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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회귀해서 슈퍼리치!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김종혁
작품등록일 :
2017.12.30 11:04
최근연재일 :
2018.02.20 20:0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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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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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0,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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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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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3
글자
12쪽

성공의 비밀은 항상 침묵하는 95%에게 있다

DUMMY

준성의 말에 사무실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원두커피를 일상재로 만든다고?’

김재민 입장에서는 저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 커피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했거니와, 직접 필드 뛰어다니며 시장의 공기를 제일 가까이서 맡았다. 그래서 ‘원두커피’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했다.

까닭에 혼란스러웠다.

‘지금 한국에서 원두커피를 즐기는 건 극소수다. 그 외에는 맞선이나 분위기 있는 중요한 자리를 찾는 사람들밖에 없는데... 그걸 일상재로 만들어서 어쩌자는 거야?’

재민에게 있어서 현재 ‘사치재’로 인식되는 원두커피를 ‘일상재’로 만든다는 얘기는, 기존에 있었던 장점 자체를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성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도토루의 STP는 그 기본부터가 글러 먹었다. 시장 세분화, 목표 고객 설정, 포지셔닝. 모두 다 골자부터가 썩었어. 한국 시장에 고급 커피는 아직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IMF가 터지고 나면 더더욱 그렇게 될 거야.’

애초에 2000년대 중후반.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커피 열풍은 어디까지나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수준’의 사치라는 포지셔닝으로 성공을 한 거지, ‘돈 없으면 못 마시는 수준’의 정신 나간 포지셔닝이 아니었다.

‘도토루의 목표 고객은 소위 X세대와 오렌지족이었다. 그 외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어.’

그 결과가 바로 사이드 메뉴가 메인 메뉴의 매출을 앞서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정작 오라는 오렌지족은 안 오고, 적당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와서 핫도그랑 토스트만 주구장창 사 먹은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사치재인 커피를 일상재로 끌어내리면 그만이야. 어차피 식품 사업의 기본은 박리다매다. 식품으로 사치재 따위를 노려봐야 우물에 갇혀 죽을 뿐이야.’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제일 먼저 가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 저희 네스트의 커피 가격은 기본 1,500원으로 잡습니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는 1,500원. 추가적인 재료가 들어가는 제품들 역시 최대 3,000원을 넘지 않을 겁니다.”

“가격을 깎으면 이익이 줄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더 많이 팔리겠죠. 어차피 가격을 낮추면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죠. 분명 이익률은 기존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지겠지만,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사업의 확장이다.

점포 하나가 잘 되어 봐야 어차피 새 발의 피. 기업형 프랜차이즈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준성은 커피 가격 외에도 자잘한 여러 것들을 손봤다.

제일 먼저 기존에 도대체 왜 있었는지 모를 지경이던 핫도그는 과감하게 제외했고, 또한 토스트의 가격 역시 조금 더 높이는 쪽으로 결정했다.

사이드 메뉴가 메인 메뉴를 잡아먹는 일을 미연에 방지함은 물론이오, 네스트가 ‘카페’가 아닌 ‘베이커리’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으로는 메뉴판 자체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 도토루, 정말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개판이군.’

도대체 왜 이딴 짓거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도토루는 커피의 사이즈 메뉴를 스타벅스 식으로 꾸며 놓았었다.

그 결과 어떤 혼종이 태어났냐면...


- 기본적으로 리터 법이 아닌 온스 법을 사용했다.

온스는 미국에서 쓰는 액체 도량법으로, 1온스는 29.56mL였다. 아무래도 커피 자체가 서양 것인지라 소비자가 익숙한 리터법(L)이 아닌 미국 단위계(온스)를 쓰면 뭔가 있어 보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이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아무래도 사치품으로 포지셔닝을 한 만큼 뭔가 있어 보이고 싶었던 모양인데, 가도 너무 멀리 가버렸다.

‘단위를 온스로 잡은 순간 계량 쪽에 손이 많이 가. 게다가 처음 오는 소비자 입장에선 저게 뭔가 싶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저 단위가 심리 장벽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 사이즈에 영어와 이탈리아어가 섞여 있다.

작은 사이즈인 ‘숏’과 ‘톨’은 영어였고,

큰 사이즈인 ‘그란데’와 ‘밴티’는 이탈리아어였다.

참 아이러니한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동양 기업]이, [미국 도량법]을 쓰면서, [이탈리아어]로 이루어진 사이즈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 짬뽕도 이런 개짬뽕이 없었다.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조합은 당연히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없다. 대충 어떤 상황이 발생하게 될지 간단한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면...


‘A’라는 사람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원두커피를 마셔보지 않았다. 그저 소문으로 그런 게 있다고만 알고 있었을 뿐.

그 와중에 맞선이든, 사업이든 간에 고급 커피숍에 와야 할 일이 생겨 저 메뉴판 앞에 서게 됐다.

근데 이게 웬일? 다방 커피만 마셨던 그에게 있어 에스프레소네, 카페라떼네, 아메리카노네 하며 온갖 낯선 외국어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A는 애써 대충 있어 보이는 메뉴를 골랐다. 근데 그다음으로는 사이즈가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숏이네, 톨이네, 그란데네, 벤티네 하며 말이다.

이쯤 되면 A는 슬슬 속으로 ‘아, 커피 한 잔 마시기 더럽게 어렵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전문적이지 않은 파트타임 워커는 그저 생뚱맞은 표정으로 쳐다보며 기다릴 테고, 그 짧은 침묵 속에 A는 굉장히 불편해지기 시작.

그냥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아주 높은 확률로 제일 싸고, 사이즈도 적혀있지 않은 에스프레소를 시키게 될 테고...

그 결과물로 나온 건 소주컵 같은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온 짙은 갈색 액체였다.

A는 도대체 이게 뭔가 싶은 마음으로 원샷.

사약을 마신 사람마냥 푸흐으읍! 하고 뿜어 버릴 수도 없었기에 꿀떡 삼키고는, ‘도대체 왜 사약을 돈 내고 사 먹고 거스름돈으로 수치심을 받아야 하나?’ 하고 생각한다.


정말 농담 안 하고 이런 일이 부지기수처럼 벌어진다.

특히 97년도의 한국은 아직 ‘원두커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수두룩했었기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도토루 측에선 보나 마나 저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직원들을 교육했겠지만, 헛수고다. 이미 저 메뉴판을 본 시점에서 소비자는 머리가 굳어.’

그 상황에서 직원이 길게 설명해 봐야 소비자 귀에 호로롤~ 들어갔다가 푸시시~ 하고 반대쪽 귀로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이 대환장 파티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뽀각 - !


준성은 기존에 샘플로 만들어 뒀던 도토루의 메뉴판을 그대로 반으로 접어 부숴버렸다.

“이제 보기만 해도 어지럽고, 모르는 사람은 마시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런 개판 5분 전 메뉴판은 버립니다.”

동시에 준성은 네스트의 메뉴를 직관성 있게 확 바꿨다.


온스법을 쓰던 단위는 리터법으로,

사이즈는 간단히 스몰-미디움-라지로,

기존의 메뉴 역시 복잡하던 것을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페모카], [카라멜 마끼아또] 4가지로 바꿨다.

덤으로 에스프레소는 메뉴판 구석에 보이지 않게끔 처박았다. 혹여라도 싼 가격에 혹해서 샀다가 지뢰를 밟는 무고한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지익- 직- 지이익- 지지직-


준성은 B4용지에 본인이 생각했던 메뉴판을 그려나갔다.

비록 그림에는 소질이 없던 터라 삐뚤빼뚤한 모양이긴 했지만,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전에 비해 글자 크기가 큼직큼직해졌고, 구조 역시 매우 직관적이어서 처음 오는 사람도 쉽게 주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해졌다.

“이게 바로 앞으로 네스트의 기본 메뉴판입니다. 가서 기본 시안 만들어 오세요. 전체적인 톤은 갈색에 글자는 흰색. 타이포그래피(글꾸밈) 보다는 가독성에 집중하십시오.”

그 말에 김재민은 지시에 ‘예’ 라고 답했지만,

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 대표님. 진짜 이 메뉴판으로 괜찮겠습니까?”

그 말에 준성이 슬쩍 재민을 쳐다봤다. 일반적으로 지시에 따르지 않는 직원을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생각 없이 직원보다는 좋게 생각했다.

‘오호라... 직언이라? 그것도 첫날부터?’

본디 직장인이란 제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대의 비위를 거스르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은 법이었다.

특히 옳은 거 옳았다고 말해서 불이익이 오고, 틀린 거 틀렸다고 말해서 실직해야 할 수도 있다면 더더욱.

‘생각보다 심장이 큰 녀석이군. 나쁘지 않아.’

준성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물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저희 사업은 고급 커피 전문점입니다. 고객 역시 사치스러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렇게 메뉴판을 간소화시키면 그런 사람들을 놓칠 게 분명합니다. 제발 재고해 주십시오.”

그 말에 준성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사실 전략을 일일이 다 설명해 줄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는 않았다. 대신...

“김재민 팀장. 웅변하는 5%가 아닌 침묵하는 95%를 보십시오. 이 정도면 대답이 됐을 것 같군요. 나가보세요.”

모호한 설명과 함께 축객령을 내렸다.

재민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토를 달지 않고는 퇴장했다.

‘하아...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속단하진 말자고... 아직 시작조차 안 했으니까. 판단은 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아.’


...


얼마 후 받은 메뉴판 시안은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김재민은 30대 후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로 팀장을 공짜로 단 건 아니었던 모양.

그는 굉장히 능숙한 솜씨로 메뉴판을 뽑아냈고, 준성은 그중 제일 나아 보이는 시안을 선택했다.

“이게 제일 낫군요. 이걸로 하죠.”


...


메뉴판 다음에는 점포를 살펴봤다.

도토루 1호점은 으레 97년도의 고급 커피숍이 그랬듯, 엔티크한 가구와 티세트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연히 까닭에 인테리어 가격이 미친 듯이 비쌌는데...

“저거 다 치우세요.”

준성은 그걸 말 한마디로 전부 없애버렸다.

재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 위에 물음표를 한 여덟 개 정도 띄우며 ‘예? 네? 잘못 들었습니다?’라고 되물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제부터 저희 커피는 사치재가 아닌 일상재가 된다고요. 하지만 이런 엔티크한 가구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소비자로 하여금 심리 장벽을 세우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들어오면 안 될 것 같다는 거죠.”

까닭에 준성은 점포의 이미지 자체를 확 바꿨다.

기존에 ‘돈 있는 사람만 와야 할 것 같은’ 이미지를 싹 뜯어고쳐, ‘누구든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방향으로 말이다.

“저쪽 벽 쪽에 붙박이형 쿠션 만들어서 테이블 배치하시고, 의자 역시 불편한 고급 엔티크 가고 말고 편안한 소파형 의자로 바꾸십시오. 전부. 역시나 전체적인 색감은 갈색. 그리고 중간에 나무 모형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군요.”


지익- 직- 지직- 지지직-


역시나 준성은 이번에도 간단하게 그림을 이용해 재민에게 건네줬고, 그가 개괄적인 계획을 짜기 수월하게끔 미약하게나마 조감도 역시 제공해줬다.


...


재민은 준성의 계획대로 인테리어 업체와 연락해서 기안을 올렸고, 머지않아 공사에 들어갔다.

덤으로 그사이 준성은 네스트의 자잘한 내부 문제를 처리함과 동시에 점포들에 배포할 간단한 업무 매뉴얼을 작성함은 물론, 도토루 1호점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을 복직시켰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드디어 압구정에 있는 네스트 1호점이 오픈됐다.



작가의말
작중 나오는 A는 절대 제 경험담이 아님을 밝힙니다.

*

“스타벅스의 혼종 사이즈에 대해선 많은 가설이 나오죠. 근데 그 중 유력한 것 중 하나가, ‘그냥 이탈리아어로 쓰면 있어 보일 것 같아서’ 입니다. 한 마디로 별 뜻 없다는 거죠. 뭐, 누가 알겠습니까. 미국인들도 이탈리아어가 조금 멋져 보였나 보군요. 우리가 굳이 한글로 써도 될 것을 외국어로 쓰는 것처럼요.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 꽤나 가까운 미래, 박상민의 마케팅원론 강의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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