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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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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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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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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5화

DUMMY

"음? 방금 다리가 안 보이지 않았어?"

"뭐?"

"조금 전에 말이야. 청우 다리가 안 보이지 않았냐고."

덕배의 말에 진경이 고개를 돌려 청우를 바라봤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열심히 철봉을 타고 있는 청우가 보였다.

"뭔 소리야? 졸았냐?"

"아니. 진짜로. 방금 한 바퀴 회전할 때 쟤 다리가 사라졌다니까."

"정신 차려. 무슨 미친 소리야?"

"아닌데. 이상하네. 진짜 안보였는데."

덕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랜만에 돈까스가 나온 탓에 과식했다. 그래서 소화도 시킬 겸 운동장에 앉아 축구를 보는 중이었다.

어김없이 청우는 철봉을 타고 있었고 그는 청우의 화려한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겨 멍하니 바라봤다.

그런데 갑자기 청우의 다리가 사라졌다. 공포 영화에 나오는 귀신처럼.

옆에 있던 진경은 보지 못했지만 그는 분명 보았다.

다리가 없는 청우가 철봉을 타고 회전하는 모습을.

덕배의 몸이 으스스 떨렸다.

"어으으. 몸이 허한가."


청우는 늘 하는 운동을 반복했다.

남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철봉을 타는 시간이 15분에서 20분으로 늘었다.

스트레칭하는 시간도 10분 늘어났고, 다트를 던지는 시간도 3분 늘어났다.

그 밖에 기척을 숨기는 훈련이나 균형을 잡는 훈련, 근력을 키우는 훈련 등, 그가 하는 대부분의 훈련 시간이 소폭 늘어났다.

모두 진기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기존에 하던 훈련에, 진기를 이용한 훈련이 추가됐다.

진기를 이용한 훈련은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훈련보다 짧았지만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했다.

20분이 모두 흐르자 그는 철봉에서 내려왔다.

보는 눈이 많아 근력에 기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균형 감각이나 미세한 제어를 위해선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기술.

청우가 독보적인 살수의 자리에 있게 해줬던 은신을 연습했다. 그 기술은 빛의 굴절을 이용해 신체를 숨기는 방법으로 그의 독문 기술이었다.

날이 쌀쌀해진 탓에 흐르던 땀방울이 금세 말랐다.

청우의 훈련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매일 밤이 되면 그는 파야가 열어준 문을 통해 빛의 섬으로 넘어간다. 그리곤 그곳에서 파야가 말릴 때까지 기운을 흡수한다. 현실로 돌아오면 학교에 다니고, 공부하고 틈틈이 훈련한다.

빈틈없이 빠듯한 일정이었다.



-내일이 파트너의 첫 일단문 개방일인 것은 기억하고 있죠?

파야의 말에 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야는 처음 만날 날 이래로 청우의 몸에 숨어있었다.

정확히는 오른 손목 안쪽의 문신 속에.

검은색 작은 고양이 문신에 자리 잡은 파야는 보통 청우가 문을 열어달라고 부를 때만 깨어났다. 그 외의 시간에는 아무 말 없이 조용했다.

-준비. 안 해도 되나요?

"해야지."

사실 파야는 그가 개방일을 잊었다고 말하길 바랐다.

차라리 그랬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자신이 배웠던 인간은 물론 복잡한 존재이지만, 대체로 호기심과 욕심이 강하다고 했다. 새로운 세계나 진화에 대한 욕구도 강한 탓에 탑에 도전하는 자들은 정령에게 아주 사소한 것도 집요하게 물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인간은 자신이 배웠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빛의 탑의 목적은 운도 꺼내지 않았고, 어떤 식으로 도전을 치르는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어디로 가는지 전혀 묻지 않았다.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탑에 오르기 위한 준비로 청우는 미리 사둔 천을 이용해 주머니를 만들었다. 그건 그가 전생에 사용했던 주머니로 밀봉이 가능한 독특한 형태였다.

완성한 독특한 모양의 주머니를 새로 산 가방 안쪽에 달았다. 그리고 끈을 주머니에 연결했다.

쓰윽. 샥.

천이 천인 만큼 소리가 안 날 수는 없다.

그래도 단 한 번의 당김으로 청우는 가방을 멘 채 주머니 안을 만질 수 있었다. 가방을 멘 채 몇 번 더 잡아당겨 주머니가 튼튼하게 연결되었는지, 주머니 안의 물건을 꺼내기에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했다.

가방과 주머니는 만족스러웠다.

주머니가 준비되자 미리 정리해둔 짐을 넣었다.

전생의 경험으로 만든 곡단을 주머니에 담고, 약간의 식수와 불을 피우기 위한 도구도 넣었다.

빛을 반사하지 않는 재질의 겉옷은 인터넷 쇼핑에서 우연히 찾은 물건이었다.

전성기 시절의 그라면 필요 없는 물건들이지만 지금의 그에겐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거면 충분한가요?

파야는 간단한 청우의 짐을 보고 말했다.

그에겐 검이 없었다. 총도 없었고 활도 없었다.

보통 인간이 사용하는 장비가 하나쯤은 있어야 했지만 그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 의복과 식량 두 가지뿐이었다.

짐을 모두 챙긴 청우가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손목 안쪽의 문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빛의 탑에 관해 말해줘."

그 말을 들은 파야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건 진작에 물어봤어야죠!"

파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보통 피아세의 정령은 묻지 않는 사실은 전해주지 않는다.

그건 그들이 파벌을 나누거나 내부적으로 전쟁하지 않기 위한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만약 피아세의 정령이 딴마음을 먹는다면 탑은 엉망이 될 테니까.

그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전해줄 수 있는 건, 행성과 생존에 관한 정보뿐이었다.

그런데 그의 파트너는 일반적인 도전자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정보도 묻지 않았다.

그것은 파야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청우는 파야의 심리 상태를 짐작하고 있었다.

고양이의 심리 상태에 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그의 관찰력은 초일류. 파야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떤 부분에서 답답해하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너무나도 바빴다.

파야에게 빛의 탑에 관해 물어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그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지극히도 짧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들이 그동안 나눈 대화라곤 '문을 열어줘.', '돌아가지.' 정도였다.

청우의 하루하루는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하다못해 학교 수업의 쉬는 시간에도 해야 할 일이 있을 정도였다.

"후. 빛의 탑은 일종의 생존 게임이에요. 몇몇 혹은 몇십, 몇백의 도전자들이 하나의 행성에서 모여 서로의 능력으로 싸우고 살아남는 게임이죠."

파야는 아주 작은 발톱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려 보이며 설명했다.

'첫날에 설명해주려고 했는데.'

"탑은 하위문과 상위문으로 나뉘어요. 다시 하위문은 일단문, 이단문, 삼단문으로 나뉘죠. 파트너가 내일 갈 곳은 일단문이에요. 생존에 어려운 환경은 아니니 그 부분에 대해선 대비할 필요는 없어요."

청우는 조용히 파야의 말을 기억했다.

"하위문에서는 죽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 이건 하위문만이에요. 그 이상의 존재가 되면 탑이라도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죽어도 살아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도전자들은 서로의 능력을 강화하죠. 만날 수 있는 존재는 천차만별이고 그들의 능력 또한 다양하죠."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청우가 생각하기에 빛의 탑은 일종의 생사투였다.

패배자에게도 기회를 더 주는 생사투.

"하위문을 모두 통과하면 상위문으로 올라가요. 그곳에 대해선 나중에 생각하세요. 하위문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파야는 조금 걱정스러웠다.

인간의 정신력이 약해 첫 죽음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만약 청우가 내일 있을 일단문에서 죽고 정신이 무너진다면 끝이었다.

그도 자신도.

"일단문은 개인전이에요. 최후의 1인이 승자가 되는 방식이죠. 각 문의 도전자 수가 어떻게 되는지,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행성에서 문을 진행하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오로지 탑만이 관여할 수 있죠."

인간이 아닌 자가 포함될 수도 있다.

변수가 많은 게임이었다.

"더 알아야 하는 게 있나?"

파야는 청우의 얼굴을 보았다.

전혀 긴장한 얼굴이 아니었다.

"아니요. 그저 끝까지 살아남으면 돼요."

청우가 걱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외계인이 나오건 귀신이 나오건 상관없었다.

생존 게임에선 져 본 적이 없었으니까.



일하러 나서며 짐을 챙기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가 아주 어렸을 때, 첫 의뢰를 맡았을 때나 짐을 챙겨 다녔다.

의외의 상황이나 위급한 상황에 살아남기 위해.

"파야."

청우가 부르자 고양이 문신이 사라지며 검은 고양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7시 14분. 지각은 아니네요."

한국 시각으로 오전 7시 17분이 약속 시각이었다.

시간의 축이 다른 탓에 되도록 정확한 시각에 이동하는 것이 중요했다.

몇 분이라도 일찍 출발한다면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짐은 정말 그게 다인가요?"

파야가 청우의 짐을 보며 물었다.

어디 배낭여행도 가지 못할 크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청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파야가 몇 가지 더 물었다.

왠지 모르게 철없는 어린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에게도 말했고요?"

"그래. 친구네에서 하루 자고 온다고 말해놨지."

청우는 일부러 일단문을 토요일 아침으로 잡았다. 금요일 저녁으로 잡았다면 더 긴 시간이 있겠지만 토요일 아침에 보이지 않으면 부모님이 이상하게 생각할 터였다.

"하루요?"

파야는 자신이 큰 실수를 한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파트너는 보통 문에 들어가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모르고 있었다.

"문 안에서는 보통 두 달의 시간을 보내요. 그게 일단문의 평균 시간이에요. 길면 몇 달씩도 있게 된다고요! 물론 시간의 축이 다르기 때문에 지구의 시간이 그렇게까지 흐르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구의 일주일은 생각해야 한다고요!"

파야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집에 돌아가 일주일이 걸린다고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파야가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7시 16분을 가리켰다. 남은 시각은 고작 1분이었다.

인간은 가족 관계가 끈끈하기 때문에 말도 없이 사라진다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빛의 섬과 비슷한 경우군."

청우는 태연히 문 안쪽 시간과 섬의 시간을 비교하고 있었다. 그는 섬과 지구 간에 시간의 차이가 있는 걸 알고 문 안쪽도 그럴 수 있다고 짐작했다.

하나의 의뢰가 두 달씩 걸린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의 입장에선 짧게 걸리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도 어렸을 땐 한두 달씩 걸렸으니까.

물론 무림과 문 안은 다르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청우의 두뇌가 무섭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의뢰에 걸리는 평균적인 시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렇다면 준비한 계획을 조정해야겠지.

지구의 인간이 참여하기도 하는 단계에서 두 달에서 일 년 안쪽의 시간.

그들이 보일 법한 능력의 예상 범위와 자신의 능력.

그 시간으로 유추할 수 있는 문 안쪽 환경의 넓이와 난이도.

청우는 예상 가능한 것들을 모두 떠올렸다.

그의 두뇌는 평소와 달리 엄청난 속도로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여러 가능성이 떨어지고 이어 붙고 변형되고 물러났다.

"어쩔 수 없어요. 포기해요."

파야는 포기를 권했다.

물론 첫 도전은 중요했다. 하지만 그의 고향에서의 생활을 파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다시 도전해도 괜찮다.

"괜찮다. 가지."

당황한 파야와 달리 청우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하지만 시간이!"

청우가 손을 들어 파야의 말을 막았다.

"괜찮아."

청우의 담담하고 조용한 말투에 파야가 말을 멈췄다.

"정말 괜찮겠어요? 분명 일이 터질 거라고요."

청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파야가 청우를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발을 저어 문을 열었다.

"후우. 갑니다."

파트너가 가고자 하는데 그가 말릴 수는 없는 일이다.


문 안의 환경이 어떤지는 모른다. 어떤 자들이 나올지도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모든 것은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풀어갈 문제다.

청우는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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