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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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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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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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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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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4화

DUMMY

말을 하는 고양이였다.

그것도 인사하는 고양이.

청우는 태연하게 자신의 방 한가운데 앉아서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고양이를 바라봤다.

"진짜네요."

고양이는 청우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우와 고양이는 서로를 비슷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넌 뭐지?"

청우가 입을 열자 고양이는 어울리지 않게 고양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흠흠. 반가워요. 전 피아세의 정령, 파야라고 해요."

말하는 고양이는 이름도 있었다.


말하는 고양이를 본다면 어떨까.

잡아다 돈을 벌고 싶을까.

해부라도 해서 실험을 하고 싶을까.


청우에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에겐 하늘을 나는 비행기나 말하는 고양이나 신기하긴 매한가지였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신기하다 해도 훔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고양이가 나타났다 해서 뭘 하진 않았다.


청우가 아무 말도 없자 파야가 입을 열었다.

청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을 대하는 매뉴얼이 있었다. 매뉴얼은 종족별로 나뉘어 있었고 피아세의 정령이라면 모두 숙지해야 하는 필수 사항이다.

인간의 경우엔 그 무엇보다 자기소개와 보상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이들은 호기심과 욕심으로 이뤄진 종족이니까.

"저는 우주의 지식을 모으는 피아세의 정령이에요. 우리 피아세의 정령들은 빛의 탑을 주관하고 있지요. 빛의 탑에 오를 때마다 지구에선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우주의 보물을 얻을 수 있답니다. 물론 보물을 직접 선택할 수는 없지만, 지구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귀한 물건들이죠. 귀하는 빛의 탑에 오르기를 희망합니까?"

피아세의 정령, 빛의 탑, 우주의 보물.

전부 처음 듣는 말이었다.

이 고양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그에게 찾아와 이런 것들을 묻는 것일까.

청우는 파야를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의도를 추측해 봤다.


이 고양이에게서 적대감은 느낄 수 없었다. 이빨도 드러내지 않고 발톱도 깔끔하게 숨겼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잠깐 고민하던 청우가 한 가지 물었다.

"왜 나를 찾아왔지?"

청우의 물음에 파야가 친절한 상담원처럼 대답했다.

"우리 피아세의 정령은 특별한 자를 찾아요. 그리고 계약을 맺고 특별한 이들이 빛의 탑에 오르는 것을 돕죠. 참가자는 보물을 얻고 피아세의 정령은 지식을 얻고. 상부상조. 서로 도우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죠."

"특별한 이들을 찾는다라."

이 특이한 고양이는 그가 특별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혹,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줄 아시나요? 아니면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줄 안다거나요."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과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이라.

떠오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청우가 한 가지 떠올렸다.

어제까지도 없었지만, 오늘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바로 기였다.

"이걸 아나?"

청우가 단전에 잠들어 있는 진기를 깨워 손바닥으로 움직였다.

그의 투박한 손바닥 위에 보이지 않는 기가 돌출되었다.

"이건."

파야는 청우처럼 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를 느낄 수는 있었다.


우주의 지식 그 자체라고 불리는 피아세 정령의 지식에 기에 대한 정보도 존재했다.

"이건 몇몇 행성에 존재하는 기운이군요. 그런데 이 기운은 지구에는 없을 텐데요."

파야가 영문을 몰라 청우를 바라봤다.

지구의 인간이 이 기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침에 너와 비슷한 고양이를 봤다. 그 고양이가 흘린 기운이다."

자신과 비슷한 고양이라면, 피아세의 정령일 수도 있다. 지구의 피아세 정령들은 평범한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파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피아세 정령이라면 기운이 묻어 있을 수 있다.

빛의 탑 참가자가 머무는 공간에도 이런 기운이 있었으니까.

"빛의 섬에 존재하는 기운이 묻어 났나 보네요."

"빛의 섬?"

기에 관한 정보가 나왔다.

청우는 파야의 말에 호기심을 보였다. 그에게 기란 다른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것이니까.

"빛의 섬은 탑에 오르는 참가자들이 머무는 공간이에요. 참가자들이 각자의 능력을 향상하거나, 부상을 치료하는 공간이죠. 개개인은 자신만의 빛의 섬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빛의 섬에는 이런 기운이 존재한답니다."

빛의 섬에 가면 기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빛의 섬에 가면 된다. 간단한 소리였다.

"빛의 탑은 뭐지?"

파야가 기다리던 질문을 받은 것처럼 눈을 반짝였다.

"빛의 탑이 무어냐!"

갑자기 파야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앞다리를 번쩍 들고 소리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빛의 탑이란 우주의 수없이 많은 종족이 오르길 희망하는 고고한 계획. 모자란 지능을 가진 존재조차 기품있는 상위 종족으로 만들어주는 위대한 프로젝트. 그곳의 정상에 오르는 자들은 이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될지니. 우주의 비밀이 숨겨져 있고, 우주의 보물이 묻혀있는 거대한 시련."

분명 미리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파야는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마무리했다.

"그것이 빛의 탑이랍니다."

한바탕 웅변을 한 파야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수염을 꿈틀거렸다.

어째서인지 조강이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청우는 귀를 기울였다.

혹시나 소란을 듣고 부모님이 깨어날까 하는 생각에.

"빛의 탑에 들어본 적이 없겠지만 지구 종족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고난과 시련이 있겠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보물들이 기다리고 있죠."

파야는 청우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인간은 호기심과 욕심이 많은 종족이고 보물에 대한 집착도 강했다.

그가 알기로 거절한 인간은 몇 없었다.

"빛의 섬에 가려면 빛의 탑에 올라야 하나?"

"예?"

파야는 청우를 빤히 바라봤다.

이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가.

위대하고 중차대한 빛의 탑에 관해 이야기하는 와중에 빛의 섬 이야기라니.

파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정보가 심어졌다.

자신의 파트너가 될 이 인간은 정상 범주에 속한 자는 아니다.

"물론 빛의 섬에 가시려면 당연히 빛의 탑에 도전해야 합니다. 빛의 섬은 탑을 오르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니까요."

청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를 얻기 위해선 빛의 섬에 가야 하고, 빛의 섬에 가기 위해선 빛의 탑에 올라야 한다.

빛의 탑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청우의 걸음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기를 얻을 수 있다면.

"다시 묻겠어요. 위대하고 장대한 계획, 빛의 탑에 오르기를 희망합니까?"

"동의하지."

청우도 빛의 탑에 도전을 시작했다.



"그럼 빛의 섬에 먼저 가보시겠어요?"

파야는 계약을 마치고 청우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는 빛의 탑보단 빛의 섬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빛의 섬 이야기에 청우가 눈을 반짝였다.

그곳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혹시 빛의 섬이란 곳은 무림과 연결된 것일까.

그렇다면 그가 살던 곳에 갈 수 있는 것일까.

청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파야가 허공에 발을 저었다.


고양이가 발을 저어 허공에 문을 만드는 광경은 하나의 마술 같았다. 더군다나 그 문이 그들이 있던 방문과 똑같았다면 더더욱 마술로 착각할 만 했다.

하지만 문틈에서 열린 문을 통하는 통로는 방문에서 보는 통로와 전혀 달랐다.

그곳은 아무런 빛도 반사되지 않아 완벽한 어둠이었다.

"빛의 섬으로 가는 문이랍니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 한걸음에 갈 수 있죠."

청우는 자신의 방문과 똑같이 생긴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까만 통로는 미지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가 한 걸음 걸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다른 공간에 서 있었다.


"여긴."

빛의 섬이란 공간은 상상 속 무릉도원처럼 생겼다.

오색의 구름이 흐르고 무지개가 하늘 가득 펼쳐진 신세계.

에메랄드빛 잔디가 땅 가득 자라 있었고 따스한 바람이 부는 공간이었다.


청우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봤다.

정신이 반쯤 나간 것처럼 오른발을 디디고 오른손을 내민 채.

천국처럼 아름다운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오색 빛깔 찬란한 구름도, 무지갯빛 하늘도, 천국처럼 따스한 바람도 그는 상관없었다.

그저 훈풍처럼 흐르는 기에 집중했다.

무림의 세계보다 진한, 절로 넋이 나갈 만큼 반가운 기였다.

단전에 잠들었던 진기가 깨어났다.

그와 동시에 청우의 의지가 섬을 가득 채운 기를 끌어들였다.

무의식에 새겨진 습관대로.

섬을 가득 채운 거대한 기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 청우의 의지를 받아 흔들거렸다.

청우는 의지를 집중해 공간의 기를 풀어냈다.

엉켜버린 실타래에서 실을 풀어내듯이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물고기가 물을 만나듯이, 새가 바람을 만나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청우는 기를 풀어 몸 안으로 끌어들였다.

또르르.

청우는 기에 집중한 탓에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그의 기억과 무의식은 기를 환영했다. 잃어버린 영혼의 조각을 되찾는 것처럼.


파야는 눈물을 흘리는 청우를 바라봤다.

정상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자신의 파트너는 역시 괴상한 반응을 보였다.

그가 수백 년 동안 들어왔던 수많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이런 자는 없었다. 빛의 탑이 아니라 빛의 섬에 더 관심을 갖는 자라니.

더군다나 빛의 섬에 도착하자마자 저렇게 무아지경에 빠지는 경우도 없었다.

이래저래 확실히 독특한 파트너였다.


파야는 심란한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끈은 닿았고 그의 운명은 고정되었다.

다시 물릴 수 없는 계약이었고 청우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생도 바뀔 터였다.

되도록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다.

파야는 허공에 투명하게 떠오른 시계를 바라봤다.

이 대책 없는 인간이 늦지 않은 시각에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시계를 조정했다.

인간에 관한 이야기 중에는 '비밀을 가진 인간은 대체로 밤중에만 움직인다'도 있었다.

그러니 해가 뜨기 전에 정신을 차리도록 깨워주면 될 것이다.

긍지 높은 피아세의 정령, 파야는 갑자기 모닝콜이 되었다.



청우는 무려 30시간 이상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만약 지구와 빛의 섬 간에 시간의 축이 다르지 않았다면 사달이 나도 크게 났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고양이, 파야는 무지하지 않았고 제 시각에 맞춰 청우를 깨웠다.

"파트너?"

"아."

파야의 목소리에 청우의 무아지경이 끝났다.

청우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고 그는 정신을 차리며 외마디를 내뱉었다.

무아지경이 끝난 것이 아쉬운 듯이.


파야는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오려는 한숨을 참아냈다.

이 대책 없는 인간은 그저 아쉬운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갈 생각도 없이.

보통 인간은 이래저래 호기심과 생각이 많다는데 눈앞의 인간은 그러하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리는 멧돼지같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이미 말라 흔적도 없이 사라진 눈물 자국이 파야의 뇌리에 선명했다.

"파트너의 나라에 해가 뜨고 있어요. 이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파야에겐 그가 돌아가고 돌아가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빛의 섬에 오래 머물며 실력을 높일 수 있다면 환영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영향이 크게 미치는 종족이라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다른 종족만큼 많은 경우는 아니었지만 지구의 종족도 적지 않은 수가 빛의 탑에 도전하고 있었고 파야는 그들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해가 뜨고 있다고?"

"예. 초심자의 나라는 현재 6시 16분입니다."

청우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욕심이야 계속 이곳에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인간이었고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청우는 아쉬움을 누르다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한순간 청우의 모습을 버린 것일까.

아니면 아주 오래전으로 돌아간 걸까.

"돌아가지."

"돌아갑니다."

고양이의 손짓을 따라 또다시 문이 열렸다.

딸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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