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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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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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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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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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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제 3장 비무대회 (7)

DUMMY

어느 정도 환호성이 가신 장내에서 총관이 두 번째 시합의 시작을 고했다.

그러자 무대에 오른 것은 거지가 형님하고 달려들 만큼 지저분한 몰골의 청년인 야랑(夜郞) 종유기(鍾有奇)와 추괴한 용모에 남들보다 긴 팔의 장창을 든 추면신창(醜面神槍) 구양적(歐陽旳)이었다.

대부분의 이들은 무대에 올라서 있는 그들의 모습만으로도 추면신창 구양적의 승리를 점쳤다. 그것은 추면신창이 능숙하게 간격을 벌려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서는 공격하기 쉽고 상대에게서는 공격하기 어려운 간격으로.

그러나 그런 군웅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들 사이에 있는 것 같은 장창의 공세 속에서 야랑의 신형은 마치 물위의 나뭇잎이 움직이듯 부드럽게 기세를 타고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처음부터 벌려졌던 간격 따위는 없었다는 듯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추면신창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

바람에 나뭇잎이 떠밀려가듯 순식간에 짧은 거리를 가로지르는 신법인 유엽선보(流葉先步)였다.

어느새 추면신창의 심장 바로 위를 파고들듯 닿아있는 비도의 존재에 추면신창은 흉측한 얼굴을 더욱 추괴하게 일그러트리며 무뚝뚝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졌다.”

그에 총관은 야랑 종유기의 승리를 선언했다.

“승자, 야랑 종유기!”

무대를 내려가는 추면신창은 방금 전의 패배가 아닌 다시 종유기와 싸우게 된다면 그의 신법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지 그 방법에 대해 골몰하고 있었다.

추면신창은 세상을 인식할 때부터 혼자였다. 아무도 그에게 무엇인가를 베풀어주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세상을 보면서 스스로 배우고 익혀야했다. 그리고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무공을 배우려고 무문(武門)의 문을 두드렸으나 그 어떤 곳도 그의 외모만 보고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낭인이 된 그였으나 같은 낭인들조차도 그의 흉측한 외모만 보고 그를 기피했기에 그는 직접 몸으로 모든 것을 체험하면서 익혀 나가야 했다.

그렇게 해서 십여 년이 넘도록 낭인계를 굴러다니며 추면신창이라는 별호까지 얻었지만 아직도 그는 강함에 대한 목마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비무 대회도 그 때문에 참가한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체험하고 더 배우기위해서.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패배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 비무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래서 더 강해지는 것이었다.

그런 추면신창의 모습에 남궁태는 이채를 띄지 않을 수 없었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추한 용모로 혐오스런 시선을 받고 살아온 인간은 성격적으로 삐뚤어지기 마련이었다. 거기다 힘이 있다면 괴팍하고 잔인해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추면신창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자신을 극복하고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목표로 해서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모습이었다. 범인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더 대단해보였고 이에 남궁태는 은일을 불러 은밀히 명했다.

“추면신창을 세가에.”

은일은 남궁태의 말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추면신창은 낭인으로서는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더 강해질 가능성은 거의 없었고 그것이 낭인들의 한계였다.

세가 내에서도 추면신창만한 이들이 수십 명은 되었다. 그런데 따로 추면신창을 끌어들일 필요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남궁태의 말이 떨어진 이상 은일은 신속하게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은일이 사라진 사이에 세 번째 비무가 시작되었다.

세 번째 비무는 창룡대주(蒼龍隊主) 남궁호(南宮虎)와 사혼검(邪魂劍) 북리정(北里情)의 대결이었다.

남궁태는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진중하고 웅혼한 기운을 내뿜은 창룡대주와 사이하고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은 사혼검의 대결이 마치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선과 악이 마지막 결전을 벌리는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영화가 아닌 현실임이 분명한 것은 그들의 대결에서는 영화를 볼 때의 그 화려한 색체의 아우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사이한 기운을 뿜어내고는 있지만 사혼검 북리정은 악당이 아니었다.

저런 사이한 기운을 내뿜는 사혼검 북리정이 어째서 악당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었지만 남궁태의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어느새 대결이 끝나고 있었다.

사혼검 북리정의 검이 정확히 창룡대주 남궁호의 사혈 앞에서 멈추어서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총관이 외쳤다.

“승자, 사혼검 북리정!”

그러나 그 어디에도 환호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직도 사혼검의 날카로운 사기가 장내에 드리워진 듯 오싹한 한기가 감돌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짝짝짝짝!

갑자기 장내에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뭐하는 소리인가 싶어 모두 고개를 돌려보니 남궁태가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남궁태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들에게 박수를 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한 남궁태는 감탄어린 시선으로 사혼검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에 남궁환이 남궁태에게 의혹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왜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이냐?”

그 말의 뜻은 이 무슨 경망스러운 행위냐는 물음이었지만 남궁태는 그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며 대답했다.

“그의 무공 경지와 강인한 정신력에 경의를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경의를?”

“보십시오. 장내에 자욱하게 드리워진 사기를. 저 정도의 사기를 내뿜을 정도라면 그가 지닌 사기는 엄청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정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두들 남궁태의 말의 의미를 속으로 되뇌어 보고는 놀라서 다시금 사혼검 북리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릴 정도로 맑고 깊은 그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진흙 속에서 연꽃을 본 기분이었다.

감탄하듯 탄성을 터트리던 이들은 남궁태와 마찬가지로 경의를 표하기 위해 북리정에게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 속에서 사혼검 북리정은 남궁태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한다.

북리정은 결심을 한 것이다. 남궁태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고.

그렇기에 그의 발걸음에 망설임은 없었다.

성큼 성큼 남궁태에게 다가간 그는 자신의 검을 뽑았다.

순간 남궁세가인들의 긴장과 살기가 북리정에게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인의협 남궁환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언제든지 출수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었다.

그 가운데 남궁태만이 평소의 느긋함을 발휘하고 있었다.

‘역시!’

그에 북리정은 속으로 감탄했다. 자신의 주군이 될 만한 대범함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설마 그것이 한 번도 목숨의 위협에 노출되어 본 적이 없는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반응인 것도 모른 채.

전생에서도 그랬지만 명문 남궁세가의 장자로 태어났기에 남궁태는 이때까지 한 번도 살기에 노출되거나 목숨의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규방 도련님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으로서의 위험에 대한 방어본능이 끝없이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짐작도 하지 못한 북리정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남궁태의 대범함에 감탄할 뿐이었다.

북리정은 검 끝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고 검 손잡이를 남궁태에게 향하게 해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 장내에 정적이 내려앉으면서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며 남궁태의 선택을 기다렸다.

북리정이 단순히 검을 내민 것이 아닌 자신의 목숨을 남궁태에게 맡기겠다는 뜻임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또한 남궁태의 이 선택이 이후 남궁세가의 향방을 결정하리라는 것도.

왜냐하면 사혼검 북리정은 사혼검법을 익힘으로서 스스로가 원하든 원하지 안든 정(正), 사(邪)를 가르는 두 축 중 사파인에 속했다.

그런데 정파의 대들보격인 남궁세가에서 북리정을 받아들인다면 다른 정파인들의 반발이 거세어질 것이 뻔 했기에 결국 정파의 내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거절한다면 조금 전 경의를 표한 대상에게 치욕을 안겨준 것이 되기에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 그의 명성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었다. 더 나아가 사혼검 북리정과는 원한관계로 이어질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그 어느 쪽을 선택 하더라도 남궁세가의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그것을 예상한 남궁세가인들이나 가주인 남궁중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중 누구도 나서서 이 상황을 타결해보려고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들에게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남궁태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세가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바꾸어 줄 것이라고.

이윽고 남궁태가 진지한 표정과 눈으로 사혼검 북리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는 의(義)과 협(俠)을 지향합니다.”

북리정은 알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궁태가 다시 말했다.

“남궁세가는 세가로서 남궁세가인들을 한 가족으로서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그 말에 북리정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남궁태는 포권지례(抱拳之禮)를 해보이며 말했다.

“환영합니다. 당신을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순간 북리정은 안도감에 그 차가운 얼굴에 희미한 웃음을 띠우며 다시 검을 허리에 차고 마주 포권지례를 해 보였다. 그 또한 자신의 위치를 알기에 남궁태가 받아들여 줄지 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세가인들로부터 북리정을 환영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 축하합니다, 북리정님.”

“환영합니다, 북리정 대협!”

그 가운데 세가의 장로들과 중진들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들의 믿음대로 남궁태가 다른 정파에서 항의할만한 빌미를 사전에 제거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무인이 아닌 가족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함으로써.

물론 다른 정파에서 그의 사승을 놓고 이러니 저리니 말들이 많겠지만 그 정도는 남궁세가의 힘으로도 충분히 누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새삼 남궁태를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관점에서 사물의 근원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세가라고 부르면서도 어느새 무림의 타성에 젖어 가족으로서의 울타리를 스스로가 부수고 있었는데 말이다.

다시 세가로서 가족으로서의 울타리를 제대로 세워야겠다고 그들이 다짐하고 있을 때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중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너무 잘난 자식을 둔 것도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좀 전, 남궁태의 남궁강과 곽자헌의 비무에 대한 평가에 강호명숙들의 남궁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는데 이번 일로 인해 남궁태를 살피는 시선들이 더욱 날카로워져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제갈세가의 제갈필과 사천당문의 당문취의 눈빛이.

신산자(神算子) 제갈필은 당문취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로서 남궁세가에 절정의 고수가 합류하게 되었소. ······소가주 남궁태에게는 위에 서는 자로서의 통찰력이 있는 듯 싶소. 그런데 그 사실을 과연 창천검룡 남궁중이 몰랐을지 그것이 궁금하오.-

-교활한 자요. 그 또한 저 아이의 재능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저리 시큰둥하게 구는 것은 저 아이를 세간의 이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이거나 아니면, 그런 점을 감안하고서도 둘째의 재목이 그 보다 뛰어나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그 어느 쪽도 둘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앞으로 남궁세가를 견제하기 위해 이미 맺은 두 세가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당문취가 말했다.

-내 조카인 호면랑 당소추는 앞으로 우리 당문을 이끌어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이요. 그 아이가 제갈세가를 처가로 둔다면 앞날이 더욱 평탄하리라 보는데 어찌 생각하오?-

-흠, 그러면······ 우리 쪽에서는 소성화(小聖華) 제갈소혜(諸葛昭慧)가 어떻소? 올해 16살이니 마침 적당한 상대가 아니겠소?-

-언니인 천문화(天文華) 제갈윤혜(諸葛贇慧)가 아니고 말인가?-

당문취는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소성화 제갈소혜가 비록 재녀임은 분명했지만 하늘의 학문을 지닌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문재(文才)인 제갈윤혜에게는 아직 그 학식이나 미모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뛰어난 여식이 아닌 그 동생을 소가주가 될 당소추에게 보내겠다니 이는 당문을 무시하는 처사나 마찬가지로 보여 졌던 것이다.

그러자 제갈필이 당문취를 달래며 말했다.

-진정하게. 소혜가 아직 윤혜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그것은 나이가 어려서일뿐 윤혜의 나이가 되면 윤혜를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세가내의 평가일세. 윤혜가 좀 나이가 많지 않은가? 게다가 소혜는 정실 자식이지만 윤혜는 후처의 자식이고.-

-하긴.-

당문취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윤혜는 올해 22살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제갈필이 계속해서 말했다.

-윤혜는 남궁태에게 보낼 생각이네. 그 아이라면 충분히 남궁태를 뒤에서 잘 조정할 수 있겠지.-

-잘 되겠는가?-

-남궁태처럼 강직한 사내들이 한번 여자의 치마폭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일세.-

-그게 아니고, 과연 남궁중이 제갈윤혜를 며느리로 맞겠는가 하는 것일세.-

-그 문제는 지금부터 남궁세가의 장로들과 전대가주인 남궁환을 구슬려 볼 생각이네. 윤혜의 학식과 미모에 다가 제갈세가의 이권 몇 가지를 넘겨준다면 남궁세가에서도 거절할 수는 없을 것일세.-

-그렇겠지.-

그렇게 전음을 나누는 제갈필과 당문취의 모습에서 그들의 동맹을 눈치 챈 남궁중은 이후 강호 무림의 시선이 남궁세가에 집중될 것을 느끼며 앞으로의 세력 확장에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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