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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축복받은 배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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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닉스
작품등록일 :
2017.12.30 09:45
최근연재일 :
2018.02.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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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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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스위치 온.

DUMMY

대사를 치는 이들 중에는 감탄이 나는 사람들도 있었고, 탄식이 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듣고, 보는 사람이 심장 떨릴 정도로 가늘게 이어가는 위태로운 연기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배우들의 중에서 단연 돋보인 것인 손승민이었다. 드라마의 제왕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짧은 대사만으로 사람들을 압도했고, 그의 연기에 피디와 작가는 누가 봐도 알 정도로 크게 웃으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제왕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 이름값에 걸맞게도.


그처럼 대단한 손승민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까마득할 정도의 후배, 궁금한 놈 한신우가 있었다. 혹시나 싶었지만, 다른 젊은 것들은 모두 성에 안 찼다. 솔직한 말로 그의 성에 차는 배우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싶지만, 그래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평소 존경하던 선배의 철학은 이랬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똥이다.’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이기는 했지만, 분명 수긍이 가는 철학이었고, 그런 철학을 이어받아(?) 마음속에 잘 품고 있는 손승민에게, 옅은 똥냄새가 나는 리딩장은 그야말로 잔혹하기 그지없는 고문실과도 같았다.


괜히 지금 지적하면 꼰대 소리 밖에 더 들을까 싶어서 참고는 있었지만, 몇 번이고 입이 열렸다 닫아졌고, 이제는 솔직한 말로 포기를 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 있는 놈 외에는. 시선이 향한 곳의 녀석은 이런 상황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똥들 사이에서, 진짜의 향기를 풍기는 놈의 연기는, 그를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자세는 합격점이었다. 손승민의 경우 하나하나 모든 것에 예의를 따져가며 꼰대 짓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런 그의 눈에서도 한명한명, 선배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은 제법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 이어진 행동이 대본 읽기라면, 그것은 이미 하나의 잘 만들어진 작품처럼 완벽해졌다. 물론 선배들인 만큼 그들의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그 이미지 관리라도 하는 게 어딘가? 그리고 대본을 읽는 눈빛을 보아, 단순 이미지 관리는 아닌 것 같았다.


거기서 먼저 점수를 따간 녀석은 순하게 있는 가 싶더니, 어느 순간 마치 각성을 한 것처럼 달라진 눈빛과 기세를 내보였다. 평범했던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어나 인사를 한 뒤부터는 마치 맹렬은 독사와도 같은 기세를 풍겼다. 그가 맡았던 달콤한 냄새는 어쩌면 독사의 독향일 수도 있었다. 그것 역시 마음에 들었다.


제대로 행해진 연기를 본 탓인지, 신우를 향한 손승민의 평가는 좋은 것으로만 가득했고, 손승민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딱히 고칠 생각은 없었다. 이 바닥에서 연기 잘하는 건 38광땡이고, 그거면 끝이다. 그것 때문에 눈이 흐려졌다고 하더라도, 그 흐려진 눈을, 기대 이하의 연기를 보기 전에 굳이 제대로 뜨고 싶지 않았다.


오만 가지 기대감을 가진 채, 손승민은 신우를 보았고, 마침내 신우가 자신의 대사를 치기 직전, 주변의 분위기가 변했다. 노골적으로 신우를 경계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것을 불쾌하게 여기겠지만, 손승민은 아니었다.


‘질투는 위험한 것이고, 두려움은 나약한 것이지만,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


질투는 때때로 경쟁의 원동력이자, 도약의 발판이 되어주었고, 두려움은 철저한 준비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적어도 손승민의 생각으로는 그랬다. 그렇기에 손승민은 눈살을 찌푸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지켜보았다. 압박감 속에서 한신우라는 놈이 내보일 연기를. 그리고 감탄했다.


‘저 놈 저거.. 즐기고 있네.’


아닌 척 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 나이쯤 되면, 가면 속의 표정을 알아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특히 감정이라는 것이 중요한 배우라면. 그렇기에 손승민은 신우가 애써 숨겨놓은 미소를 정확하게 캐치했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었다 그리고 그 미친놈이 하는 연기는 마찬가지로 미쳤다.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면, 안..돼요?”


감정이 폭발했다. 발성이나 발음은 언급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정일현이 한 평생 가부장 적인 아버지, 정인철(손승민)에게 기가 눌린 것을 표현하려 한 것인지, 일부러 높게 낸 목소리는 나약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런 신우의 연기에 손승민 역시 재빨리 대사를 쳐주며 흥을 돋았다.


“넌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서 살기만 하면 돼!”

“평생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이번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제가 원하는 거 하고 싶어요.”

“계집애처럼 방안에 틀어박혀서 그깟 붓질이나 하는 게, 뭐가 그리도 하고 싶다고, 뭐가 그리도 자랑스럽다고!”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제 꿈이에요. 아버지가.. 아버지가 그렇게 말할 권리는 없어요.”


손승민도, 신우도, 대본 리딩 치고는 심각할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선보이며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고, 신우를 경계하던 이들 마저도 입을 벌린 채 두 사람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태클도 차단하는, 철벽처럼 단단한 연기였다. 단순히 혼자만 튀고, 잘했다면 그것 역시 트집 잡을 거리였지만, 상호간의 호흡마저도 완벽했다. 도저히 파고들어갈 틈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잊은 것인지 둘이서 술술 이어가는 연기는 결국 넋을 놓게 만들었다.


넋을 놓고 있던 사람들은 리딩이 끝나고, 몇 초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박수를 쳤고, 박수소리는 전보다 확실하게 컸다. 리딩장을 촬영하던 감독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들었고, 성태식 피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격한 박수를 치기도 했다. 박인경은 뭐가 그리도 감격스러운지,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그리고 손승민과 신우는 서로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서로에게 만족스러웠다. 아니, 만족이라는 한계선을 이미 한참이나 넘긴 상태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았고, 손승민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었다. 그런 그의 최고의 행동에 신우는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했다. 그것 역시 최고의 행동이었다.


서로 간의 호흡으로 몸이 제대로 달아오른 두 사람은 그야말로 다른 이들을 압살해갔다. 신우와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은 무언의 압박감에 눌린 것인지 제대로 대사조차 치지 못했고, 몇몇 실력이 있는 이들 역시 기를 펴지 못했다.


그들이 경계했던 한신우는 거대한 산처럼 크게 보였고, 원래 태산처럼 생각했던 손승민은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주눅을 들게 만들었다. 연차가 제법 있는 이들의 경우 이미 숱하게 그런 압박감을 겪어 보았기에 감탄을 하더라도, 기에 눌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젊은 배우들은 달랐다.


여태껏 그들이 겪어왔던 이들 중에는 분명 눈앞의 두 사람만큼 연기를 잘하는 이들도 있었다. 까마득한 선생님들이 가진 연기력은 그것을 상회하고도 남았으니까. 하지만, 저런 연기력을 가진 이들이 이처럼 대놓고 기세를 풀풀 풍기는 경우는 없었다.


보통 이 정도 연기력을 가진 이들은 그들보다 훨씬 까마득한 선배였고, 그런 선배들에게 있어서 까마득한 후배인 그들은 가르치거나 잘 어루만져줄 상대이지, 연기로 찍어 누르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손승민과 신우는 달랐다. 너무 많이 달랐다.


먼저 손승민은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한 배우들에게 맞춰서 연기해줄 정도로 상냥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우의 경우 그들의 경계심이 내려갔던 스위치를 올린 탓에 사실상 반 정도 미쳐서, 열심히 날뛰고 있었다. 말릴 사람도 없었다. 무협지도 아니고 ‘기세 좀 풀어주세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만약 그런다면 필시 미친놈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잘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제동을 걸고 찬물을 끼얹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잘하는 사람에게 못하라고 하는 게 옳은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상황은 계속 진행되었고, 경계를 하고, 그것을 내보이기까지 한 이들 탓에, 애먼 이들까지 휘말려 고통을 받았다. 모든 젊은 배우들이 신우를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질투하는 것은 아니었다. 몇 사람 없기는 하지만, 배우들 중 동경을 가진 이들도 있었고, 호의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불쌍하게도, 그들은 어찌보면 아무 죄 없이 이 사단에 휘말려 고통을 받고 있었고, 그처럼 두 괴물이 열심히 날뛰는 것은 대본 리딩을 촬영하는 카메라들이 열심히 담아 두었다. 인터넷에 올리거나, 적당히 광고로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좋은 홍보 거리가 되어줄 만큼 멋진 모습들이었다.


앞서 촬영 감독이 따봉을 내보인 것처럼, 그들 역시 심심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대본 리딩 현장의 흥미로운 모습들에 기뻐하며, 연기에 감탄했다. 오기 잘했다는 눈치였다.


마침내 대본 리딩이 마쳐진 뒤 신우는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한명한명 찾아가, 인사를 하고 나섰고, 인사를 받는 이들의 반응은 분명 처음과는 달랐다.


“앞으로 잘 부탁해? 잘한다, 잘한다 하더니, 진짜 잘하네. 아, 나 방태수야. 알지?”

“박정렬이다. 내가 연기만 이십 년 하면서, 설마 손승민 선배님이랑 맞다이 뜨는 신인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 열심히 해.”

“정만수야, 나랑 할 때는 좀 살살해. 받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 오케이?”

“같이 작품을 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처음 신우의 인사에 퉁명하게 보던 이들의 표정이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들은 너스레를 떨어대며 신우를 반겼고, 몇몇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주무르거나 등을 팡팡 치기도 했다. 봐달라는 농담을 하며 약한 척 하는 이들도 있었다. 손승민의 말처럼 연기만 잘하면 이 바닥은 끝이었다.


물론 모두가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처음처럼 무시를 하는 이들도 있었고, 살짝 노려보며 지나쳐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무안할 법 했지만,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고난 직후였고, 그로 인해서 엔돌핀도 돌고 있었기에 신우는 그저 웃고 넘겼다.


“진짜 내가 신우 씨 오디션 장 들어올 때부터 딱 정일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내 촉이 맞았어! 정말 멋졌어요, 신우 씨. 앞으로 신우 씨만 믿을 게요?”

“이야~ 진짜 완벽했습니다. 나 박수 치는 거 봤죠? 진짜 대단했다니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우가 찾아가지 않았음에도, 박인경 작가와 성태식 피디는 먼저 찾아와 신우의 양 손을 잡으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그들의 눈동자에는 희망이 박혀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신우는 상투적이지만, 확실한 대답을 해주었고, 그들은 그것에 만족한 표정으로 신우와 헤어졌다.


대본 리딩이 끝난 뒤, 배우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리딩장을 나서거나 했고, 몇몇 스태프들은 다시금 회식을 공지하고 다녔다. 대본 리딩 기념을 위한 회식에 참석해 달라는 말을 하며 여기저기 다니는 스태프들의 모습은 조금 애처로웠다. 그런 스태프들에게도 인사를 마친 뒤 신우 역시 리딩장을 빠져나갔다.


대본 리딩이 마쳐진 뒤, 리딩장을 나서는 배우들을 보며 기자들은 연신 사진을 찍으며, 인터뷰를 요청하고는 했고, 당연하게도 배우들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자리를 떴다. 한 사람만 빼고.


“손승민 선생님! 대본 리딩 분위기는 어떠셨나요?”

“혹시 발연기를 펼친 배우는 없습니까?”


손승민은 자신을 향해 묻는 기자들의 모습에 지나치는가 싶더니, 이내 덜컥 멈췄고, 그의 행동에 기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에게 연신 질문을 하고 나섰지만, 손승민은 묘한 미소를 짓더니, 묘한 말을 내뱉고 사라졌다.


“별다를 건 없고, 저 안에 나만한 괴물이 하나 더 있더군.”


작가의말

아..아냐, 우리 애 변태 아냐. 그냥 좀 남들이랑 다를 뿐이야...

후원금 감삼다. 뭐징?!


*내일은 못 올라 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기침인 줄 아랐는뎅.. 몸살 났어영.. 으아아아앙... 최대한 힘내 보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못 쓸 수 있으니까, 알고 계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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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운명의 선택. NEW +13 11시간 전 1 0 12쪽
56 의거(義擧) +18 18.02.22 1 0 14쪽
55 마지막 식탁. +16 18.02.21 3 0 14쪽
54 의거(義擧) +11 18.02.20 1 0 11쪽
53 의거(義擧) +15 18.02.19 3 0 11쪽
52 끝장나게 좋은날. +23 18.02.18 3 0 15쪽
51 의거(義擧) +9 18.02.17 5 0 11쪽
50 의거(義擧) +20 18.02.16 8 0 10쪽
49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3 18.02.15 5 0 11쪽
48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6 18.02.14 6 0 12쪽
47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7 18.02.13 5 0 11쪽
46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9 18.02.12 7 0 11쪽
45 새로운 것, 새로운 준비. +13 18.02.11 12 0 10쪽
44 신의 아들. +23 18.02.10 11 0 13쪽
43 Re Star t +15 18.02.09 6 0 11쪽
42 Re Star t +13 18.02.08 9 0 11쪽
41 Re Star t +9 18.02.07 12 0 11쪽
40 폭군의 식탁. +21 18.02.06 13 0 10쪽
39 폭군의 식탁. +14 18.02.05 13 0 15쪽
38 폭군의 식탁. +20 18.02.04 13 0 12쪽
37 폭군의 식탁. +9 18.02.03 16 0 11쪽
36 폭군의 식탁. +12 18.02.02 15 0 12쪽
35 폭군의 식탁. +15 18.02.01 16 0 16쪽
34 폭군의 식탁. +15 18.01.31 16 0 11쪽
33 폭군의 식탁. +10 18.01.30 20 0 11쪽
32 폭군의 식탁. +14 18.01.29 18 0 12쪽
31 폭군의 식탁. +11 18.01.28 23 0 11쪽
30 폭군의 식탁. +17 18.01.27 18 0 10쪽
29 폭군의 식탁. +14 18.01.26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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