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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가주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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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77
작품등록일 :
2017.12.23 20:17
최근연재일 :
2018.02.08 17: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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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554
추천수 :
20,944
글자수 :
168,783

작성
18.01.09 15:39
조회
2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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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글자
9쪽

제 3장 비무대회 (6)

DUMMY

총관의 목소리가 장내를 울리는 가운데 목에 검이 들이대어진 곽자헌은 스스로의 패배를 인식하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내가, 이 곽자헌이 졌단 말인가?’

그는 자신을 지탱하던 모든 것들이 발밑에서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이 텅 빈 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은 가운데 눈앞의 남궁강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승자인 남궁강의 얼굴은 조금도 기뻐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큰 실수를 저지른 듯 난감한 표정이었다.

‘······왜?’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남궁강의 시선이 남궁세가의 장로들과 소가주가 있는 단상 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남궁강이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쯧쯧!”

혀를 차는 장로들의 모습이 간간히 보였다.

‘왜? 이겼잖아? ······이 나를 조롱하려는 것이냐?’

남궁태 또한 곽자헌과 같았다.

왜 돌연 남궁강이 사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회의에서처럼 등을 두드리는 할아버님의 손짓에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은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굳이 자신이 입을 열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이것도 소가주의 일이겠거니 싶어 속으로 간단한 말을 고르던 그의 눈앞에 패배자의 얼굴을 한 곽자헌의 모습이 보였다.

아직 젊은 청년이 겨우 한 번의 패배로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라니······

속으로 혀를 쯧쯧 차면서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남궁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땅을 보십시오. 그리고 하늘을 보십시오.”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싶어 야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충실히 소가주의 말에 따르는 남궁세가인들을 보며 중인들도 하나둘씩 땅을 내려다보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사이에 있는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입니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남궁태의 말이 중인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그리고 인간이기에 우리는 땅이, 하늘이, 산이 되고자 욕망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시작해보기도 전에 포기합니다. 이룰 수 없는 몽상이라고 생각하기에.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이던 남궁태가 장내의 이들을 훑어보며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조금 커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우리 무인들입니다.”

중인들은 가슴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남궁태의 말에 빠져 들어갔다.

“예로서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을 들 수 있습니다. 창궁무애검법은 하늘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실현한 검법입니다. 또한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한 무공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에, 무인이기에 할 수 있는 모험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 모험의 길을 걷고 있는 동지인 것입니다.”

그의 말은 중인들에게 일체감과 함께 정신적 고양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자신이야 말로 그 무인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것은 남궁태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는 제갈지조차 마찬가지였다. 무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그렇게 시켰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승리에 안주하거나 패배에 주저앉지 마십시오. 무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보다 높은 곳을 보아주십시오. 하늘을, 땅을, 바다를, 산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보아주십시오. 우리 작은 인간이 바로 이 세상에 도전하는 주체이니까요.”

소룡아 곽자헌은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검각의 소각주로서 그는 완벽해질 것을 요구받았고 그 또한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언제나 그의 아버지이자 검각의 각주인 용아검(龍兒劍) 곽무현(郭武玄)의 등을 바라보면서 커왔던 것이다.

용아검 곽무현은 검각을 검선을 배출한 전설속의 무각이라는 이름뿐이었던 곳에서 현무림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으로서 그 명성을 널리 알린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곽무현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실로 뼈를 깎는 고련으로 절정(絶頂)의 무공을 수련했으며 명성을 얻기 위해 몇 날밤을 지새우며 절강성(浙江省) 구석구석을 뒤져 악인들을 잡아들여야 했다.

게다가 검각 내외부의 대소사들을 처리해야했으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야만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곽무현은 힘들다는 내색한번 들어내지 않고 훌륭하게 지금까지 검각을 이끌어왔었다.

세간에서는 그에 검각이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 정도로 훌륭한 아버지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서 곽자헌은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었다.

검각인들은 곽자헌이 곽무현처럼 되어주길 바랐다.

그 중압감 속에서 곽자헌은 아버지처럼 행동하며 완벽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었다.

그런데 이 패배로 그 완벽한 인생의 길에 금이 가 버린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닌 아버지의 등을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곽자헌이 받은 절망감은 남들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남궁태는 그런 곽자헌에게 아버지인 곽무현 즉 인간이 아닌 거대한 자연을 목표로 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곽자헌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아버지의 등만 보았던 자신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그러면서 곽자헌은 새롭게 자신을 돌아보았다.

그가 익히고 있는 검각의 무공인 천산신검공(天山神劍功)은 천변만화한 하늘과 산의 변화를 검으로 담아 궁극에 이르러서는 하늘과 산에 신(身)을 일체화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신공이었다.

즉 남궁태가 말한 하늘과 산이 되고자 했던 검각의 조사들의 염원이 담긴 무공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무공을 익히면서도 고작 인간인 아버지의 등을 따라잡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절망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어리석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 때까지 그를 가로막고 있던 장막이 걷히고 청명한 하늘 속에 온전히 감싸인 듯한 풍요로움을 가슴가득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깨달음이었지만 곽자헌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처음으로 느낀 마음의 여유로움을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게 곽자헌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떤 깨달음을 얻고 있을 때였다.

정적에 쌓여 있던 장내에서 한 소리 외침이 들려왔다.

“남궁태!”

그러자 여기저기서 중인들이 남궁태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저 재간하나 익혔다고 무인이라며 거들먹거리고 살았었지만 건달과 마찬가지였던 이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여겨 권력에 취해있던 무인이 무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소리 높여 외쳤다.

“남궁태!”

“남궁태!”

그들은 새로운 목표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로 인해 그들은 가슴속에서 끌어 오르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는 이윽고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바뀌었다.

“남궁태--!!”

“와아! 와!!”

그런 그들의 모습을 강호명숙들이나 나이가 지긋한 이들은 쓴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남궁태가 말을 꺼내기 전에 인의협 남궁환이 그의 등을 두드리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남궁태의 말이 세가에서 남궁태를 띄워주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으로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남궁세가인들은 알고 있었다.

남궁태가 말을 하면서 줄곧 절망에 빠져있던 곽자헌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던 것을. 그렇기에 그들은 의아했다.

그들이 아는 남궁태는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만큼 주위에 관심을 가지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귀찮음을 무릅쓰고 곽자헌을 위해 그렇게 긴 말을 하다니······

거기에서 그들은 문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저 두 무공을 합치면 그야말로 개세신공이 탄생되겠군.’

이라고 했던 남궁태의 말이 말이다.

‘설마 그렇다는 것은 그 귀찮은 일을 무릅쓸 만큼 곽자헌의 무공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는 것인가?’

기대로 들뜬 그들은 당장이라도 시합을 중지하고 남궁태를 추궁해 일의 전말을 알고 싶은 욕심을 억눌러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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