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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축복받은 배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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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닉스
작품등록일 :
2017.12.30 09:45
최근연재일 :
2018.02.23 12:2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760,406
추천수 :
18,960
글자수 :
306,113

작성
18.02.06 12:10
조회
11,932
추천
395
글자
10쪽

폭군의 식탁.

DUMMY

대문 앞에 선 신우는 잠시 주춤거리는가 싶더니 인터폰의 초인종을 꾹 눌렀다. 괜히 기분이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손끝에서부터 전류가 짜릿하게 올라오는 것 같았다.


-누구세요?

“저 왔어요.”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려왔고, 그에 신우는 인터폰의 카메라에 얼굴을 가져다대며 그렇게 말했다. 그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문이 열렸고, 신우는 한번 하늘을 쳐다보더니 이내 뒤돌아섰다.


“난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같이 가줘. 내 편 한명 데리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좋은 사람 가족들한테 소개도 시켜주고 싶고.”


슬쩍 차로 돌아가려던 오용환은 그를 붙잡는 신우의 말에 한숨을 푹 쉰 뒤 결국 그를 따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대문을 지나 나타난 정원은 꽤나 길었다. 잘 가꾼 꽃들이 쭉 늘어서 있었기에 그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가는 길이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커다란 정원을 지나 집의 현관에 도달한 두 사람은 그들을 맞이하려 나온 사람과 마주했다. 신우에게는 꽤나 익숙한 사람이었다. 정든 사람이었고, 그리운 사람이었다.


“오랜만이야, 형.”

“온다는 말은 들었는데, 진짜였네. 못 보던 새에 잘생겨졌다. 양복도 쫙 빼입은 게, 멋지다.”


신우를 맞이하는 사람은 바로 신우의 큰형이었다. 멋들어지게 양복을 입은 신우와는 달리 다소 편한 복장을 입고 있는 남자의 얼굴은 굉장히 부드럽고 여유가 가득했다. 다소 강한 인상의 신우와 한명학과는 달리 어머니를 많이 닮은 그는 집안에서 유이하게 부드러운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쪽은?”

“아, 나 도와주는 매니저 형이야. 좋은 사람이고. 이름은 오용환. 형, 이쪽은 우리 큰 형.”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신수라고 합니다. 듬직하게 생기셨네요. 우리 신우 잘 부탁합니다.”

“오용환이라고 합니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오히려 신우한테 도움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오용환은 듬직하다는 말로 자신의 무서운 얼굴을 포장하는 신수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가 내민 손을 곧바로 맞잡았다. 풍기는 인상처럼 좋은 느낌을 가진 사람이었다. 신우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들어가자, 아버지 기다리신다. 들어오세요.”


두 사람을 집안으로 들인 한신수는 그들을 안내하며 신우에게 말했다.


“솔직히 나 최근까지도 너 진짜 괘씸했어. 마음대로 학교 그만뒀던 것도 괜찮고, 자기 좋아하는 일 하겠다고 나간 것도 좋은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년 동안 연락도 안하는 건 너무하잖아. 아버지한테 안하는 건 네가 시달린 게 있고, 화도 났을 테니까 이해해도, 어머니랑 우리한테는 했어야지. 좀 섭섭하더라.”


섭섭하다는 신수의 말에서 신우는 지난 삶에서 그가 연락하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 집안사람들은 하나 같이 자존심이 강하고, 서운했던 것이 오래가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신우 자신도 그랬고.


그 서운함이 결국 단단한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것이다. 자신의 콤플렉스가 그렇게 됐던 것처럼. 그 상처가 잔뜩 곯아서 썩어버린 것이고.


“성공하면 연락하려고 했지. 당차게 나갔는데, 망했을 때 연락하면 좀..”


신우의 변명을 하다 말을 흐리자 신수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닌 척 해도 저 놈도 결국 자기 형제였고, 아버지 아들이었다. 성격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네가 먼저 연락했다며? 어머니한테.”

“언제까지 연락을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조금이라도 해놓은 게 있으니까. 나도 좀 당당할 수 있었고.”

“그 영화 말하는 거지? 귀주. 잘 봤어. 멋지던데 우리 동생. 이번에 나오는 그 드라마도 재밌었고. 아버지 좀 많이 찔리시는 거 같더라.”


두 사람은 도란도란 대화를 하며 집을 거닐었고, 오용환은 그런 두 사람의 대화에 그저 흐뭇한 웃음을 짓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왔어? 좀 늦었네.”

“차가 좀 막혀서요.”


거실에 도착하자, 소파에 앉은 세 사람, 신우의 부모님과 작은 형이 그들을 맞이했다.


“신우 매니저 오용환이라고 합니다.”

“어서와요. 운전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좀 앉아요.”


오용환의 말에 신우의 어머니, 최성희가 반갑게 그를 맞이하며 그를 앉혔고, 명학은 아닌 척 하면서도 은근히 오용환을 쳐다봤다.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오느라.. 수고했다.”


명학은 신우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그렇게 말하고는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했다. 그의 기억과는 조금 다른 아버지의 모습에 신우는 어색해 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 바뀌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수고는요. 제가 운전한 것도 아닌데. 아, 이건 별 거 아니고 그냥 오기 뭐 해서 드릴 선물 좀 사왔어요. 일단 다 향수 하나씩 샀고, 아버지랑 형들은 넥타이, 엄마는 립스틱이에요.”


신우는 어색한 기분에 그것을 떨치려는 듯 쇼핑한 가방을 흔들며 사람들에게 보였다.


“그냥 오지. 뭐 이런 걸 다 사왔어?”

“첫 월급 탄 거 대신 샀다고 생각하세요.”


명학은 신우에게 불퉁하게 말했고, 그에 신우가 욱 하려고 했지만, 그의 사정없이 흔들리는 입가를 발견한 뒤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아닌 척 괜히 저렇게 굴지만,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선물 증정식이 끝난 뒤, 명학은 어설픈 포커페이스를 그만두기로 한 것인지 밝게 웃으며 슬쩍 넥타이를 목에 가져다 대었다.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형제들 역시 기분이 좋아 보였고,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떻게 취향을 딱 맞춰서 사왔네?”

“내일 매고 가서 사람들한테 자랑해야겠다. 아, 사진 한 장 찍자.”


신우의 작은 형, 신연은 신우와 닮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신우에게 다가갔고, 그러더니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조금 당황할 법 함에도 신우 역시 기분 좋게 웃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응했다.


“이러니까, 옛날 같네. 형은 여전하구나?”

“네가 기억하는 거 그대로니까, 앞으로는 연락 좀 하고 지내.”

“번호 알려줄 테니까, 나한테도 사진 보내.”

“오~ 연예인 번호 땄네.”


신연은 일부러 더욱 장난스럽게 친한 척 굴었지만, 신우는 그것이 어색하게 행동하는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기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 신우는 정장의 재킷을 벗었다. 집에 돌아온 기분에 정장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게 재킷을 벗어 한쪽에 잘 놔둔 뒤 신우는 손을 씻고는 그가 잠시 손을 씻는 사이, 식사 준비가 마쳐진 부엌으로 향했다.


따뜻한 국과 뜨거운 밥, 맛깔나는 반찬들이 쭉 늘어선 식탁은 그리운 놈이었다. 집을 뛰쳐나간 이후, 이런 밥상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돈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다. 간단하게, 가볍게, 아니면 아예 시켜먹거나 해서 끼니를 때우고는 했다. 참 오랜만에 보는 이런 푸짐한 밥상은 이상하게 뭉클했다.


폭군의 식탁이었다. 식탁에 앉아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거나, 호통을 듣거나 했었다. 안 좋은 기억들이 많은 폭군의 식탁이었지만, 추억의 식탁이기도 했다. 좋은 기억들, 추억들이 가득한 밥상이었다. 의자에 앉은 신우는 그런 밥상을 멀뚱히 쳐다봤다. 기분이 이상했다.


“신우 너 좋아하는 것들로 차렸어. 많이 먹어. 부족하면 말하고.”


어머니의 말에 신우는 잠시 식탁을 쭉 둘러보더니 이내 식기를 집었다. 맑은 국의 국물을 한입 떠서 먹었다. 맛있었다. 그렇게 국 한 그릇을 뚝딱 비운 신우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입에서는 큰 숨이 빠져나왔다. 설마 다시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을 줄은 몰랐다.


겨우 국 한 그릇이었지만, 그것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국의 시원한 맛처럼, 감동이 물밑 듯이 쓸려왔다. 국을 한 그릇 더 받은 뒤 신우는 이번에는 반찬들을 골고루 집어 입안에 욱여넣었다. 그릇 가득 담겨있던 밥이 바닥을 보였을 때, 신우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쳐다봤다.


가족들이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는 데에 필요한 것은 큰 것이 아니었다. 단 한 걸음의 전진, 그 전진이었다. 너무나도 멀어진 것만 같은 서로였지만, 결국 용기내서 걸어간 한걸음은 그들을, 모든 것을 다시 되돌렸다. 아니, 처음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다.


식사가 진행되는 내내 그 어떠한 말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사가 삭막하지는 않았다. 조용하지만 따뜻한 식사가 끝이 났을 때, 명학은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신우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했다.


“드라마랑 영화 나온 거 봤다.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이 참 멋지더구나. 예전에는 왜 몰랐는지..”

“아버지.”

“천하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었어. 사람들 억지로 울고, 억지로 웃고, 바보 같은 광대놀음이라고 생각했었지. 정작 옹졸하고 어리석은 건 나였는데 말이야.”


덤덤하게 꺼내는 말이었지만, 그 말속에서 신우는 한명학이 그동안 해왔던 고뇌와 생각들을 옅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내린 결론까지도.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연기 열심히 잘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구나. 열심히 해. 늘 그랬던 것처럼 당당하게. 이렇게 멋진 모습 보니까, 자랑스럽구나.”


명학의 말에 신우는 끝없는 감동과 감회 속에서도 꾹 참아왔던 눈물을 결국 흘리고야 말았다. 미치도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미치도록 받고 싶었던 인정이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이뤄낸 소망에, 신우는 숨김없이 기뻐했다.


오랜 세월의 노력과, 결국 이루어낸 성공과, 긴 감동과 끝없는 기쁨이 담긴 눈물은 맑고 투명했다.


작가의말

때로는 천 사람의 찬사보다, 한 사람의 인정이 더 기쁘고는 하죠. 그 인정을 오랜 시간동안 바래왔다면 더더욱.

*다들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영. 좋은 하루들 되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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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운명의 선택. NEW +13 10시간 전 1 0 12쪽
56 의거(義擧) +18 18.02.22 1 0 14쪽
55 마지막 식탁. +16 18.02.21 3 0 14쪽
54 의거(義擧) +11 18.02.20 1 0 11쪽
53 의거(義擧) +15 18.02.19 3 0 11쪽
52 끝장나게 좋은날. +23 18.02.18 3 0 15쪽
51 의거(義擧) +9 18.02.17 5 0 11쪽
50 의거(義擧) +20 18.02.16 8 0 10쪽
49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3 18.02.15 5 0 11쪽
48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6 18.02.14 5 0 12쪽
47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7 18.02.13 5 0 11쪽
46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9 18.02.12 7 0 11쪽
45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3 18.02.11 12 0 10쪽
44 신의 아들. +23 18.02.10 11 0 13쪽
43 Re Star t +15 18.02.09 6 0 11쪽
42 Re Star t +13 18.02.08 9 0 11쪽
41 Re Star t +9 18.02.07 11 0 11쪽
» 폭군의 식탁. +21 18.02.06 13 0 10쪽
39 폭군의 식탁. +14 18.02.05 13 0 15쪽
38 폭군의 식탁. +20 18.02.04 13 0 12쪽
37 폭군의 식탁. +9 18.02.03 16 0 11쪽
36 폭군의 식탁. +12 18.02.02 14 0 12쪽
35 폭군의 식탁. +15 18.02.01 15 0 16쪽
34 폭군의 식탁. +15 18.01.31 15 0 11쪽
33 폭군의 식탁. +10 18.01.30 20 0 11쪽
32 폭군의 식탁. +14 18.01.29 17 0 12쪽
31 폭군의 식탁. +11 18.01.28 22 0 11쪽
30 폭군의 식탁. +17 18.01.27 18 0 10쪽
29 폭군의 식탁. +14 18.01.26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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