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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최근연재일 :
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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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1.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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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16화

DUMMY

똥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위대한 바스타의 일원, 호르무는 자신의 코를 부여잡았다.

분명 몬데르크의 냄새였다. 똥 썩은 것보다 고약한 냄새.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하고 다니는 저 종족은 한평생 씻은 적이 없는지, 온갖 썩은 내를 다 풍기고 다녔다. 구역질이 절로 났다.

얼마나 심한지 그의 코가 마비돼 다른 냄새를 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쿠학. 쿠학."

호르무가 코를 세게 풀었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냄새가 그들의 위치를 전부 알려줬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오만한 탓에 특유의 냄새를 숨길 생각도 안 했다.

모두 힘이 있는 강자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호르무가 방향 감각을 잃고 한쪽으로 움직였다. 평소 바람과 냄새를 읽어 길을 찾는 칼리브 종족에게 저런 냄새는 극악이었다.

파사삭. 파사삭.

쿠세츠 행성에서 자라는 낭창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 조각이 밟혀 소리가 나는데도 멈추지 않는 놈. 몬데르크가 분명했다.

냄새로는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호르무가 소리를 쫓아 움직였다.

한참을 걸어 냄새가 더 지독해졌을 때 몬데르크를 발견했다.

뒤뚱뒤뚱 걷는 우스꽝스러운 자세, 몇백 미터 밖에서도 구분할 수 있는 커다란 머리, 거대한 지팡이. 놈이었다.

몬데르크를 확인한 호르무가 천천히 물러섰다. 괜히 다가갈 필요는 없었다.

그는 그들이 가진 지팡이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만약 저 몬데르크가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다면 그는 죽은 목숨과 같았다. 그는 몬데르크의 능력을 피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호르무는 몬데르크 말고 인간을 찾고 싶었다.

그는 애당초 이번 문에서 우승할 생각을 버렸다. 몬데르크가 셋이나 되는데 우승한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몬데르크는 셋, 인간은 다섯.

몬데르크가 인간을 잡기 전에 자신이 인간을 사냥하자.

그래야지만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가문으로 돌아가 할 말이 있었다.

안 그래도 저번 문에서 다른 칼리브들 앞에서 너무 허무하게 죽은 탓에 소문이 돌았다.

멍청하고 무능력한 바스타 가문의 수치라고.

당연히 가문도 그 소문을 들었고 그의 아버지도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눈초리가 사나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가문에 누를 끼친다는 것을 죽음보다 싫어하는 자들이었다.

떨어진 명예를 바로 잡기 위해선 적당한 결과가 있어야 했다.

우승은 물 건너 갔으니 인간의 목이라도 따야 한다. 그래야 변명이라도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쿠학. 쿠학."

호르무가 마비된 코를 주무르며 어서 빨리 후각이 돌아오길 바랐다. 그 틈에 인간 냄새가 바람을 타고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몬데르크 종족은 피아세의 정령도 하찮게 여겼다. 그들은 온 우주에서 그들만이 존귀한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위대한 신에 의해 선택받았고 연결되었다. 그랬기에 존귀하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다른 종족들은 모두 하찮은 종족이다.

그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찰리를 찾는 몬데르크, 피세츄가 지팡이를 들었다.

"신께서 부르신다."

윙윙거리며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소리는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지팡이 주위로 모였다.

윙. 윙. 윙.

"신이 답하셨다."

몬데르크의 신은 지팡이를 통해 계시를 내렸다.

계시는 북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계시를 통해 피세츄는 그가 찾는 적이 북쪽 방향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신은 항상 옳았고 틀린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다.

피세츄가 허약한 발을 움직였다.

이 미개한 탑은 위대한 종족의 일원인 그에게 몸소 움직이라 말했다.

그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 그를 떠받들던 노예도 없었고 그의 시중을 들던 시녀도 없었다. 너무나 천박한 제안이었다. 노예도 시녀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귀한 발로 직접 적을 찾아야만 했다.

마음 같아선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역시 보물이다.

과거에 신전에서 신을 찬양하고 숭배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그들의 행성은 변했고, 이제는 신을 찬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물을 바쳐야 했다.

하지만 보물은 한정적이었고, 피세츄와 같은 선택 받은 사제는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외부에서 보물을 찾았다.

탑은 보물을 구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신께 바칠 보물을 얻기 위해 미천한 종족들을 처분한다.

몬데르크들은 그것을 신이 명령한 청소라고 여겼다.

걸음을 옮기던 피세츄가 지팡이를 다시 들었다.

"신께서 경고하신다."

지팡이는 그의 뒤편을 가리켰다.

"적이 근처에 있음을."

신은 그의 뒤에 적이 다가옴을 경고했다.

신의 말을 들은 피세츄가 적의 위치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가 찾는 적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인간을 찾고 있었다. 홀에서 봤던 천박한 인간. 그는 홀에서 그의 입으로 놈을 먼저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그건 단순한 경고가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이었다.

약속은 신을 모시는 사제가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

그 사실이 감히 그의 뒤를 밟는 적을 살렸다. 미개하고 천박한 놈이었지만,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피세츄가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신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악마를 죽이기 위해선 악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적군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하고, 살수를 막기 위해선 살수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굳이 살수가 아니라 승리를 원하는 자라면 가져야 할 기본이었다.

그런데 인간은 종종 그런 사소한 것을 놓치곤 했다. 그리고 그 사소한 실수가 죽음이 된다.

멜은 은신을 위해 피부 전체와 옷을 쿠세츠 행성의 환경과 같은 색으로 바꿨다.

특수 제작한 염색약은 만색인 동시에 무취였다. 멜이 수십 종의 염색약을 섞어 색을 골라냈다.

머리카락부터 신발까지 베이스캠프 주위의 환경과 똑같아진 멜이 캠프를 쳤다.

다가올 수 있는 모든 길목에 발성 장애물을 걸고, 적이 나타나면 터뜨릴 폭탄도 설치했다. 손에 닿는 범위엔 총이 있었고 밤이 되면 그의 눈이 되어줄 탐지기도 목에 걸어두었다.

언뜻 완벽해 보이는 준비였지만, 사실 그가 한 준비는 모두 인간을 상대로 한 대비였다.

문 안에서는 부족한 준비다.

칼리브는 시각보단 후각이 뛰어났으며,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청각을 가졌다.

몸에 염색약을 바르는 것보다 땀 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좋았다. 은폐가 가능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보다 소리가 나지 않는 재질의 옷을 입었어야 했다.

멜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숨기지 못하고 밥을 먹었다. 그것도 양념이 된 식량으로.

그나마 불을 피우지 않은 게 다행일까.

쩝쩝 소리까지 냈다면 최악이었을 것이다.

멜의 준비를 본 청우가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가지는 탄력이 좋아 낭창낭창하게 휘어졌다. 물론 비수로 사용하기에 좋은 도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괜찮다. 도구의 힘으로 목표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니까.

청우는 멜이 식사를 하는 모습도 관찰했다.

이렇게 냄새가 진동하는 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청우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만약 멜이 전생에서 같은 살수 출신이었다면, 그는 첫날에 죽었다. 목표가 아닌 같은 살수들에게.

멜은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준비한 식량을 모두 섭취했다.

그래도 밥을 먹으면서 주위를 경계하는 건 다행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사냥꾼은 그의 목덜미 아래 시퍼런 이빨을 들이밀고 있었으니까.

청우가 조용히 멜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볍게 손목을 흔들어 낭창 나뭇가지를 휘둘렀다.

콰드득.

멜을 처리한 청우가 감각을 돌렸다. 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연한 주황빛.

어떤 식으로 적을 처리할까.

생각을 정한 청우가 사건 현장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냄새가 심한 식량 봉투를 없애고, 그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닦았다. 쓰러지며 생긴 흔적도 숨겼다. 사건 현장은 마치 무대 세트장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변했다.

청우의 손놀림은 너무 능숙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될 것들도 정교하게 조정했다.

직업병이었다.



바샤샤는 미스타의 방계 출신이다. 하지만 중심 혈족에서 꽤 먼 친척인 탓에 그는 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지 못했다.

가문의 중심에 들기 위해선 두 가지 중 하나라도 가져야 한다.

중심 혈족의 자제이던가, 압도적인 무력을 손에 넣던가.

그래서 방계 출신인 바샤샤는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문을 계속해서 드나들었다. 철없는 그의 친척들이 거들먹거릴 때도 그는 수련을 하고 문을 드나들며 힘을 키웠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더 잔인해지고 더 무자비해졌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흡흡."

멀지 않은 곳에서 인간의 냄새가 났다.

인간은 사냥하기 좋은 사냥감이다. 압도적인 사거리와 파괴력을 가진 무기만 뺀다면 손쉬운 상대였다. 그들은 신체는 갓 태어난 칼리브 보다 연약했고 걸음마를 뗀 칼리브보다 느렸다.

보물을 얻은 인간들이 강해지곤 했지만, 기본적인 능력이 워낙 떨어졌기 때문에 그리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첫 공격만 피해내면 된다.

바샤샤가 몸을 숨겨가며 이동했다. 혹시나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인간의 습격을 피하고자.

"흡흡."

인간 냄새가 더 진해졌다.

그는 더 은밀하고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인간 특유의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냄새가 같이 풍겼다. 인간 놈이 진을 친 것이 확실했다.

바샤샤가 천천히 냄새를 향해 다가갔다.

타닥. 타닥.

나무가 타는 소리가 들렸다.

바샤샤의 귀가 쫑긋거렸다. 불을 피우다니 무슨 생각일까. 혹 함정일까.

먹이인지 함정인지 판단하기 위해 바샤샤의 머리가 팽팽 돌았다. 그의 귀는 들리는 모든 소리를 감지했고, 그의 코는 흘러오는 모든 냄새를 구별했다.

"흡흡."

바람 사이로 피 냄새가 흘러왔다. 함정일 확률이 높았다.

머리를 굴리던 바샤샤가 물러서지 않고 더 다가갔다. 함정일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물러서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몬데르크 때문이다. 몬데르크 셋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를 압박했다.

적이 시야에 잡히는 거리가 되자, 피 냄새가 확연히 구별되었다.

어디선가 맡아 봤었던 피 냄새. 오래전 기억에 남아있는 피 냄새였다.

기억을 뒤지던 바샤샤가 냄새의 정체를 떠올렸다.

그건 쿠세츠 하늘을 나는 동물의 피 냄새였다.

'인간 놈은 그 토착 동물을 먹을 수 있는 건가?'

바샤샤도 하늘을 나는 동물을 잡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먹을 수가 없었다.

코를 마비시킬 만큼 지독한 냄새 때문이었다. 그건 몬데르크의 냄새만큼이나 지독했다. 특히나 죽은 뒤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지독해졌다.

잠깐 고민했던 바샤샤가 이해했다.

인간들은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그들은 땅 위의 냄새는 물론,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냄새도 맡지 못한다. 고로 그런 인간 놈들이라면 그 괴상한 악취를 풍기는 동물도 먹을 수 있겠다.

홀로 이해한 바샤샤가 몸을 숙인 채 그에게 접근했다. 몸만 잘 숨기면 인간에게 다가가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의 시야에 인간이 잡혔다. 그는 동물을 해체하고 있는지 앉은 자세로 흔들거렸다.

기회를 보던 바샤샤가 몸을 잔뜩 웅크렸다.

슉. 퍽!

눈 깜짝할 사이에 튀어나간 바샤샤가 인간의 목을 물고 잡아 뜯었다.

와그득. 푸하하학.

뜨거운 피가 튀었다.

잡았다!

"쿠락!"

바샤샤가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순식간에 피범벅이 된 바샤샤가 고개를 들었다. 입을 통해 인간 피 냄새를 느꼈다.

"쿠흑?"

그런데 입에서 풍기는 냄새가 미묘하게 달랐다. 마치 살아있는 인간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아니라, 죽어있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처럼.

'함정!'

바샤샤가 순간적으로 온몸에 한계 이상의 힘을 주었다.

'달아나야.'

콰드득.

하지만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쓰러졌다.


칼리브의 사냥 솜씨는 나쁘지 않았다. 기척도 잘 숨겼고 기회도 잘 포착했다.

멧돼지 정도의 사냥감이라면 꽤 쏠쏠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정도의 능력으로는 가당치도 않았다. 기껏해야 이류 무인 정도나 잡을 수 있을까.

여전히 나뭇가지를 들고 있던 청우가 주위를 둘러봤다.

근처에서 느껴지는 주황빛은 없었다. 다가오는 빛도 없었다. 전부 멀어지는 빛뿐이었다.

시체가 한 구 더 생긴 사건 현장을 훑어봤다. 더이상 써먹지 못할 함정이었다.

청우가 사건 현장을 정리하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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