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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축복받은 배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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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닉스
작품등록일 :
2017.12.30 09:45
최근연재일 :
2018.02.23 12:2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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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322
추천수 :
18,958
글자수 :
306,113

작성
18.01.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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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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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글자
11쪽

폭군의 식탁.

DUMMY

너무도 길게 느껴지던 시간이 지나고, 몇 회 가량의 분량이 쌓였을 때, 드디어 폭군의 식탁, 첫 방송의 날이 찾아왔다. 신우의 TV 데뷔가 있는 날이었고, 그처럼 기념비적인 날에 신우는 당연하게도 사람들과 함께했다.


“오 치킨 왔다!”

“맥주도 사왔지?”

“당연히 사왔죠~”

“캬~ 극단 막내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드라마 나온다고 치킨도 사오고~”

“누나는 진짜, 너무 자랑스럽다.”


단원들의 말에 신우는 그들에게 치킨을 넘기고는 쑥스럽게 웃으며, 어색한 손길로 머리를 긁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첫 방송을 기념하기 위해, 황장호에게 양해를 구하여, 치킨을 사들고 극단으로 찾아온 신우였고, 몇몇을 제하고는 대부분 흔쾌히 함께 해주었다.


극단의 대기실에 가져다놓은 티비 앞에 옹기종기모여 치킨을 뜯었고,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나오는 짤막한 예고편에 보이는 신우의 얼굴에 단원들은 웅성거렸다.


“오~ 쩌는 데?”

“이야~ 한신우가 티비에 다 나오네.”

“신우가 손승민 선생님이랑 작품을 할 줄이야~ 캬~”

“거 너무들 그러신다. 듣는 사람 부끄럽게.”

“이제 부끄러워 할 줄도 알고, 출세했는데?”


부끄러운 듯, 투덜거리는 신우의 반응에 단원들은 오히려 더욱 심하게 신우를 놀려댔고, 새로 들어온 단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던 이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신기한 듯 신우를 쳐다봤다. 그들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기도 했다.


“뚫겠다, 뚫겠어. 그렇게 보고 있지 말고, 부족하면 더 시킬 테니까, 많이들 먹어.”

“아, 네.”


그 말에 단원들은 무안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열심히 치킨을 뜯었다. 간만에, 남의 돈으로 먹는 치킨은 무척이나 맛있는 것이었고, 다들 한창 배고플 나이인 탓인지, 넘칠 정도로 쌓여있던 닭들이 앙상한 뼈만 남긴 채 사라져갔다.


그것을 보며 신우는 무언가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 자신도 일 년 전만해도 저랬다. 아니 사실 지금도 출연료를 받으면서 사정이 좀 나아졌다 뿐이지, 그다지 풍족하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이 옛날의 자신을 보는 것과 같은 극단 후배들에게 이렇게 배불리 외식이라도 시켜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기쁘고, 뿌듯한 일이었다.


“지훈이 형은 집에 갔어요? 안보이네?”


맥주 한잔을 마시던 신우는 한때 꽤나 친하게 지냈던 선배가 보이지 않음에 그렇게 물었고, 그에 단원 한명이 어색한 표정으로 슬픈 소식을 전했다.


“그러고 보니까, 너는 못 들었겠구나? 지훈이 일주일 전에 고향 내려갔어. 아무래도 자기는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그냥 고향 내려가서, 아버지 일 돕겠다고 하더라.”


슬픈 일이었다. 수없이 겪었던 일이지만, 여전히 슬픈 일이었다. 다른 단원들이 이미 지었던 표정을 지으며, 신우는 씁쓸하게 맥주를 넘겼다. 이상하게 쓰게 느껴졌다. 물과 같던 맥주임에도. 분위기가 어색하게 변해갈 때쯤, 때마침 길고 길었던 광고들이 끝났다.


“어, 시작한다. 광고 더럽게 기네.”

“광고 좀 길수도 있지. 너무 그런다.”

“어쭈 네가 나온다 이거야?”


식어버린 분위기를 바뀌려는 듯, 일부러 더 장난스럽게 구는 선배의 모습에 신우는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었다. 슬픈 일이었지만, 그것에 이렇게 축축 처져있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노력에 식었던 분위기가 다시금 정상화가 되었고, 어색함에 젓가락을 놓았던 이들 역시 다시 밝게 웃으며 치킨을 뜯었다. 15세라는 글자가 지나간 뒤, 드라마가 시작되었고, 신우는 조금 떨리는 심정으로 화면에 시선을 처박았다.


갈증을 느끼는 것인지, 조금 급박하게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고, 그런 신우의 모습에 옆에 앉은 선배는 다 안다는 듯 다리 하나를 들어 신우에게 건넸다.


“목 많이 마른 건 알겠는데, 천천히 안주도 먹어가면서 마셔. 그러다 훅 간다.”

“에이, 제가 술은 좀 세잖아요. 걱정 마세요.”

“허세는..”


그에게 고맙다는 눈짓을 하면서도 신우는 허세 섞인 말을 내뱉었고, 그에 사람들은 낄낄거렸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대화소리가 사라졌고, 그것은 좋은 현상이었다. 드라마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온다, 나온다.”


멍하니 드라마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신우, 아니 정일현이 등장하자 호들갑을 떨어댔다. 먹고 있던 치킨 조각을 뱉고는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열광했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신우는 숨기지 않고 입 꼬리를 올렸다. 기분 좋은 데 뭐 어떤가?


정일현은 생각보다 많이 드라마에 등장했다. 단독으로 잡힌 컷도 여럿 있었고, 그것 외에도 잔잔하게 잡히는 장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생각보다 분량이 많았던 탓인지, 특유의 캐릭터를 사람들의 기억에 제대로 남길 수 있었다. 생각지 못한 장면까지도.


폭군 아버지, 예스걸 어머니, 아이돌 빠순이 장녀, 겜돌이 장남, 뭔가 숨긴 것이 있어 보이는 공부 잘하는 막내, 이외에도 다소 독특한 캐릭터들로 무장한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갔다.


위엄 있지만, 그만큼 굉장히 억압적인 가장과 그런 가장에게 억눌린 가정이라는 대부분의 기성세대들과, 일부 신세대들의 공감을 사는 배경을 가진 드라마는 분명 맵고 짜고 달고, 자극적인 맛이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잘 끓여낸 사골국처럼 특유의 맛과 느낌이 있었다.


그것을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잘 받아들였다. 가장 크게 제 몫을 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자연스러운 연기는 정말 주변의 일을 보는 것처럼,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게 해주었고, 또 시청자들이 극에 더욱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손승민이라는 이름값과 방송국 차원의 압도적인 지원에 홀려 첫 회를 보았던 시청자들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극에 취하듯이 그대로 눌러 앉았다. 한동안 쭉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CBS 드라마였기에 겨우 첫 회에 불과했지만, 그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제 겨우 첫 회에 불과했기에 섣부른 추측을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후한 평가를 내려주며, 기대감이 섞인 눈빛으로 폭군의 식탁을 바라보았다. 막장의 CBS라는 별명이 있었을 정도로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던 CBS 드라마로서는 어색하게도, 첫 방을 본 사람들은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폭군의 식탁에 내려줬다.


이제 겨우 첫 회를 한 것 치고는 지나치게 거창한 반응들이었지만,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폭군의 식탁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겨우 첫 회에 이처럼 반응을 보일 정도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드라마처럼, 출연한 배우들 역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여전한 연기력과 아직까지는 문제없어 보이는 드라마 선구안을 보여준 손승민은 ‘역시’라는 평가를 받으며 여전히 칭송받았다.


황수혁과 남연수는 생각보다 괜찮은 연기력에 감동(?)받은 팬들의 과할 정도의 찬송을 받았다. 잔잔하게 흘러갔던 극인만큼, 찬송을 받을 정도의 연기를 보일만한 순간조차 없었지만, 팬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괜찮은 연기를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보였다는 것. 그것이 중요했다.


그런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 때문에라도 드라마는 첫 회가 끝나고 난 뒤, 인터넷에서 여러 차례 사람들의 입에 올랐다. 생각보다 좋다는 평가들과 기대 이하라는 평가들이 섞여있었지만, 좋다는 평가가 훨씬 많은 의견을 차지하고는 했다.


조금 취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신우는 컴퓨터를 켜서, 그런 반응 하나하나를 다 살펴보며, 기뻐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달콤한 사탕과도 같았고, 그들의 칭찬은 마약처럼 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안 좋은 말들도 많았지만, 달콤한 말들로 그것을 눌러둔 채, 신우는 사람들의 반응 하나하나 다 곱씹었다.


적당히 취한 상태에서 기분 좋은 글들을 보자, 기분이 더욱 좋아졌고,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자신의 얼굴이 캡쳐 된 사진을 보며 실실거리던 신우는, 기쁨에 홀로 맥주 한 캔을 더 비우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드라마 데뷔와 좋은 반응을 축하하는 것인지,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댔지만, 그것을 이미 저 멀리 던져둔 상태였기에, 신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기처럼 순수하게 기쁜 얼굴로 대자로 뻗어 오랜만에 잠에 들었다.


기분 좋게 뻗어버린 신우는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신우 역시 생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크게 의도하지 않은 장면 하나였지만, 그 장면이 예상외로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책상에 앉아 과제를 하던 중 저도 모르게 끄트머리에 낙서를 하다가 멋쩍게 웃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장면에서 보인 정일현의 웃음이 문제였다. 진한 인상에 우울한 표정을 짓는 정일현은 처지는 분위기를 주었다. 차갑고, 어두운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주었고, 그것이 신우와 성태식 피디, 박인경 작가가 의도했던 것이었다.


적절한 연기를 보이고, 분량도 제법 있었던 탓에 시청자들에게 그것을 제대로 준 상황에서 지은 미소가 문제였다. 차갑고 어두운 녀석이 낙서 하나에 아이처럼 맑은 미소를 짓는 모습은 사람들의. 정확하게는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원래 잘생긴 놈이 인상만 지어도 멋진 것이 현실이었고, 잘생긴 얼굴에 맞는 미소를 지으면 열렬히 환호하며 힘차게 박수를 쳐주는 것이 세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신우가 지은 미소는 너무나도 적절했다.


거기에 미소 뒤에 이어진 행동의 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며, 거칠게 낙서를 지우는 것이었던 게 컸다. 사연이 있어 보이는 미남.미녀는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방송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우의 웃는 모습은 소위 말하는 짤방으로 만들어져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 귀주의 예고편이 나간 뒤 하루아침에 짤막한 유명세를 얻었던 것이 한신우라는 배우였으니까. 그때는 사납게 인상을 썼다면, 이번에는 처량하게 웃었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


다만 이번 유명세는 조금 길게 갈 것 같았다. 맡았던 역할이 조연급에 못미쳤던 만큼, 비교적 단발성이 짙었었던 그때와는 다르게, 이번 드라마는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었고, 그가 나올 장면들과 그의 역할 역시 그때 보다는 훨씬 컸다.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중요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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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운명의 선택. NEW +13 10시간 전 1 0 12쪽
56 의거(義擧) +18 18.02.22 1 0 14쪽
55 마지막 식탁. +16 18.02.21 3 0 14쪽
54 의거(義擧) +11 18.02.20 1 0 11쪽
53 의거(義擧) +15 18.02.19 3 0 11쪽
52 끝장나게 좋은날. +23 18.02.18 3 0 15쪽
51 의거(義擧) +9 18.02.17 5 0 11쪽
50 의거(義擧) +20 18.02.16 8 0 10쪽
49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3 18.02.15 5 0 11쪽
48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6 18.02.14 5 0 12쪽
47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7 18.02.13 4 0 11쪽
46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9 18.02.12 6 0 11쪽
45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3 18.02.11 12 0 10쪽
44 신의 아들. +23 18.02.10 10 0 13쪽
43 Re Star t +15 18.02.09 6 0 11쪽
42 Re Star t +13 18.02.08 9 0 11쪽
41 Re Star t +9 18.02.07 11 0 11쪽
40 폭군의 식탁. +21 18.02.06 12 0 10쪽
39 폭군의 식탁. +14 18.02.05 13 0 15쪽
38 폭군의 식탁. +20 18.02.04 13 0 12쪽
37 폭군의 식탁. +9 18.02.03 15 0 11쪽
36 폭군의 식탁. +12 18.02.02 14 0 12쪽
35 폭군의 식탁. +15 18.02.01 15 0 16쪽
34 폭군의 식탁. +15 18.01.31 15 0 11쪽
» 폭군의 식탁. +10 18.01.30 20 0 11쪽
32 폭군의 식탁. +14 18.01.29 17 0 12쪽
31 폭군의 식탁. +11 18.01.28 22 0 11쪽
30 폭군의 식탁. +17 18.01.27 17 0 10쪽
29 폭군의 식탁. +14 18.01.26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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