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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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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55,408
추천수 :
20,926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15 22:36
조회
21,020
추천
455
글자
12쪽

제 4장 인재등용 (2)

DUMMY

남궁태는 얘기를 잘 들어주는 쪽이었고 서동휘는 하고 싶어도 못했던 쌓인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얘기가 한 시진이나 넘게 걸렸는데 그 때쯤에는 서동휘의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남궁태는 생각에 잠겼다.

서동휘의 인생은 누가 듣기에도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불행은 도가 지나쳤다.

처음에는 그를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은일조차도 나중에는 저런 역귀는 당장 세가에서 쫒아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 하랴.

서동휘는 마치 판관의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 같은 심정으로 남궁태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남궁태가 입을 열었다.

“은일!”

“네, 소가주!”

은일은 남궁태가 저 역귀를 죽이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그 일을 수행할 생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힘차게 대답했다.

“서동휘님의 지난 행적에 대해 빠짐없이 조사를 해 오도록 청조각(靑鳥閣)에 일러두세요. 특히 그 망했다는 가게들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네.”

은일이 사라지자 서동휘는 어리둥절해했다.

그는 남궁태가 호위무사를 찾자 이 자리에서 그를 죽이거나 세가에서 내쫒으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 서동휘를 보며 남궁태가 말했다.

“서동휘님, 서동휘님도 자신의 말이 쉽게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요?”

“아, 네.”

그제야 서동휘는 남궁태가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아무리 운이 없다 해도 이 정도 운이 없다는 사실을 누가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풀이 죽은 서동휘의 얼굴을 보며 남궁태가 계속 말했다.

“물론 전 서동휘님의 말을 믿습니다.”

환생을 한 남궁태였다. 새삼 그와 같은 기이한 인물이 있다고 해서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네!? 그러면 왜······”

그렇다면 어째서 조사를 명했단 말인가?

서동휘가 의아한 얼굴로 남궁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서동휘님의 얘기는 어디까지나 서동휘님의 입장에서 본 사실일 뿐입니다. 객관적인 얘기라고 볼 수 없지요. 그래서 그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해 조사를 부탁한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끊은 남궁태가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서동휘님에게 그런 불행을 불러오는 능력이 있다면 그 또한 하늘이 필요에 의해 인간에게 내려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순간 서동휘는 멍해지고 말았다.

그는 언제나 생각했었다. 자신은 사람들에게 역병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라고.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차라리 아기였을 때 스님이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그런데 이런 자신이 하늘이 필요에 의해 인간에게 내려준 존재라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후드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평생 혼자 살아야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바랬었다.

누군가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의 존재를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기를······

그런데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가 존재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서동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남궁태는 서동휘가 울도록 내버려두었다.

한참을 울던 서동휘는 이윽고 좀 진정이 됐는지 소매로 거칠게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소가주님. 소가주님 덕분에 앞으로 생을 이어나갈 용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서동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체투지(五體投地)하며 말했다.

“소가주님 간청 드립니다. 솔직히 저는 저 같은 자를 내린 하늘의 뜻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가주님이라면 제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염치없는 부탁이라는 것은 알지만 저를 거두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말을 꺼내보기는 했지만 서동휘는 남궁태가 거절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의 불행까지 받아들인다는 것이 되니 세가에도 불행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위험한 사람을 남궁태가 받아 들일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남궁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이제 서동휘님은 남궁세가인입니다.”

그에 서동휘는 놀랍고 당황해서 번쩍 고개를 들어 남궁태를 쳐다보았다.

남궁태는 무언가 각오를 정한 표정이었다.

분명 서동휘를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한 시도였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위험한 일에 발을 디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은일로부터 강호에 어둠의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 순간부터.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해 볼 생각이었다. 세가가 멸문에 이른다 해도 지난날을 후회하지 않도록. 서동휘를 받아들이는 것도 그 한가지였다.

그 때 방문이 열리고 사혼검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들의 얼굴에는 우려의 표정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마음을 대표하듯 사혼검이 말했다.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가주님과 의논 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에 남궁태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 믿습니다. 하늘의 뜻이 남궁세가에, 이 남궁태에게 있다고. 서동휘님이 세가에 온 것은 정해진 운명에 의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남궁태는 자신이 이 세계의 주인공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환생까지 한 마당이니 중요 등장인물 정도는 될 것이라고 생각해 한 말이었다.

그리고 서동휘 또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이한 운명을 지닌 사람이니만큼 이 세계의 운명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리라고 짐작한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이 사람일지도······.’

그런 남궁태의 생각은 짐작조차 못한 채 장내의 이들은 남궁태를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현대에서 남궁태가 그런 말을 했다면 사람들은 중2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중국이었고 그들은 천명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왕은 하늘이 내린다는.

그러니 자신이 하늘의 선택을 받았다는 남궁태의 말은 하늘의 뜻이 자신에게 있다는 뜻도 되지만 나아가 강호 무림을 일통하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밝힌 것이라고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생각했다.

이에 세가의 소속이 된 사혼검 북리정과 추면신창 구양적, 원앙권 천웅은 일제히 남궁태에게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주군, 뜻을 이루소서!”

그리고 그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낀 듯 서동휘도 따라서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뜻을 이루소서!”

남궁태는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갑자기 조부 남궁환과 장로들이 복룡각에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환희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오오! 네가 드디어 뜻을 정했구나.”

“장하다, 그래야 남궁세가의 소가주라 할 수 있지.”

“앞으로 너의 일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마.”

그들은 곧 결승전이 시작될 시각인지라 남궁태를 데려가기 위해 왔다가 그의 선포를 듣게 된 것이었다.

소가주 취임식전에 한동안 거처에서 틀어박혀 나오지 않아 무언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고는 생각했지만 강호일통과 같은 큰 목표를 정하고 있었다니······

남궁태의 능력을 알기에 그들은 그 말을 단순한 호언장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처럼 환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남궁태는 조부와 장로들까지 합세해서 무슨 뜻 모를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말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이유가 무엇이든 앞으로 자신이 행하려는 일에 지장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둥둥둥!

결승전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고 비무대 위에는 사혼검 북리정과 호면랑 당소추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당소추는 이미 스스로 기를 제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듯 보이는 북리정의 모습에 승산이 없음을 느꼈지만 쉽게 져 주지는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힐끗 소군자 화영을 쳐다보았다.

소군자 화영은 볼이 붉어진 얼굴로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당소추는 독이라도 먹은 듯 심장이 지끈 거리는 것을 느꼈다. 화영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려놓고 싶었다.

그에 당소추는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암기술을 펼쳐보였다.

촤아아아아!

하늘에서 꽃비가 떨어져 내리듯 무수히 많은 암기들이 그물처럼 쏟아져 내리는 수법인 만천화우(滿天花雨)였다.

만천화우가 극의에 이르면 모든 암기들에 하나하나 기가 실려 하늘에 그물이 드리운 듯 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당소추의 만천화우의 성취는 채 이성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화려하기만 하고 여기저기에 구멍이 숭숭 난 그물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에 사혼검은 뚫린 구멍으로 몸을 피하며 이어질 공격에 대비했다.

그는 만천화우가 허초로 진초를 시전하기 위한 연막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정도로 당소추의 만천화우는 시선을 어지럽힐 뿐 쓸모가 없는 공격이었다.

그런데 공격이 빠르게 되돌아오지 않자 사혼검은 그 틈을 노리고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그에 방어를 하려던 당소추는 속으로 크게 당황했다.

‘아차!’

만천화우의 장점은 적이 도망칠 수 없는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막대한 내공의 소모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런데 화려한 모습을 보이려는 생각에 앞서 그런 단점을 생각지 못한 당소추는 조금 전의 시전으로 거의 모든 내공을 소모해 방어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당소추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사혼검의 검에 목을 내주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한 사혼검이나 다른 이들은 그저 사혼검이 호면랑의 책략을 간파해 승리했다고만 생각했다. 당소추로서는 바라마지 않을 오해였다.

“승자, 사혼검 북리정!”

마침내 총관이 선언하자 좌중은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와!”

“사혼검!”

“사혼검님이 우승했다!”

그렇게 최종 우승자가 사혼검 북리정으로 정해지면서 비무 대회는 막을 내렸다.


비무대회가 끝나자 남궁세가 내에서는 다시 잔치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가운데 우승자인 사혼검이 받은 금 천 냥은 대단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아무도 그가 받은 무공비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본신의 무공경지가 극에 다다른 이였기에 다른 무공은 그에게 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받은 무공비급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삼재심법이었다.

그것을 주며 가주인 남궁중은 말했다.

“남궁세가인이라면 누구나 하루 대부분을 이 삼재심법으로 호흡하면서 살아가네. 자네도 이제 남궁세가인이 되었으니 이 호흡법을 자신의 일부처럼 여겨야 할 것일세.”

“명심하겠습니다.”

사혼검은 내밀어진 삼재심법을 보면서 그저 격식을 갖추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불만은 없었다. 엄청난 상금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곧 남궁세가에서 준 삼재심법이 그냥 삼재심법이 아닌 한 가족으로서 받아들인다는 뜻임을 안 사혼검은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승자인 사혼검이 빛이 비치는 곳에서 환호성을 받으며 서 있었다면 호면랑 당소추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번 비무의 패배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는 여인 소군자 화영이 그가 아닌 남궁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중충한 기운을 뿜어내는 그의 기세와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당소추의 마음을 짐작한 만독백의 당문취는 빨리 그를 데리고 남궁세가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기 전에.

제갈세가와의 혼담을 진행 중인 이 마당에 소군자 화영에 대한 그의 마음은 오히려 방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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