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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최근연재일 :
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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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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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21화

DUMMY

퐁!

분명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을 터인데 그렇게 느꼈다.

청우의 길게 뻗은 손가락 끝으로 빠져나가는 진기가 보였다.

아주 작고 희미한 기운이었다. 티끌만큼 작은 기운.

기운은 나풀나풀 날아 하늘 위로 올라갔다.

두근. 두근. 두-근.

청우의 심장 소리가 길게 끌리며 느려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 높이서 떨어지던 돌조각의 하강 속도도 느려졌다. 세상이 점점 멈춰가는 것처럼.

청우가 한 방울 진기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진기는 기의 바다에 빠지지 않고, 그의 의지에 간신히 닿아있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진기는 그의 의지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떨어지는 돌 조각에 가까워졌다.

정확한 위치, 정확한 속도, 정확한 회전.

청우가 생각한 완벽한 시간에 둘이 맞닿자 진기는 한 줄기 벼락이 되었다.

쾅!

노란 벼락이 마른하늘에서 떨어졌다.

벼락은 미리 설치해둔 다트판을 가격했고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다트판이 조각나 흩어지며 불이 붙었다.

그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했다.

"오! 짝짝짝. 드디어 맞았어요. 축하해요."

몇 날 며칠 땅만 가격하던 벼락이 드디어 그가 목표로 한 다트판에 정확히 맞았다.

벼락이 떨어진 것을 본 파야가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하지만 청우는 떨어진 벼락의 흔적만 바라봤다.

파야에게는 매일 하던 시도가 성공한 것뿐이겠지만, 그에게는 달랐다. 그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새로운 발견이었고 새로운 흐름이었다.

기존의 무공처럼 끈끈이 이어지던 진기의 발현이 아니다.

한 점의 진기가 세상을 흔드는 시초였다. 새로운 무공의 탄생이었다.

청우가 손가락을 들어 바라봤다.

손끝으로 느낀 진기의 감각이 생생했다.

이번 생에서 처음 기를 만났을 때, 그때 한 점의 기운만 가졌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만약 무림에서처럼 기의 바다에서 살았다면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완성된 무공은 아니었다.

펼치기 위한 시간도 너무 길었고, 집중력 또한 너무 크게 소모됐다. 이래선 찰나의 순간이 목숨을 가르는 전투 속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무공은 반복적인 훈련과 연습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그 방법이 적절하다면.

청우가 다시 돌 하나를 쥐어 들었다.

이젠 몸에 새겨질 정도로 수련할 차례다.


팡! 팡! 팡!

굉음과 함께 바닥에 꽂혀 있던 나무판자가 조각나 흩어졌다.

파팡. 파팡. 파팡!

하늘 위에 걸려있던 판자도 이어서 터져나갔다.

인공적으로 심어진 나무 뒤에 있던 것도, 기형적으로 세워진 돌 틈에 숨겨두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땅속에 묻어두었던 것마저도 땅을 파헤치며 튀었다.

"와우! 완벽해요. 백 퍼센트에요."

자신이 숨겨둔 모든 판자가 부서진 것을 확인한 파야가 환호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진 훈련은 결국 성과를 맺었다.

파트너는 결국 그만의 벼락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벼락은 그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나타났고, 목표로 한 적을 제거했다. 위력 또한 나쁘지 않았다. 위클린의 나무로 만든 판자가 박살 날 정도라면 문안에서도 쓸만할 것이다.

"최고라고요."

파야가 파트너의 눈치를 보며 칭찬했다. 혹여나 더 훈련을 이어나갈까.

그러나 파야의 칭찬에도 청우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그가 생각했던 완벽한 수는 아니었다.

위력도 제대로 조절되지 않았다. 나무판자가 박살이 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원하는 만큼만 부셔야 했다. 바닥에 꽂혀있던 판자는 구멍이 났어야 했고 하늘에 걸린 판자는 두 조각이 났어야 했다. 하지만 전부 박살이 났다.

아무래도 조금 다른 방법이 필요한 듯했다.

"파야."

"네!"

파야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가장 빠른 문이 언제지?"

"내일이요! 내일도 갈 수 있어요."

서둘러 대답한 파야가 혹시나 그가 마음을 바꿀까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다.

지독한 성격에 완벽함마저 추구하는 자신의 파트너는 늘 수련만 했다. 두 번째 문을 마친 뒤 두 달이나 지날 때까지.

"내일. 좋아."

"예-쓰."



"내일 등산 다녀올게요."

청우의 말에 국을 뜨던 이학선이 요일을 헷갈렸나 생각했다. 그가 날짜를 떠올렸지만 내일은 토요일이 맞았다.

"내일? 내일은 토요일인데?"

"네. 내일요."

이상한 일이었다. 청우는 항상 일요일에 등산을 갔다. 토요일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학선의 의문을 알아차린 청우가 말을 덧붙였다.

"일박이일로 다녀오려고요."

일박이일이란 말에 박미경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혼자서?"

"네."

"위험할 텐데."

그녀는 혼자라는 말에 조금 걱정했다.

"후루룩. 오 맛있네."

국의 간을 본 이학선이 아내를 향해 말했다.

"거 괜찮아. 청우도 이제 다 컸어. 혼자 다닐 수도 있지 뭘 그래."

"그래도요."

박미경은 남편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엄마는 늘 자식이 걱정스러운 법이다. 그동안 잘했건 잘하지 못했건 상관없이.

"걱정 마세요. 일요일 저녁에 올 거예요."

"어디서 자려고?"

청우가 스마트폰을 꺼내어 미리 찾아본 자료를 이리저리 보여줬다.

"요즘엔 이렇게 산에도 다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차비랑 식비는 있고?"

"네. 넉넉히 있어요."

이학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벌써 이렇게 자랐다. 아장아장 걸으며 TV를 두들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문득 시간이 너무 빨리 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아빠랑도 같이 가자."

남편의 말에 박미경이 얼른 손을 들었다.

"엄마도. 엄마도!"

"네."

청우가 웃었다.

아무래도 문에 다녀온 뒤에는 가족끼리 여행을 갔다 와야 할 듯하다.



"준비되셨나요?"

파야의 말에 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 엽니다."

세 번째 일단문이 열렸다.

후욱-

문 안으로 걸음을 옮기자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는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청우의 감각이 날카롭게 홀을 살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이라곤 전보다 많은 수의 문뿐이었다.

총 스무 개의 문. 종류도 다양했다.

스무 개의 문이 저마다의 주인을 내보냈다.

-인간은 총 여섯이네요. 에르후 종족이 여덟, 호라이 종족이 넷, 그리고 둘은.

파야가 잠시 말을 멈췄다.

비어있는 문에 시선을 둔 채로.

-둘은 지각이네요.

청우는 전과 같이 문 앞에 서 있는 자들을 관찰했다.

에르후 종족은 온 신체가 길쭉했다. 손도, 발도, 머리도, 눈도. 그들의 움직임은 가볍고 경쾌했다.

호라이 종족은 반대로 무거웠다. 걸음걸이도, 흔들림도, 주위를 살피는 눈빛마저도.

에르후는 인간과 비슷한 연주황빛 하하(下下)급의 위험도였고, 호라이는 진주황빛 하상(下上)급 위험도였다.

청우는 가면이 보여주는 위험도를 9개의 분류로 나누었다. 최고 상상(上上)의 경지부터 최저 하하(下下)의 경지까지.

물론 그들의 위험도는 그들이 하는 행동, 들고 있는 무기, 반응과 판단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

확실한 위험도는 문 안쪽에서 지켜봐야하지만, 그래도 청우는 관찰을 멈추지 않았다.

존재의 정신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되며, 습관은 신체에 남는다. 그러므로 신체를 관찰한다면 행동을 유추할 수 있고, 행동을 유추한다면 상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당연히 그러하다고 생각했다.


"어이. 너. 소속이 어디냐."

파이어핸드 팀 소속의 대니얼이 청우를 보며 물었다.

인간인 것 같았다. 손도 발도 머리카락도 체격도 전형적인 인간이었다.

하지만 무기도 들지 않고 가방만 든 빈손에다 이상한 가면까지 쓴 모습이 마치 코스프레 대회에 나가는 놈 같았다.

"야 가면. 내 말 씹는 거냐?"

대니얼은 껄렁껄렁한 모습으로 청우에게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그의 시비에도 청우는 대꾸는커녕 쳐다보지도 않았다.

"뭐 하는 새끼야? 이봐. 윌리엄. 저 새끼 알아?"

윌리엄은 대니얼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양아치처럼 껄렁껄렁한 말투는 평소에도 그가 싫어하는 말투였다.

하지만 청우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놈도 싫었다. 이곳이 장난을 치는 곳도 아니고 저런 복장이라니 신경에 거슬렸다.

그가 들어온 문을 보니 인간은 확실했다. 그가 본 어떤 외계인도 저런 문을 가지진 않았다. 문명의 발전 정도 혹은 문화 차이로 인해 같은 문은커녕 비슷한 문도 찾을 수 없었다.

"이봐. 소속이 어디지?"

윌리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청우를 보며 물었다.

그가 속한 팀은 분명 아니고 용병계에 이름을 알린 대니얼도 모르는 자라니. 어쩌면 중동이나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팀 출신일 수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유럽계 팀 출신은 아니었다.

"흠."

어쩌면 어떤 팀이 몰래 키우고 있는 놈일 수도 있겠다.

윌리엄이 청우의 모습을 기억했다.

"젠장. 이놈이고 저놈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군."

대니얼은 기분 나쁘다는 티를 팍팍 냈다.

이상한 가면을 쓴 놈이나 이런 중요한 순간에 지각을 한 놈들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문이 닫히기 직전에야 노란 수정문을 통해 지각생 둘이 걸어왔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둘은 무도회의 주인공처럼 동시에 등장했다.

"어머. 미안해요. 제가 조금 늦었네요."

"호호. 죄송해요."

흰 안개에 뒤덮인 여자 둘은 꽤 인간답게 생겼었다.

"마녀?"

"설마. 그 마녀라고?"

대니얼과 윌리엄은 그녀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놀랐다.

그런데 그들뿐 아니라 다른 도전자들도 그녀들을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마녀 종족이군요. 둘 다 유명해요. 마녀 데이세라. 마녀 파메르.

파야 또한 그녀들을 알고 있었다.

마녀 데이세라. 마녀 파메르.

-그녀들의 종족은 마녀에요. 타인을 유혹해서 수족처럼 부리고 다니죠. 마녀는 남녀노소 종족을 불문하고 모두 유혹할 수 있어요. 조심하세요. 하위 탑에서는 악명이 자자하니까요. 하지만 악명과 다르게 그녀를 반기는 이들도 많아요. 이를테면 추종자들이죠.

흰 안개가 그녀의 신체 대부분을 가렸다.

하지만 그 안개는 오히려 그녀를 바라보는 이들의 감각을 조종했다. 인간에게는 인간의 모습을 보도록, 에르후에게는 에르후의 모습을 보도록.

각 종족은 저마다 원하는 이상향을 그녀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안녕. 호하야. 또 보네."

그녀의 인사에 에르후 종족의 호하야가 시선을 돌렸다. 무언가 민망하다는 듯이. 하지만 그의 시선은 어미를 찾는 아이처럼 자꾸만 그녀에게 돌아갔다.

반면 야성이 풍부한 호라이 종족은 벌써 흥분한 상태로 파메르에게 달려가고자 했다. 하지만 정령의 경고 탓인지, 극한의 인내 덕분인지 참아내고 있었다.

"호호. 호라이분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나요?"

"후윽. 후윽."

파메르의 눈웃음과 목소리에 호라이 종족이 쿳바람을 내며 바닥을 살살 긁었다. 틈이 나면 바로 달려갈 기세였다.

"어머. 새로운 인간분들도 몇 계시네요. 반가워요. 데이세라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헉."

"흐읍."

데이세라가 인간들을 보며 인사하자 모두 숨을 들이 삼켰다.

참을 수 없는 유혹이 갑작스럽게 그들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가슴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희미하게 보이는 웃음 하나로 살인과 전쟁에 특화된 용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몇몇은 유혹에 저항하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고, 몇몇은 이미 유혹에 넘어가 탐욕스러운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다.

그녀의 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데이세라는 인간을 보며 웃었고, 파메르는 호라이 종족을 유혹했다.

그녀들의 위험도는 연적빛이었다. 중하급 위험도. 몬데르크와 비슷한 정도였다.

그런데 데이세라가 그를 바라보자 갑자기 빛의 색이 바뀌었다. 한없이 찬란한 녹빛으로. 이건 선의를 품었다는 의미였다.

청우가 그녀의 시선을 빤히 바라봤다.

위험도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자들은 많았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자는 없었다.

새로운 자의 등장에 청우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노란 수정이 있는 곳으로 찾아오세요. 친절하게 모실게요."

"하얀! 수정이에요. 하얀! 수정. 호호."

그녀들의 웃음에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수족들은 그녀의 호감을 얻기 위해 목숨을 바쳐 그녀의 적을 제거할 것이다.

끝없는 쾌락과 황홀경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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