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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최근연재일 :
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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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04

작성
18.01.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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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17화

DUMMY

적빛을 보았다.

적빛은 수천 개의 빛 사이에서도 단연코 으뜸인 몬데르크의 빛이었다.

인간과 칼리브는 주황빛, 몬데르크는 적빛을 가졌는데, 종족별로 비슷한 것은 그들이 종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적빛이 주황빛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주황빛은 그 사실을 모르는지, 움직이지 않고 멈춰 서있었다. 아니면 그곳에 정착한 것이거나.

기감조차 닿지 않는 거리였기 때문에 그들을 볼 수는 없었지만, 청우는 빛이 보여주는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그들의 움직임을 추측했다. 그들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움직이는지. 빛이 보이는 거리라면 알 수 있었다.

떨어져 있던 두 빛이 맞닿았다. 그리고 두 빛은 진해지기 시작했다. 힘을 휘두르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물론 단순히 힘의 크기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유일한 지표는 아니다. 전쟁에는 힘뿐만 아니라 전략, 전술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과연 인간은 어떤 전략을 준비해 왔을까. 그 전략은 몬데르크를 저지할 수 있을까.

몬데르크의 연적빛은 진적빛이 되어 있었다.


청우는 인간과 몬데르크의 전투를 보기 위해 서둘러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투가 끝나 있었다.

끊임없이 들리던 폭발음은 사라졌고 매캐한 연기만 솟아올랐다. 더 가까이 다가가니 불타오르는 숲이 보였다.

쿠세츠 행성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기본적으로 많은 수분함량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바짝 말라 타고 있었다. 거대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이건 인간의 능력인 걸까. 몬데르크의 능력인 걸까.

청우가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연적빛이 있었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자. 몬데르크였다.

그는 벌써 전투를 끝내고 느릿느릿 다음 먹이를 찾아 이동하고 있었다.


인간과 몬데르크의 싸움으로 숲 한가운데 커다란 공터가 생겨났다. 모조리 불에 타 죽어버린 공터.

청우가 공터의 흔적을 훑어봤다.

파헤쳐진 대지, 불타오르는 식물, 널려있는 파편 그리고 까맣게 탄 시체.

우승을 자신했던 찰리는 새까맣게 탄 시체가 돼 있었다. 그의 호언장담이 아쉽게.

청우가 공터의 흔적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아주 사소한 흔적도 빼놓지 않고. 그가 본 흔적이 모두 머릿속에 담기자 그는 시간을 돌려 사건을 재구성했다.


남동쪽에서 몬데르크가 나타났다. 그를 향한 방향에 총탄 자국이 보였지만 많은 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몬데르크가 선공을 했을 것이다.

몬데르크의 선공은 찰리의 공격 수단을 파괴했고 그로 인해 그 흔적이 적다. 공격을 받은 찰리도 반격했지만 어째서인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때문에 찰리가 설치한 함정은 모두 파괴되었고 그의 의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불에 탄 그을림 사이에 피가 보였다. 검붉은 색의 피 몇 방울. 아마도 찰리의 피일 것이다. 몬데르크의 것으로 보이는 혈액이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몬데르크의 공격, 찰리의 부상 그리고 죽음.

불타오르는 대지와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는 몬데르크의 능력이 화 속성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된 능력은 그것이 아니라도 그와 비슷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찰리의 장비가 과부하 혹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공격을 받아 폭발했다고 하기엔 대지에 난 흔적들이 너무 컸다.

여기저기 흩어진 총, 컴퓨터, 외벽, 무수한 전선들. 새까맣게 탄 찰리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찰리는 가장 고통스럽다는 화형에 처해 죽었다.

생각을 재구성하던 청우에게 갑자기 본능이 경고를 보냈다.

흠칫.

경고를 느낀 청우가 그 즉시 빠르게 움직였다.

쾅!

찰나의 순간 차이로 청우가 서 있던 자리에 벼락이 떨어졌다.


연적빛의 몬데르크가 다가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속도는 느렸고, 지금도 그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공격을 해왔다.

가면이 진적빛의 변화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죽을 수도 있는 공격이었다.

단 한 번의 벼락으로 대지가 파헤쳐지고 땅이 그을렸다.

저것이었다. 찰리의 준비를 무로 돌려버린 능력이.

까맣게 그을린 대지를 보던 청우가 몬데르크에게 다가갔다.

과연 그는 자신을 어떻게 알아차렸을까.

그는 지금도 몸을 숨기고 있었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는 은신이다. 냄새도 없앴고 소리도 감췄다. 발자국도 남지 않았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몬데르크는 정확하게 그의 위치를 알고 공격했다.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가 다가가고 있을 때 또 몬데르크의 빛이 바뀌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청우가 다시 몸을 날렸다.

쾅!

벼락은 더 빠르고 강력해졌다.

벼락을 피하는 순간에 청우는 땅에 떨어진 벼락이 어디서 왔는지 보았다.

벼락은 허공에서 튀어나왔다. 그것도 높은 하늘이 아닌 고작 몇 미터 위의 상공에서.

몬데르크가 벼락을 부린 것이었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벼락을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부리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특수한 도구를 이용해 벼락을 조종하는 것일까.

흥미는 더욱 커졌다.

청우가 몬데르크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의 움직임이 더 은밀해졌고 더 조심스러워졌다.

꽤 먼 거리에 선 몬데르크는 공터의 현장을 만든 장본인이었음에도 지친 기색은 없었다.

능력의 사용 여부는 체력과 관계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찰리 정도는 그의 체력을 소모할 정도가 아니었을까.

청우가 몬데르크를 빤히 바라봤다.

다시 공격해봐라. 너의 능력을 보여줘 봐라.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보고 발버둥 치다, 끝내 너의 모든 것을 토해내 봐라.

내가 모조리 알아내 줄 테니.

청우의 눈동자가 새파랗게 빛났다.



"신이 경고하신다."

지팡이를 흔드는 피세츄의 목소리가 윙윙거렸다.

신이 경고하고 있었다. 적이 다가오고 있음을.

그는 신의 말을 믿었다. 신은 틀린 적이 없었다.

쾅!

벼락이 떨어졌다. 땅이 파이고 그을렸다.

하지만 신이 가르쳐 준 방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신이 경고하신다."

쾅!

벼락은 또 허공을 지나 바닥에 내리꽂혔다. 역시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신의 경고는 멈추지 않았다.

"신이 경고하신다."

신은 계속해서 경고를 내렸다. 벼락이 떨어지고 난 뒤에는 장소를 바꾸어 또 경고를 내렸다. 마치 고장이 난 것처럼.

어떻게 된 일일까.

처음으로 피세츄의 눈동자가 떨렸다.

"신이 명령하신다. 적을 섬멸하기를."

불신이라는 감정이 싹튼 피세츄가 불신의 싹을 부정하기 위해 더욱 빠르게 지팡이를 휘둘렀다. 휘두름에 맞춰 벼락이 더 빨리 생성되었고, 더 빨리 내리꽂혔다.

쾅! 쾅! 쾅! 쾅! 쾅!

벼락이 쉬지 않고 내리꽂혔다.

대지는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파이고 황폐해졌다. 이 정도면 적이 죽었을까.

"신이 경고하신다."

하지만 신의 경고는 멈추지 않았고, 몬데르크는 계속해서 벼락을 내려야만 했다.

쾅! 쾅! 쾅!

흔들리는 땅과 함께 그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쾅! 쾅! 쾅!

생명은 감각이 있다.

그것이 시각이든, 청각이든, 후각이든, 무엇이든.

감각이 있어야 지각이 있고, 지각이 있어야 반응이 있다.

그렇다면 몬데르크는 그를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 것일까.

수차례 실험을 해본 결과, 결론은 지각하지 못한다였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알고 자신을 공격하는 것일까.

그가 지각하지 못한다면 다른 존재가 지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그들이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일까. 만약 그들이 믿는 신이란 존재가 실재하고 그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는 거라면, 몬데르크는 허약한 종족이었다.

감지와 판단, 그리고 행동은 찰나의 순간에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강자다.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어떤 흔들림이 허공에 에너지를 형성했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벼락이 되어 그의 신이 명한 곳에 떨어져 내렸다.

쾅!

그가 뿜어내는 벼락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만큼은 아니지만, 꽤 빠르고 강력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변화도 없고, 변초도 없다.

너무나도 정직한 공격이었다.


청우의 눈이 냉정하게 몬데르크를 바라봤다.

그는 언제라도 몬데르크의 숨을 끊을 자신이 있었지만, 차분하게 그의 주위를 돌았다. 그의 능력을 살펴보기 위해서.

그가 움직일 때마다 벼락은 떨어져 내렸고 그는 몬데르크와 벼락에 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에너지의 소모는 어떠한지, 벼락의 속도와 위력은 얼마나 변할 수 있는지.

청우는 반복적으로 움직여도 보고, 여러 변화도 주며 몬데르크를 낚았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몬데르크는 쉬지 않고 청우를 향해 벼락을 쏘아냈다.

쾅! 쾅!

"신이 말씀하셨다. 네놈을 벌하라고."

그들의 신이 무어라 말했는지 그가 내리는 벼락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더 강력해진 벼락이 이명이 생길 정도의 소음과 지진으로 착각할 만큼의 진동을 불러일으켰다.

꽈꽈꽝! 쾅!

위력이 커지고 속도가 빨라졌다면 더 피하기 힘들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청우는 벼락을 피하는 것이 더 손쉬워졌다.

벼락의 위력과 속도가 증가한 것보다 청우가 벼락에 적응하는 것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그의 벼락은 한결같이 단순한 경로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갓 벼락을 다루기 시작한 초보자처럼.

수백 개의 벼락이 떨어졌고 그들이 있던 대지는 죽어버린 것처럼 까맣게 변했다.

그리고 몬데르크의 이용 가치도 떨어졌다.

청우의 눈에서 흥미가 사라졌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능력의 반도 사용하지 못하는 종족이었다. 물론 저 정도 위력이라면 다른 인간과 칼리브를 상대하는 데에는 문제도 없겠지만, 진정한 고수를 만난다면 통하지 않을 수다.

이젠 무의식적으로 지팡이를 휘두르는 피세츄에게 벼락이 떨어졌다.

청우라는 이름의 벼락이.

캉!



호르무가 눈을 비볐다.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눈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장면이 사실이라는 이야기다.

눈앞에 몬데르크가 혼자 발광하며 사방에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보였다.

벼락으로 인해 땅이 파헤쳐지고 불이 붙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미친 것처럼 벼락을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본 호르무가 고민을 했다.

몬데르크는 정신이 나간 걸까. 혹시 몬데르크가 제정신이 아니라면 그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몬데르크를 잡을 수 있다면, 우승 따위는 문제도 아니었다. 단 하나뿐이라도 그의 능력을 증명할 가치가 있었다. 몬데르크의 머리를 떼어 가져갈 수 있다면 길이 남을 영광이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괜찮다. 피아세 정령이 그의 업적을 증명해 줄 것이니까. 그가 몬데르크를 죽였다는 업적을.

호르무는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황홀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황금빛 상상은 잠시 뿐이었다.

미친 몬데르크가 드디어 제대로 미쳐버렸는지 제 머리 위로 벼락을 떨어뜨렸다.

캉! 콰드득.

호르무의 입을 떡하고 벌어졌다. 지금 그가 본 게 사실일까.

정신 나간 몬데르크가 제 머리 위에 벼락을 떨어뜨렸고 그 자리에서 벼락에 맞아 죽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본 호르무의 머리가 멈췄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저놈이 왜 저런 걸까.

뇌가 반쯤 정지된 호르무가 몬데르크에게 다가갔다. 그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런데 또 벼락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왜?'

의문을 풀기도 전에 그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캉! 콰드득.

호르무의 머리 위에도 벼락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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