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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최근연재일 :
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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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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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04

작성
18.01.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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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8화

DUMMY

바람을 타고 냄새가 흘러왔다.

베리트는 고개를 번쩍 들고 코를 벌렁거렸다.

킁킁.

칼리브 특유의 냄새가 났다.

호샤트와 자신이 이곳에 있으니 이 냄새는 분명 상위 가문의 자제분이셨다.

베리트가 빠르게 냄새를 쫓아 달렸다.

살짝 맛이 간 호샤트가 정신을 차리고 따라붙었다.

아마 칼리브 종족 특유의 냄새를 맡고 정신을 차린 듯싶다.


냄새는 멀지 않은 곳에서 흘러왔다. 하지만 그들이 만난 건 미스타가 아니었다.

높은 탑의 그림자 아래 몸을 누인 자, 바스타의 일원인, 호르무였다.

"바스타 님."

베리트가 몸을 낮게 숙이며 호르무에게 존경의 몸짓을 표현했다.

바스타는 미스타와 함께 상위 가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바스타는 미스타와 달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앞에 있는 호르무였다.

"네 놈들.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냐."

호르무는 기댄 돌탑에서 몸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 거들먹거렸다.

대부분의 상위 가문 자제들이 그러했지만 유독 호르무는 일반 칼리브를 무시하고 경멸했다. 때로는 그들을 노예 취급하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베리트와 호샤트가 더 고개를 낮게 숙였다.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전장에서 이런 꼴을 하고 있다니.

만약 인간이 보고 있다면 그들을 비웃으면서 얼씨구나 좋구나 하며 그들의 머리를 날려버릴 것이다. 물론 눈앞에 몸을 숨긴 호르무는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베리트가 고개를 숙인 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직접 싸운다면 호르무정도는 이길 수도 있었다. 호르무의 실력은 보잘것없었으니까. 실력도 없는 놈이 거들먹거렸다.

하지만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는 상위 가문의 자제였다. 일반 칼리브와 상위 가문의 칼리브의 지위는 천지 차이다.

그를 무시한다는 것은 곧 그의 가문을 무시한다는 것. 그의 가문은 결코 굴욕을 참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그들의 수치라 하더라도.

일원의 굴욕은 곧 가문의 굴욕과 다르지 않으니까.

"내가 묻지 않았느냐. 왜 이제 오느냐고."

호르무가 그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저, 적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적이 워낙 신출귀몰하고 재빠른 탓에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뭐? 인간 놈을 찾지 못했다고?"

호르무는 베리트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고작 인간 놈을 찾지 못해 이리 늦었다니. 역시 칼리브의 수치들이었다.

그는 당연하게 일반 칼리브들이 그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승은 당연히 상위 가문의 후예들인 자신과 미스타 둘의 싸움이라고 여겼다.

"쓰레기 놈들. 따라와라."

호르무가 앞장서 걸어갔다.

어디로 가는 지는 물을 수도 없었다. 베리트와 호샤트는 그저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게 일반 칼리브의 현실이었다.


호르무가 그들을 데리고 간 곳은 넓은 공터였다. 이상하리만치 탑이 없는 넓은 공터.

그 공터에서 인간 피 냄새가 풍겼다.

"수색해봐라."

호르무의 말에 그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두 칼리브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좋은 일이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은 호르무가 이렇게 인간의 흔적을 찾다니.

그가 사고뭉치에 문제아라고 하지만, 상위 가문은 역시 상위 가문. 그들보다 뛰어난 것일까.

베리트와 호샤트가 그를 지나쳐 공터에 다가갔다.

"호르무 님."

"뭐냐."

맛이 간 호샤트를 내버려 둔 채 공터를 탐색하던 베리트가 한 부분을 가리켰다.

"이곳에 피가 있습니다."

호르무가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베리트가 속으로 욕을 했다.

저놈은 대체 이곳이 어디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자기 집 뒤뜰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욕이 절로 튀어나오려 했다.


베리트가 가리키는 부분에 걸어간 호르무가 바닥을 살폈다. 돌 틈 사이로 피 몇 방울이 떨어져 있었다.

어째서 이곳에 피가 떨어져 있는 것일까.

어쩌면 다른 가문 놈이 인간과 다툰 것인지도 몰랐다.

상처를 입은 인간이 도망을 쳤고 그 와중에 피를 흘린 것일 것이다.

호르무는 다른 가문의 자제는 은연중에 무시했지만, 그렇다고 인간에게 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인간은 그 이상한 무기를 이용한 기습만 아니면 약한 종족이라 했다. 연약하기 그지없어 노예로도 삼지 못할 놈들이라고.

냄새도 잘 맡지 못하고 소리도 잘 듣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야 어떻게 사냥을 나서겠는가.

인간은 그 무기만 조심하면 된다. 이렇게 트여있는 공터 같은 곳에서.

호르무가 놀라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봤다.

탑이 없어 시야가 훤한 공터.

전형적으로 인간이 좋아하는 매복 장소다.

"젠장!"

탕!

귓가에 굉음이 들려온 것은 허공에 뿌려지는 칼리브의 피를 본 후였다.



올리버는 칼바람 같은 추위 때문에 굳어진 검지를 꾹 눌렀다.

야간투시경을 쓴 그의 눈은 강풍을 무시한 채 한 방향을 계속 노려봤다.

'침착하게.'

그는 무려 40시간 동안 잠복해 있었다.

식사는 메자만 최소한으로 섭취했고, 한 번에 십 분씩만 쪽잠을 취했다.

그리고 사방으로 뚫린 구멍을 통해 이동 경로를 지켜보며 칼리브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들은 뭉쳐 이동하는 전략을 취했기에 미끼를 던져두었다.

후각이 발달한 놈들이기에 반드시 한 번은 근처를 지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리버가 얇게 돌돌 만 잎사귀를 물었다.

지독한 골초였던 그는 금단 현상을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 기습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냔 우려, 만약 저격이 빗나가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걱정. 그 모든 스트레스가 그에게 담배 생각을 불어넣었다.

절대로 피울 수 없는 담배 생각을 애써 삼키며 그는 잎사귀를 조용히 물었다.

씁쓸한 향이 혀끝을 아리게 자극했다. 쓴맛이 멍한 정신을 조금 깨웠다.

그는 잎사귀를 물고 칼리브가 나타나기를 바랐다.

칼바람 부는 소리만 가득한 밤, 그림자가 일렁였다. 졸음이 몰려 오던 올리버의 정신이 번쩍 깨어났다.

언뜻 보이는 일렁거림 사이로 푸른색 피부가 보였다. 무려 셋이나!

올리버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은 그가 미끼로 던져둔 장소 근처에 매복한 채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이 근방은 모두 그가 준비한 하나의 무대.

칼리브가 머무는 매복 장소 또한 그가 만들어둔 공간이었다.

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이 애를 썼던가.

미끼 또한 실제 그의 피로, 아주 적은 양이었기에 그들이 속을 만 했다. 올리버는 여러 번의 경험 끝에 그들을 유인할 만한 양과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뻐근해진 손가락을 눌러 긴장을 푼 올리버가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그리고 최대한 집중해서 그들 중 하나의 머리를 향해 쏘았다.

탕!

총은 거대한 굉음과 냄새를 동반했다. 그리고 그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다.

총을 쏜 올리버가 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목표가 명중했는지 안 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미리 준비해둔 배낭을 메고 뛰쳐나갔다.

탁.탁.탁.탁.

약간의 소음과 체취가 남겠지만 그보다는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정신을 차린 칼리브가 쫓아오면 모든 것이 허사다.

그는 도망치기 위한 경로를 마련해 두었다. 칼리브의 급습을 맞받아치느니, 차라리 도주 경로를 따라 그들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 판단했다.

'내가 먼저 하나.'

칼리브가 다섯이었는데 그의 총으로 하나가 죽었다.

그렇다면 남은 칼리브는 넷.

잭이나 해리가 하나 잡을 가능성이 높으니 남은 건 셋 정도였다.

두 번째 미끼는 그들이 걸릴 가능성이 적었지만 사냥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했다.

그들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으니 나서게 될 것이다.

올리버에게 이 전쟁은 더 진득하게 견뎌야 하는 기다림의 싸움이었다.

그는 최대한 빠르게 두 번째 은신처를 향해 달렸다.


굉음과 함께 반사적으로 몸을 날린 호르무가 조용해지자 고개를 들었다.

종족의 보물인 망토를 떨어뜨리고 피를 흘린 채 쓰러진 베리트가 보였다.

항상 위에서 살아왔던 바스타인 호르무는 쓰러진 베리트의 시신을 내려봤다.

"한심한 놈."

이 아무 쓸모도 없는 한심한 놈은 적의 매복에 걸려 피하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그가 시킨 일이었지만 그는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과오를 피하지 못한 베리트 탓으로 돌렸다.

적에게 당했다는 굴욕감을 떨치기 위해 그는 죽은 베리트의 시신을 보며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

굉음과 함께 몸을 숨겼던 호샤트가 느릿느릿 다가왔다.

한심할 만큼 멍했던 눈동자에 빛이 살아났다. 하지만 호르무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쓸모없는 놈이 죽었을 뿐이니 신경 쓸 것 없다."

호르무는 호샤트를 바라보지 않고 생각에 빠졌다.

과연 이대로 적을 놔준다면 그의 명예가 떨어지는 것일까.

그가 직접 기습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데리고 있던 하인이 죽었다. 그러므로 그의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것이 맞다.

호르무가 호샤트를 내려다보며 명령을 내렸다.

"놈을 놔줄 수는 없지. 놈이 이 근처에서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다. 놈을 쫓아라."

베리트의 시신을 내려보던 호샤트가 고개를 들었다.

호르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비겁하게 기습한 인간에 대한 증오가 더 컸다.

호샤트가 베리트의 망토를 들어 그의 시신을 가렸다.

그의 복수를 하리라. 그리고 고향에 돌아가 복수에 관해 말해줘야겠다. 피의 복수를.

멀지 않은 곳에서 적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인간의 무기에서 흘러나온 지울 수 없는 냄새가 인간의 흔적을 뚜렷이 알려줬다.

자식을 잃은 맹수처럼 호샤트가 전력을 다해 뛰었다. 사냥 시간이다!


호르무는 호샤트가 사라지고 나서 표정을 굳혔다.

문에 들어온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간과의 전쟁은 처음이었다.

그가 듣기로 인간들은 괴상한 물건을 많이 사용하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당해버렸다.

베리트를 죽인 공격은 그조차도 반응할 수 없었다. 바람이나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그는 거대한 소리를 듣고 나서야 베리트의 피 냄새를 맡았다.

만약 그를 노렸다면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굴욕감을 숨기지 못하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다른 가문의 칼리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할 듯싶다.

호르무는 적을 추격하기 위해 떠난 호샤트는 금세 잊어버리고 다른 이들을 만나기 위해 움직였다.



호샤트와 호르무가 헤어졌다.

그가 실험했던 호샤트는 인간을 쫓아 달려갔고, 호르무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청우는 조용히 다가가 쓰러진 베리트를 살폈다.

푸른 빛이 섞인 빨간피는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분노한 호샤트는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인간의 저격을 피할 수 있을까.

청우가 조용히 호샤트의 뒤를 밟았다.

조금 전의 기습을 통해 청우가 안 사실은 많았다.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인간의 총은 훌륭한 무기라는 것, 그들의 기습은 빠르고 강해 청우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점, 칼리브에게는 왕과 백성처럼 계급이 나뉘어 있다는 것, 그들의 피는 보라색이라는 것, 총의 위력이라면 칼리브도 단번에 죽일 수 있다는 것.

하나의 사건이 모두 청우의 뼈가 되고 살이 되었다.



-하샤. 바람이 불고 있다.

잭은 자신의 파트너에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인간 중에선 그 누구보다 경험이 많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는 소리를 내지 않고서도 파트너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군요.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요.

새벽이 오는 탓에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잭은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묻은 독특한 냄새를 맡았다. 퀴퀴하고 독특한 냄새. 바로 칼리브의 냄새였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후각을 통해 칼리브의 냄새를 찾아냈다.

마치 칼리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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