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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최근연재일 :
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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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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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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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22화

DUMMY

뜨거웠다.

내딛는 발걸음이 그러했고, 불어오는 바람이 그러했다.

황량한 행성이었다. 보이는 것은 드넓은 대지와 풍화된 기둥, 낮은 언덕뿐. 풀과 나무는 물론 동물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타는 듯이 내리쬐는 태양이 대지를 달군 탓에 생물들은 아주 작은 그늘을 찾아 이동하거나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세 개의 태양이 내리쬐는 행성.

행성 바하마트는 불의 행성이라 불렸다.


노란 수정문을 통과한 데이세라가 주위를 둘러봤다.

높게 뜬 세 개의 태양으로 인해 대지는 붉게 달아올랐고, 바람은 건조하고 뜨거웠다.

보기만 해도 타죽을 것 같은 행성이었지만, 그녀에겐 상관없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더 유리한 환경일 수도 있다. 지옥 같은 환경에 지친 이들이 더 간절하게 그녀의 품을 그리워 할 테니까.

그녀가 품 안에서 작은 노란 수정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툭.

손바닥보다 작은 수정은 땅에 닿자 홀로 우뚝 섰다. 그리고 잠시 후 수정은 싹을 틔우는 식물처럼 노란 줄기를 틔웠다.

슥. 스르르륵.

수정은 진짜 식물처럼 자라났다. 땅에 닿은 부분은 뿌리가 되어 대지를 뒤덮었고, 길게 자란 가지는 하늘 높이 올라 지붕이 되었다. 그리고 굵어진 줄기가 안을 비워 공간을 만들어냈다.

데이세라는 작은 수정 하나로, 16평 정도의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이 그녀의 휴식처인 동시에 적을 유혹하고 잡아먹을 굴이었다.

집이 완성되자 그녀는 품 안에서 또 다른 수정을 꺼냈다. 이번엔 속이 빈 수정이었다.

그녀가 있는 힘껏 빈 수정을 지붕 위로 던졌다.

슈욱.

수정이 지붕 위를 넘어 하늘 향해 날아가다 자석에 끌린 것처럼 허공에 고정되었다. 정확히 지붕 위 하늘에 걸린 빈 수정의 표면에 금이 갔다.

바삭.

금은 수정 전체로 번졌고 깨어지더니 드넓은 하늘 위에 펼쳐졌다.

파삭! 촤라라락.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펼쳐진 수정이 빛을 뿜어냈다. 이곳에 마녀의 집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세 개의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와중에도 빛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 추종자들이 이 빛을 보고 모여들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목숨 바치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쾌락과 환희를 위해서.

데이세라는 수정이 제 할 일을 시작하자 수정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먹이가 제 발로 찾아올 것을 믿으며.



타타타타타!

특수 개조된 소총이 엄청난 속도로 총알을 쏘아냈다. 총알은 땅을 파헤치고 돌기둥을 깎아내렸다. 하지만 튼튼하고 두꺼운 기둥 뒤에 숨은 호라이 종족은 고개도 내밀지 않았다.

아마 돌기둥이 박살 나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젠장. 개 같은 놈들."

윌리엄이 입술을 깨물었다.

도저히 맞출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2km 밖에 있는 목표물도 클리어할 확신이 있는 그였지만, 저놈의 호라이는 맞출 자신감이 없었다. 기회가 보여야 맞추지 않겠는가.

호라이 종족은 본능적으로 적의 시선을 의식했다. 그건 본능에 숨겨진 특별한 감각이었다. 그 감각은 그들이 어디에 있건, 언제건 상관없이 작동했다.

"젠장. 젠장."

윌리엄이 호라이가 숨은 기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만약 그가 시선을 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그에게 더 접근할 것이다. 벌써 그렇게 움직인 거리가 1500미터를 넘었다.

그 탓에 더 나을 자리를 찾기 위해 움직일 수도 없었고 다른 방향을 볼 수도 없었다. 오로지 소리와 냄새만을 이용해 적을 경계해야 했다.

윌리엄은 초조함을 느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냥하는 것을 포기하고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기다리다 지친 호라이를 사냥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가진 것을 쏟아내 놈을 죽일 것인가.

윌리엄은 내심 포기하는 선택에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아까부터 뒷골이 알싸한 것이 꼭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젠장. 하필 호라이 놈들이 걸리다니."

윌리엄은 차라리 칼리브나 비세츠 놈들이 훨씬 상대하기 편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놈들도 까다로운 점들은 많았지만, 호라이의 맹수 감각은 그와는 상극이었다.

인간보다 강한 신체에 저격을 알아차리는 본능적인 감각까지. 이렇게 황량한 대지에서도 맞추기 어려우니 다른 곳에서는 재앙에 가까웠다.

물론 마냥 암울한 상황은 아니었다.

비교적 안전하고 포근한 자리에 몸을 숨긴 자신과 다르게 놈은 태양 아래 숨어 있었다. 태양은 빠른 속도로 놈의 체력을 빼앗을 것이고, 놈은 결국 지칠 것이다.

놈이 지쳐 방심할 때, 그때가 놈을 잡을 기회였다.

하지만 호라이가 지쳐가는 만큼이나 그도 지쳐가고 있었다. 누군가 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 초조함. 시선을 뗄 수 없는 불편함. 모든 것이 윌리엄을 옥죄고 있었다.

윌리엄이 호라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왼손만 움직여 폭탄의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총 열두 개.

그가 가진 폭탄은 총 열두 개였다. 만약을 대비해 숨겨 놓은 폭탄까지 합치면 열세 개였다.

저 호라이를 사냥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수의 폭탄이 필요할 것이다.

윌리엄이 머리를 굴렸다. 호라이를 사냥하고 난 뒤에 얼마나 많은 적을 만날지.

운이 좋다면 하나만 더 죽이고 우승할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열댓 명을 더 만날 수도 있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라면 아마 하나 이상의 적이 더 다가올 것이다.

윌리엄은 몸을 빼서 다른 인간들이나 에르후를 잡을지, 눈앞의 호라이에게 폭탄을 소모할지 고민했다.

몸을 빼자니 호라이가 그를 놓치지 않을 것 같았고, 호라이를 잡자니 나머지 적들을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리고 호라이 하나를 잡더라도 호라이는 셋이나 더 남았다.


윌리엄이 오랜 시간 고민하다 결정했다.

가진 폭탄을 숨겨 쫓아오는 호라이를 유인해 잡고, 몸을 숨긴 뒤 마지막 생존자를 저격하기로.

마지막 생존자가 호라이라면 남은 폭탄을 이용해 사냥하고, 에르후나 인간이 살아남는다면 저격을 하면 된다. 중간에 일이 틀어지지 않으면 가능성이 있었다.

윌리엄이 홀에서 본 데이세라를 떠올렸다.

그녀의 시선, 웃음, 자태, 몸매. 딱 그의 이상형이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미인. 그녀를 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녀를 만났는데 우승하지 못할 것 같다면, 차라리 마녀의 편에 붙으라고. 그러면 어차피 죽을 거 천국을 경험하다 죽을 수 있다고.

실제로 마녀의 편에 섰다가, 나중에 마녀만을 쫓아다니는 놈도 있었다.

그래서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길래 그렇게까지 할까.

그의 아랫도리가 불끈 고개를 들었다.

윌리엄은 애써 데이세라의 얼굴을 털어냈다. 기분 나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집중이 약해지니 귀신같이 고개를 내밀려는 호라이였다.

일단 호라이를 제거하자. 그 후에 마지막 생존자를 기다리건, 마녀를 찾건 그때 결정하자.

윌리엄이 품에 있는 폭탄 중 여섯 개를 꺼내 조용히 땅에 숨겼다. 그리고 천천히 폭탄을 연결하고 자신이 가진 스위치와 연결했다.

모든 작업은 호라이가 숨어있는 기둥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이뤄졌다. 오직 손끝의 감각만으로 모든 작업을 수행했다.

그가 사라지고 호라이가 그를 뒤쫓는다면 필히 자신이 있던 곳을 수색해 볼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놈의 최후다.

윌리엄이 천천히 폭탄을 점검했다. 혹시나 실수하지 않았는지.

그런데 그때 갑자기 번개 치는 소리가 들렸다.

캉!

'번개?'



청우가 쓰러진 윌리엄에게 다가갔다.

꽤 먼 거리였음에도 벼락은 정확히 적의 머리에 닿았다. 그가 움직이지 않은 덕에 조금 손쉬운 작업이었다. 만약 그가 부산스럽게 움직였다면 맞추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윌리엄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위력이 모자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과했다. 두개골 바깥쪽과 상처 안쪽에 화상 자국이 남았다. 더군다나 뇌는 살짝 익은 듯 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건 반만 성공이었다. 흔적은 너무 많이 남았고 소리는 하늘을 뚫을 만큼 울려 퍼졌다. 이래선 적들의 이목을 끌기 쉬웠다.

청우가 감각을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슬쩍 고개를 내미는 호라이가 하나 있었다.

호라이의 모습을 확인한 청우가 다시 모습을 감췄다.



터질듯한 근육, 극한의 조건에서도 생존을 돕는 특수한 털, 아주 작은 먹이도 놓치지 않는 눈과 코 그리고 그들의 종족 특성, 맹수의 감각.

호라이는 하나의 완벽한 맹수였다.

그들은 하나의 문에서 홀로 몇 년간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력 강한 종족이었다. 입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맛을 가리지 않았고, 독성이 있는 생물이라도 소화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에너지 축적률이 뛰어나 몇 날 며칠을 먹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

기둥 뒤에 숨어있던 호라이, 판이 고개를 내밀었다.

경고를 보내던 맹수 감각이 얌전해졌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적의 시선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놈이 도망친 것일까. 아니면 함정? 누군가의 습격?

조용히 감각을 가다듬던 판이 몸을 낮추고 윌리엄의 시선을 느꼈던 장소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습과 매복에 주의를 기울이며.

맹수의 감각은 얌전했다. 하지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바람이 불자 약간의 탄내와 짙은 피 냄새를 느꼈다. 그를 공격했던 인간이든 아니든 누군가 죽은 것은 분명했다.

더 가까이 다가가자 시체 냄새가 났다. 정확히 인간의 시체 냄새였다.

판은 몸을 긴장시키며 인공적으로 쌓인 돌담을 돌아 걸었다. 그는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맹수의 감각이 경고하면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았다.

인간 놈이 만들어 놓은 돌벽 뒤에 시체가 있었다. 머리에 구멍이 난 상처로 인해 즉사한 인간 시체.

판이 맹수의 감각에 온 정신을 집중시켜 주위를 살폈다.

"그르르."

분명 자신의 사냥감을 가로챈 자가 주위에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맹수 감각에도 걸리지 않고 사냥감을 빼앗을 실력이라면 그도 긴장해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이미 이곳을 빠져나갔다는 듯이.

'나를 보지 못했나.'

판은 기분이 심히 나빴다. 교묘한 도둑놈처럼 놈은 자신의 사냥감만 쏙 사냥한 채 달아난 것이다.

판의 눈에 분노가 쌓였다.

누군가. 누가 자신의 사냥감에 손을 대었는가.

혹 인간 놈일까. 그들의 공격 범위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들은 괴상한 무기를 사용했으니까.

하지만 판은 인간이 두렵지 않았다.

그들의 기습은 호라이 종족의 맹수 감각과 완전히 상극이었다. 그들이 무기를 들이밀기도 전에 그는 그들의 시선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고 역으로 놈을 사냥할 것이다.

판이 주위를 둘러보다 걸음을 옮겼다. 그의 사냥감을 빼앗은 놈을 찾기 위해.

그런데 갑자기 맹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캉! 쿠당탕탕.

판은 본능적으로 뛰어오르며 땅을 굴렀다.

"그르르."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땅 위에 고꾸라졌던 판이 반동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금 분명 무언가 자신을 공격했다. 그의 감각이 알아차린 것은 공격당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판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의 감각은 적의 시선을 느낀 것이 아니라, 죽음을 느낀 것이었다.

판이 오싹한 감각을 수습하지 못하고 자신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곳에 약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마치 인간의 머리에 남아있던 것과 같은 흔적이.

오싹.

다시 한번 맹수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타닥.

판은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며, 감각이 경고하는 방향을 바라봤다.

하늘이었다.

'벼락?'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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