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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축복받은 배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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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닉스
작품등록일 :
2017.12.30 09:45
최근연재일 :
2018.02.23 12:2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760,396
추천수 :
18,960
글자수 :
306,113

작성
18.02.03 12:10
조회
12,102
추천
415
글자
11쪽

폭군의 식탁.

DUMMY

“젠장..”


황수혁은 자존심이 상해 있는 상황이었다. 한신우, 연기 잘하는 거 인정했다. 얼굴도.. 뭐 자신보다는 아니지만, 꽤 잘생겼다. 분명 인정했지만, 자신보다 잘난 놈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한신우라는 놈은 언젠간 뜰 놈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자신이 훨씬, 훠얼씬 더 유명한 배우였다. 고정적인 팬도 많고,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고, 몸값이랑 경력도 비교가 안됐으니까.


경계심은 좀 들었고, 대단한 연기력에 기겁도 했었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를 시작하며 자신이 더욱 많이 거론되었다. 한신우도 큰 인지도 상승을 보이기는 했지만, 초반 분위기상 자신의 배역이 더욱 유리했던 점 때문인지, 아니지 그냥 황수혁 자신이 더 연기를 잘했던(?) 덕분에 자신이 더 많은 반응을 받았고,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았다.


그것을 굳히려고 했었다. 어느 정도 우월감을 가지기도 했다. ‘넌 연기를 잘하지만, 난 인기가 많아. 그리고 내가 너보다 더 잘생겼어. 사람들은 날 더 좋아해.’ 유치한 생각들이지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자위질 아니, 기분 좋은 생각을 했다.


게임에 미친, 흔히 말하는 겜창 인생 백수 아들이라는 역할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그가 맡은 정인철의 아들 정성연은 분량도 빵빵했고, 사람들 반응도 잘 받았다. 적당히 코믹한 캐릭터인 탓인지 캐릭터가 재밌는 만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것 같았다. 그것에 기뻐하는 나날이 이어지던 그때, 결국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대본 리딩 때 보여줬던, 아니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연기를 보여주며, 은은하게 조용하게 있던 한신우가 그 존재감을 한순간 폭발시켰다. 극의 진행 역시 그나마 그에게 웃어주던 초반과는 달리, 한신우가 맡은 정일현이 본격적으로 대두가 되어 잠깐 동안 정인철과 함께 사실상 투탑 체제로 변화하는 중반에 들어섰다.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상황에 황수혁은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고, 기분이 나빴다. 서서히 역전을 당해도 돌아버릴 것만 같은 상황에, 한순간 한 큐에 역전이 돼버렸으니, 황수혁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쁜 것이 당연(?)했다. 아마도.


“내가 제대로 보여준다.”


황수혁 그 역시 연기에 자신이 있는 배우였다.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배우였다. 그의 생각으로는. 분노가 탱천한 그는 콧김을 뿜으며 칼을 갈았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탱천한 분노는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전환이 되었다.


‘저 망할 새끼.. 눈 돌아갔어.’


황수혁, 그가 발견한 것은 사람들의 좋은 반응에 연기에 자신감이 붙어 눈이 돌아간 한신우였다. 대본 리딩을 했을 때,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섬뜩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보고는 했던 한신우였다. 그때의 그 눈빛과 닮은 눈으로 촬영장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평소 순한 눈빛으로 인사를 하고 다니고는 하는 한신우였고, 그것은 신인의 기분 좋은 인사였지만, 그런 섬뜩하기 그지없는 돌아버린 눈빛으로 인사를 하고 다니는 모습은 마치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황수혁의 몸이 덜덜 떨렸고, 이유 모를 두려움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가을이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상하게 등이 서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촬영의 때가 되었을 때, 한신우와 마주보며 황수혁은 서늘한 기운의 이유를 깨달았다.


“잘 부탁합니다. 선배님?”

“어.. 어, 어. 그래.”

‘이 새끼, 날 씹어먹을 생각이야.’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앞의 한신우는 잔뜩 배곯은 맹수와도 같은 느낌을 황수혁에게 주었다. 당장에라도 한 입에 씹어 삼킬 것 같은 기운을 풀풀 풍기며 황수혁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등이 서늘한 이유가. 좀 모순되는 말이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마침내 촬영에 들어갔을 때, 황수혁은 속으로 빌었다. ‘씹어 먹어도 되니까, 숨은 쉬게 모가지라도 남겨줘.’라고. 옆을 슬쩍 보자, 그와 함께 맹수 혹은 미친놈의 앞에 맨 몸으로 선 남수연 역시 그다지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황수혁은, 아니 정성연은 연기를 하는 연기자의 마음이 드러난 것인지, 아니면 연기자가 생각한 배역의 감정 표현인지는 몰라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너는 잘난 아들이었잖아? 그래서 우리랑은 달랐고. 잘난 놈으로 살면서 받을 건 다 받다가 이제 와서 이러는 거,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는 역겨워. 아버지한테 받을 건 다 받아놓고, 너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이기적이다, 너.”


대사가 이어지며,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대사를 치면서 긴장감이 누그러진 것이 주요했던 것 같았다. 극으로 볼 때도 첫 말을 내뱉은 뒤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진 정성연의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얻어걸린 것 같기는 하지만.


정선연의 말에 정일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기적이다는 말과, 잘난 아들이라는 말, 받을 건 다 받았다는 말, 모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 맞는 말인 것도 아니었다.


“그래, 나 이기적이야. 형 입장에서는 그렇겠지. 그러면 형도 잘난 아들이지 그랬어? 형이 못난 아들이었고, 그래서 형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도 아버지가 못난 아들이니까 그냥 내버려 뒀잖아. 형이야말로 아버지가 형한테 실망한 거 나한테 다 떠넘겼잖아. 형 몫의 잘난 아들 노릇, 누나 몫의 좋은 딸 노릇 나한테 대신 짊어지운 거잖아?”

“뭐?”


소심하고 어두운 평소와는 달랐다. 정인철에게 처음으로 반기를 들었던 그 날의 모습처럼, 슬픔이 담겨있고, 그 고통이 느껴졌지만, 결코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내가 받을 거 다 받았다고? 난 형이 말한 그 망할 잘난 아들 타이틀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통틀어서 학교 끝나고 반 친구들이랑 열 마디 이상 대화 해본 적 없고, 하루에 삼십 분 이상 놀아본 적도 없어. 잠은 5시간 이상 잔 적 없고, 맹장이 터져도 아픈 거 참고 시험 보러 갔어! 형이 못난 아들이니까, 누나가 망할 딸이니까! 그 대신해서 나는 두 배, 세 배로 잘난 아들이어야 했으니까! 지난 이십 년간! 난 그렇게 살아왔어.

“그렇게 살아오면서 누릴 거 누린 건 사실이잖아? 네가 무조건 피해만 본 것처럼 말하지 마.”


덤덤하게 이어지던 말은 어느 순간에 이르러 격해진 감정처럼 점점 커졌고, 단옷날 널뛰는 아가씨처럼, 격정적으로 널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절정에 이르듯 절규를 내뱉었고, 그 절규에 담긴 절망은 정소연과 정성연, 두 사람의 생각보다 조금 더 처절했다.


“누릴 거 누렸다고? 내가 도대체 뭘 누렸는데? 하고싶은 것도 못하고 살았는데, 도대체 뭘 누렸다는 건데? 용돈 항상 똑같이 받았고, 이리저리 사고치고 헛짓해서 돈 쓴 건 두 사람이 더 많아.”

“지금 우리가 돈 말하는 건 줄 알아?”

“그럼 도대체 뭘 말하는 건데? 내가 좋은 아들로 누린 게 도대체 뭔데! 누나가 아이돌 쫓아다니면 한심하게 바라보고, 형이 게임에 빠지면 혀를 찼어. 근데 내가 단순히 낙서 하나라도 그리면? 단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마지막에는 불태워졌어. 타고 남은 재들은 변기통에 버려졌고, 내가 보는 앞에서 새카만 잿물을 내려버리셨어. 왜냐고? 잘난 아들이니까. 잘난 아들의 용납할 수 없는 일탈이니까!”

“일현아.”

“이미 포기한 두 사람과는 달리 나는 잘난 아들이니까! 아버지가 원하는 성공한 아들이 되어줘야 하는 아들이었으니까! 그런 잘난 아들의 일탈은! 포기한 너희들과는 다르게! 결코 허용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한바탕 감정을 토해낸 정일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에 정소연은 재빨리 다가가 부축하려 했지만, 정일현은 이제야 다가오는 그녀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그 손길을 쳐냈다.


“내 몸에 손 대지마! 이제와서.. 이제와서 손 대지마.”


노려보는 눈동자 속에는 자신에게 떠넘긴 채 이미 포기해버린, 손을 뻗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사람들을 향한 원망이 가득했다.


“나 열심히 했잖아.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나 하고 싶은 거 좀 하자. 지금이라도, 나 좀 쉬자. 이십 년간 두 사람 대신 해서, 지난 시간 동안 세 배로 좋은 아들로 살았으면, 이제 충분하잖아.”


정일현의 처절한 말에 정소연과 정성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비탄에 잠겨 허우적거리는 동생의 모습이 지금에서야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모든 것을 짊어져야 했던 동생에게 처음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제야, 너무 늦은 지금에야.


“어...”


그야말로 폭풍과도 같은 촬영이 끝난 뒤에도 정적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모두가 합죽이가 된 것처럼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촬영장의 한편에서 손승민은 신우를 향해 슬쩍 엄지를 추켜보였다.


그가 그토록 주문했던 자연스럽고 자신감이 넘치는 연기였다. 과한 연기랑 뭐가 다르냐는 말이 있겠지만, 분명 달랐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과 과한 것은 분명 다른 것이었다. 과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과하게 그것을 포장하는 것이었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반대로 스스로의 연기에 확신이 있기에 자신감 있게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런 차이를 가지고 있는 연기는 그 효과도 생각보다 크게 차이가 났다. 과한 연기에는 잠깐의 시선과 긴 부담스러움이 주어진다면, 자신감 있는 연기는 그저 사람들의 박수와 감탄을 자아냈다. 사람들의 시선? 그냥 베이스로 깔고 가는 놈이었다.


신우의 연기는 완벽했다. 과하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정일현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그가 가진 감정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정적의 끝은 성태식 피디의 호쾌한 소리였다. 그의 외침을 기점으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어대며 신우를 찬양했고, 신우는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착한 표정으로 돌아와 쑥스럽게 웃었다.


신우의 착한 모습에 눈앞에서 광전사와도 같은 그를 겪었던, 그에게 당했던 황수혁은 헛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열여덟과 강아지를 수없이 외쳤다. 착하고 순둥한 얼굴처럼 황수혁에게 한신우는 참 강아지 같은 놈이었다.


숨 쉴 모가지하나 남겨놓지 않은 망할 놈의 개새ㄲ, 아니 강아지 녀석


‘그래 니가 짱 먹어라...’


황수혁은 자존심이 상했던 것은 이미 다 잊은 것인지, 몸을 부르르 떨며 징그러운 눈빛으로 신우를 쳐다봤다.


작가의말

몰랐었는데, 선호작이 3천이 넘었었네영;; 부족한 놈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당.

*오탈자, 비문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당. 알려주신 것들 최대한 보는대로 수정하겠습니당.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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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운명의 선택. NEW +13 10시간 전 1 0 12쪽
56 의거(義擧) +18 18.02.22 1 0 14쪽
55 마지막 식탁. +16 18.02.21 3 0 14쪽
54 의거(義擧) +11 18.02.20 1 0 11쪽
53 의거(義擧) +15 18.02.19 3 0 11쪽
52 끝장나게 좋은날. +23 18.02.18 3 0 15쪽
51 의거(義擧) +9 18.02.17 5 0 11쪽
50 의거(義擧) +20 18.02.16 8 0 10쪽
49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3 18.02.15 5 0 11쪽
48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6 18.02.14 5 0 12쪽
47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7 18.02.13 5 0 11쪽
46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9 18.02.12 6 0 11쪽
45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3 18.02.11 12 0 10쪽
44 신의 아들. +23 18.02.10 11 0 13쪽
43 Re Star t +15 18.02.09 6 0 11쪽
42 Re Star t +13 18.02.08 9 0 11쪽
41 Re Star t +9 18.02.07 11 0 11쪽
40 폭군의 식탁. +21 18.02.06 12 0 10쪽
39 폭군의 식탁. +14 18.02.05 13 0 15쪽
38 폭군의 식탁. +20 18.02.04 13 0 12쪽
» 폭군의 식탁. +9 18.02.03 16 0 11쪽
36 폭군의 식탁. +12 18.02.02 14 0 12쪽
35 폭군의 식탁. +15 18.02.01 15 0 16쪽
34 폭군의 식탁. +15 18.01.31 15 0 11쪽
33 폭군의 식탁. +10 18.01.30 20 0 11쪽
32 폭군의 식탁. +14 18.01.29 17 0 12쪽
31 폭군의 식탁. +11 18.01.28 22 0 11쪽
30 폭군의 식탁. +17 18.01.27 18 0 10쪽
29 폭군의 식탁. +14 18.01.26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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