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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8.01.06 02:36
최근연재일 :
2018.02.1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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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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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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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88
글자수 :
260,371

작성
18.02.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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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
글자
13쪽

라비린스(11)

DUMMY

장로는 사람을 보는데 탁월한 안목이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을 가늠하는데도 자질이 있었다. 그는 재현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전투로 얼룩진 1구역 정예 오크 병사들 사이에서도 살아남았다. 오크들은 자신들의 종족이 아니면 누구든지 죽이는 사악한 종자들이었다.


재현의 모든 행동은 매사 당당했고 그에게서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오크들의 피 냄새도 났다. 그건 일신의 힘이 강하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그래서 그는 재현이 예언에서나 나올법한 ‘구원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했다.


삼락을 건네준 것은 재현의 생각대로였다. 그가 맡기는 임무는 바로 오크들의 기원이 되는 포탈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어디인지 모르나, 어딘가에 움카르의 포탈이 있을 것이네. 옛 구전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지. 그 포탈을 닫아야 하네. 듣기로 자네는 1구역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지?”

“네.”

“자네에게 부탁할 것은 포탈의 위치일세. 일단 알기만 하면 우리들의 남은 부대와 함께 포탈을 닫으러 가세나.”

“그러죠. 그다지 강하지 않다면 저 혼자도 괜찮으니까요.”

“믿음직스러운 이야기군. 자네를 믿겠네.”


어차피 그들에게 다른 수단은 없다. 인세인 난이도에 있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재현은 그 넓은 13, 12구역을 돌아다니면서 듀나블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 그것도 이 미궁의 외곽이다. 그러니 중심부인 1구역에 다른 플레이어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긴 어려웠다. 언제나 그렇듯이 솔로다.


재현은 그들의 람엘드를 빠져나오면서 활을 사용할 방법을 생각했다. 일단 이 심록의 화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 그는 삼락을 꺼내서 그림자 실을 엮었다. 스스로 매듭지을 필요도 없이 재현의 의지에 따라 실이 스르륵 늘어나면서 양쪽 활고자(nock)에 걸려 몇십 바퀴를 돌면서 매듭을 묶었다.


검은색 실을 당겨서 탄성을 조절했다. 현재 이 활은 120kg 정도의 장력을 가지고 있다. 온 힘을 다해서 당겨도 끝까지 당기는 것은 힘들다. 손이 떨리기 때문에 조준도 어긋나고. 지금 그의 힘은 26. 단순 팔 힘으로는 쉽게 당기기 어려운 장력이지만 쏘는 법이 있다.


양궁식 활쏘기와는 매우 다른데 옛 영국의 장궁병들의 방법이다. 화살을 쏠 때 앞발을 역방향으로 내디디고 등 근육을 최대한 사용하기 위해 몸을 구부린 상태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쭉 당기자 손끝에서 감이 왔다. 심원한 초록빛을 띠는 화살이 만들어졌다. 얇지 않다. 상당히 두껍고 화살촉이 매우 날카로워 보인다. 더군다나 물소 뿔에서 만들어지는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정순한 마력이었다.


시위를 천천히 놓자 화살이 사라졌다. 장점이 매우 많았다. 일단 재장전이 필요 없다는 것. 시위를 당기는 순간이 재장전이다. 그리고 탄환이 무제한이라는 점도 좋다. 더구나 마석을 보관소에 넣고 싸운다면 ‘장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석은 목걸이처럼 몸에 지니는 것보다 손에 쥐는 게 더 효율이 높은데 일단 손에 닿아있는 물건에 닿아있다면 착용으로 인정되는 모양이다. 심록의 화살은 아직 위력은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단점이 있다. 일단, 그의 본질은 마법사였다. 주요 스탯은 심상과 마력이다. 하지만 이 삼락의 뿔은 힘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가 남들보다 우월한 스탯치를 가지고 있지만, 힘을 기르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아무리 노력해도 1이나 2 오르는 게 전부인데 무기의 최종형태를 보기 위해서는 힘을 15나 더 올려야 한다. 수련으로 올리는 데는 한계치가 있으므로 결국 다른 장신구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현은 나오기 전에 족장에게서 다른 람엘드의 존재를 들었다. 람엘드는 일종의 요정들의 공동체였다. 부족이나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언어번역은 고유명사를 번역하지는 않는다. 그들 말고도 다른 ‘얇은 벽’에 다른 람엘드가 있는 거다.


유마 같은 요정들이 더미용으로 아무 데나 붉은색 벽화를 그려서 재현은 벽화에 별 의미가 없는 줄 알았다. 이젠 헷갈리지 않는다. 그게 요정들이 적들을 막기 위한 대비책인 줄 알았으니 이제 찾는 법은 쉽다. 신안으로 지도를 보면 나타나는 ‘얇은 벽’에 붉은 벽화가 그려져 있으면 다른 람엘드인 것이다.


다른 람엘드에게 적대시 받지 않기 위해서 망토와 브로치를 받았다. 아무런 마법적 능력이 없는 망토와 브로치지만 스페이드 모양의 브로치에는 요정에게 신뢰를 받는 자만 가질 수 있는 상징을 띠고 있다고 한다.


오크들이 만지면 그들의 의지를 읽고 순식간에 사그라들기 때문에 적에게 넘어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옛날 다른 종족들과 교류할 때 쓰던 브로치라고 했다. 오크와의 전투로 인해 다른 종족과 교류가 끊어진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듯했다.


“일단, 쏴볼까?”


벽 위를 기어가는 변종 오크가 보인다. 재현은 활을 들어서 놈을 조준, 빠르게 발사했다. 놈이 움직이는 동선을 정확히 맞혔다. 놈과 적중하자 화살은 변종 오크와 반응하더니 갑자기 엄청난 빛을 뿜으면서 사방으로 터졌다. 날카로운 파편조각이 사방으로 튄다.


“관통 후 폭발?”


이게 변종 오크 같은 사악한 종족에게만 적용되는 효과인지 알아야겠다. 재현은 마침 한 개 분대를 정면으로 마주쳤다. 거리낄 것이 없으니 맨 앞의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터미네이터에게 조준했다. 재현이 정확히 5초를 조준하자 멀리 있던 오크 분대에서 우렁찬 함성이 들렸다.


“움 ̄카르!”

“병신.”

“두 ̄카르!”

“병신!”


재현은 농담을 중얼거리면서 화살을 쐈다. 정확히 터미네이터의 갑옷을 관통했다. 이번에는 폭발하지 않는군. 하지만 장력 이상의 ‘관통력’이 적용된다. 재현은 삼락으로 남은 오크들을 모두 정리하고 효과를 파악했다. 심록의 화살은 기본적으로 관통력이 높다. 화살촉의 형태도 관통을 위해서 각이 얇다. 그리고 마력으로 발사되는 탄환이라서 기본적인 파괴력보다 더 강한 관통력을 보유한다.


그런데 관통력이 필요 없는 때도 있다. 상대적으로 얇은 갑옷을 입고 있는 데바스테이터들을 관통한 심록의 화살은 그대로 폭발해 파편이 여기저기 튀었다. 아까 변종 오크와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 일단 관통력을 폭발력으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상당히 괜찮다. 아니, 정말 좋다. 중무장한 적에게는 더 강한 관통력, 경무장한 적에게는 폭발로 범위 공격 효과가 있으니까. 특히 재현의 마음에 든 것은 이 모든 효과를 주면서도 재현의 마력을 소모하지 않는다는 거다. 뭐, 바닥에 쏘면 그냥 박히기만 할 뿐이지만.



재현의 목적은 궁극적으로는 포탈의 발견이지만 다른 람엘드로 가서 그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에도 있었다. 몇몇 람엘드는 재현이 도착하기도 전에 오크들의 습격으로 파괴되었다. 나머지 람엘드에서 협조를 구하기 쉬웠다. 그의 브로치가 가진 효과가 상당한 듯했다. 별 마력도 없는 그냥 상징이었지만 다른 요정들은 그에게 쉽게 조력해줬다. 덕분에 잠을 잘 때는 은신처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상한 곳도 발견했다.


재현이 신안으로 본 지도에서 ‘얇은 벽’이었는데 붉은색 벽화가 없는 경우다. 특이한 블록을 발견한 재현은 그곳의 벽을 두드렸다. 안에 빈 곳이 있는 듯 텅 빈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이 생긴 재현은 프리즘을 꺼내서 벽을 녹였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주변의 조명은 섬뜩한 핏빛이었다.


그의 앞에는 수많은 유리관이 있었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배양액을 담은 거대 유리관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 오크들이 있었다.


“이게 뭐야.”


재현은 욕지기가 나오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걸어갔다. 유리관에는 아직 자라지 못한 어린 오크들이 자라고 있었다. 여태까지 오크 암컷들은 발견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놈들이 거대한 배양관에서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마치 인조인간을 만들 듯이 오크들이 양산되고 있었다. 그가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주변의 오크들은 어린 아기에서 점점 성인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저 끝에 있는 곳에는 거의 성체가 된 오크가 마치 발주가 준비된 배송품처럼 한곳에 모여있었다.


“요정들이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군. 이것들은 대체······.”


오크들은 포탈에서도 넘어오면서 이곳 배양관에서도 계속 자라는 것 같았다. 엄청난 숫자의 오크들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그리고 포탈에서 넘어온 무기로 무장하고 모든 적을 해치운다. 이 과정이 수십 년 반복된 결과 요정들은 서서히 죽어가는 거다. 물량의 힘인가···.


재현은 레이저 프리즘 타워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력을 주입했다.


“다 죽어라.”


레이저가 달린 포탑은 상하좌우 굉장한 각도를 커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치 광선 쇼를 하듯이 레이저 프리즘은 수십 바퀴를 돌기 시작했다. 괴랄한 레이저 소사에 유리로 만들어진 관들이 일제히 조각나기 시작했다. 빛의 속도로 분쇄해버리는 레이저빔이 미친 듯이 돌아서 안에 있는 오크들의 몸뚱이도 조각냈다. 무저항의 적들이라 경험치는 그다지 안 주는 듯했다.


재현은 타워 아래에 붙어서 주변의 모든 것이 산산이 조각나는 모습을 냉정하게 보고 있었다. 기계장치에 고열의 광선이 지나가자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변으로 옮겨가는 불꽃이 깨져버린 붉은 조명을 대체했다. 이제 이곳을 재건하지는 못하겠지. 어느 정도 파괴된 것 싶은 재현은 남아있는 성인 오크들도 완전히 다 쓸어버린 이후에 밖으로 빠져나왔다.


“계속 쏘고 있었더니 마력이 많이 빠져나갔군.”


빙글빙글 돌리면서 쏴댔더니 마력이 쑥 빠져나갔다. 그는 지도를 내려다봤다. 이제 남은 ‘얇은 벽’은 세 개다. 세 군데 모두 오크들이 뭉쳐있는 곳이었다. 거의 백 단위의 정예 오크들이 뭉쳐 다녀서 나중을 위해 남겨둔 곳이다. 그는 천장에 매달려서 액체를 이용해 은신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백의 오크가 몰려왔다. 정렬한 군대가 효율적으로 소화 작업을 시작했다.


“화재 진압! 화재 진압!”


데바스테이터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포에 냉각탄을 넣어 발사했다. 빠르게 소화 작업 중이지만 오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터미네이터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어깨에는 여섯 개의 휘장이 달려있었는데 하이로드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고위급 오크로 보였다.


“젠장! 모든 게! 모든 게! 부서졌다! 남아있는 배양관이 하나도 없다니! 당장 다른 쪽 요람을 살피고 경계를 강화해라! 요정들은 우리의 요람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대체 어떤 종족이 한 일이지? 당장 다른 종족이 들어왔는지 확인해라! 내 하이로드께 가서 고할 것이니.”

“알겠습니다. 서전트!”


하이로드 아래에 서전트라는 계급이 있는 모양이군. 다른 구역에서는 없던 계급 분화다. 이 오크들에게 싸움을 거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놈들이 우르르 빠져나가서 다른 곳에 있는 ‘요람’을 지키러 가는 동안 재현은 거미처럼 조용히 그들의 숫자가 줄어들기를 기다렸다. 40, 30, 마침내 이쪽 요람을 정리하기 위해 남은 오크들 빼고는 다 사라졌다. 대부분 에비서레이터들이었다. 그들의 기계로 방을 정리하고 있다.


재현은 적들의 위치를 살피고 천천히 천장에 붙어서 움직였다. 이 오크들은 천장도 주시하고는 했다. 변이 오크들이 다가오면 죽이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현은 액체와 완전히 동화되어서 천장의 검은색과 똑같았기 때문에 쉽게 들키지 않았다. 이 미궁속에서만 쓸 수 있는 조건부 은신이었지만 효과는 훌륭했다.


완벽히 자리를 잡은 재현은 활을 들어서 놈들의 머리를 노렸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 레이저 프리즘 타워를 거꾸로 만들었다. 세 개 정도 만들고 나서 그는 여러 개의 타겟을 순식간에 저격했다. 활을 반만 잡아당겨도 중력과 관통력 때문에 푹푹 박힌다. 옆에 있는 오크가 풀썩 쓰러지자 한 에비서레이터가 소리쳤다.


“적이다!”

“늦었어.”


두 번째 화살이 놈의 정수리에 박히자 곧 얇은 가죽을 관통한 심록의 화살이 폭발해서 주변에 파편을 날렸다. 다가오는 에비서레이터들이 톱날을 발사하자 재현은 가볍게 회피하면서 주변에 촉수를 만들었다. 검은색 점액질의 액체가 날아서 놈들의 머리를 후려치거나 기관지에 침투해 숨통을 막아버렸다. 땅에 떨어지면서 날아오는 톱날을 회피했다.


재현은 날아오는 톱날을 기민한 몸놀림으로 회피하면서 화살을 머리에 박아넣었다. 여긴 터미네이터가 하나도 없으니까 굳이 장궁 특유의 발사 형태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당겨도 놈들의 머리에 화살이 푹푹 박혔다.


남은 레이저 프리즘 타워가 여기저기 광선을 발사하자 순식간에 처리가 끝났다. 무기는 위협적이지만 재현의 눈썰미와 기교 덕분에 쉽게 처리했다. 하지만 고민이 든다. 이놈들과 함께 하이로드와 마주치면 곤란을 겪을 게 분명했다. 하이로드만 따로 만나서 일대일을 할 방법이 없을까?


작가의말

일요일은 쉬어양 물론 글은 계속 쓰구 잇어요 비축분을 모읍시다 비축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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