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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연재 주기
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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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376
추천수 :
20,944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17 23:48
조회
2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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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
글자
12쪽

제 5장 인자득연 (1)

DUMMY

그 동안 생각나는 것을 이것저것 적어 넣었던 두루마리를 정리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낸 남궁태는 다음날부터 다시 언제나의 일정대로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새벽공기를 맞으며 머리를 텅 비운 채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이 시간이 하루 중 남궁태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그렇게 산을 올랐을까?

점점 거칠어지는 호흡에 잠시 제자리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던 남궁태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당황하고 말았다.

처음 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가 내에 등산을 하는 이들이 늘어서 그들을 피해 외진 곳만 찾아다니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선 듯 했다.

휘익!

큰 나무위로 올라가 길을 찾아보는데 그런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다른 곳과 다르게 한 곳만 뿌연 안개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그 안개가 있는 곳으로 신형을 옮기자 점점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입에 침이 고였다. 마치 목마른 자가 시원한 물을 눈앞에 둔 느낌이랄까?

저절로 손이 뻗어나가는 가운데 안개에 손이 닿자 갑자기 안개가 맹렬한 속도로 그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당황한 남궁태가 손을 거두려 했지만 순식간에 안개에 의해 몸이 물속에 잠긴 듯 무거워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더니 다음 순간 그의 몸속으로 안개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남궁태는 공포를 느꼈다. 어쩌면 독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왜 호기심 따위를 가져서 이런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조금 전의 자신을 두들겨 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불안은 몸속을 돌아다니는 청량한 기운에 모두 씻겨 내려갔다.

그에 남궁태는 차분한 마음으로 몸속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안개의 움직임이 그가 숨 쉬는 것처럼 익숙하게 호흡하고 있는 삼재심법의 호흡법에 따라 몸속을 돌다가 빠져나간 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몇 번 그 일이 반복되고 그 장소의 기의 양과 남궁태의 몸속의 기의 양이 같아지자 안개는 더 이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삼투압현상인가? 아니, 이 경우에는 역 삼투압현상이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이 역 삼투압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던가?’

끊임없는 의문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남궁태는 머릿속을 맑게 하려고 그 자리에 앉아 내공심법인 창궁대연신공을 운용했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차츰 지워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몸과 마음을 모두 비운다는 생각으로 심법을 운용하는데 어느 순간 비운만큼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몸 밖을 돌고 있던 안개가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안개는 남궁태의 몸속에 들어와 있던 안개와 만나 자연스럽게 단전으로 모여들더니 뜨거우면서도 청량한 한 줄기 거센 기운이 되어 온 몸을 돌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강맹한 기운의 움직임에도 남궁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그 사실을 인식하지 조차 못했다.

그저 자신의 모든 것이 세상 속에 녹아든 느낌에 황홀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반각 정도 지났을까?

정신이 든 남궁태는 조금 더 깊어진 눈으로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았다.

내공이 일 갑자 정도 늘어나 있었다.

‘이게 바로 기연이라는 것인가?’

남궁태는 내공이 늘어났음에도 씁쓸하기만 했다.

운명이라는 녀석이 자꾸 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자니 인생이 너무 피곤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차라리 운명에 순응하면서 돌출된 위험들을 깎아내고 완만하고 굴곡진 운명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면 그 운명조차도 이용해보이리라 그렇게 다짐하는 남궁태였다.


‘이 안개가 기연의 전부인 것인가?’

안개를 헤치며 남궁태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이런 기의 집약이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곳에 영약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이한 것은 아무 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에 안도하면서 돌아가려고 하는데 문뜩 거대한 바위가 있는 곳과 그 옆의 지층의 색이 서로 다른 것이 보였다.

‘즉, 한쪽이 함몰되면서 다른 지층이 드러났다는 것인데······’

남궁태는 귀찮았다.

그냥 가고 싶었지만 이 운명의 안배를 거절했다가 어떤 위험한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에 남궁태는 결국 거대한 바위를 옆으로 치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작은 크기의 바위들과 흙으로 가로막혀 있는 동굴이 보였다.

지층이 무너져 내리면서 원래 있던 동굴의 입구가 막혀있었던 것 같았다.

남궁태는 그 작은 바위들과 흙더미들도 치우기 시작했다.

던져준 기연조차 받아먹지 못하는 멍청이는 되지 말아야 했으니까. 그것들을 모두 치우고 나자 동굴의 입구가 드러났다.

그에 남궁태는 바닥나 있는 자신의 경계심을 억지로 끌어올려야했다. 기연은 혼자 오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위험한 함정이 따라온다.

그에 조심스럽게 주위를 기울이며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기던 남궁태는 이윽고 안쪽의 넓은 공동 안으로 무사히 들어서자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위험한 함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연의 동굴 치고는 안이 너무도 초라했다.

천장이며 벽들은 이끼와 거미줄 천지였고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은 낡은 침상과 탁상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오래 전에 누군가 은신처로 만들어 놓은 곳인가?’

몇 백 년은 족히 방치된 듯 보이는 동굴 안을 둘러보던 남궁태는 역시 동굴에 들어오기 전의 안개가 기연의 전부인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긴장을 풀었다.

잠시 둘러보다 다시 돌아서 나가려는데 탁상위에 먼지로 덮여있는 낡은 서책이 보였다.

무의식중에 먼지를 털어내며 그 책을 집어 들던 남궁태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흠칫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너무 신경이 곤두서서 잘 못 느낀 것일까?’

책을 집어 들고 살펴보니 책 겉장에는 <창궁무애검법>이라고 적혀있었다.

“우리 세가의 무공이잖아.”

아무래도 세가인 중 누군가가 폐관수련을 위한 장소로서 만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욱 편안해진 마음으로 남궁태는 서적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그가 알고 있는 창궁무애검법과는 어딘지 달랐다.

의아해하며 첫 장을 다시 펴보니 이 책의 주인의 얘기가 적혀있었다.


<내 이름은 남궁●(南宮●)다.>


이름이 쓰인 부분은 책이 낡아서인지 아니면 스스로 지운 것인지 보이지가 않았다.


<내 어머니는 농부의 딸이었는데 뛰어난 미모로 남궁세가의 적자인 남궁상인의 첩으로 들어가 나를 낳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가의 안주인이 되려고 계략을 꾸미셨다. 그렇지만 그것은 강호를, 나아가서 남궁세가를 얕본 행위였다.

어머니의 비리는 청조각에 의해 백일하에 드러났고 결국 어머니는 내쳐지고 나는 세가에서 천덕꾸러기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공이나 학문에 재능이 있었다면 내 처지가 더 나아졌을지도 모르지만 그 어떤 재능도 없었던 나는 서서히 세가에게 잊혀져갔다. 내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말을 걸 수 있는 사람도 없는 가운데 나는 오직 창궁무애검법에 매달렸다.

창궁무애검법을 익혀 세가에서 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가의 가주위에 오르면서 나는 잊혀진 인간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인간으로 변해버렸다.

정실부인인 고부인은 감히 자신에게 기어오르려 했던 천한 여인의 자식인 내 이름이 자신의 자식과 함께 거론되는 것을 치욕스러워했던 것이다. 내가 자신의 자식을 제치고 소가주위에 오를 수는 없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해도.

그 뒤, 살수의 공격을 받거나 음식물에 독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세가에서는 그 일의 배후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었다. 고부인의 뒤에는 송 황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을 앞둔 나에게 아버지는 그래도 자식이라고 내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는지 나에게 은신처로 이 동굴을 마련해주셨다. 그리고 창궁무애검법을 완성하면 이 동굴을 떠나 세상에 나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처음 몇 년은 창궁무애검법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렇지만 내 한계가 그것밖에 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창궁무애검법이 내게 맞지 않았던 것인지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난 명상이나 하며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뜩 한 번도 사람답게 살아보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에 다시 한 번 힘을 내 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검을 들었다.

나를 잊고 시간도 잊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오직 무공연마에만 매달렸던 시간들.

긴 시간이 흘러 마침내 창궁무애검법을 완성하였으나 그것은 더 이상 세가의 창궁무애검법이 아니었다.

창궁무애검법에서 태어났으나 전혀 다른 새로운 창궁무애검법이 완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창궁무애검법을 완성했기에 기쁨마음으로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아버지에게 달려갔으나 이미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물론이고 나를 알던 세가인들 또한 모두.

그 만큼의 긴 세월이 흘러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허탈한 마음으로 다시 동굴로 돌아온 나는 내가 완성한 창궁무애검법을 신창궁무애검법으로서 책자로 남기기로 했다. 지난 세월 남궁세가인으로서 살았던 도리로서.

하지만 나를 묶어두던 마지막 혈연조차 없는 지금 나는 남궁의 이름을 버리고 세상에 나가고자 한다.

후일 이 책자를 발견한 이가 남궁세가인이라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꼭 세가에 이 책자를 전해주길 바란다. >


남궁태는 씁쓸한 기분이었다.

그것은 이 분의 일생이 남궁태 자신의 일생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의 어머니는 정실이었고 할아버지가 뒤에서 버티고 있었으니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 또한 이 분처럼 천덕꾸러기취급을 당하다가 잊혀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취급을 당했으면서도 이처럼 자신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신창궁무애검법을 남기고 떠난 그 분에게 남궁태는 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그러면서 꼭 이 책자를 세가에 널리 알리리라 결심했다.

순간 격앙된 기분에 손에 힘을 주고 말았는지 그렇지 않아도 낡았던 종이가 가루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아!’

다행이 가루가 된 부분은 무공구결이 적혀있지 않은 부분이었다.

남궁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책자를 소중하게 품속에 넣었다.

기연을 찾아 이 동굴에 들어왔지만 남궁태는 이 책자가 대단한 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공을 만든 본인도 스스로가 학문과 무공에 자질이 없었다고 써놓기도 했었고 송 황실이 존재했던 시기라면 적어도 100년 전의 무공인데 그 때의 무공이 현재의 무공보다 뛰어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그것이 일 년만 지나면 최신 가전제품이 구닥다리가 되어버리는 전생의 기억으로인한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남궁태가 책자를 소중하게 취급한 것은 그 무공서적에 이름조차 모를 한 사내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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