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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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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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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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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6화

DUMMY

청우가 도착한 곳은 홀이었다.

어둡고 거대한 홀.

그의 문과 비슷한 문이 4개 보였고, 연못처럼 생긴 문이 5개 있었다.

"해리. 오랜만이네."

"올리버?"

네모난 형태의 문을 통과한 자들은 인간들이었다.

모두 4명의 인간.

모두 군인처럼 총을 들고 단단한 외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지구의 인간은 파트너를 포함해 총 다섯이에요. 그리고 칼리브 행성의 칼리브 종족이 다섯이네요. 흔한 구성이에요.

연못처럼 생긴 문 앞에는 푸른 피부를 가진 외계인이 서 있었다.

푸른 피부를 가리는 망토, 손처럼 보이는 신체 네 개, 머리 측면 전체를 덮는 귀.

그들의 모습은 생소했지만 전체적으로 인간과 흡사했다.

"응? 아이?"

노란 머리를 바싹 채운 올리버가 청우를 바라봤다.

올리버의 말에 다른 인간들도 모두 청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길. 또."

넷 중에 가장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잭. 진짜 아이입니다."

남자의 옆에 있던 젊은이가 신기한 듯 청우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하샤. 어떻게 된 거지?"

잭은 손목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의 정령에게 묻는 말이었다.

그들의 대화는 한국어가 아니었지만, 청우는 정확하게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른 언어와의 소통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변환할 수 있는 언어는 모두 변환하고, 대체 불가능한 언어는 적당히 가공하여 전해드릴 거예요. 물론 문 안쪽에서만요.

적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청우는 관심 없는 문제였지만 나쁠 건 없었다. 정보라는 것은 때론 독이 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있으면 도움이 되니까.

처음 청우를 발견한 올리버는 잠깐 관심을 가졌을 뿐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어린아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헥터의 신입인가?"

오히려 젊어 보이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습니다. 미스터 올리버."

"이름이 뭐지?"

올리버는 껌을 잘근잘근 씹으며 물었다.

"토마스입니다."

"토마스라. 평범한 이름이군."

"평범한 게 좋지. 나중에 기억나지 않아서 좋아."

토마스의 이름을 들은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는 긴장한 것인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해리. 또 병신 같은 말콥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닥쳐! 올리버. 젠장. 내 앞에서 말콥의 이름을 꺼내지 마. 여기서 네 놈을 만나다니."

해리는 올리버의 말에 역정을 냈다.

"워워. 진정하라고. 친구."

흥분하는 해리를 본 올리버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마치 장난을 쳤다는 듯이.

하지만 그의 웃음은 곧바로 사라졌다. 그는 얼음같이 차가워진 얼굴로 해리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친구. 이건 말이야. 전쟁이야. 전쟁. 술 먹고 하는 게임이 아니라고. 그렇게 죽이지 말았어야 한다니.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올리버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해리를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거기에 말콥은 죽지 않았어. 버젓이 잘살고 있다고. 뭐 정신은 조금 나갔겠지만."

"너 이 새끼가."

해리가 한 대 칠 것처럼 주먹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끝내 칠 순 없었다. 이곳은 대기실. 논쟁 정도는 괜찮지만, 주먹다짐은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

"어디서 왔지?"

자신의 정령에게 말을 걸었던 잭이 청우를 보며 물었다.

청우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잭. 이젠 꼬꼬마 놈도 보살피는 거야?"

올리버가 잭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잭은 아무런 동요가 없었지만, 옆에 있던 신참 토마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린 신사. 우리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쯤은 안다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여기서 포기하도록 해. 탑은 장난이 아니고 문 안쪽은 전쟁터야."

잭은 몇몇 특수한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호기심 때문에 탑에 도전했다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봤다. 이 세계와 저쪽 세계에 관해 무지한 어린이들이 고작 호기심 때문에 탑에 참가했다가 정신이 붕괴되었다.

탑은 중상은 물론이고 죽은 목숨도 되살릴 수 있지만, 무너진 정신은 복구해주지 않는다.

잭의 염려에도 청우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그는 문을 통해 들어온 이후로 칼리브만을 보고 있었다. 집요하게 집중한 채.

"만약 집에 돌아간 뒤에 제정신이 남아있다면 헥터의 잭을 찾아. 피아세의 정령을 통한다면 찾을 수 있을 거야."

"잭. 그만 해요. 저 아이도 참가자라고요."

토마스는 과도한 호의를 보이는 잭을 말렸다.

모든 점에서 귀감이 되는 잭이지만 유독 어린아이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때로는 그 점이 잭의 약점이 되었다.

토마스가 청우를 보았다.

중학생, 어쩌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잭보다 먼저 아이를 만나 고통 없이 보내주기로 생각했다.

혹시나 마음 약한 잭이 헛된 선택을 할까 봐.

'이곳에 온 네 잘못이야.'

죽음의 공포가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건 각자의 책임인 것이다.


청우는 칼리브를 관찰하는 와중에 인간 참가자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 그리고 들리는 대화를 통해 그들의 심리 상태를 파악했다.

저들은 너무 안일했다. 행동과 언어는 심리 상태를 표현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가만히 있었는데도 네 사람은 자신들의 정보를 아낌없이 퍼줬다. 굳이 도발할 필요도 없었고, 대꾸해줄 필요도 없었다.

안일한 행동과는 다르게 그들은 살인자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몇 명 혹은 몇십 명을 죽인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눈.

하지만 특별한 수준은 아니다. 그가 살던 세계에서 저 정도의 눈을 가진 살수들은 차고 넘쳐 발에 챌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서 그는 그들이 바라볼 수도 없는 곳에 서 있었다.

-시작합니다. 다시 문을 통해 들어가세요.

파야의 말에 청우가 뒤를 돌았다.

"안에서 보자고 친구들."

"가죠. 잭."

빤히 청우를 바라보는 잭을 토마스가 끌어 문으로 살짝 밀었다.

그들이 내딛는 걸음의 속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이 사라지는 순간은 정확히 같았다.



문 안쪽은 황량한 행성이었다.

보이는 것은 오로지 검은 돌로 만들어진 탑뿐인 행성.

-메자흐탄 행성이군요. 인간들은 이곳을 스톤소드라고 부르죠. 다행이에요. 이곳의 시간은 지구와 꽤 차이가 있어요. 이곳에서 열흘 정도면 지구에선 하루 정도 지날 거에요.

열흘과 하루의 차이.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파야는 행성에 관한 정보를 읊었다. 청우가 써먹을 수 있도록.

-식수와 식량은 적은 행성이에요. 인간은 물론 칼리브 종족도 먹을 수 있는 것은 버섯의 일종인 메자 하나뿐이죠. 메자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로 주로 하얀색이나 갈색을 띠고 있어요. 우선 식수와 메자를 찾아내는 게 급선무에요. 그런데 뭐 하세요?

파야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청우를 보며 물었다.

그는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기묘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땅 바닥에 주저앉아 돌을 파헤쳤다. 맨손으로.

파야는 말을 멈추고 청우의 행동을 지켜봤다.

파헤쳐진 돌 사이로 흙이라고 하기엔 입자가 큰 사토가 보였다.

청우는 그 사토를 만지고 비비고 냄새를 맡았다. 그 후에 사토 중에서 최대한 수분이 많은 부분을 찾아 쥐어 들었다. 그리고 사정없이 전신에 고루 발랐다.

얼굴부터 목, 팔, 다리, 몸통에 이어 가방까지.

한 군데도 빼놓지 않고 비볐다.

그의 얼굴이 금방 흙장난을 치고 온 아이처럼 까맣게 변했다. 그리고 스톤소드 행성 특유의 흙냄새가 그의 전신에서 풍기기 시작했다.

갈색이었던 가방은 사토를 사정없이 비빈 탓에 까맣게 물들어버렸다.

완벽하게 칠해진 것을 확인한 청우가 계획을 정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 15일.

몸을 낮게 숙이고 걸음을 옮겼다. 독특한 자세와 기묘한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속도는 빨랐고 조용했다. 발걸음 소리 하나 없을 정도로.

파야는 청우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봤다.

대책 없어 보이던 자신의 파트너는 뭔가 생각이 있는 듯했다.



"킁킁."

호샤트는 불어오는 바람에서 냄새를 맡았다. 은은하게 퀴퀴한 것이 정확히 메자였다.

인간이야 메자를 찾기 힘들겠지만, 칼리브인 자신은 너무나 쉽게 메자를 구할 수 있었다. 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냄새를 찾아 움직이기만 하면 충분하다.

바람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자 탑 아래 숨은 메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호샤트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천천히 메자를 땄다.

뚝.뚝.

적지 않은 양이었다. 이 정도 양이라면 아마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버틸 수 있을 듯했다.

"운이 좋군."

호샤트가 가방에 넉넉히 찬 메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식수가 있는 곳을 찾고, 다른 칼리브와 만나기만 하면 일사천리였다.

운이 좋아 상위 가문의 자제분들을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이번 문에선 어째서인지 상위 가문의 자제가 셋이나 참여했다.

그들이 있는 이상 인간이 우승할 가능성은 없다.

물론 그들이 함께한 탓에 자신이 우승할 가능성도 없겠지만, 그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가 우승하지 못한다 해도 그들과의 끈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킁킁."

다시 바람이 불어오자 호샤트가 냄새를 맡았다.

혹시나 누군가 다가오지 않았나 싶어서.

하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인간의 공격 범위는 칼리브의 공격 범위보다 훨씬 넓었다.

전에 만난 인간은 냄새도 나지 않는 거리에서 그를 공격했다. 그들의 공격은 매서웠고 상처는 컸다. 연약한 종족인 주제에 이상한 무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놈들이었다.

호샤트가 움직이기 위해 방향을 찾았다.

따아악!

갑자기 돌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호샤트는 몸을 낮게 숙이고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귀를 기울였다. 인공적인 소리가 분명했다. 어쩌면 인간이 실수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한참을 숨죽여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함정일까. 실수일까.

소리의 울림으로 보아 먼 거리는 아니었다.

호샤트가 천천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토마스는 소총을 든 채 최대한 조용하게 이동했다.

헥터에서 배운 대로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사각지대를 찾으며.

그는 단련된 본능이 가르쳐주는 대로 느낌이 좋지 않으면 멈추고, 나아지면 움직이길 반복했다.

'우선 베이스캠프로 삼을 만한 장소를 찾는 것이 우선.'

토마스는 거침없이 뛰는 심장을 애써 달랬다.

그토록 고된 훈련과 실전을 반복했지만 자신의 몸은 긴장했다.

지구의 임무와 다르게 이곳에서의 자신은 철저하게 혼자였다. 누구에게도 연락할 수 없고 누구도 자신을 구해줄 수 없다.

이 단순한 사실 하나가 토마스를 얽매어왔다.

'배운 대로 움직이면 돼. 최대한 빠르게 베이스캠프로 삼을 만한 곳을 찾고 은신처를 마련한다. 식수와 식량은 그 뒤. 배운 대로 하면 돼. 배운 대로.'

스톤소드가 그의 일단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헥터는 그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그중에는 일단문의 예상지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행성 중 하나였지만, 그는 스톤소드의 몇 가지 정보를 암기했다.

그는 엄청난 긴장 속에 잊어버린 사실들을 계속해서 정령에게 확인했다. 대화는 긴장을 죽여줬고 관련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도와줬다.

'피에스. 이곳에서도 해는 서쪽으로 지지?'

-네. 맞아요. 파트너.

'날이 지면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고?

-네.

토마스는 헥터에서 배운 대로 베이스캠프로 삼을 만한 공간을 찾았다.

'괜찮은 지점.'

토마스는 긴장 탓에 무거워진 몸을 흑석 아래 구덩이에 숨겼다.

"후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 소리가 구덩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토마스는 소스라치게 놀라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혹시나 누군가 근처에 있을까.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무려 5분간이나 숨을 죽여야 했던 토마스는 긴장을 살짝 풀었다.

토마스는 홀에서 봤던 어린 꼬마를 떠올렸다.

자신도 이토록 긴장했는데 그 꼬마는 어떻게 하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벌써 죽은 건 아니겠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토마스는 마음을 놓았다.

이곳은 아주 잠깐의 방심이 죽음을 부르는 전장. 아이가 와서 무얼 할 만한 곳은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은 아무 이유 없이 그를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안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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