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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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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55,141
추천수 :
20,926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26 03:46
조회
22,707
추천
502
글자
10쪽

제 6장 풍진 강호로! (3)

DUMMY

남궁세가 소가주의 외유소식은 강호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강호의 시선은 남궁태의 행보에 집중되었고 남궁세가의 깃발을 단 마차의 뒤를 은밀히 쫓는 무리들도 생겨났다.

그런 사실을 은일로부터 들은 청조각의 부각주 남궁효랑은 그 사실을 남궁태에게 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무릎에 백호를 앉혀놓고 창밖을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 남궁태의 모습에 나중에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모처럼 즐거워하는 남궁태의 기분을 해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남궁태는 남궁효랑의 생각처럼 들떠있었다.

집밖으로 나가면 고생이라 나가고 싶지 않았었는데 막상 밖으로 나오자 기분이 들뜨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신선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도 한 시진 정도 지나자 무덤덤해지고 말았다. 시종 보는 풍경이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에 남궁태는 백호를 쓰다듬으며 마차 안을 둘러보았다.

시녀 아영이 바리바리 쌓아둔 짐 때문에 구석에 낑겨 앉아 졸고 있는 서동휘와 편안히 앉아 서책을 읽고 있는 남궁효랑이 보였다.

그 모습에 객잔에 도착하면 짐을 좀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남궁태는 지그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마차위의 은일, 마부 석에 마현과 야랑 종유기, 말을 타고 뒤따르는 비성추 하성, 적룡대주 남궁강, 비현대주 남궁기의 모습이 머릿속에 보였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보이는 그 모습에 남궁태는 신기하면서도 자신이 인간의 경지를 벗어났음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운명은 나를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이런 능력을 준 것일까?’

새삼 앞으로 다가올 운명이 두려워지는 남궁태였다.

마차가 반나절 정도 달렸을까?

그들은 지주의 석대현에 도착했다.

자연풍경만 보다가 시가지의 모습이 보이자 남궁태의 눈은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직 초저녁이라서인지 시가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무거운 안색이 웃고 있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에 남궁태가 남궁효랑에게 물었다.

“사람들의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남궁효랑이 서책을 덮으며 말했다.

“이번에 안휘성주가 세금을 너무 걷어갔습니다. 올 겨울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서동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또한 굶어죽을 뻔한 일들이 많았기에 그 말이 남일 같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남궁태도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군.”

그에 백호가 남궁태를 위로하듯 손등에 몸을 비벼왔다.

그 때 마차가 멈추어 서더니 잠시 후 마차 문이 열렸다.

그리고 적룡대주 남궁강이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소가주님, 오늘은 여기서 머물까 합니다. 내리시지요.”

그러자 오랫동안 마차 안에 낑겨 있었던 통에 몸이 찌뿌둥했던 서동휘가 제일 먼저 튀듯이 마차 안에서 빠져나왔다.

남궁강은 그런 서동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지만 서동휘는 눈치 채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굳어진 몸을 풀기에 급급했다.

남궁태와 남궁효랑까지 마차에서 내리자 마현과 종유기는 객잔에서 나온 사환의 안내에 따라 객잔의 뒤뜰에 마차를 주차하고 마구간지기에게 말들을 맡겼다.

그 사이 나머지 일행들은 멍하니 객잔의 현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풍운객잔>


그렇게 써진 객잔의 현판을 본 이들의 시선은 저절로 서동휘에게로 향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외유가 누군가로 인해 평탄치만은 않으리라고 예상했지만 머물게 된 객잔이름마저도 풍파가 넘칠 듯한 이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왠지 악운이 겹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궁태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객잔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남궁효랑에게 은일이 말했다.

“석대현의 다른 큰 객잔들은 모두 객실이 찼습니다. 객실이 남아있는 곳은 여기뿐입니다.”

그 말에 남궁효랑은 잡고 있던 남궁태의 옷자락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모인 일행들과 함께 풍운객잔에 들어선 남궁태는 안을 둘러보았다.

객잔은 처음이었지만 깨끗하고 고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심부름을 하던 사환이 남궁태 일행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식사하시겠습니까?”

“먼저 우리 일행이 머물 별채로 안내해주겠느냐? 식사는 그곳에서 하겠다.”

남궁효랑의 말에 남궁강이나 남궁기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객잔에서 식사를 하며 강호의 소식을 전해 듣고 시비에 걸린 이를 구해주는 협객행을 하거나 아름다운 소저와의 만남을 꿈꾸고 있었는데 별채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면 그 모든 일들이 생겨날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남궁효랑이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소가주의 안위가 우선이다. 우리는 놀러온 게 아니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남궁강과 남궁기는 정신이 번쩍 든 듯 우렁차게 대답하고는 새삼 주위를 경계어린 시선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큰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식사를 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 둘씩 남궁태 일행에게로 모이더니 무엇을 보았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바로 남궁태의 어깨위에 앉아있는 백호였다. 그 중에는 탐욕어린 시선까지 있어서 남궁태의 기분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남궁효랑은 그런 남궁태와 일행들을 재촉해서 별채로 향했다.

사환이 안내한 별채는 풍운객잔에서 가장 크고 좋은 별채로 정성껏 관리한 태가 나는 곳이었다.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효랑은 사환에게 말했다.

“우선 찻주전자부터 주고 음식은 이곳에서 가장 잘하는 요리 다섯 가지를 두 개씩. 되는 대로 차례로 내오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사환이 물러가자 남궁태는 의자에 앉으며 은일에게 말했다.

“마차에 있는 내 짐들 좀 가져다줘.”

은일이 사라지고 잠시 뒤, 사환이 찻주전자와 찻잔 열개를 들고 왔다.

“주인어르신이 특별히 내어드리는 황산 모봉차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황산 모봉차는 그 부드러운 맛에 남궁태가 좋아하는 차 중에 하나였다. 그에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려는데 남궁기가 얼른 가로막으며 품안에서 은침을 꺼내어 찻주전자에 잠시 넣었다가 꺼내보았다.

색깔이 변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남궁기는 손수 남궁태에게 차를 따라주었다.

차를 마시며 느긋한 표정이 된 남궁태에 일행들도 그제야 굳어졌던 얼굴들을 풀고 활기차게 별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야랑 종유기가 비성추 하성에게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

“여기 비싼 객잔인 것 같은데 요리들도 맛있겠지? 자네는 이 곳 석대현에 와 본 적이 있나?”

“와 본적은 있지만 내가 묵었던 숙소는 작은 곳이었어. 시끄럽고 더럽고. 내 평생 이런 비싼 숙소에서 묵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하성의 말을 들으며 자신도 차를 따라 한 모금 마셔본 종유기가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네. 이거 남궁소가주 따라다니다가 입이 고급이 될까봐 걱정이야.”

하성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목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차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일행들이 모두 탁자에 둘러앉아 차의 향과 색을 즐기고 있을 때 은일이 짐들을 잔뜩 들고 별채로 들어섰다.

그런 은일에게 남궁효랑은 차를 내어주며 말했다.

“짐들은 안에 두고 우선 차부터 마시게.”

“네.”

마침내 은일까지 탁자에 앉자 사환 둘이 요리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오리구이, 야채볶음, 생선요리, 봉양양두부, 고기국수가 연이어 날라져 왔다.

종유기, 하성, 서동휘는 그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에 침을 질질 흘리며 얼른 젓가락을 들었지만 그런 그들의 젓가락질을 막으며 남궁효랑, 남궁강, 남궁기, 마현, 은일은 긴장한 표정으로 남궁태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 요리들이 남궁태의 입에 맞을지 걱정이었던 것이다.

남궁태는 은일이 가져다 준 은수저로 우선 고기국수의 국물을 떠먹어보았다.

국물이 진할 것 같았는데 담백한 것이 입에 맞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수저를 들자 그제야 남궁효랑 등도 수저를 들었고 종유기들도 요리에 손을 댈 수가 있었다.

남궁태와 남궁효랑들은 적당히 배를 채우고 수저를 내려놓았는데 종유기들은 그릇들이 깨끗해 질 때가지 요리들을 배에 채워 넣었다.

맛있는 식사를 끝내고 포만감에 배를 두드리던 종유기가 문뜩 떠오르는 생각에 남궁강에게 물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비무대회에 참여했던 인원들이 천명도 넘었는데 어떻게 본선진출자가 열다섯밖에 안 된 거요?”

그에 남궁강이 웃으며 말했다.

“실은 본선진출자를 줄이기 위해 세가인들이 대거 참여를 했었거든. 백 개가 넘는 끈을 모은 세가인도 있었지만 승천문에는 들어서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알지 못했던 거지.”

“그럼, 추면신창 구양적이 그 실력으로 본선진출을 하게 된 것은?”

“아, 그건 내가 알지.”

청조각의 부각주답게 남궁효랑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면신창의 생김새를 보고 피한 것도 있고 그가 목숨도 도외시하고 덤벼드는 바람에 제대로 상대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

“세상에!”

하성은 왜 남궁태가 추면신창을 대단하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말로만이 아닌 진짜 목숨을 걸고 무공을 수련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추면신창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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