀으니까 정확히는 모르겠군요. 당신들이 이주하는데 걸리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전 이후 이 미궁을 떠날 생각입니다.”


잉구르는 침음성을 흘리면서 고민했다. 미궁에 남아 있다면 그들은 남은 오크들과 싸워야 하겠지. 하지만 오크들의 숫자는 너무도 많았고 그들은 적었다. 이번 전투로 요정 경비대원들의 반수가 사망했다. 앞으로는 정찰도 불가능해질 테지. 독소가 가득한 미궁의 통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당장 적은 없다는 말이군.”

“그렇죠.”

“좋아. 하겠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했죠? 마력도 없고 괴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죠.”

“그래도, 이 세계에서 두려워하며 사는 것보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를 일구며 평화롭게 사는 것이 낫네. 자네는 우리를 위해 오크 챔피언도 쓰러트리지 않았나? 자네를 믿을 이유는 충분하지.”


잉구르의 눈에서 신뢰의 빛이 보였다. 재현은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는 이 요정들을 적대할 마음은 없다. 요정들에게서는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으니 재현의 진심을 알아줬을 거다.


“좋습니다. 준비해주세요. 저는 다른 람엘드에도 가보겠습니다.”




재현은 다른 람엘드에도 똑같은 말을 전했다. 이들의 공동체는 각 람엘드마다 있는 족장들이 대변했지만, 의견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탈출. 이곳에 정이 들어서 남고자 하는 요정이 있을 법도 했지만, 그들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재현은 잉구르가 있는 람엘드로 돌아와 의견을 전달했다.


역시 안쪽은 매우 황폐했다. 요정들은 각자 가면을 하나씩 쓰고 있었지만 격렬한 기침을 하는 요정들이 많았다. 아마 그 가면을 쓰고 있더라도 독소에 노출되면 폐에 문제가 생기는 모양이다.


“우리는 준비가 끝났네.”


그들은 가꾸던 나무들의 씨앗과 물, 아티팩트 등을 챙겼다. 죽은 오크들에게서 전리품을 빼앗기도 했다. 그들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부숴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 재현은 그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의 시간 배율을 0.001배로 해두고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꺼번에 모아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다.


요정들은 자신들의 황폐해진 터전을 보았다. 불타버린 나무, 파괴된 집. 시체와 피. 그들은 슬픈 표정을 짓고는 차례대로 이 세계를 떠나기 시작했다. 각자 자신의 의지로 재현의 세계로 들어가기로 했으니 금방 들어갔다. 유마의 차례가 되자 그가 말했다.


“외부인.”

“왜?”

“정말 고마워요.”

“낙원으로 보내주는 게 아니야. 그곳도 또 지독하게 힘든 곳일 수도 있지.”

“이름 물어봐도 돼요?”

“나? 최재현. 이름이 재현이야.”

“난 유마 엘리프에요. 조금 이따가 봐요.”

“그래.”


재현은 유마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세계로 보냈다. 좌표는 그가 설정할 수 있다. 최대한 평평하고 흙이 고운 곳으로 보내주었다. 아직 자원의 요지라고 할 만한 곳이 없었으니까. 협곡이나 바위지대보다는 낫겠지.


이후 재현은 마주치는 오크들을 말 그대로 녹여버리면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1구역의 챔피언이 죽은 것이 이제 오크들에게 알려진 듯, 재현을 만나는 오크마다 기겁했다.


“챔피언 슬레이어다! 도망쳐라!”

“취, 취이이익!”

“사, 살려줘!”


이곳에서도 명성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아마도 챔피언이 없애던 오크 중에서 도망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체계적으로 부대를 모아 달려들면 재현도 위험할 텐데 이들의 사기는 끝도 없이 떨어져 있었다. 만나는 오크마다 도망치니 재현은 오크들을 처리하기보다는 빠르게 람엘드로 가서 요정들을 데려오기로 했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었다. 재현은 지도를 살폈다. 나머지 람엘드들은 파괴되거나 없는 곳이었다. 요정들을 완전히 회수한 그는 람엘드의 한쪽에 앉아서 세계로 들어가기로 했다. 눈을 뜨니 파란 하늘이 보인다.


아래쪽에는 요정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여태까지 만나지 못했던 다른 동족에 대한 해후였다.


“롬멜! 이게 얼마 만인가!?”

“200년 만인가?!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군!”


이산가족도 여럿 있었다.


“어머니!”

“아들! 드디어 얼굴을 보는구나!”


초창기에 람엘드를 만들 때 그들은 다급했었다. 오크들이 요정들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살포했고 빠르게 대피해야 했다. 그래서 떨어지게 된 가족들도 있었는데 독소에 대한 저항력이 없는 그들은 서로 만나지 못하고 편지로만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감격의 해후였다.


재현은 족장에게 다가갔다. 족장은 순식간에 재현을 알아보았다.


“자네는, 왜인지 빛으로 이루어져 있군. 자세히 보이지 않아.”


요정들에게 재현은 그런 식으로 보이는 것 같다. 요정들은 정령에 대한 감응력이 좋다고 한다. 정신적인 부분이 인간과는 달라서 이 안에서 정신체가 되어있는 재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재현은 별도의 얘기는 없이 나중에 세계 안에서 보자고만 이야기했었다.


“그렇죠.”

“재현!”


유마가 안에서 다가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재현은 말없이 그의 손바닥을 쳤다. 하지만 통과해버린다. 그가 울상을 짓자 재현이 그의 머리에 손을 얹어서 쓰다듬는 포즈를 취했다.


“일단 이 세계는 제가 거의 조종할 수 있습니다.”


재현은 손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러자 아래에서 모래가 기둥처럼 서서히 올라왔다.


“그래서 챔피언의 새끼들을 격리할 수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관리하는 동안에 당신들은 안전할 테니까.”

“고맙네.”

“하지만 제가 말했죠? 여긴 아무것도 없다고요.”

“우리도 대비가 되어있다네. 옛 선조들은 미궁으로 이주를 하면서 황무지도 개간할 수 있는 특수한 품종의 식물들을 가져왔다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씨앗과 모종들이 바로 그것이지. 이 식물들은 물이 없어도 자라네. 마력이 없는 곳에서는 예전처럼 잘 자라지 않겠지만,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해보는 수밖에.”

“매번 이 세계는 바뀔 겁니다. 그러는 동안에 많은 게 바뀔 수 있어요. 바다가 생길 수도 있고 마력원도 새로 만들 수도 있고요.”


그때 옆에 있던 유마가 말했다.


“바다가 뭐야?”

“아, 한 번도 본 적이 없겠구나. 물로 가득한 거대한 호수야.”

“호수? 모르겠어.”


호수도 모르나 보다. 잉구르가 껄껄거리면서 말했다.


“유마는 미궁 태생이네. 당연히 호수도 바다도 본 적이 없지. 나도 옛 선조들의 이야기로만 들었다네.”

“네, 어쨌든 그런 부분이 ‘업데이트’ 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계세요.”

“좋아. 알겠네.”


업데이트가 번역이 잘되었는지 모르겠다. 재현은 일단 이 요정들을 내버려 두고 하늘 위로 올라가서 프라임을 호출했다.


“프라임! 신전에 대해서 열어줘.”

「1. 신전 : 요구 경험치 10만. 마을 단위의 사람들을 세계의 권능에서 지켜주는 신전. 이곳에서 그들의 신앙을 수집해 팔두스와 ‘시전자가’ 5:5비율로 나눈다.」

“궁극적으로 신이 된다는 게 이런 말이었군.”


신전은 그들을 보호하는 장소도 되면서 그들에게서 신앙을 수집할 수 있는 장소도 된다. 신앙 비율을 팔두스가 가져가는 게 거의 양아치 수준이지만 이 능력 자체도 그에게서 받은 거니 어쩔 수 없군.


재현은 신전의 범위를 확인했다. 만약 지금 저 요정들 중앙에 신전을 건설한다면 약 5,000,000㎡ 정도 범위를 권능의 변화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다. 이걸로 마음 놓고 땅을 변경하거나 행성의 크기를 늘릴 수 있겠다. 단계가 올라서 행성이 더 커지면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하긴 했다.


재현은 그들의 근처에 신전을 건설했다. 허공에서 자재가 모이기 시작하더니 저절로 땅에 박히고 건물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요정들이 놀라서 뒷걸음질 치는 것이 보였다. 신전도 꽤 컸다. 예전에 가봤던 명동 성당 2개를 붙여놓은 정도의 크기다.


요정들의 총 숫자는 1천 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모든 람엘드를 탈탈 털어서 요정들을 데려왔지만, 종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숫자였다. 뭐, 그건 그들이 알아서 하겠지. 재현이 궁금한 것은 카르마에 관한 것이었다. 저번에 오크 한 마리를 넣어뒀을 때 카르마는 변하는 것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어떨까?



권능

- 세계(S) : 세계의 신이 준 첫 번째이자 마지막 권능. 세계의 씨앗을 받아서 키울 수 있다. 「씨앗 성장도 – 2단계, 30%」

「어둠의 카르마로 인한 패시브 추가 : 근력 +15」

「어둠의 카르마 페널티 : 세계의 균형 중 악의 천칭이 1 증가.」

「숲의 카르마로 인한 패시브 추가 : 행운 +10」

「숲의 카르마 패널티 : 없음.」


“대박.”


예상외로 빛의 카르마가 아니라 숲의 카르마다. 거기다 올려주는 스탯치가 행운이었다. 이건 아이템으로도 못 올리는 ‘비공개 스탯’이었다. 요정들이 몇 명이 들어와서 이 카르마 수치가 모였는지 모르겠지만 행운을 얻은 것만으로도 이득은 컸다. 왜인지 요정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군.


“프라임, 이 카르마라는 것은 얼마나 더 있어?”

「7종. 빛, 어둠, 불, 물, 금속, 땅, 숲.」

“음양과 오행인가.”


세상을 구성하는 원소. 일월화수목금토. 우리가 흔히 쓰는 요일을 말했다.


“근데 왜 근력이 늘었을까?”


이전에 근력 수치는 10밖에 안 올려줬는데 요정들이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5가 올랐다. 이유를 모르겠다. 혹시나 해서 챔피언이 시체 쪽에 날아가 봤는데 여전히 고요하다. 좀 고민하다가 추측을 해봤다.


요정들의 내면에도 ‘어둠’이라고 불리는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절망이나, 증오, 분노같은 부정적인 감정들. 그것들이 포함되어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럼 빛의 카르마는 왜 안 생기는 거지? 그런 것들은 프라임에게 물어봐도 모르는 듯했다.


「알 수 없음」

“그럼 인구수가 늘면 이 수치도 올라가?”

「알 수 없음」


프라임도 모르는 것들이 있었다. 흠. 이 부분은 나중에 실험해보면 알 수 있겠지. 재현은 이 세계의 배율을 현실의 2배로 설정했다. 이들의 발전 상황을 빠르게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필요하면 8배율이나 16배율로 보고 관찰하고 싶다. 지금은 바쁘니까.


작가의말

이제 정말로 이 챕터는 끗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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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움카르(2) +24 18.02.06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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