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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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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55,411
추천수 :
20,926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12 15:15
조회
20,791
추천
446
글자
9쪽

제 3장 비무대회 (9)

DUMMY

다섯 번째 비무는 당문세가의 호면랑 당소추와 소림사의 정협권(正俠拳) 일운(日云)의 대결이었다.

두 사람이 비무대 위에 오르자 대부분의 이들은 정협권 일운의 승리를 점쳤다.

암기술과 독술이 대부분인 당문의 무공으로는 소림사의 전통과 깊이가 있는 무공에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비무가 시작되자 중인들은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는 듯 수십 개의 침(針)들이 일제히 쏟아져 내리자 정협권이 피하기에만 급급할 뿐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문의 독문암기수법인 폭우이화침이었다.

소림사의 무공은 깊이가 있는 만큼 일정한 경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 무공을 아직 이립(而立)도 되지 못한 정협권이 그 정수를 깨우쳤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저 형(形)만 익혔을 뿐.

그런데다가 다른 문파의 무인과 비무를 해 본 경험도 없는 일운에게 기기묘묘한 당문의 무공은 더욱 대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정협권 일운이 처음에는 뒤로 밀렸지만 웅대한 소림의 내공으로 차츰 반격해 나아갔다.

하지만 결국 일운은 호면랑 당소추의 전략에 패배하고 말았다.

한참 암기를 날리던 호면랑 당소추가 갑자기 손을 내리고 서 있자 무슨 일인가 싶어 멈칫한 일운은 따라서 손을 멈추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당소추가 암전(暗錢)을 날린 것이다.

“승자, 호면랑 당소추!”

보통 사람이라면 호면랑 당소추를 교활하다고 욕하며 재비무를 요청했겠지만 정협권 일운은 그러지 않았다.

비무 도중 상대방의 행동에 말려들어 손을 멈춘 자신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사대결이었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었을 테니까. 따라서 실전이 있기 전에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당소추에게 고마움을 느낄 정도였다.

이에 정협권 일운은 정중히 포권하며 당소추에게 감사를 표했다.

“좋은 비무 감사드립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소시주.”

당소추는 그런 정협권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무대 위에서 내려갔다.

당가인으로서 무공을 시전 함에 여우처럼 교활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당소추 본인은 교활하다기보다 말수가 적고 둔감한 이였다. 게다가 관심사가 아닌 부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중인들이 역시 호면랑이라며 당소추를 비겁하다 떠들어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당소추를 보며 만독백의 당문취는 희미하게 웃음을 보였다.

암기와 독을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당문이 무림인들에게 무시를 당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당소추가 그런 비난들에 얼굴을 찌푸리고 신경을 쓰는 기색을 보였다면 오히려 꾸짖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경을 쓰지 않고 대범하게 넘기는 것을 보니 역시 당문을 이어갈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어 흡족했던 것이다.


잠시 후, 여섯 번째 비무가 이어졌다.

이번에 비무대 위에 올라온 이들은 패소웅 팽만군과 원앙권(鴛鴦拳) 천웅(天雄)이었다.

둘이 무대 위에 오르자 무대가 꽉 채워진 느낌이었다. 그만큼 팽만군과 천웅의 체구가 컸던 것이다.

남궁태는 마치 두 마리의 곰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가운데 천웅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앞에서 팽만군과 남궁태의 비무를 본만큼 팽만군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에 먼저 움직여 상대의 기세를 제압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천웅의 자모원앙월(子母鴛鴦鉞)은 마치 주먹과 하나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내지르는 주먹의 힘과 원앙월의 힘이 더해져 그가 팔을 휘두를 때마다 허공에 쌔액! 하는 파공성이 들려올 정도였다.

그러나 팽만군이 도를 마주 휘두르기 시작하자 그 소리는 도끼에 의해 나무가 갈라지는 듯한 파괴적인 소리에 의해 파묻히고 말았다.

어렸을 때부터 힘 하나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던 천웅이었건만 팽가의 거력에는 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팽만군이 내려치는 도에 의해 팔이 끊어지는 듯 했지만 천웅은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까지 모두 짜내어 대응했다.

하지만 곧 천웅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비무대 위에서 떨어져나갔다.

“승자, 패소웅 팽만군!”

패소웅의 승리를 알리는 소리와 중인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천웅은 천천히 손에서 자모원앙월을 빼어 허리에 찼다.

그리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 이르자 천웅은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져서 분하긴 했지만 낙담하지는 않았다.

하늘을 보라는 남궁세가 소가주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하늘을 보다가 생각했다.

‘조금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자!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가보자. 그 후에 주저앉아도 늦지 않다.’


일곱 번째 비무는 의박운개 형산과 비성추(飛星錘) 하성(夏誠)의 대결이었다.

그들이 무대대위에 오르자 남궁세가의 장로들과 젊은이들은 노골적으로 비성추 하성을 응원했다.

“비성추, 이겨라!”

“저 얄미운 거지 녀석의 얼굴에 추(錘)를 박아버려!”

“거지 녀석을 밟아버려!”

비성추 하성은 쇠사슬을 팔에 감으며 안쓰러운 시선으로 의박운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의박운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호탕하게 웃을 뿐이었다.

저들의 저런 행동의 뒤에는 친우인 남궁태에 대한 애정과 자신을 향한 질투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취선걸개 호연추는 그런 형산의 모습에 기가 막혀서 중얼거렸다.

“저런 속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지금 웃음이 나오냐, 나와!”

그 속에서 남궁태만이 혼자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세가인들이 왜 자신의 친우인 형산을 못마땅해 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들 저러지?’

그러나 그 의문은 대결이 시작됨으로서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다. 자신이 직접 비무를 하는 것 보다 형산의 비무를 보고 있는 것이 더욱 긴장되고 초조했기 때문이다.

퍽! 퍼버벅!

하성의 무기인 추가 마치 스스로의 의지를 지닌 것처럼 형산을 공격하며 무대 위에 박혀 들어갔다.

형산은 취한 듯 비틀거리며 그 추를 용케 비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이 너무 아슬아슬해서 남궁태는 손에서 땀이 배어나올 정도였다.

취한 듯 움직이는 개방의 신법인 취팔선보였다.

“쳇! 소가주의 친우라더니 저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

비웃듯 말하는 소리가 형산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러자 그 때까지 능청스런 얼굴로 웃고 있던 형산이 진지한 얼굴로 변하더니 무대 위에 박힌 비성추의 추를 한 쪽 발로 깊숙이 밟고는 타구봉으로 쇠사슬을 감아 잡아당겼다.

그에 비성추 하성은 쇠사슬에 묶인 채 형산의 코앞으로 끌려오게 되었고 형산의 타구봉은 어느새 그런 하성의 천령혈(天靈穴) 위에 두어져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눈 깜박 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승자, 의박운개 형산!”

여기저기서 흥분이 섞인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 대부분이 개방의 후개가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여기 그 소리에 복장이 터지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취선걸개 호연추였다.

‘실력의 삼푼은 감추라고 그렇게 귀에 딱지가 지도록 일렀건만. 저것이 지금껏 스승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나? 한번 매타작을 해야 알아듣지?’

취선걸개는 한 번 늘씬하게 형산을 두들겨 패야겠다고 생각하며 술을 입에 들이부었다.

‘자고로 개하고 제자는 사흘에 한번은 두들겨 패야 된다더니······’

그 때 형산은 자랑스럽게 어떠냐는 표정으로 남궁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는 남궁태에게 자랑스러운 친우이고 싶은 형산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남궁태는 그때서야 꽉 쥐고 있었던 주먹에 힘을 풀고 부드러운 미소를 마주 지어주었다.

염화시중의 미소가 저러할까 싶을 정도로 서로를 이해하는 눈빛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에 젊은 세가인들은 더욱 질투어린 눈빛으로 형산을 째려보았지만 세가의 장로들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 준다는 표정들이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우를 사귄다는 것은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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