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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서영徐榮
작품등록일 :
2018.01.04 16:10
최근연재일 :
2018.02.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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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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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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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수가 탑에서 살아가는 방법 2화

DUMMY

"이봐, 페터. 새로운 소식 없나?"

알피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물었다.

전날 이어진 파티에서 과음한 탓에 그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더부룩한 속과 지근지근 울리는 머리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다.

"없습니다."

"흠, 그래?"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성공하고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목표점에 도달했다.

그 프로젝트는 그가 피운 꽃의 결실이었으며 또 다른 시작의 발판이었다.

그런데도 알피는 새로운 인물을 갈구했다.

그를 더 높은 곳에 올려줄 새로운 이를.

"새로운 놈이 없어. 새로운 놈이."

"신입이라고 해봐야 전부 병아리들 아닙니까?"

알피는 페터의 말에 서랍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숙취 탓인지 간지러운 느낌이 그의 목덜미를 살살 자극했다.

"생명석은 아직 소식이 없고?"

"네. 그 이후에 얻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킁, 그 늙은이가 그 보물을 그렇게 사용해버릴 줄이야. 하여튼 이기적인 노인네야."

알피는 턱을 살살 긁었다.

무언가 아쉬울 때면 그는 자신의 턱을 긁었다.

"그걸 따라 할 기술을 얻는다고 상상해봐. 쯧. 경쟁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지는 건데 말이야. 하필 그 시기에 그 보물이 나오다니 예상도 못 했지."

생명석이 시장에 나올 때, 알피의 팀은 커다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많은 예산을 잡아먹었고, 알피는 눈뜨고 생명석을 놓쳤다.

평소에 자신 있어 했던 돈 쓰는 일에 밀려서.

"워낙 상태가 안 좋다는 말이 나왔으니까요."

"그 얘기도 몇 년 전부터 나온 얘기였잖아. 진작 죽었어야 했는데. 쓰읍. 후."

알피는 꼬장꼬장하게 생긴 늙은이를 떠올렸다.

심술 궂고 제 맘대로인 노인네.

하지만 돈 하나는 무시하지 못할 만큼 많아 종종 그의 계획을 막아서곤 했다.

페터는 입을 다문 채 그의 뒷담을 들었다.

수긍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처세술인 것이다.

"음. 뭔가 느낌이 와. 느낌이."

알피가 귀 윗머리를 쓱쓱 긁었다.

뭔가 촉이 올 때 하는 행동.

그것도 대박의 기운이 느껴질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알피가 귀 윗머리를 긁자 페터는 그의 말에 집중했다.

평소에도 알피의 말이라면 흘려듣지는 않았지만, 귀 윗머리를 긁을 때의 알피는 더욱 중요했다.

이때 알피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천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정보였다.

무당이 신내림을 받듯이 알피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엄청난 게 올 거야. 엄청난 것이. 앞으로 이 판은 그것을 잡느냐, 못 잡느냐 싸움이 되겠어."

알피의 입에서 나온 말에 특별한 정보는 없었다.

길거리 사기꾼도 해줄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페터는 그의 말을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에겐 그 정도의 신뢰가 있었다.

돈만 많은 무명의 헥터를 선두 그룹으로 만든 장본인.

그가 바로 눈앞의 알피다.


"우와. 쩌는데?"

"야야. 잘 찍고 있냐?"

"청우야. 이쪽을 보면서 좀 돌아봐. 최대한 높게 해서."

휘리릭.

친구들의 말에 청우가 크게 반동을 주어 철봉 위를 날았다.

날아오른 청우의 몸이 두 바퀴 연속으로 돌고 다시 철봉에 매달렸다.

탁.

"오우씨."

"각도 좋았고. 이야. 하나 제대로 건졌다."

그가 연속해서 묘기를 보이자 친구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계속 그를 촬영했다.

청우는 학교의 명물이었다.

성적이나 성격도 모난 구석 없었지만,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특출난 점이 있었다.

컴퓨터를 연상케 하는 기억력, 셜록 홈즈를 떠올리게 만드는 관찰력, 운동선수 만큼이나 뛰어난 균형감각.

그중에 철봉을 이용한 균형감각은 압도적이었다.

친구들은 청우의 운동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고 청우는 화제가 되었다.

철봉을 타고 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그 영상을 보고 찾아온 코치와 감독이 과장해서 한 트럭은 넘었다.


청우는 특출난 균형 감각으로 철봉 위에 올라탔다. 그리곤 미끄러지듯 떨어지다 반동을 이용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튀어 올랐다.

타탁.

"어우씨. 미쳤다. 미쳤어."

손목을 비틀고 발목을 트는 고난도 자세가 연이어 펼쳐졌다.

부상의 위험성이 너무 높았지만 청우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훈련을 이어나갔다.

"쟨 진짜 선수해야한다니까?"

"내가 찾아봤는데, 저 정도면 거의 국가대표던데?"

실제로 체고를 다니는 학생들도 찾아왔었다. 그와 함께 영상을 찍기 위해.

하지만 영상은 기록에 남지 않았다. 차이가 너무 크게 났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영상을 삭제했다.


청우의 철봉 타기 훈련은 정확하게 15분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이 정확하게 15분.

시계를 보는 것도 아닌데 청우는 신기하리만큼 시간에 정확했다.

"야, 축구 할 사람!"

"콜이지!"

청우의 훈련이 끝남과 동시에 친구들은 공을 차기 위해 달려갔다.

"청우야 너도 할래?"

달려가려던 친구 하나가 청우를 보고 물었다.

"아냐. 할 일이 있어서."

"할 일? 그게 뭔데?"

저녁 시간에 할 일이라니 그게 무얼까.

친구가 떠오르는 일이 없어 되묻자 옆에 있던 친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휴. 넌 아직도 모르냐. 화단에 물 주러 가야잖아."

"응? 뭔 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친구를 두고 청우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었다.

학교 뒤편에 마련된 화단에 가기 위해서.


"벌써 끝났냐?"

"어. 여기 있었냐?"

보통 아무도 없는 화단에 조강이 앉아 인사를 건넸다.

한 손으로 현란하게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부지런도 하셔라."

청우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호스를 꺼내와 수도에 연결했다.

슈와아아악.

그리곤 모자라지 않게 듬뿍 식물에 물을 주었다.

교내 화단에 물을 주는 일은 청우의 고정적인 습관이었다.

처음엔 이상한 놈처럼 바라보던 눈길들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눈으로 바뀌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그런 청우의 행동을 좋아했다. 그들이 신경 쓸 일이 하나 줄었으니까. 거기에 그가 화단을 담당한 이후로 화단에 꽃이 많이 피기 시작했다. 이상할 정도로 많이.

어찌나 저째나 선생님들로서는 말릴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말없이 게임을 하던 조강이 말을 꺼냈다. 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던 말을.

"혜정이가 널 좋아한단다."

혜정이는 조강이 좋아하던 여자애였다.

청우도 몇 번 얼굴을 보았던 옆 학교 학생.

긴 머리가 잘 어울린다며 하굣길에 자랑하던 일도 엊그제였다.

물을 주던 청우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괜찮냐?"

"큭큭. 괜찮아 인마. 사나이 조강! 이런 일로 낙심하지 않는다."

조강은 어디서 봤는지 이상한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여전히 한 손에 폰을 든 채.

"크. 좀 병신같지만 멋있지 않냐?"

청우가 조강의 얼굴을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런 액션에는 답이 없었다.

"야. 피시방이나 갈래?"

"아니."

"아 왜. 가자. 우울하다고."

"안가."

청우는 물을 주며 그의 꼬임을 거절했다.

철벽 수비였다.

"아, 야자 하기 싫다."

조강이 슬쩍 청우를 보며 중얼거렸다.

"안 간다."

청우는 틈을 보이지 않는 경호원처럼 즉각 대답했다.

"쩝. 독한 놈."


한국의 고등학생이라 함은 해가 뜨기 전에 등교하고 달이 떴을 때 하교를 함을 의미한다.

청우의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우야, 이제 오니?"

"안녕하셨어요. 이모. 별일 없으시죠?"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예의 바르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호호. 내가 무슨 일이 있겠니. 힘들지?"

"아니에요. 힘들 게 뭐가 있겠어요. 편하죠."

예의 바르고 공손한 청우는 어느 정도 나이든 이라면 모두가 좋아했다.

그는 가면을 쓴 것처럼 아주 어린 꼬마일 때부터 착하고 성실한 모습만 보였다.

그런 청우를 본 다른 학부모들은 청우의 부모를 부러워했다.

"그럼 다음에 놀러 갈게요."

"아이고. 말이라도 고마워. 공부 열심히 하고."

"네. 쌀쌀해지는데 들어가세요."

집에 도착한 청우는 제일 먼저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혹시나 상할까. 교복만 갈아입고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앉아있던 탓에 굳어졌던 몸이 극단적으로 늘어났다.

투두둑. 투둑.

팔목, 발목, 어깨, 무릎, 허리, 등, 목 청우의 전신이 서커스 단원을 연상케 할 만큼 비틀리고 늘어났다.

몸이 풀릴수록 사지가 돌아가는 범위가 넓어졌고, 청우의 모습은 꿈에서도 보기 싫을 만큼 기괴해졌다.

누군가 본다면 방송사에 연락할 만한 장면이었지만 그에게는 규칙적인 습관이었고 고정적인 일상이었다.



살수는 지극히도 순종적이다.

그렇게 그들을 키웠고 그렇게 가르쳤기에 그들은 그래야만 한다.

남을 죽이는 일이란 걸 가르치는 일에는 아주 작은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

그들은 가르치는 것만 배우고 시키는 일만 한다. 그들의 삶에 그 외의 것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일을 마무리할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그들이 하는 일이 살인이라는 것만 뺀다면 그들은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의 삶에 게으름과 나태함이란 찾아볼 수도 없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누구나 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마부가 되고 훈장도 됐으며, 머슴이 되었다가 상인이 될 수도 있었다. 따라서는 군주를 따라 하기도 했고 성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지독히도 냉철하게 유지해야 한다.

몸의 움직임을 의지하에 두는 것뿐만 아니라 찰나의 순간에도 필요한 모든 것을 기억해야만 하고, 상대의 기분과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했으며, 기본적인 정보를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이를테면 초인이 되어야 한다.

꽤 어렵고 힘든 일이었지만 그것이 몸과 정신에 익어 습관이 된다면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몸이 충분히 풀리자 청우가 바닥에 두 손을 대고 물구나무를 섰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속도로.

완전히 몸이 거꾸로 섰을 때 한 손을 떼고 균형을 잡았다. 약간의 흔들림이 있을법 했지만 그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후우우우.

거북이가 숨을 쉬듯이 느린 날숨이 아주 천천히 빠져나왔다.

물구나무를 선 상태에서 온몸 근육의 긴장 정도를 점검했다. 언제 어느 자세에서도 원하는 움직임을 취할 수 있도록.

신체와 의지를 결속하는 훈련이 끝나면 다트 던지기 훈련이 이어진다.

다트 던지기는 기초 중의 기초였다. 사실 그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었지만, 그렇다고 훈련을 건너뛰진 않았다.

청우는 한 손에 다트를 몽땅 들고 빠르게 던졌다.

까만색, 빨간색, 중앙, 외각.

다트는 판 여러 군데에 차례차례 꽂혔다.

손에 든 다트를 모두 던지면 다시 수거해 와서 또다시 던졌다. 던지고 또 던지고.

지루한 훈련이었지만 다트판을 산 이후로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청우의 움직임은 이상했다. 되감기를 한 것 같은 정확한 자세. 소름 돋을 만큼 정확하게 같은 궤적.

다트는 전에 던졌던 위치와 정확히 같은 위치에 꽂혔다.

하나하나가 모두 청우가 목표로 한 그 지점에 오차 1mm도 없이 명중했다.

그 후에는 앉아서 던졌고, 누워서 던지다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던졌다.

다트는 날아가는 족족 그가 원하는 지점에 꽂혔다.

매일같이 이뤄진 훈련은 새로운 육체를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단 하루도 미루지 않는 독한 일정이었다.


"엄마 왔다."

"아빠도 왔다."

시내에서 작은 카페를 하는 부모님은 12시가 가까워지고 나서야 귀가했다.

서로가 바쁜 탓에 그들이 마주치는 시간이라야 새벽과 밤늦은 시간뿐이었다.

이 시간은 청우가 훈련을 하지 않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녀오셨어요."

그는 다시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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