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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최근연재일 :
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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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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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7화

DUMMY

매서운 속도로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던 청우가 멈춰 섰다.

스슥. 스슥.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스치는 소리였다.

청우는 하체에 집중적으로 흐르는 진기를 이동시켜 오감에 집중했다. 그러자 그의 감각이 극대화됐다.

희미하게 들리던 소리가 명확해졌다. 천이 스치는 소리, 천천히 무언가 씹히는 소리, 그리고 그 소리와 소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

정확하게 적이었다.

청우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은밀하고 빠르게.


소리가 들린 근처에 칼리브가 있었다. 푸른 피부를 커다란 망토로 가리고 몸을 숨긴 칼리브가 보였다.

그의 망토는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기능이 특수했다. 그 탓에 망토가 투명망토처럼 보였다.

그는 매우 느린 속도로 메자를 먹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서.

바람은 칼리브쪽에서 청우 방향으로 불어왔다.

청우가 진기를 독특한 방법으로 돌렸다. 칼리브가 그의 소리는 물론 냄새도 맡지 못하도록.

이제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해도 칼리브는 그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청우는 귀신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칼리브에게 다가갔다.

돌을 던져 그의 눈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거리가 되었음에도 그는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했다.

이로써 또 하나를 알게 되었다.

칼리브의 감각은 인간의 감각과 대동소이하다.

청우는 조용히 몸을 감춘 채 칼리브를 관찰했다.

그가 메자를 어떻게 꺼내고, 어떻게 씹는지. 불어오는 바람에 어떻게 반응하고 적은 어떻게 경계하는지.

청우는 몸을 숨긴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그를 지켜봤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고.

이런 미행과 관찰은 그에겐 너무 익숙한 일이었다. 또한, 인내는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 중 하나였다.

어느 정도 칼리브를 관찰한 청우가 바닥에 흩어져 있는 돌을 쥐어 들었다.

그의 주먹보다 큰 돌.

청우는 돌을 쥔 채, 또다른 돌을 들었다. 이번에는 더 크고 단단한 돌이었다.

그는 칼리브의 거리를 확인한 뒤 크고 단단한 돌을 작은 돌에 내려쳤다.

따아악!



호샤트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서. 그는 숨을 죽인 채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거렸다.

한참을 집중해도 특별한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소리를 찾지 못한 호샤트가 이번엔 코를 벌렁거렸다. 바람을 타고 온 냄새를 맡았다. 또 땅에 코를 박고 흔적도 찾아봤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청우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다.

과연 칼리브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경계심을 늦출까.

청우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호샤트를 바라봤다.

한참을 헤매던 호샤트가 무려 24분이 지나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그는 청우가 이곳을 뜬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자리를 뜨자 청우가 따라붙었다. 놓치지 않도록.

첫 번째 소리가 난지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청우가 여전히 두 손에 들린 돌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강하게 내리쳤다.

따아악!


밤 중에 몰래 식량창고를 털다 놀란 쥐새끼처럼 호샤트가 몸을 웅크렸다.

인간보다 거대한 몸이 숨겨질 리 만무한데도 그는 탑의 그림자에 몸을 구겨 넣었다.

그리고 또 귀를 쫑긋거렸다.

청우의 귀에도 들리는 소리란 바람 소리뿐이었다. 그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호샤트가 들을 리 없었다.

이곳은 수천 개의 탑이 있는 탓에 바람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었다.

머리를 굴린 호샤트가 이번에는 청우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저 탑 아래 그림자에 몸을 숨긴 뒤 조용히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부딪치는 소리가 다시 나길 기다렸다.


이번엔 무려 36분이나 숨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소리가 들릴 리는 없었다. 청우는 호샤트가 하는 꼴을 모두 보고 있었으니까. 그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잔뜩 위축된 호샤트가 그림자 아래서 몸을 일으켰다.

잠깐 주위를 둘러보던 그가 꽤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타타타탁. 탁. 탁. 탁.

단거리 세계기록 보유자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탄력있는 호샤트의 근육이 터질 듯이 팽창하며 그를 앞으로 쏘아냈다. 숨는 것은 완전히 포기했는지 발소리가 커다랗게 울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청우는 조용히 달아나는 호샤트를 쫓았다.

호샤트의 속도는 빨랐지만 청우를 따돌릴 수는 없었다. 그저 육체의 힘으로 달리는 호샤트로는 기를 이용해 날듯 달리는 청우를 떨쳐낼 수 없었다.

정확하게 두 번째 소리가 난지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청우가 두 손에 들고 있는 돌을 다시 부딪쳤다.

따아악!

호샤트가 달리는 와중에 몸을 움찔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었는데도 그보다도 더 크게 들렸다. 분명 따라오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호샤트가 다리에 더 힘을 주었다.


소리는 꽤 컸다. 메아리치는 바람이 그 소리를 증폭해 더 멀리 퍼뜨렸다.

어쩌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적들도 들을지 모르는 소리.

하지만 청우는 주저하지 않았다.

과연 이 생물은 앞으로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그리고 언제쯤 포기할까.

청우는 또 도망가는 호샤트를 쫓아 움직였다.



따아악!

호샤트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분명 뒤에서 나는 소리였다. 확실했다. 하지만 그의 뒤엔 아무도 없었다.

딱 소리를 뒤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도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의 등줄기에 흐른 식은땀이 말랐다. 전신이 땀 때문에 끈적거리고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하지만 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를 쫓는 놈은 미친놈이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또라이였다.

무려 3일이다. 무려 3일 동안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달아나도 보고, 숨어도 보고, 샅샅이 수색도 했지만 꼬랑지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얼굴에 서렸던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3일 동안 잠도 자지 못하고 편히 쉬지도 못해 그는 극도로 지쳐있었다.

대체 원하는 게 무얼까.

"나와라!!"

극도의 스트레스를 참지 못한 호샤트가 소리를 질렀다.

그의 고함은 바람을 타고 메아리치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나오란 말이다!!"

고함을 지르는 호샤트의 눈동자가 거세게 떨렸다. 그리고 눈물을 흘릴 것처럼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아아아!"



따아악!

또 들렸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났나 보다.

길에 떨어진 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의 뇌가 저 소리를 걸렀다면. 그랬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지만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를 미치게 했다.

정신이 멍했다. 시야는 흐릿했고 귀는 윙윙거렸다.

"호샤트."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또 다른 환청일까.

노이로제에 걸린 호샤트가 느릿느릿 고개를 돌렸다.

주위의 빛을 반사하는 망토가 보였다. 칼리브족의 망토. 생존력을 극대화해주는 동시에 사냥에 도움을 주는 보물이었다.

그럼 그를 쫓은 자가 칼리브라는 소리일까.

"호샤트."

"베리트?"

그가 알던 목소리였다.

고향 친구. 베리트. 진짜 베리트였다.

"호샤트. 무슨 일이야?"

베리트가 딱 봐도 맛이 간 호샤트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무기력하게 탑 아래 몸을 숨기고 있었다. 무엇에 놀랐는지 몸을 바르르 떨며. 그의 눈동자는 거세게 떨리고 있었고 몸은 식은땀을 흘렸는지 끈적했다.

"누구야? 인간이야?"

베리트는 호샤트를 이렇게 만든 원흉이 인간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아는 칼리브 중에 그를 이렇게 만들 자는 없었다.

"젠장. 인간 놈들. 또 이상한 무기를 가져왔나 보군."

베리트가 호샤트의 몸을 추슬렀다.

그도 인간의 무기에 당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늘 이상한 무기를 가지고 다녔다.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소한 무기들. 이번에도 그런 듯했다.

딱!

호샤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왜 그래?"

"방금 그 소리. 못 들었어?"

호샤트의 말에 베리트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바람 부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무슨 소리?"

"진짜 못 들었다고?"

호샤트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그럼 자신을 쫓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전부 착각이었을까.

이제까지 들린 모든 소리가 착각이었다? 그럴 리 없었다. 모든 소리는 생생했고 실제였다.

생각이 꼬리를 물던 호샤트가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착각이었다고. 흐흐. 그게 착각이었다고."



청우는 날카롭게 다듬어진 돌조각을 만졌다.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날카로움.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몇 번쯤 사용하기엔 충분했다.

지난 나흘 동안 다듬은 주먹도끼였다.

적당하게 다듬어지자 청우는 오른손에 들린 돌을 버렸다.

단단하고 커다란 돌. 날카로운 주먹도끼를 깎는데 사용했던 돌이었다.

그런데 돌이 떨어졌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치 오디오가 꺼진 영화처럼.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 칼리브 둘이 모여있었다.

그중 하나는 청우가 나흘 동안 쫓아다닌 칼리브였다.

나흘 동안 청우는 칼리브 하나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적을 찾을 수 없을 땐 어떻게 행동하는지, 극도의 스트레스가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청우는 숙련된 과학자처럼 저 실험체를 여러 방면으로 관찰하고 실험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해 백지였던 청우의 정보망에 칼리브 종족의 습성이 모두 적혔다. 그들이 보이는 움직임, 생활 패턴, 생체 리듬, 경계 방법부터 탐색 방법까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억했다.

칼리브 종족의 본능을 심층 부분까지 알 정도였다.

저들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할까.

그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까. 아니면 달아날까. 혹은 다른 칼리브를 찾기 위해 떠날까.

선택지는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 어떤 선택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저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호샤트. 아무래도 미스타 님을 찾아야겠다."

베리트가 호샤트의 안색을 살피다 입을 열었다. 이대로 호샤트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아무리 이곳이 전쟁터이고 그가 적이라 하더라도.

종족에 대한 유대감이 강한 칼리브인 베리트가 친구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그와 단 둘이 남는다면 떳떳하게 그를 죽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간을 먼저 죽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미스타 님?"

"그래. 미스타 님을 뵀어?"

아, 위대한 칼리브의 세 가문.

타오르는 별, 타스타.

미드나잇의 별, 미스타.

바로 뜨는 별, 바스타.

미스타는 칼리브 종족의 상위 가문 중 하나였다.

베리트는 이번에 참가한 미스타의 일원과 안면이 있었다. 그라면 호샤트의 상태에 대해 대책이 있거나 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미스타의 이름을 듣자 호샤트가 살짝 정신을 차렸다.

상위 가문은 그들의 자랑인 동시에 섬겨야 할 위대한 이의 후예였다.

당연히 베리트와 호샤트보다 빠르고 강력했다. 그와 만난다면 이 문제에 대해 알 수도 있다.

"미스타 님이 우리와 함께 셨지."

호샤트가 미스타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상했다. 그들과 미스타가 함께 문에 들어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들의 능력은 천지 차이였고 당연히 탑은 그들을 따로 잡았다.

미스타와 그들의 싸움은 무의미한 경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미스타는 그를 따라다니는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온 것이 틀림없었다.

미스타를 만나면 이 모든 고통이 해방될 것이다.

"미스타 님을 만나야 해. 미스타 님을 만나야 해."

호샤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래. 호샤트. 움직여야겠다."

"미스타 님을 만나야 해. 그러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베리트가 맛이 간 호샤트를 부축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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