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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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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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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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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28화

DUMMY

'네가 뭘 하고 싶던 말이야. 영어는 기본이야. 기본. 그 말은 영어만 잘하면 어디 가서도 기본은 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조강은 단순했다. 그 말을 듣고 2년의 세월을 오로지 영어에만 투자했다.

그는 특유의 뻔뻔함과 태평함으로 외국인에게 다가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관광하러 오셨어요?"

학교 근처를 걸으며 둘러보는 외국인에게 다가가는 일은 조강에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음? 이 학교가 청광 고등학교 맞나?"

"네. 맞습니다. 이 학교를 찾아오셨나요?"

관광이 아니라 학교를 찾아온 외국인. 혹시 선생님일까.

"아니, 난 이 학교의 학생을 찾아왔다네."

"이 학교의 학생이요? 저도 이 학교의 학생입니다. 도와드릴까요?"

"오. 정말인가? 그럼 혹시 이청우라는 학생을 아나?"

외국인은 청우의 이름을 어렵게 발음했다.

조강은 외국인이 자신의 친구를 찾는다는 말에 조금 놀랐다.

"청우요? 3학년 이청우를 찾아오셨나요?"

"맞네. 3학년 이청우. 그를 아나?"

"물론입니다. 저는 청우의 친구입니다."

조강의 말에 외국인이 너무 반가워했다.

"반갑네. 나는 잭이라고 하네."

잭의 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


갑작스러운 조강의 연락을 받고 학교에 가던 청우가 그를 알아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잭은 그가 본 지구인 중 가장 강한 남자였다. 총도 칼도 아무것도 없는 맨몸이었지만 그의 골격이, 체격이, 근육이 그의 강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청우는 잭을 알아봤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걸어 조강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어. 왔냐?"

조강은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정신이 팔려 청우가 다가온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이분이 널 찾으셨더라고. 아는 사이시라던데?"

청우의 눈동자가 잭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오랜만이네. 이청우. 이름이 조금 어렵군. 맞게 발음한 건가?"

"그 정도면 훌륭하시죠."

조강이 대꾸하는 사이 잭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청우는 가만히 잭의 눈동자만 바라봤지만, 두 사람 다 순식간에 상대를 훑어봤다.

눈빛, 표정, 행동, 옷차림, 자세, 반응.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무의식의 결과다.

아주 짧은 시간 속에서 무의식의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면 독심술 같은 능력이 없어도 상대를 알아낼 수 있다.


잭이 본 청우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마저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 때문에 오히려 소름이 돋았다.

무려 2년이다. 2년.

동양권 학생 전원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인상착의가 비슷한 대상자들의 2년간 행적을 모두 조사했다. 엄청난 자금과 인력과 시간이 소모됐지만, 잭과 헥터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가려내고, 가려내고 또 가려내는 인내의 시간이 흐르고 몇십 명의 적합자를 골라 낼 수 있었다. 잭은 없는 시간을 쪼개 적합자로 추정되는 이들을 모두 만나왔다. 청우는 잭이 한국에서 만난 학생 중 24번째였다.

청우는 기존에 만났던 학생들과 다른 것 없이 평범했지만, 잭의 본능은 그가 맞다고 확신했다.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지? 헥터의 잭이네."

"헥터요?"

청우는 계속해서 평범한 학생의 모습을 놓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잭이 희미하게 웃었다. 상대는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의 의도를 지켜줘야겠지.

그를 방해하기 위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흠흠. 잘 기억이 안 나는가 보군. 하긴 워낙 오래전 일이니 말일세."

조강이 청우와 잭을 번갈아 봤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청우는 잭을 모르는 눈치였다.

"조군. 여기 청우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양해 좀 해 줄 수 있는가?"

"예? 아예. 물론이죠. 청우야. 나 먼저 간다. 이따 통화하자. 만나서 반가웠어요. 잭."

"어. 이따가 전화할게. 먼저 가라."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도록 하지."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조강이 잭의 말에 먼저 자리를 떴다.

청우는 조강이 먼저 가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만약에 일이 틀어진다면 조강이 없는 것이 더 깔끔했다.

"한국은 한국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서 좋다네. 잠깐 걷겠나?"

잭이 학교 안을 가리켰다.

청우가 잭의 눈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었다.


잭과 청우는 학교 운동장 구석을 걸었다.

한국의 운동장은 미국의 운동장보다 작았다. 하지만 오히려 작았기 때문에 더 아늑해 보였다.

"나는 군인이었다네. 총을 쏘고 사람을 죽이는 군인. 전쟁터에서 군인은 적을 물리치는 존재지만, 고향에서 군인은 아군을 지키는 자라네. 우린 지금 고향에 와있으니 서로를 지켜줘야 하지."

"무슨 소리죠?"

청우의 반문에도 잭은 혼잣말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군인이 된 이유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네. 나 자신을 단련해서 가족, 지인,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였지. 그런데 방어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네. 그래서 나는 적을 물리치기 위한 군인이 되었지."

청우는 조용히 잭의 옆을 거닐며 그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나아가는 것을 주저한 적은 없었네.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길이 막혔네. 내가 가진 것들로는 그 길을 뚫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팀을 꾸렸지."

잭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하지만 그 안에 그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솔직히 말하지. 난 자네를 찾기 위해 수백만 명 이상을 조사했네. 아무리 비밀로 한다지만, 시간과 공간의 흔적까지 속일 수는 없어. 신체가 둘이 아닌 이상.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자네를 찾을 걸세. 물론 자네를 찾았다고 해치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 몰상식한 자들은 아니니까. 하지만 귀찮게 될 걸세. 그건 분명하네."

시간과 공간의 흔적.

청우는 곧바로 잭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가 문에 들어가 있는 시간. 그 시간 동안 지구에서의 활동이 없음을 의미했다.

"탑은 친절하지 않다네. 우승자에게 보물을 주는 이유도 분명 있을 걸세. 내가 생각하기엔 그 이유도 절대 친절하진 않을 걸세."

탑의 존재 이유. 그건 청우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파야의 말로는 종족을 진화시키기 위해서라는데. 과연 그것은 진실일까.

"일단문에만 머무는 것을 알고 있네. 팀을 구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실력이 부족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 혹은 보물을 모으기 위해서일 수도 있어. 그런 건 상관없네."

잭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명확했다.

마치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마음을 다잡고 왔다는 듯이.

"만약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헥터로 오게. 그곳은 탑자들도 최소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곳이야. 인간은 결국 홀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지만 혼자 살아갈 수만은 없네. 앞으로 일에 도움이 될 걸세. 문 안쪽에서도 바깥쪽에서도."

잭은 지갑 안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냈다.

피닉스 영업부장, 잭 와인하우스.

명함은 단순하고 평범했다.

"외부에서 사용하는 명함일세. 뭐 남들에게 떠들고 다닐 직업은 아니라서 말이야. 헥터로 온다면 탑을 오르는데 필요한 모든 요구를 들어줄 걸세. 물론 이건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청우는 잭의 명함을 받았다.

그건 암묵적인 긍정의 신호였다.

청우가 명함을 받자 잭이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르는 도박이 반쯤은 성공했다. 물론 그가 거절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집에 돌아가다 의문사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후우. 멀리서 왔더니 지치는군. 돌아가야겠어. 마음이 생긴다면 연락 주게."

"멀리 오셨다니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하하. 고맙네. 이왕 온 김에 관광 좀 하다 가야겠어."

잭은 청우를 두고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초인이 된 잭이 고작 몇 시간 움직였다고 지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잭은 극도의 피로를 느꼈다. 문 안에 다녀왔을 때만큼이나 지치는 느낌이었다.

긴 이야기를 나누려던 애초의 계획과 다르게 서둘러 헤어진 것은 그 때문이다.

잭은 자신의 두 다리가 살짝 떨리는 것을 느꼈다.

"큭. 호랑이를 꾄 게 아닌지 모르겠군."

그는 극단적으로 신체를 단련해왔다. 그런 그의 육체가 그를 만나고 긴장한 것이다.

잭이 희미하게 웃었다.



파삭! 털썩.

샤개두의 옆에 있던 칼리브가 갑자기 쓰러졌다.

늪지 건너편을 관찰하던 샤개두가 갑자기 쓰러진 자신의 동족에게 시선을 돌렸다.

몇백 번도 더 봤던 죽음이었다. 그 자신도 수십 번은 더 죽었다.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지만 한가지 기억이 그를 미치게 했다.

"하. 하얀 귀신."

샤개두의 전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홀에서 분명 보았다. 하얀 가면을 쓴 인간을.

언젠가부터 기이한 소문이 돌았다. 만약 홀에서 하얀 가면을 쓴 자를 만나면 반드시 죽는다고. 어린 칼리브도 믿지 않을 것 같은 허술한 괴담은 거짓이 아니라 진짜였다.

하얀 귀신을 본 문에서는 어김없이 돌연사했다. 아무런 징후도 징조도 없이.

"어디냐! 어디야! 비겁하게 숨지 말고 모습을 보여!!"

샤개두가 몸을 일으켜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를 질렀다.

"네 놈!! 대체 정체가 뭐냐!"

하지만 사위는 전과 다를 바 없이 고요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고요가 더 큰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으아아아아!"

샤개두가 공포를 참지 못하고 늪지를 건너 달리기 시작했다.

그쪽에서 적의 함정인 것 같은 냄새를 맡았었지만, 그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샤개두가 늪지를 반쯤 건넜을 때 그의 귀에 작은 소리가 잠깐 들렸다.

콰드득.

'하얀 귀신!'

달려가던 샤개두가 늪지 위에 널브러졌다.

철퍼덕.

이미 뇌신호가 끊긴 샤개두는 아주 천천히 늪지 안으로 스며들었다.

죽음의 늪에 빠진 것처럼.



"축하해요. 또 우승이네요."

파야는 이제 얌전해졌다.

아무리 우승이 좋은 자라 해도 매번 우승하면 조금은 무덤덤해지기 마련이다. 더욱이 그 우승이 어렵지 않다면 더더욱.

"보물이 왔네요."

업보의 문이 생기고 늘 똑같이 자연스레 미끄러지듯 열렸다.

"연결끈이네요."

상자 안에는 투명한 끈이 은은한 광채를 내뿜으며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신비하고 진귀한 광경이었지만, 청우와 파야는 시큰둥한 눈으로 끈을 바라봤다.

파야가 연결끈을 들어 공간에 넣어 버렸다. 무례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청우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결끈은 개인과 개인의 정신적인 소통을 가능케 해주는 보물이었다. 하지만 두 존재는 신기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청우가 기존에 가진 연결끈만해도 3개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식상한 보상이다.

"당분간 다음 문은 없어."

파야가 청우의 말에 그를 바라봤다.

"이제 이단문을 준비하는 건가요?"

청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문은 충분했다. 그가 볼 수 있는 환경은 거의 다 보았고 만날 수 있는 종족들도 대부분 만났다. 행성이 아무리 달라진다고 해도 환경은 비슷했다. 극단적인 환경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이단문의 환경을 봐야하고, 이단문에 머무는 종족을 만나야 할 때다.

그리고 그도 팀을 구해볼 때였다.

"그것도 좋지요. 솔플할 건가요?"

이제 파야는 거의 지구인이었다. 오랜 기간 머물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지식과 적응력이 그를 지구인처럼 만들어주었다.

단체전에 팀으로 도전할 것인가. 개인으로 도전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르는 것은 도전자 개인의 선택 문제였다.

"아니. 둘 다 하지."

청우가 고른 답은 두 가지 모두였다.

팀으로도 도전하고, 개인으로도 도전한다.

둘 다 놓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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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29화 +133 18.01.31 24 0 13쪽
»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28화 +99 18.01.30 19 0 12쪽
27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27화 +70 18.01.29 19 0 12쪽
26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26화 +70 18.01.28 20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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