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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최근연재일 :
2018.02.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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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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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3화

DUMMY

살수였던 그는 아무것도 모를 때도 남인 척 살아갈 수 있다.

하물며 17년의 삶은 그를 완벽하게 착한 아들, 착한 학생으로 만들었다.

태어난 이후로 그는 그 끈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마치 몇십 년짜리 잠복 의뢰를 맡은 것처럼.


하지만 천하의 청우라도 20년에 달하는 의뢰를 맡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의 삶은 가끔 삐걱댔다. 특히 밤이 찾아올 때면 더더욱.

밤은 살수에게 특히나 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들이 가장 먼저 적응해야 하는 것이 어둠이었으며, 그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시간이 밤이었다.

밤은 느닷없이 청우를 자극했다. 밤은 이제는 묻힌 기억을 자극해 오래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처음 의뢰를 나갔던 그 밤처럼.

그래서 청우는 하나의 무공을 만들었다.


이 지구에는 그가 살던 세계에 존재하는 기가 없다.

기가 없다는 것은 무공이 없다는 것이요.

무공이 없다는 것은 무인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기가 없다면 무공을 펼칠 수 없는 것일까.

청우는 몇 년간의 탐구와 궁리 끝에 하나의 무공을 만들 수 있었다.

아무런 기도 없이 오직 두뇌만을 이용해 펼치는 무공.

그것은 무공이되 무공이 아닌 공부였다.

'불망향가'라는 무공은 그의 내면에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무공을 의미했다.

동시에 청우가 자신의 정체성을 세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청우가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았다.

그가 집중하자 지나다니던 차 소리가 사라지고, 째깍거리던 시계 소리가 조용해졌다.

따스하던 온기도 자취를 감추고 옅은 그림자도 없어졌다.

온 세상이 어둠 속에 묻혔다.

두근두근두근.

고요하기 그지없던 세상에 심장이 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장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이내 세상을 흔들 만큼 우렁차게 변했다.

쿵쾅.쿵쾅.쿵쾅.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돌연히 멈췄다.

세상의 종말이 온 것처럼.

삐이이-


짹.

참새가 울었다. 싱그러운 아침이 온 것처럼.

휘잉.

참새가 울자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따스하고 건조했다.


청우가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는 하얀 대지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대지.

망망대해같이 펼쳐진 하얀 대지 위에 갑자기 풀이 스르륵 자라났다.

풀이 자라자 흙이 깔리고 나무가 생기고, 거리가 만들어지고 집이 지어졌다.

가장 오래 지냈던 그의 집이 나타났다.

그 후에 식당, 잡화점, 술집, 포목점, 정육점, 기루, 마구간, 거지 소굴까지 우르르 세워졌다.

쿵.쿵.쿵.쿵. 턱.턱.턱.턱. 착착착.

마치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건물이 세워지고 시장이 생기고 도시가 만들어졌다.

모든 세상이 청우의 내면에 존재했다. 모든 것은 불망향가가 만들고 다루는 만물이었다.

불망향가가 만든 도시는 청우가 살았던 무림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청우의 기억과 불망향가의 능력이 만든 결과였다.



"일석. 문을 닫아라."

총 24개의 문이 그의 말에 일제히 닫혔다.

하소인은 기관지식의 대가였다.

그가 만든 기관은 무림 제일인 동시에 황궁 제일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그에게 기관과 절식을 만들어 주길 요청했다.

그의 실력이 올라가고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질수록 그 요청은 더 늘어갔다. 그가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마침내 예약이 십 년, 이십 년을 넘어가고 끝이 보이지 않자, 하소인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음을 선언했다.

그러자 상황이 급변했다.

무인과 궁인들은 그를 납치해서라도 기관을 만들길 바랐다. 수많은 이들이 하소인을 차지하기 위해 피를 흘렸다.

그래서 하소인은 천하제일의 장원을 만들었다.

그 누구도 침입할 수 없고 빠져나갈 수 없는 장원을.

오직 그만이 문을 여닫을 수 있었다.


청우는 하소인의 장원 안쪽까지 들어갔다 나온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장원을 구석구석까지 모두 보고 외웠고 하소인의 절기를 익혔다. 34일 동안 하소인을 지켜보며 그가 장원을 여닫는 모든 방법을 관찰했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그 결과가 불망향가 안에 펼쳐졌다.

불망향가는 청우의 지식을 이용해 하소인의 장원을 지었다. 그리곤 청우의 기억에서 하소인의 장원에 관련된 기억을 잠갔다. 불망향가를 닫지 않으면 열리지 않도록.

기억이 부분적으로 차단된 청우는 장원에 대한 정확한 기억을 잊은 채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의뢰를 맡아 훈련을 이어나갔다.


"후우."

청우가 숨을 내쉬었다. 그 앞에 잠든 남자가 보였다.

총 소요 시간 27시간 36분. 전보다 14분 줄인 결과였다.

청우가 훈련한 이 장원의 의뢰는 총 324차례였으며, 324차례 완수했다.

성공률 100퍼센트.

하지만 그에게 성공률은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얼마나 빨리 해결할 수 있는가.

그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청우가 뻐근한 몸을 돌리며 가부좌를 취했다.

그리고 들어올 때처럼 집중을 끌어올리고 오감을 차단했다.

두근두근두근. 쿵쾅.쿵쾅.쿵쾅. 삐이이-

불망향가가 닫혔다.


째깍.째깍.째깍.

현실은 4시간여 지나있었다.

그는 바로 잠자리에 들지 않고 다시 집중했다.

그가 계획했던 작전이 떠올랐다. 그리고 전에 했던 수많은 계획도 떠올라 서로 비교했다. 어떤 부분이 잘했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극한의 집중력은 짧은 시간 내에 그러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결과는 실패였다. 시간은 줄였지만,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

집중을 마치자 극심한 피로가 청우를 덮쳤다.

기상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운기를 할 수 있다면 잠을 자지 않고도 불편함이 없었을 테지만, 지금 그에겐 약간의 잠이 필요했다.



"오늘도 도매시장에 갈 거니?"

"예. 새로운 꽃이 나왔으면 하나 사 올게요."

주말이 되면 청우는 꽃 도매시장에 다니곤 했다.

그의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기도 했고 그도 식물을 가꾸는 일을 즐겼다.

도매시장엔 매일 비슷한 식물만 있었지만, 가끔은 그가 본 적 없던 식물들이 들어 왔다. 열대 지방이나 사막에서 사는 식물들, 유전자 조작을 하거나 접합을 시킨 식물들이 가끔 등장했다.

청우는 격주 정도로 도매시장에 다니며 새로운 식물이 나오면 구입했다.

지금도 그의 방에는 몇십 종류의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수십의 식물들에게는 시든 잎 한 장도 없었다. 기계보다 더 정확한 그는 단 하나의 식물도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 너무 비싼 건 사 오지 말고."

"네. 비교해 볼게요."

"용돈은 안 부족하고?"

이학선이 모자의 대화를 듣다가 물었다.

참 착실한 자기 아들은 용돈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다.

"괜찮아요. 저번 주에 받은 용돈 남았어요."

군것질도 하지 않고 놀러도 가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학교에 다니고 훈련하는 일뿐이니 그가 돈을 쓸 일은 고작해야 식물을 사는 것이 다였다.

아니면 조강과 놀기 위해 쓰거나.

"참, 오늘 무슨 검도 대회인가? 그거 한다고 길이 막힌 데."

"그래요? 일찍 가야겠네요."


도로는 꽤 막혔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도매시장 옆 경기장에선 검도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기장에 들어서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했다.

"파울이 이길까?"

"김염도 만만치 않을걸?"

청우와 같은 버스에 탄 학생 둘이 각자가 응원하는 선수들을 비교하며 누가 이길지 이야기했다.

검도에 별 관심 없는 청우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에 섰을 때도 검도에 관한 이야기만 들려왔다.

"파울이 랭킹 1위니까 당연히 이기겠지."

"지금일 뿐이야. 김염이 요새 컨디션이 얼마나 좋은데. 반드시 이길 수 있어."

한국인들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꽤 많이 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넜을 때 청우는 한 남자를 봤다.

까만 고양이를 어깨 위에 올려 두고 걷는 남자.

아주 잠깐 스치듯이 지나갔지만 청우는 그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가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또 어떤 넥타이를 맸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두 기억했다.

평범한 인상이었다.

코가 높고 푸른 눈동자를 가진 외국인.

길거리에 다른 외국인들도 많아 그가 특별하게 여겨질 것은 없었다.


하지만 청우는 그를 본 순간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남자가 사라지고 청우는 그가 지나갔던 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횡단보도가 빨간불로 바뀌고 그가 선 자리에 있던 이들은 모두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빈 거리에 홀로 선 청우는 허공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무언가를 붙잡는 듯이.


움켜쥔 주먹을 뒤집어 폈다.

당연히 펴진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기 하나를.


그것은 거대한 진공 안에 떨어진 작은 물방울이었다.

홀로 덩그러니 떨어진 외로운 점 하나.

태고의 품처럼 아득한 기였다.


청우가 눈을 감고 몸 안에 들어온 작은 기를 느꼈다.

전생과 비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적은 양이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기였다.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기.

청우는 남자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남자의 어깨에 있던 고양이를.

이 기는 고양이에게서 떨어져 나온 기였다.

장미로 목욕을 하고 난 뒤에 풍기는 향기처럼 아주 작은 파편이었다.


청우가 남자를 뒤쫓을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횡단보도가 초록 불로 바뀌었고 사람들이 청우가 선 길로 건너오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너무 잘생긴 거 같아."

"그래? 나는 김염이 좋던데. 멋있잖아. 실력도 좋고."

여학생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청우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끝나고 여기 옆에 갈까?"

"옆에? 어디?"

"여기 옆에 꽃 도매시장이 있잖아."

"그래? 음. 좋아. 끝나고 가자."

두 여학생의 말에 청우가 걸음을 돌렸다.

충동적인 선택이란 그와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었다.

만약 그와 헤어진다면 다시 만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가 원한다면 얻지 못할 것은 없으니까.


청우는 평상시와 똑같이 도매시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마에게 줄 식물 하나와 새로 들어온 다육식물을 하나 구매했다.

그 후에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고,

주말이라 집에 일찍 오신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무인에게 기란 일종의 연료다.

원하는 대로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데, 사용하면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연료.

기는 연료고 신체는 연료통이며 엔진이다.

얼마나 많은 연료를 가지고 있느냐와 그 연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상승 무인과 삼류 무인을 가르는 척도였다.


청우는 자신의 몸속에 들어온 진기를 느꼈다.

너무나도 작은 양이었지만 진기는 청우의 의지에 따라 느리게, 빠르게 신체 안에서 움직였다.

사실 청우도 이처럼 적은 양의 진기를 돌려본 적은 없었다. 무림에서 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에 진기는 너무나도 익숙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무공에 입문하는 시기, 처음 기를 흡수하는 날에도 이것보다는 많은 양을 느끼고 흡수했다.

적은 양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기이기 때문일까.

청우는 한 점의 진기에 더욱 집중하고 느꼈다.

손끝에서 손끝으로, 발끝에서 발끝으로.

왼쪽 눈에도 머물다가 오른쪽 눈에도 머물렀다.

너무 적은 양이기에 무언가 변화를 이끌기 전에 사라지겠지만 그냥 움직였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청우야. 내일 학교 가니까 일찍 자렴."

"네. 알겠어요."

"그래. 엄마 먼저 잔다."

TV를 보시던 부모님도 방으로 들어가시고 청우도 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찾아온 밤.

청우는 자연스럽게 불망향가에 들어가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만약 불망향가를 운용한다면 진기는 어떻게 반응할까.

사라질까? 그대로 머무를까?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던 문제였다.


혹시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청우는 가부좌를 한 상태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신이 만든 불망향가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불망향가는 의식의 공부임과 동시에 무의식의 작용이다.

충분히 그가 예측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후우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면 부딪혀야 한다.

청우가 불망향가에 들어가기 위해 숨을 가다듬었다.

두근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귓가를 울리기 시작했다.

째깍거리던 시계 소리가 사라지고 사위가 고요해졌다.

세상이 흔들리려 할 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그 목소리는 흔들리던 세상을 고정시켰고 청우는 곧바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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