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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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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56,156
추천수 :
20,926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22 18:51
조회
23,844
추천
576
글자
8쪽

제 6장 풍진 강호로! (1)

DUMMY

남궁태는 운향각의 뒷길에 나 있는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어깨에는 호야가 올라앉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호야를 쓰다듬으며 남궁태가 말했다.

“지금 가는 곳은 내 할아버지의 전각인 태성전이다.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원래 남궁환의 전각은 운향각과는 반대편에 있었다.

그런데 남궁태를 위해 운향각과 가까운 곳에 새로 전각을 지은 다음 그 곳을 처소로 삼은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손자와 시간을 보내려는 할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그걸 알기에 남궁태도 남궁환의 전각은 자주 방문하고 있었다.

오솔길을 조금 더 지나자 운향각과 비슷한 크기의 전각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전각 앞에는 시비 설영(雪榮)이 그를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소가주님. 어르신께서 아침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남궁태는 전각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무엇에 놀란 듯 갑자기 남궁환의 방안에서 살갗이 쩌릿해 올 정도의 강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그에 설영은 기겁을 해서 뒤로 물러섰으나 남궁태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개의치 않고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섰다. 규방에서 자란 도련님답게 안전 불감증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모르는 설영은 소가주의 용기에 감탄하며 남궁태의 뒷모습을 흠모에 가득 찬 기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한 채 방문을 바라보고 있던 남궁환의 손에는 땀이 가득 차 있었다.

손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자의 기운만이 아닌 감히 그가 대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기운을 지닌 자가 함께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였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테지만 신창궁무애검법으로 깨달음을 얻은 그였기에 조금쯤은 그 경지를 짐작 수 있었던 것이다.

‘설마 태아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보다 강한 자가 그런 치졸한 짓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생각에 이르자 이내 그 생각은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의 눈은 각오로 낮게 가라앉아갔다. 설령 오늘 그는 목숨을 잃는다 해도 태아만큼은 살려야한다는 각오로.

마침내 문이 열리고 남궁태가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은 남궁태 혼자였지만 남궁환은 긴장을 풀지 않은 채 거대한 기운을 향해서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남궁태의 어깨위에서 그 기운을 지닌 존재를 확인한 순간 황당함에 그만 끌어올리고 있었던 내기를 풀어버리고 말았다.

작은 백호가 남궁태의 어깨에 앉아서 털을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뭐, 뭐냐?”

남궁환의 말에 남궁태는 자신의 어깨에 있는 호야를 내려 남궁환에게 인사를 시키며 말했다.

“새 가족인 호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가족!?”

남궁태는 정말 별 뜻 없었다. 자신의 반려동물이 된 호야를 소개한 것 뿐.

하지만 남궁환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상대는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영물인 것이다. 그 영물을 가족이라고 소개했으니 당연히 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가족으로서 대우해달라는 뜻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허헛!”

위기 상황이 아님을 알게 된 남궁환은 어깨의 힘을 뺀 채 헛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은일로부터 태아가 호랑이새끼를 데려왔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영물이었을 줄이야. 이런 영물까지 태아를 따르다니 역시 영웅의 자질은 표가 나는구나. 다른 장로들에게 자랑할 일이 늘었어.’

태연히 경이로운 표정을 수습한 남궁환은 남궁태에게 인자한 표정과 어조로 말했다.

“오늘 너를 부른 것은 이제 네게 가문의 비기인 천뇌제왕신공을 가르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니라.”

남궁태는 의아했다.

분명 창궁무애검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한 것 같은데 갑자기 웬 천뇌제왕신공이란 말인가?

그에 창궁무애검법이라고 고쳐주려고 했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남궁환의 모습에 아마 창궁무애검법을 천뇌제왕신공으로 잘못 말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뒤 남궁환의 말이 다음과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너라면 이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천뇌제왕신공의 가르침이 시작되었다.


남궁환이 첫 번째 구결 암송을 끝내고 물었다.

“어떻게, 외웠느냐?”

“아니요.”

멍하니 있던 남궁태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천재가 아닌 이상 그 긴 구결을 한 번에 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천재가 아니었다.

그에 남궁환은 남궁태를 빤히 바라보았다.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태도를 보아하니 남궁진의 말 대로 범인흉내를 내고 있는 것 같았던 것이다. 보통은 이럴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기 마련이었으니까. 그의 아들인 남궁중이 그랬듯이.

그렇기에 남궁환은 이미 남궁태가 구결을 모두 외웠으리라고 짐작했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남궁태에게 장단을 맞춰주다가는 구결을 몇 번이나 더 불러주어야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미 전적이 있었으니까.

그에 귀찮다는 생각이 든 남궁환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 네 아비도 구결을 외우는 것은 힘들어했지. 그렇지만 이런 구결쯤은 두 번만 불러줘도 다 외웠었다. 그러니 너도 한 번만 더 불러주면 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빠르게 천뇌제왕신공의 구결을 불러주는 것으로 구결전수를 그만 두고 해설에 들어갔다.

그에 남궁태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알고 보면 무림인들은 보통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엑스트라로 나오는 사파의 고수들조차 이런 구결들을 모두 외우고 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경전 같은 내용들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기에 비해 스스로를 생각하니 한숨이 나오려고 했지만 가까스로 참으며 남궁태는 남궁환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대대로 전해지는 깨달음과 어제 그가 얻은 깨달음까지 설명하는 것으로 전수를 마친 남궁환은 남궁태에게 물었다.

“질문이 있느냐?”

“아니요.”

‘질문도 뭐 알아들은 것이 있어야 하지요.’

그렇게 생각하며 어색하게 웃는 남궁태였다.

그리고 그런 남궁태를 보며 남궁환은 생각했다.

‘질문할 만큼 어려운 것은 없었던 모양이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마주 웃는 그들이었다.

그러다 남궁태가 생각난 듯 품속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남궁환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냐?”

“세가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남궁태는 어디까지나 제안으로서 내민 것이었다.

여러 가지 제안을 했으니 이 중 세가에 적용할만한 것을 골라 적용하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남궁태가 세가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알겠다.”

남궁환은 단호하게 대답하며 두루마리를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두루마리에 적힌 것을 잘 이행하리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세가인들도 다르지 않았다.


태성전을 나와 운향각으로 돌아온 남궁태는 고민했다.

남궁환이 불러 준 구결들을 조금도 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가의 무공도 외우지 못하는 내가 나중에 제대로 된 가주가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전생에서도 외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외우는 것이라면······.

“일시무시일 석삼극 무진본 천일일지일이인일삼 일적십거무궤화삼 천이삼지이삼인이삼 대삼합육생칠팔구 운삼사성환오칠······.”

천부경이었다.

천부경안의 신비를 찾겠다고 한동안 계속해서 들여다본 덕분에 어쩌다보니 외우게 된 것이었다.

그 때 외웠던 것을 떠올리며 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진한 향기가 맡아졌다.

의아해서 돌아보니 호야의 몸이 황금빛으로 감싸인 채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호야!”

백호 호야는 당황했다.

선계에 들 시간이 아직 백년은 남았는데 벌써 등천할 것 같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 전 남궁태가 중얼거린 구결 때문이었다.

선연이 느껴지는 구결이라 저도 모르게 집중해서 들었더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에 호야는 억지로 자신의 몸에 몰려드는 선기를 흩트리며 남궁태의 머리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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